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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
초록서재 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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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차오름보육원 7
모래성 22
뉴스 31
김주은 기자 45
초대받지 않은 손님 57
선물 69
공포 87
적당히 105
태풍 117
진실 138
이해하면 무서운 이야기 156
작가의 말 162

저자 소개 1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청소년들과 상담을 하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시행착오도 하며 성장해야 할 시기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청소년 소설 《가해자는 울지 않는다》와 《내 임무는 수능 만점》을 썼다. 앞으로도 청소년의 곁에서 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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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34*200*13mm
ISBN13
9791192273365

책 속으로

몰아닥치는 질문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심주혁 형사의 질문은 좀 어려웠다. ‘네’나 ‘아니요’로 답할 수가 없었다. ‘특별한 일’이라니.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특별한 일이었을까? 특별한 일이라는 건… 일상적이지 않은 일을 말하는 거 아닌가.
--- p.18

세상은 참 ‘적당히’라는 말을 좋아한다. 밥도 적당히 먹고, 운동도 적당히 하고, 적당히 알았다고 하고, 적당히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이 세상 모든 것에 ‘적당히’라는 이름을 붙여 그 뒤에 숨는다.
--- p.39

“해를 가하거나 이용하려는 게 아니야. 영상이 너한테 기분 나쁘게 비쳤을 수 있다는 건 알아. 근데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 보육원에서 있었던 일을 세상에 알려서 너희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 p.50

“좀 복잡한 얘기지만… 아동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 아동의 나이가 너무 어리면 증언만으로 법정 싸움을 하는 데 한계가 있거든.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실제 증언 과정에서 아이들 말이 여러 번 바뀌기도 했고. 그래서 그 아이들보다 나이 많은 네가 증언을 좀 해 주면 어떨까 하는데.”
--- p.55

그때 내 가슴속에 무언가 따뜻하고 몽글거리는 것이 퍼졌다. 엄마와 헤어진 뒤 메말랐던 내 가슴에 물방울 하나가 톡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 작은 물방울이 갈라진 틈을 메우며 퍼져, ‘연’이라는 이름의 꽃으로 피어났다. 그렇게 연은 내 상처를 예쁜 꽃으로 메워 주었다. 만약 연이 없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표정 없는 가면 괴물로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연은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다.
--- p.98

그때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대상이 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적당히 넘어가는 바람에 누군가는 계속해서 피해를 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어째서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니, 사실은 알았다. 알면서도 외면했던 거다. 눈을 감으면 무서운 일들을 보지 않아도 됐으니까. 나는 그냥 전부 피해 버리고 싶었다. 무서운 영화를 보지 않고 눈을 감는 것처럼. 꺼 버리는 것처럼.
--- p.108

‘적당히 넘어가렴. 알았지?’
단 3초의 짧은 문장이 들려온 시간은 악몽이 깨어나기에 충분했다. 김 원장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기억이 순식간에 또렷이 되살아났다.
--- p.147

보육원에서는 이별을 일찍 배운다. 보육원에 처음 오는 순간부터 엄마 아빠와 이별한다. 지내다 보면 어린아이들부터 하나둘 사라졌다. 새로운 엄마 아빠를 만나서 그렇게 곁을 떠났다. 그때부터는 5년, 10년… 보육원에서 오래 지낸 아이들만 남게 되지만, 우리는 알았다. 우리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 p.160

출판사 리뷰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
“추운 겨울, 우리의 보금자리가 사라졌다”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봄을 기다리는 청이와 연이의 성장통


《있었다》는 ‘차오름보육원’을 운영하던 김 원장이 입건되면서 시작된다. 보육원 폐쇄가 결정되고, 열여섯 살 청이와 다섯 살 연이는 보육원을 떠나 그룹홈에서 지내게 된다. 이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기자와 담당 형사가 증인이 되어 달라고 설득하지만, 청이는 끔찍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저 보육원이 폐쇄되면 연이와 헤어질 수도 있다는 게 신경 쓰일 뿐이다. 여섯 살에 보육원에 맡겨진 청이와 달리, 연이는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왔다. 청이는 12월 25일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갓난아기, 연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인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청이를 버렸던 엄마가 사건 기사를 보고 찾아와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너를 위한 집도, 방도, 책상과 의자도 모두 준비되어 있다면서. 청이는 고민한다. 한 번도 온전히 내 것이었던 적 없는 이 모든 걸 욕심내도 되는 걸까? 내가 엄마와 살게 되면 연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릴 적 보육원에서 끔찍한 일을 겪은 청이는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방관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나만 아니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침묵하던 사이, 연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 이미 나처럼 끔찍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을까?
청이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사건의 실마리를 풀 핵심 증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조용히 연이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연이가 말한다. “형, 난 괜찮아!”라고.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방관자가 있었다
“네가 이 사건의 증인이 되어 주겠니?”
진실에 다가설 용기를 따뜻하게 응원하는 소설


아이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던 보육원조차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다. 그러나 당장 머무를 곳이 없는 아이들은 끔찍한 기억으로 가득한 보육원이 폐쇄되는 것조차 두렵다.
차오름보육원 사건은 뉴스로 소비되고, 가해자는 구속되고, 시설은 폐쇄되었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정의 구현’이자 ‘사건 해결’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삶은 그 순간부터 더욱 복잡해진다. 보호를 이유로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청이와 연이 역시 쫓겨나듯 보육원을 떠나 임시로 마련된 텐트, 그룹홈을 전전한다. 학교에서는 사건의 당사자라는 이유로 호기심 어린 시선이 따라붙고, 일상은 조마조마하게 이어진다.
우리는 어떠한 사건이 이슈가 되었을 때 사건에만 집중해 쉽게 말하고, 빠르게 관심을 거둔다. 《있었다》에는 사람들이 사건뿐 아니라, ‘사건 이후’의 아이들 삶에도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 이후를 살아가는 아이의 시간을 주인공 청이의 시선을 통해 보여 준다. ‘사건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불안과 긴장, 그리고 주인공 청이가 감당해야 하는 진실의 무게를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그려 낸다. 주인공을 연약한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으며, 차분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감정을 과잉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대신 청이의 시선과 감정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따라간다. 연민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는 오히려 청이가 서 있는 자리에 함께 머물게 된다. 그 자리는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끝내 눈을 돌릴 수 없는 곳이다.

“이 소설은 특정 사건에만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때론 우리도 불편한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봐야만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용기 내어 사건의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청이처럼 청소년 독자들도 용기를 내어 보라고 응원하고 싶었다. 이 소설을 읽은 모든 청소년이 우리가 용기를 냈을 때 달라지는 세상을 마주하길 바란다.” -작가의 말에서

청이는 침묵을 넘어 마침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다. 청이의 증언은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가 상처를 회복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또한 청이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혼자만의 비밀로 품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진실을 마주하는 게 두려운 일이라는 것에 먼저 공감해 주고, 그럼에도 진실을 바라보아도 괜찮다고, 천천히 용기를 내어도 된다고 응원한다. 《있었다》는 청소년들이 청이처럼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속도로 고민하고, 질문하고, 마침내 용기 낼 수 있도록 조용히 곁에 머무는 따뜻한 이야기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 ‘적당히’라는 말을 들은 날이 떠올랐다”
《도가니》를 잇는 2026년 문제작


《있었다》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단어는 ‘적당히’다. 적당히 넘어가라는 말은 갈등을 회피하고, 문제를 축소하며, 책임을 미루는 사회의 언어다. 학교에서도, 보육원에서도 청이는 ‘적당히 넘어가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 말에는 어떠한 기준도 설명도 없다. 무엇이 적당한지, 누구에게 적당한지는 끝내 말해 주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 모호함 속에서 아이가 어떻게 침묵을 학습하는지를 보여 준다. 말하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 되는 순간, 폭력은 일상이 된다. 《있었다》는 이 침묵의 구조를 드러내며, 우리가 얼마나 쉽게 ‘적당히’라는 말 뒤에 숨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읽는 내내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해야 했다. 아프지만, 그렇기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야기다.”
- 독자 서평 중에서

2011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은 소설 《도가니》와 동명의 영화로 고발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과 장애인들은 과연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가? 약자를 보호해야 할 기관에서 반복되는 범죄는 어떻게 멈출 수 있는가? 이 사건과 사건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외면해 온 현실을 직시하게 할 것이다. 《있었다》가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 사회가 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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