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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폭력의 정치 프레임 재편을 향한 평등주의 공동체의 윤리 투쟁
1장 프레카리티 정치, 몸의 정치학과 윤리적 의무 2장 비폭력 윤리와 평등주의 상상계 3장 포스트 팬데믹 우울증 4장 살 만한 삶, 그리고 여전히 젠더 나가며 우리 모두의 살 만한 삶과 평등한 애도 가능성을 위하여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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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규범에 대한 해체적 사유를 통해 타자성과 불확실성, 취약성의 윤리를 강조해 온 버틀러는 소수자의 목소리가 지워지거나 억압받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억눌린 존재들에게 억압에 대한 인식과 저항할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 p.6 ‘애도 가능성’과 ‘삶의 가능성’은 살았으되 살 만한 조건에 있지 않거나, 죽었으되 그 죽음이 인정되지 않는 정치적 소수자, 살아있어도 인간의 삶으로 간주되지 않는 성 소수자의 문제와 연결되면서, 인간이되 비인간으로 여겨지는 모든 사회적 약자의 문제로 확대된다. --- p.8 인간은 너 나 할 것 없이 나약하고 유약하기에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취약성과 관계성은 처음부터 모르는 타자에 내맡겨져 타인에게 제 생명을 걸고 의존하는 인간 공동의 윤리적 자원이 될 수 있다. --- p.57 불안정성은 취약성과 관련된 양상이자 “더 구체적으로 정치적인 개념”이며 특정한 삶이 더 안전하지 못하거나 불평등하거나 궁핍해지는 차등적 조건을 지칭한다. 불안정성의 차등적 할당은 사회적으로 노출된 몸의 존재론과 진보적 좌파 정치를 재사유할 출발점이기도 하다. 몸의 인간은 취약하고 불안정해서 차등적 박탈과 폭력에 노출된 정치적 행위주체성agency이 된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로 연대해 그 박탈과 폭력에 대응할 윤리적 반응의 근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취약성과 불안정성은 차등적이고 위계적인 불평등이 구체화되는 특수 사례이지만, 다른 한편 기본적으로 몸의 인간이 갖는 보편 상황이기도 하다. --- p.59 법은 도덕도, 윤리도 아니다. 파업, 단식투쟁, 휴업, 불매운동, 문화적 거부운동 등 기존 법에 저항하면서 폭력 가능성이 있는 공공장소의 집회에서 사람들이 모여 몸의 접촉을 하고도 서로 상해 입히지 않는 방식이 우리가 추구할 비폭력 투쟁의 방식이다. --- p.63 이미 강조했듯 비폭력 저항은 수동적 침묵이 아니라 저항과 변혁의 능동적 힘이다. 도한 비폭력은 인간 보편의 취약성을 집회의 수행성으로 결집하고, 공적인 정치적 광장에서 몸들이 연대하여 구조적, 물리적 폭력에 저항하며 평등을 지향하는 정치적 연대의 적극적 행동이다. 이런 행동은 개인의 자립적이고 자족적인 주체성보다는 관계적이고 상호 의존적인 연대성을 강조한다. 자율성에 반하는 타율성, 자립성에 반하는 관계성은 나를 벗어나ec-static 우리의 연대를 상상하는 기반이 된다. --- p.71 평화적 시위, 거리 집회, 비폭력 저항의 현장에서 폭력, 죽음, 기아, 투옥, 박탈 앞에 위태롭게 노출된 채 집회의 수행성 속에 연대하는 몸들은, 경찰이나 군대의 공권력 앞에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지만 동시에 삶의 불평등을 공론화하고 사회변화를 촉구하며 인간 차단막이나 몸의 방어벽으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모든 인간의 평등한 권리, 즉 살아서는 평등한 삶의 가능성을, 죽었을 때는 평등한 죽음의 애도 가능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 p.72 공적인 사회에서의 애도는 살기 좋은 삶의 평등한 가능성이고 우울증은 살 만한 삶의 가능성에 실패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해석되면서 초점은 개별 우울증보다는 ‘사회적 애도’로 옮겨진다. 우울증 논의에서조차 공적인 표출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정당한 애도를 할 수 없다는 정치적 분노의 사회적 표출은 우울증에 나타나는 조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 p.114 급진적 평등주의에 입각한 평등한 삶의 가능성, 평등한 상실의 애도 가능성은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살 만한 삶에 대한 보편적 감수성으로 향하고, 공적인 애도와 연대하는 조증으로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할 비폭력 정치 투쟁의 가능성이다. --- p.175~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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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주디스 버틀러는 9·11 테러 이후 ‘나’에서 ‘우리’로 시선을 옮기며 젠더에서 정치윤리로 학문의 전환을 이룬다. 『빈손의 역설』은 저자인 조현준 교수가 주디스 버틀러의 정치윤리학을 조명한 글 네 편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 버틀러의 사유에 영향을 준 철학자들을 호명하며 버틀러의 후기 저서에 담긴 의미를 살피고 거기서 벼려낸 통찰로 이론과 현대 사회의 풍경을 잇는다.
폭력적인 사회에 비폭력으로 맞서는 법 연대의 현장에서 찾아낸 취약성의 또 다른 의미 버틀러의 정치윤리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취약성’과 ‘상호 의존성’이다. 부자와 빈자, 다수자와 소수자 할 것 없이 사람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 없이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저자는 인간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한나 아렌트의 ‘다원성’, ‘비선택적 공거’ 개념과 결합하여 보편적 프레카리티에 입각한 정치로 정리한다. 프레카리티, 즉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성을 사람들 간의 ‘비토대적 연결점’으로 삼아 모두가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평등의 윤리적 의무를 지는 보편적 프레카리티 정치는 버틀러의 사상에서 정치와 윤리가 접합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근대 인권선언 이래로 프레카리티는 사람들의 불안을 자극하며 서로를 끌어내리고 약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만드는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 사람들 간의 공감과 존중을 방해하는 혐오와 증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 방법으로 소수자들 간의 상호 연대와 비폭력 저항을 제시한다. 여기에서 비폭력은 단순히 저항하지 않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다. 억압받는 소수자가 상호 의존으로 연대해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는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비폭력이다. 이 지점에서 취약성은 두 번째 의미를 얻게 된다. 집회라는 수행성의 장에서 소수자들의 취약성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불평등을 공론화하고, 몸으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정치적 행위 주체성이자 폭력에 비폭력으로 대항할 힘이 된다. 존재하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과 누구나 살 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는 사람들 사이의 결속을 끊고 기술, 의료, 경제 등 모든 면에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사람들은 개인의 생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평등 사회에 대한 지향으로부터는 단절되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관계를 이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살 만한 삶’의 필수 요소인 사회적 소속감이나 연대감을 잃고 ‘포스트 팬데믹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버틀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애도조차 금지되는 특정한 대상의 상실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우울증이 된다고 보았다. 저자는 버틀러의 우울증 개념에서 사회적, 정치적 자원, 특히 애도의 불균등한 분배에 관한 윤리적 성찰을 이끌어 낸다. 죽음을 애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과 같으므로, 살 만한 삶을 위해서는 ‘평등한 삶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평등한 상실의 애도 가능성’도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그는 우울증의 자기 파괴에 대항해 자아를 지키고 연대를 이어나갈 동력으로 조증과 비판력의 실천력에 주목한다. 조증을 통해 주체를 좀먹는 우울증의 혐오와 분노를 외부로 돌려 ‘약자와 실패자들이 연대할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평등한 삶의 가능성’, ‘상실의 평등한 애도 가능성’을 보장하는 보편적 삶의 감수성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우리의 상상력에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더 나은 대안적 상상계를 상상하는 것은 더 나은 삶과 공동체를 만들 씨앗이 된다.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가 불러온 사회의 보수화와 양극화로 평등한 사회에서 한 발짝 멀어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근원적인 취약성을 기반으로 연대하여 공통된 가치를 탐색하고 협주된 상상에 기반해 대안적 세상, 평등주의 상상계를 추구해 나갈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