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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_5
1부 _ 소야곡 빠져들다 · 13 꿈틀 · 14 소야곡 · 16 덕수궁 돌담길 · 17 장미도둑 · 18 호우주의보 · 20 과로연애사 · 21 바람과 함께 바람나다 · 22 첫눈 · 24 비익조 · 26 반백년 · 28 2부 _ 연작시편 달번지 연작 · 33 초월역 연작 · 41 인생극장 연작 · 49 타인들 연작 · 55 3부 _ 육자배기 살틈새 육자배기 · 65 쥐 잡다 장독 깬 놈 · 67 김 굽다 불 낸 년 · 68 김 굽다 불 낸 년 -판소리풍 · 70 만주들판 개장사 · 73 월매전 · 75 주모 · 77 견우 · 79 몸과 시에 대하여 · 81 순희네 빈대떡 · 85 신명 · 87 4부 _천상누각 해당화 · 91 여름산 · 93 천상누각 · 95 이기대 · 97 술취한 바다 · 99 달빛에 묻은 청춘 · 100 주름왕관 · 101 나무 · 102 기차는 8시에 떠나네 · 104 지바고의 마지막 겨울 · 105 향수 · 107 오, 캡틴 · 109 새싹 · 111 5부 _ 관계의 건축 만추 · 115 추풍령 · 117 모기 뒷다리에도 생명은 흐른다 · 120 관계의 건축 · 121 미용학원 · 123 세상을 연주하라 · 126 지금 · 128 6부 _ 존재의 값 70년 전 소년 · 133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 135 청춘고백 · 137 빛, 길, 생명 · 141 번지 없는 주막 · 144 청춘을 돌려다오 · 147 은하수의 맹세 · 149 등마루촌 이발사 · 150 아직은 가슴이 떨릴 때 · 152 존재의 값 · 154 버티고개 · 156 광야 · 158 가장 뜨거운 날, 나는 안에서 피었다 · 159 우중정사 · 161 도도한 신(詩人) · 163 7부 _ 시인 예수 명동 출입구 · 169 서커스 교회 · 171 붓 · 173 휘어진 십자가 · 175 눈물 속의 실존 · 177 관계의 온도 · 178 샘 곁의 나무 · 181 죽음의 승리 · 183 현재적 예수 · 185 방랑자 예수 · 187 시인 예수 · 189 해설_이동녘의 시에 나타난 ‘관계의 건축’(임형욱) · 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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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날,
내 세상은 너로 기울기 시작했다. 네가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사랑이 뭔지 알았다. ---「13쪽, 빠져들다」 중에서 당신 말끝에 비가 맺혔다 웃음은 접힌 우산처럼 한쪽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눈동자가 먼 곳을 향할 때 우리 사이엔 이미 먹구름이 모였다 작별이라는 번개가 금방이라도 칠 것 같아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비가 나였다 ---「20쪽, 호우주의보」 중에서 심방이라 온 무명 자매 기도는 못 하고 눈물로만 예배를 드렸다 그 울음이 방 안을 채우자 가난한 집도 잠시 따뜻해졌다 ---「35쪽, 달번지4 -통곡」 중에서 쥐를 쫓다 장독을 깬 놈이 있네 사람들은 “참, 요 짓거리 보소” 흉보며 웃지만 쥐 빠진 집안은 허허롭도록 가벼워졌다 장독은 다시 빚으면 되는 거고 놓친 순간의 쥐는 다시 오지 않네 흙과 술, 장 냄새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건 껍데긴가, 알맹인가 웃음 끝에 흩어진 파편 위로 “에이, 그라믄 또 담그면 되지” 그 소리 장터에 울려 퍼지며 세상 근심 몽땅 쓸어갔다 ---「67쪽, 「쥐 잡다 장독 깬 놈」 전문 바다는 그날, 울고 있었다 핏물 들인 듯 저 붉은 꽃잎 아래 누군가의 마지막 숨결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기다렸다고 했다 바람이 등을 떠미는 자리에서 끝내 오지 않는 발자국 하나를 위해 천 번은 피고, 천 번은 졌다고 밤이 오면 그녀의 눈이 꽃잎이 되고 파도가 철썩, 죄를 고백하듯 울면 그 향기 속엔 목이 멘 이름 하나 서럽게, 피어났다 누가 그녀를 꽃이라 불렀는가 가시에 찔려 피 흘린 건 오히려 세상이었거늘 그녀는 죽어서도 붉게 피었다 모래 위, 불길처럼 타오르며 잊혀지길 거부하는 노래처럼 바다의 심장을 쥐고, 다시 살아났다 ---「91쪽, 「해당화」 중에서 관계는 다리이리 너와 나를 잇되 강물 위 허공을 지나 세워지리 너의 상처가 기초석이 되리 나의 눈물이 기둥이 되리 서로의 고백은 철근처럼 얽혀 흔들림을 버티리 때로는 벽이 되리 서로를 막아 세우되 그 벽 위로 창 하나 뚫어 빛을 나누리 관계는 무너지기도 하리 허물 속에 길이 열리고 끊어진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선이 이어지리 그러하야 사람은 혼자가 아니리 함께 지어 올리는 집, 함께 걸어가는 다리, 이 함께함이 곧 관계의 건축이리 ---「121쪽, 관계의 건축」 중에서 마루 끝에 앉아 작은 손으로 연을 날리던 그 아이를 기억한다 바람이 불면 하늘은 한없이 멀었고 구름은 고래처럼 유영했다 그 아이는 누구도 기다리지 않았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다 시간은 흐르고 그 골목은 사라졌으며 연줄은 언젠가 끊어졌다 지금 나는 창가에 앉아 그늘을 본다 의자 옆엔 마르지 않는 그림자 하나 가끔 거울 속 눈동자에 익숙한 반짝임이 스친다 아, 저기 있구나 70년 전 한 번도 나를 떠난 적 없는 그 소년이 ---「133쪽, 70년 전 소년」 중에서 그분은 더 이상 먼 갈릴리 호숫가에 계시지 않는다. 그분은 야간 버스 손잡이를 붙든 사람의 떨리는 손목에 계시고, 지하철 창밖을 멍하니 보는 내 눈동자 깊은 곳에 계신다. 누구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분은 배낭을 멘 노숙자의 뒷모습이고, 욕설에 지친 엄마의 마른 어깨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청년의 다 타들어간 담배끝이다. 그분은 말없이 계신다. 그리고 기다리신다. 포기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그저 함께 계신다. 나는 종종 묻는다. 예수, 당신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러면 어디선가 아주 작은 숨소리처럼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 나는 여기 있다. 너의 방황에, 너의 회피에, 너의 조용한 울음에 ? 내가 너보다 먼저, 이미 거기 있었다. ---「185~186쪽, 현재적 예수」 중에서 이동녘은 시인으로만 규정하기엔 참으로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다. 가난한 신학생,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평생을 골수염으로 앓고 있는 한 아내의 남편, 천막교회 전도사, 구세군 사관, 오방떡 장사, 문방구 주인, 청원경찰, 등마루촌 이발사, 평상복을 입은 목회자…. 이동녘은 천상 시인일 수밖에 없는 여린 감성과, 평생을 옭죄어온 가난과 끈질기게 싸워온 강인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장사익의 노래를 좋아하는 소리꾼이자, 어디 한곳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방랑자이기도 하다.그런 그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집을 묶어 내려고 한다. 그가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마지막 시집을 통해 무엇을 노래하고 싶은 것일까? ---「193쪽, 해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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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말의 양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의 리듬으로 읽힌다.” - 김창호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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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이동녘 시인의 70년 인생이 사랑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며, 동시에 너와 나를 넘어서 우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우리들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 우리 주변에 우리와 함께 하는 사물들과 풍경들에도 애정 어린 시선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인은 사물과 사람이 하나로 동일화되는 모습을 노래한다.
이 여정들을 통해 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가 맺어가는 관계의 건축을 통해 만들어져 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관계성의 발견, 관계의 건축을 통해 시인은 겸손하게 자신의 70년 인생을 뒤돌아 본다. 이동녘 시인은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풍경 하나에서도 신의 흔적을 발견하곤 한다. 시인이 바라본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모두가 사랑받을 만한 존재고 모두가 사랑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 임형욱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