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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제1부 우리는 이토록 생생한 봄을 상상했다김수영 책허수경 아픔은 아픔을 몰아내고 기쁨은 기쁨을 몰아내지만문태준 꽃 진 자리에이제니 옥수수 수프를 먹는 아침최영숙 울음이 있는 방정호승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황유원 별들의 속삭임강성은 검은 호주머니 속의 산책신용목 새들의 페루신동엽 산문시 1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조온윤 묵시조말선 당신의 창문황인찬 이것이 나의 최선, 그것이 나의 최악이정록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김언희 4월의 키리에김정환 취발이이영광 직선 위에서 떨다제2부 사랑이 힘이 되지 않던 시절장석남 오막살이 집 한채전욱진 미아리안희연 탁묘김태정 눈물의 배후이병률 당신이라는 제국유병록 염소 계단박소란 벽제화원김기택 껌안현미 아버지는 이발사였고, 어머니는 재봉사이자 미용사였다이장욱 돌이킬 수 없는주하림 작별조연호 저녁 수집벽김경후 입술전동균 단 한번, 영원히천양희 터미널 간다백무산 소를 끌고최정례 코를 골다심재휘 신발 모양 어둠양애경 이모에게 가는 길제3부 발바닥이 다 닳아 새살이 돋도록신경림 목계장터조태일 국토서시(國土序詩)민 영 수유리에서나희덕 귀뚜라미이근화 산갈치김명수 안동포곽재구 사평역에서고형렬 사북(舍北)에 나갔다 오다김사인 코스모스김중일 매일 무너지려는 세상엄원태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이정훈 오버런이성부 전태일군(君)도종환 화인(火印)최지인 마카벨리전(傳)김남주 노래이시영 어느 날 죽음이……이상국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김경미 불참제4부 더 낮고 험한 곳으로김승희 꿈틀거리다박성우 거미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박흥식 시골길 가겟집에박 철 빛에 대하여이동순 잔설 1김해자 광덕 부르스김용택 사랑박형준 백열등이 켜진 빈집신미나 이마김 현 형들의 사랑유이우 풍선들손택수 있는 그대로,라는 말안미옥 밤과 낮안도현 그리운 여우김선우 어라연진은영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작품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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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庚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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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이 500번째 시집을 낸 것은 한국시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땅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삶을 갈망해온 존재들의 힘을 증명한다.”(송종원, 「여는 글」)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에는 창비시선 50년의 역사가 녹아 있다. 창비시선의 시작을 알린 『농무』(신경림)의 수록작 「그 여름」에서 따온 제목부터 그러한데, 이는 유미주의에 매몰되거나 개인에 침잠하기보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꿈꿔온 창비시선의 정신을 표방했다. 창비시선은 현실과 맞닿은 주제와 생생한 시어로 한국시단과 독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보통 사람’의 현실을 그려낸 시집들로 열렬한 인기를 이끌어냈다. 시대와 공명하며 함께 맞서 싸우는 동시에 나날이 미학적 갱신을 이루어냄으로써 ‘민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추구해온 것이 창비시선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암담하고 비관이 가득한 시기마다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독자와 함께 호흡해온 것은 창비시선의 자랑이자 긍지다. 이러한 독자들의 호응 덕분에 창비시선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1970년대 1년 다섯권 남짓 출간되던 창비시선은 2010년대 평균 열네권 출간을 넘어섰다. 시집의 시장 주목도가 떨어진 2010년대 이후에도 『울고 들어온 너에게』 『온』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사랑을 위한 되풀이』 『슬픔이 택배로 왔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등 독자의 호응을 얻는 시집을 꾸준히 펴냄으로써 창비시선의 사회적·문학적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물론 양적인 성장이 전부가 아니다. 창비시선이 지향하는 가치 또한 나날이 다채로워지며 그 몸피를 불려나가는 중이다. 노동·지역·통일 문제를 넘어 이제는 더욱 폭넓게 차별에 반대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 연대하는 감각을 벼려내고 있다. 서정 또한 한층 웅숭깊어졌으며, 다양한 개성과 색다른 감동을 선보이고 있다.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이처럼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창비시선의 시를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가려 뽑은 시선집이다. ‘사람의 시’를 모은다면 이보다 뛰어난 시선집이 있을 수 있을까. 시가 소외되고, 아름다움이 소외되고, 가치가 소외되고, 사람이 소외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한권은 바로 이 시집이라 하겠다.여는 글에서창비시선이 출간된 지 49년이 지났고, 그사이 500권에 이르는 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숫자의 규모가 어떤 인상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오랜 시간의 의미가 온전히 파악되기를 기대하기란 당연히 어렵다. 한권의 시집이 담아낸 고유의 시간은 시인 한 사람의 시간을 초과한다. 시의 언어에는 시인 육체의 생물학적 시간을 넘어선 무언가가 들어 있는데, 창비에서 발간된 시집이라면 그것을 이 땅의 역사라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때 역사는 연대기적 시간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현실의 깊이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변화의 동력 또한 만들어내는 저류의 흐름이 실은 저 역사라는 말에 가까울 것이다. 창비시선이 500권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살아 있는 역사를 접한 생생한 기록이 500권의 시 언어를 통해 우리 앞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아주 풍부한 기억의 공유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 풍부한 공유지를 바탕으로 이 땅에서 삶을 가꾼 다양한 존재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으며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볼 가능성이 지금 우리 앞에 놓였다. 저 기쁨을 나눌 방법을 고민하다 창비시선 500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의 저자, 즉 창비시선 401부터 499까지를 펴낸 시인들의 힘을 빌렸다. 이들은 창비의 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왔으며, 또 이들 각각의 안목을 빌려 빛나는 보물 하나씩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창비시선 전 시집에 수록된 시 가운데 가장 좋아하거나 즐겨 읽는 시편들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총 77명의 시인이 애송시를 보내주셨고 이 가운데 중복되는 작품과 시인을 추려내는 등 최소한의 선별 과정만을 거쳐 한권의 시선집을 묶었다. 73편의 시를 4부로 구성하고 순서를 배치하는 데는 박준 시인의 도움이 있었으며, 시선집의 제목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은 신경림 시인의 『농무』(창비시선 1)의 수록작 「그 여름」의 시구에서 따왔다. (…)창비시선이 500번째 시집을 낸 것은 한국시의 저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땅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삶을 갈망해온 존재들의 힘을 증명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이 삶과 삶을 잇는 튼튼한 다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믿어온 시인과 독자들이 그 여정에 큰 버팀목이 되었을 것이다. 이 힘들이 있기에 앞으로 창비시선과 한국시가 걸어갈 발걸음도 거뜬하리라 믿는다.- 송종원 『창작과비평』 편집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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