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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선
2. 현도 3. 우회에 대하여 4. 발문 : 윤성희(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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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제도라는 강제력에 의해 한 풀 표백이 되었으되, 그럼에도 아직은 각각인 질감에 희미하나마 다양한 색상을 내는 옷감들을 한솥에 넣고 푹푹 절여, 오로지 한 가지 색으로 염색을 해내려는 그들의 의도에 있었다. 아니 그보다는, 껍데기는 물론, 인간의 내면까지도 조종할 수 있다는 오만불손의 논리 앞에 숨죽이며 조아리는 피지배자의 노예근성에 있었다. 비우고 버리고 내던지고, 대신 채워넣은 계통과 밥그릇에 대한 복종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훌훌 벗어나는 일을 그들은 '이탈'이라고 부르지만, 내게 묻는다면 인간성으로의 '복귀'라고 명명하고 싶은 것이다.
--- p. 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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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소설 '가끔, 자주, 오래오래'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좋아한 것이 그의 간결한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 뒤에 숨어 있는 '냉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하게 균열이 나있다. 균열이 하나도 없는 건물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그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그 수많은 금을 보여준다. 자 보라, 이 틈이 이제 곧 벌어질 것이다, 라고.그에게 내 몸에 나 있는 균열을 들킨 것 같아, 나는 그를 볼 때면 평소보다 더 과장되게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나는 그 표정의 뒷모습을 들키지 않은 채, 아주 오래오래 그를 만나고 싶다. 내년 봄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또 그 다음 해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 해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
--- p.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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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우회도로를 헤매다 결국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것이 아닐까?
이십대 초반의 주인공 이선은 방안 깊숙이 안개가 쳐들어와 잠결을 적시고 물러가곤 하는 들판 쪽으로 나있는 방에서 산다. 이선은 생애 처음으로 감지한 무현을 향한 그리움의 기미에 가슴 졸이며 안타까워한다. 사랑이란 결국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은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닌지. 세상에는 넓고 편한 길도 많은데 이 소설의 주인공 이선과 무현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바위투성이인 길을 건너가고 있다. 이 장편소설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열병처럼 앓고 지나간 지울 수 없는 사랑의 상처를 작가 특유의 빛나는 언어와 팽팽한 긴장으로 빚어내 읽는 이로 하여금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기고 있다. 주인공 이선과 무현은 가슴 속에 서로 다른 수종의 가시나무를 심어놓고 그 나무의 그늘에 찔리고 상처받으면서 본질적인 사랑의 시원을 찾아 헤매고 있다. 지극한 사랑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균열이 수도 없이 나있다. 작가는 아름답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과 시적인 감수성으로 침착하고 차분하게 우리들 삶의 수많은 금을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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