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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
이형순
도모 201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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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그, 선재

소나기 젖은 햇살_011
그녀의 알함브라 궁전_019
우주로 간 게코 도마뱀_041
어린 수컷들의 학교_063
청색 뒤주를 쫓으며_079
태양을 향해 몇 마디 했지_095
여자라는 불의 먹이는 남자_111
돌이킬 수 있는, 돌이킬 수 없는_139
타인들의 애니메이션_157
천변 교향곡_177
집으로 떠나는 여행_191


그녀, 해인

217_뫼비우스
239_마음이 눕는 의자
261_봄의 눈, 춘설!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이건

MBC 극본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마을버스], [복날이 온다] 등의 작품이 전파를 탔다. 월간지에 오랜 기간 실었던 「번뇌가족」, 「몽중희망」, 「가가소소 산방 -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묶은 소설 작품집 『부처마을의 손바닥 이야기』를 선보였고, 필명인 '이건'으로 정치 웹툰 『노공이산』(전 6권)을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연재 및 출간을 하였다. 포털 다음(DAUM) [작가의 발견 - 7인의 작가전]에 연재한 작품 「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로 은유와 감성이 빛나는 소설다운 소설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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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4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78g | 148*210*20mm
ISBN13
9788997995233

책 속으로

“뭐가 들려요”
한 여자가 뒤주에 귀를 바짝 대고 있었다. 폴더 폰처럼 엉거주춤 허리를 꺾고 있는 모양새가 우스웠다. 화성행궁에 관람을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주 속을 들여다본다. 그녀처럼 250 여 년 전의 비명 소리를 듣지는 않는다.
그녀는 자기에게 한 얘기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그녀와 나 둘뿐이었다.
“저 말인가요”
그녀는 나를 보고 피식 웃었다.
뙤약볕은 그녀와 나를 태워 죽일 것처럼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처음 본 그녀에게 기시감 旣視感 이 느껴졌다. 언젠가 말을 나누었고, 또 오래전에 지긋지긋하게 싸웠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 햇볕에 물든 그녀는 칙칙한 뒤주와 잘 어울렸다. 그대로 뒤주에 새겨져도 좋을 그림이었다.
“들어가 보실래요”
--- p.8

홍살문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저만치서 휴대폰을 돌려주려고 오는 그녀가 보였다. 그런데 그녀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뒤로, 소나기가 맹렬하게 뒤쫓아 왔다. 순식간이었다. 마른 땅을 적시며 흙먼지를 일으키는 소나기의 기세는 수십만 대군이 쏜살같이 말을 달리는 형국
이었다. 그녀가 뛰었다. 그녀가 소나기를 몰고 오고 있었다. 몇 걸음 뛰지 않아, 소나기가 그녀의 머리를 덮쳤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머리 위에 우산처럼 받치고, 삐치기 좋아하는 초등학생처럼 한쪽 눈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나와의 거리를 좁히느라 터덜터덜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나는 느린 화면으로 다가오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소나기 속의 그녀는 싱싱한 소나기였다. 닮았다. 청바지에 자주색 면티를 입은 그녀가 뛸 때마다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이 출렁였다. 기세 좋은 소나기는 여우비였다. 비가 오는 중에도 햇살은 여전히 빛났다. 햇살에 반사된 그녀의 머리카락은 밝은 갈색이었다. 기묘한
풍경이었다. 손바닥 우산을 쓰고, 소나기 젖은 햇살에 반사된 갈색의 머리카락을 나풀대며, 나의 휴대폰을 찾아주기 위해 애를 쓰고 뛰어오는 한 여자의 스케치 풍경.
--- p.13

님포마니아. 순진해서 요염하고 귀여운 님프들은 신과 인간을 설레게 했다. 소녀 같은 그녀들은 반은 사람이고 반은 짐승인 거친 성격과 외모의 사티로스와도 거리낌 없이 사귀었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함부로 사랑해서는 안 된다. 천진한 그녀들의 사랑은 대부분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니까.
신과 인간들이 욕망하는 발랄한 순수 요정들은 섹스 중독증 환자들의 진단명에 이름을 빼앗겼다. 하지만 님프가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님프들은 신과 인간들 주위를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허기진 욕망을 품게 하는, 색정광을 양산하는 숙주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님프
가 있는 한, 반인반수의 사티로스는 님프를 쫓는 게걸스러운 짐승일수밖에 없다.
--- p.36

돌아가야겠다. 집으로…. 늘 가려고 했던 길.
나는 시동을 걸었다. 해인이 다가왔다. 아무 말 없이 해인이 보조석에 앉았다. 우리는 진눈깨비가 휘날리는 도로를 달렸다.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목 앞에 멈춰 섰다.
“내려요. 미안했어요.”
내 말에 해인은 꼼짝하지 않았다.
“어서 내려요. 들어가요.”
해인은 여전히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디 갈 건데요”
해인이 물었다.
“집으로… 갈 거예요.”
해인은 나의 말을 듣고도 한참을 더 앉아있었다.
“잘 가요.”
해인이 말했다.
--- p.201

어느새 함박눈으로 바뀐 눈발이 길을 완전히 점령했다. 폭설이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진눈깨비로 덮인 도로도 얼어붙을 것이다.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해인이었다.
“나 안 태우고 가면… 평생 당신 안 볼 거야!”
단호한 해인의 목소리였다.
“…….”
“당신 차 돌려.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
나는 오른발에 힘을 주어 액셀레이터를 더욱 강하게 밟았다.
“당장 세우라고! 당신 잊었어? 나한테 한 말? 너무 힘들 때면 의자에 가만히 앉으라며! 그럼 선재 씨가 나에게 온다고 했잖아! 그 말 벌써 잊었어? 나… 지금 당신 옆에 앉을 거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차를 세우고 핸들에 머리를 기댔다. 함박눈은 거침없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어김없이 위에서 아래로….
--- p.202 -

내 옆에는 해인이 앉아 있다. 다시 한 번 해인의 모습을 내 두 눈에 꾹꾹 눌러 담는다. 아름다운 사람…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 설렐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가르쳐준 사람… 사랑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게 해주었던 사람… 나의 집까지 함께 길을 걸어주고 있는 사람…
고맙다… 벼랑 같던 내 사랑… 위태했던 내 눈먼 사랑아….

--- p.203

출판사 리뷰

“이런 꿀잼 글 안 읽으면 나만 손해~^,.^너무나 재밌어 혼자,
벌써 다음 주가 기다려져요~ 작가님 파이팅!!”
- 구르미

“신선한 내용 신선한 전개.. 부끄러울법한 주제인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개인적으로 이번 글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 스스로도 왜 인진 모르겠지만
다음 내용이 너무 기대됩니다.”
- 마음

“작가님 영상을 보는 듯해요. 저만의 그림으로~~”
- 늘 처음처럼


기존의 웹 소설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의 글이거나,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글들이 주를 이룬다면, 이형순 작가의 [날 버리면 그대가 손해]는 가볍게 읽을 수는 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묵직한 사유가 담겨져 있다.

작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 최초 노무현 대통령 웹툰 [노공이산]에서 엿볼 수 있었던, 사람에 대한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은 그대로 간직한 채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1%의 특별함을 채웠다. 그의 글 속의 인물들의 궤적을 쫓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던지는 우리 삶의 존재론적인 질문을 보게 될 것이다.

장면과 장면의 이음새가 남다른 작가의 언어.
순수 문학과 대중 소설 사이의 절묘한 경계를 넘나든다.

이형순 작가의 글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머릿속에 자신만의 극장을 준비하지 않고 그의 글을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의 글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작가가 그려내는 인물들의 독특한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속에 뛰어 다니는 캐릭터들 그리고 각 장면 장면이 이어지는 이음새가 영화와 닮아 있다. 그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장면과 장면이 편집된 시퀀스들을 보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저 장면과 장면의 조합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그의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 한 것이 될 것이다. 그야 말로 ‘제대로 읽어내지 못 한 그대가 손해’가 된다는 말이다.

작가는 그의 소설 속 캐릭터들이 뛰노는 공간은 물론이고, 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갈등 또한 영화적 느낌의 이음새로 묘사해 나간다. 사건 중심 혹은 캐릭터 중심 이라고 이야기 서술 방식에 있어 작가의 이야기를 푸는 언어들은 분석되고 정의 내려진다. 하지만, 이형순 작가의 글은 어떤 방식이라 정의 내릴 수 있을까. 그의 언어를 기존의 문법으로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기존의 문단에서 신선함을 찾아 서점가를 이리저리 헤매던 독자라면 이형순 작가의 글에 주목해야 함을 강권한다.


- 얼마만인가?
알수 없는 감정이 수많은 논리와 이성을 지배해 버리는 이런 사랑 이야기란!!
살 이유가 없는 남자와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의 사랑 이야기.

죽을 이유가 많은 여자 해인과 살 이유가 없는 남자 선재가 우연히 사도세자의 능(陵)에서 마주친다. 뒤주를 보는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뒤주에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듣는 혜인을 주시하던 선재. 그런 선재의 시선을 느낀 혜인이 뒤주를 가리키며 묻는다.

“들어가 보실래요?”

뒤주에 갇혀 죽어가던 사도세자의 비명소리가 다시 들리기라도 할 것 처럼, 죽음의 순간 속에 있던, 그 날의 사도세자의 삶에 대한 갈구를 기꺼이 듣고 보겠다는 것처럼 두 사람은 만나고 운명 같은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그 후 인사동 거리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우연히 찾아온 소나기에 몸이 젖듯이 우연히 찾아온 만남은 두 사람을 운명적인 인연 속에 젖어들게 된다. 자신을 천대해 달라고 애원하는 해인과 그런 그녀를 여신처럼 여기는 선재. 그들이 갖고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

- 삶과 죽음에 관한, 한 판의 제의(祭儀)를 통한 질문. “당신은 살아 있습니까?”

뒤주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환기 시키는 메타포다. 나무 궤짝으로 쌀을 담아 보관하는 용도의 물건이자 역사적으로 비정한 아버지로 유명한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것으로 이용한 물건도 뒤주이다. 작가는 이 뒤주가 갖고 있는 양가적 상징에 주목한다. 삶과 죽음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같이 있는 것이며 아예 그 경계조차 지워 오히려 독자에게, 읽는 그 순간의 삶을 살고 있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순간에도 살아 있느냐고. 이형순 작가의 [날 버리면 손해]는 이러한 물음을 던지기 위하여 작가 특유의 영상적 묘사로 캐릭터들을 그려내며 그들의 삶을 조망한다. 그것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판의 제의를 펼치는 것처럼.
청춘의 사랑과 방황을 이야기의 저면에 흐르는 존재의 물음을 따라가 보면, 읽는 저마다 모두의 젊은 날의 초상을 생각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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