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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4
1부 황학정과 활터의 사계 황학정의 봄 16 황학정의 여름 18 황학정의 가을 20 황학정의 겨울 22 봄 활터의 꽃이 전하는 말 24 황학정 1 25 황학정 2 28 신 황학정 팔경 30 활터의 봄나물 32 활터의 꽃 34 한천각에 앉아서 36 활 쏘러 가는 길 38 2부 활터 풍속과 사람들 활병 42 집궁 44 납궁 46 출전 48 활 배웁니다 50 명궁 52 집궁례 54 삭회 56 사우 1 58 사우 2 60 집궁회갑 61 한량 1 62 한량 2 64 열정 66 어르신 떠나신 날 68 벽안의 궁사 1 70 벽안의 궁사 2 72 사범 74 3부 사자성어 파사현정 78 물아일체 80 만개궁체 82 우문현답 83 동진동퇴 84 습사무언 86 일촉즉발 88 4부 활과 인생 그리고 사랑 어느 활꾼의 기도 92 쏜살 94 활 그리고 인생 96 과녁에서 배우는 삶 99 끝까지 100 화살기도 101 활 그리고 화살 102 변심 104 애기살 105 어느 활꾼의 사랑 106 호위무사 108 가시버시 110 5부 습사·초물기 살의 행 114 한산정 116 새벽 습사 118 관중으로 가는 길 121 마치고 122 설봉정에서 124 무제 125 습사 126 내 활을 쏘다 128 활과 꿩 130 구순 몰기 132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134 얼마나 좋을까? 136 접장 138 스나이퍼 140 눈 털기 141 쏘는 맛 142 6부 우리 활·활쏘기·활과시 각궁 1 144 각궁 2 146 새 활 148 활과 소 149 궁시장 150 범아귀 151 날것 152 궁체 154 과녁 156 되는 날 158 탄생 159 야사 160 겨냥 161 만작 162 나는 살[箭]이다 163 살날이[運矢臺] 164 비겁한 활꾼 166 두 번째 화살 168 4천 년 전 화살 171 더블 타깃 174 활은 활[活]이다 176 깍지 179 활, 그 치명적인 유혹 180 추천사 182 작가 후기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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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의 출발점은 늘 설자리(射臺)다. 그러나 그 설자리는 곧 일상의 은유로 확장된다. 「황학정의 사계」에서 계절은 자연의 변주가 아니라 활꾼의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리듬으로 감각화된다. 겨울의 긴장, 여름의 무력, 가을의 관조, 봄의 회복은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삶이 통과하는 내적 상태에 가깝다. 시인은 계절을 바라보지 않고 계절 속에 서 있다. 이 시집의 중요한 미덕은 전문성의 깊이를 숨기지 않는 태도다. ‘만작’, ‘발시’, ‘잔신’, ‘홍심’, ‘습사무언’, ‘동진동퇴’ 같은 활터의 언어는 주석과 해설을 동반하지만 시의 긴장을 해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낯선 언어들은 삶의 특정 국면을 정확하게 겨냥하는 개념어로 기능한다. 만작은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넘치기 직전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되 멈출 줄 아는 삶의 상태를 상징한다. 발시는 포기가 아니라 결단이며 잔신은 끝난 이후에도 책임을 거두지 않는 윤리다. 특히 이 시집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잔신’의 개념은 주목할 만하다. 화살은 떠났으나 마음은 떠나지 않는 상태, 결과 이후에도 태도를 거두지 않는 자세,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희소해진 덕목을 정확히 겨냥한다. 성공이나 명중보다 이후의 사람됨을 끝까지 붙든다. 이러한 태도는 개인의 수양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윤리로 확장된다. 「집궁례」, 「삭회」, 「동진동퇴」 같은 작품에서 활터는 하나의 사회다. 먼저 들어가고 함께 나서야 하며 혼자만의 성취는 허용되지 않는다. 활터의 규칙은 곧 함께 사는 세계의 최소한의 질서로 읽힌다. 이 시집은 개인의 수행과 공동체의 질서가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몸의 경험을 통해 설득한다. 또한 이 시집은 시간에 대한 감각이 매우 단단하다. 「집궁회갑」, 「납궁」, 「쏜 살」 같은 작품에서는 한 사람의 삶이 화살처럼 날아간다는 진부한 비유를 넘어서 시간이 몸에 새기는 흔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닳아버린 궁대, 무뎌진 촉, 익숙해진 설자리, 시간은 회상이 아니라 마모의 감각으로 나타나며 그 마모를 부정하지 않고 끌어안는 태도에서 이 시집의 성숙이 드러난다.
문체 또한 이 시집의 큰 성취다. 과장되지 않은 언어, 군더더기 없는 직진성, 그러나 결코 건조하지 않은 밀도, 시인은 설명하려 들지 않고 보여주되 끝까지 버틴다. 활을 당기는 동작처럼 문장은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다가 정확한 순간에 풀린다. 이 덕분에 시편들은 짧아도 가볍지 않고 길어도 늘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시집은 삶을 위로하기보다 바로 세우려는 책이다. 아픔을 달래기보다는 자세를 고치고 감정을 풀어놓기보다는 중심을 낮춘다. 그래서 읽는 이를 편안하게 하지 않는다. 대신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설자리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을 겨누고 있는가, 그리고 쏘고 난 뒤의 마음을 책임지고 있는가. 결국 이 시집이 도달하는 곳은 명중의 환희가 아니라 끝까지 서 있는 인간의 형상이다. 활은 과녁을 향하지만 시의 화살은 독자의 삶을 향해 날아온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당신의 삶은 과연 만작에 이르렀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