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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가의 유쾌한 양조 이야기
별 다섯 개 찬사받은 K술, 2026년 1월 출시한 '코리안 민트'를 세상에 내놓은 홍은택 저자의 유쾌한 술 만들기. 18개월, 100여 종의 술을 빚으며 겪은 시행착오와 단상을 이 책에 담았다. 쌀과 녹두에서 오는 꽃과 과일의 향미가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향긋한 책.
2026.03.10.
손민규 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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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
1 쌀을 100번 씻으라 양조의 용어들 2 막걸리에서 열대 과일 향이 난다고 3 떡볶이 방법론으로 무장한 과하주 4 부엌에서 잠자던 과일청을 꺼내다 5 누가 이 엉망진창 파이글린을 마실 것인가 이재천 대표의 미드 레시피 6 한여름 밤의 찹쌀 스파클링 막걸리 찹쌀 스파클링 막걸리 레시피 7 의도치 않은 슈퍼 복분자주의 탄생 8 예로부터 노화를 막는 술이 있었다 9 흰머리 노인이 아이로 돌아간다는 술 10 시간이 흘러야 좋은 게 있다 11 효모 독에 적응한 유일한 동물 12 비밀 병기 뇌명실을 꺼내다 13 태어나 처음으로 내 작업실이 생겼다 14 서른두 가지 부재료와 여덟 가지 누룩과 세 가지 물 내가 써 본 부재료들 내가 써 본 누룩들 15 멀리서 온 바닐라빈을 넣었으나 16 열여섯 가지 방법으로 홉을 투척하다 17 방아잎에서 길을 찾다 방아잎 과하주 레시피 18 역시 소나무인가 19 아련히 사라진 꾸지뽕 과하주 20 특별상에 빛나는 코리안 민트의 탄생 21 물은 아리수 22 다시 쌀을 찾아서 에필로그 우리 술의 비상을 꿈꾸며 감사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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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의 관계를 바꾸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쫓기듯 살기도 하고 여유를 누리기도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진다.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면 앞서갈 수 있지만 하루아침에 미끄러져 떨어질 수도 있다. 위태위태하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파도로 옮겨 탔고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 시대까지 어찌어찌해서 물결을 잘타고 넘어오긴 했는데 아뿔싸, 이제 블랙홀 같은 AI 시대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변화의 물결만 좇다가 평생을 좇고만 사는 건 아닐까.
--- 「프롤로그」 중에서 양조는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다. 관념에 사로잡혀 살아 온 사람들이 품는 동경, 목공이나 그림과 비슷하다. 내 손재주로 목공이나 미술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양조는 손보다 근육을 쓰는 것에 가깝다. 그 결과물은 시각과 촉각뿐 아니라 후각, 미각을 자극하고 소비하면(마시면) 몸에 즉각적인 효과(취기)를 미친다. 심지어 기분까지 좋아지니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공감각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 p.5 인간은 그런 메시지에 개의치 않고 식물이나 효모가 내뿜는 신경독을 버젓이 먹거나 마시거나 피우고 일부는 결국 중독돼 식물의 저주에 걸리고 마는 괴상한 동물이다. 그 신경독들은 인류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그중에서 알코올이 독보적이다. 슬링거랜드는 문화cultural, 공동체communal, 창의creative라는 세 분야, 3C로 그 영향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제사상에 제삿술을 올리고cultural 전쟁에 나갈 때 같이 건배하면서 용기와 단합을 도모하는가 하면communal 술을 마시고 떠오르는 영감으로 시나 소설을 쓴다creative. --- p.113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작업실이 생겼다. 거의 평생 직장 생활을 했지만 늘 프리랜서가 되고 싶었다. 직장 생활은 소중하다. 혼자 풀 수 없는 문제를 여럿이서 같이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원래 농민보다는 유목민에 가까운 성향이다.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늘 한편에 있었다. --- p.140 제국주의가 침탈한 게 사람만은 아니었다. 식물 역시 무력하게 낯선 땅으로 강제 이주되곤 했다. 영국은 1800년대에 무역 역조를 유발하는 중국 차를 값싸게 재배하기 위해 식민지였던 실론현 스리랑카, 인도의 아삼과 캘커타현 콜카타에 중국산 차나무를 옮겨 심었다. 영국으로 가져가는 동안 변색을 막기 위해 찻잎을 쪘는데 많이 알려져 있듯 이것이 홍차의 기원이다. 커피도 유럽 것이 아니었다. --- p.158 방아는 꿀풀과의 다년생 식물로 한국, 대만, 러시아, 베트남,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약재로 쓰고 한국에서는 주로 음식에 사용한다고 한다. 한자 이름은 배초향이다. 향으로 다른 풀들을 다 압도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排, 밀칠 배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영어 이름이 코리안 민트Korean mint인 걸 알고는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식에 페어링할 수 있는 술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는데, 방아잎으로 빚은 술이 잘 나온다면 술 이름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코리안 민트다. 세계 곳곳에서 “코리안 민트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환청이 울린다. --- p.175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술의 향미는 미각과 후각의 조합이다. 처음 과하주를 담글 때는 어떤 특별한 향을 낼 것인지를 생각했다. 바닐라빈을 쓰면 바닐라 향이 풍부한 과하주가 탄생할 것이다. 루콜라나 바질을 넣으면 어떨까? 애플민트나 카더몬은 어떤 향을 낼까? 계피나 팔각, 고수씨는? 국화나 매화 같은 꽃 향을 넣어 볼까? 독특한 향을 내는 부재료들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그러다 기본적인 미각 밸런스가 받쳐 주지 않으면 어떤 향을 내도 좋은 술이 안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88 보다 놀라운 건 녹미 과하주였다. 그동안 과하주의 단맛을 상쇄하기 위해 홉, 솔잎 같은 다양한 부재료를 썼었는데 여기서 한발 나아간, 새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상큼함이다. 발효 기간이 닷새밖에 되지 않는데도 풀을 방금 벤 것 같은 코를 찌르는 향은 억제됐고, 물을 더 붓고 숙성하자 싱그럽고 상큼한 술이 나왔다. 스피어민트처럼 발산하는 향도 여리게 느껴진다. --- p.203 양조를 우리말로 ‘술을 빚는다’고 한다. 한영석 발효 연구소 소장은 그냥 ‘담근다’고 하지 않고 ‘빚는다’고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만드는 도중에 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자기를 빚는 것처럼. 실제로 과하주 100여 종을 빚으면서 깨진(?) 술들이 숱하게 나왔다. 내 술을 가장 많이 들이켠 존재는 싱크대다. 가슴이 허전해질 정도로, 실패한 술을 싱크대에 부었었다. 그러니 술은 공산품이라기보다는 작품에 가깝다. 아무리 정교하게 입력해도, 아주 미묘한 차이로도 출력이 달라진다. 하지만 한편으론 최상의 품질을 일정하게 뽑아내고자 분투하는 일, 그것이 술 빚기 아닐까. --- 「에필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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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가지 부재료, 8가지 누룩으로 100여 종의 술을 빚으며
양조 지식부터 술과 관련된 세계사, 식물학, 문화의 인문학을 펼쳐내다 기자, 번역가, 작가, 편집국장 등 평생 콘텐츠를 다뤄온 저자는 양조를 하면서도 수십 권의 책을 탐독하며 양조의 세계에 넓고 깊게 빠져들었다. 전통주 교재와 주조학은 물론 아로마, 홉, 맥주, 사케 관련 서적과 과학서, 하루키와 권여선의 소설까지 섭렵했다. 책 곳곳에는 저자가 양조를 주제로 탐험했던 인문학의 세계와 곶감처럼 쏙쏙 빼서 정리한 지식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침미, 탕수, 고두밥, 덧술 등 양조 관련 용어뿐 아니라 여우취, 맥주 순수령, 전설의 약주 샤르트뢰즈 등 양조에 얽힌 이야기가 잘 익은 술처럼 넘어간다. 밸런스가 중요해, 조바심을 내도 소용없어 7평 북향방에서의 수양하듯 술을 빚으며 얻은 인생의 맛 술은 ‘담근다’고 하지 않고 ‘빚는다’고 표현하는데, 도중에 ‘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00여 종의 술을 빚으며 가장 많이 그의 술을 마신 것은 ‘싱크대’였다. 아무리 정교하게 살계해도, 미묘한 차이로도 출력이 달라지고, 조바심을 내며 종종대도 시간을 단축할 수 없으며, 어떤 좋은 향이 나도 밸런스가 받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무용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양조의 시간 끝에, 그는 맛있는 술을 내놓았고, 그 기록은 방아잎처럼 강렬한 인생의 맛을 전한다. 술을 빚는 여정, 발효의 시간을 편집 디자인으로 구현한 책 애주가인 편집 디자이너는 쌀을 씻는 것으로 시작해 ‘코리안 민트’라는 술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책의 물성에 담아냈다. 장의 제목은 동그란 술잔 모양으로 했고, 뒤로 갈수록 술이 익어가듯 시작 페이지의 색이 진해지고, 제목의 위치도 아래로 내려간다. 쪽 번호에는 술잔이 오가는 그림을 넣어,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 움직임이 살아나는 플립북 형태로 디자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