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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이면 그림 속으로 숨는다
허나영
비에이블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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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따듯한 커피 한 잔의 속도

1장 안개 낀 아침: 불안으로 마음이 일렁인다면
흐릿한 현실 너머 #르네 마그리트|길게 늘어진 그림자 #에드워드 호퍼

2장 바람 부는 날: 스며드는 우울의 결
온몸을 채우는 슬픔 #파블로 피카소|마흔의 강을 건너다 #이중섭

3장 구름 낀 날: 빛 아래 생긴 그늘
자기만의 길을 가다 #빈센트 반 고흐|부서진 역할들 사이에서 #베르트 모리조

4장 비 오는 날: 몸도 마음도 다 젖어버린 채
끝까지 남는 것 #렘브란트 판레인|속도가 아니라 방향 #에두아르 마네

5장 서리 내리는 날: 사랑이 상처로 남을 때
애정과 증오는 양날의 칼 #에드바르트 뭉크|몸보다 아픈 마음 #프리다 칼로

6장 폭풍 치는 날: 더는 버틸 수 없는 순간
단죄하는 두 손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그만하면 됐어 #구본주

7장 눈 날리는 날: 상처가 눈에 덮이고
고통을 덮지 않고 바라보기 #마르크 샤갈|오상아, 나를 버리는 연습 #파울라 모더존-베커

8장 별이 빛나는 밤: 결국 비는 그치고 바람은 멎고
그저 함께 별을 본다 #김환기|나다운 삶을 연습하기 #앙리 루소

9장 그리고, 해가 뜬다: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
빛으로 새긴 나에 대한 믿음 #클로드 모네|복을 그리는 마음 #길상화

에필로그: 마음의 쉼터, 미술관

저자 소개 1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충남대학교와 추계예술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학술연구교수이자 시각장연구소 대표로 일하면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부산문화회관, 서울 정독도서관,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과 KBS ‘TV 미술관’ 등에서 강연했다. 예술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삶을 통해 예술을 다시 바라보는 저자가 지은 책으로는 《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모네》, 《이야기로 엮은 서양 미술사》,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그림이 된 여인》, 《키워드로 보는 현대미술》, 《화가 vs 화가》 등이 있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현재 충남대학교와 추계예술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학술연구교수이자 시각장연구소 대표로 일하면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부산문화회관, 서울 정독도서관,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과 KBS ‘TV 미술관’ 등에서 강연했다.

예술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삶을 통해 예술을 다시 바라보는 저자가 지은 책으로는 《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 《모네》, 《이야기로 엮은 서양 미술사》,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 《그림이 된 여인》, 《키워드로 보는 현대미술》, 《화가 vs 화가》 등이 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미술과 삶을 매개로 인간의 감정, 기억, 상처와 회복을 탐구해나간다. 예술 작품을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마음과 태도가 응축된 기록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평가와 성취 대신 멈춤과 수용, 미세한 기쁨의 가치를 되짚은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조용하지만 단단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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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38*205*20mm
ISBN13
9791124070512

책 속으로

호퍼의 그림은 고전적인 회화 구성과 다르다.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무심히 거리를 찍을 때의 구도에 더 가깝다. 그림 속 풍경이나 사람이 관객과 교감을 하지 않는다. 쳐다보지 않을 뿐더러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고, 그저 그들만의 시간 속에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마치 도시에서는 서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처럼.
---p.36 「1장 [길게 늘어진 그림자]」 중에서

피카소는 친구가 사망한 1901년부터 1904년까지 주로 파란 색조의 그림을 그렸기에, 이를 ‘청색 시기Periodo Azul’라 부른다. 몇 년 후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입체주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청색 시기는 비교적 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인간의 우울함과 슬픔이 그대로 담겨 있어 그 어떤 시기의 작품보다 심리적인 울림이 강렬하다.
---p.47 「2장 [온몸을 채우는 슬픔]」 중에서

마흔이란 나이는 뭔가를 이루기에 놀라울 만큼 이른 나이도 아니고 요절이라는 단어를 붙일 나이도 아니다. 그러니 ‘어차피 이제 요절은 못할 바에야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묘한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p.52 「2장 [마흔의 강을 건너다]」 중에서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한 한계와 열등감은 꿈과 열정이 있던 베르트 모리조에게 벗어나기 어려운 굴레였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끝까지 그림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결국 자신을 이해해주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화가인 형을 두고 있었기에 화가의 삶과 예술을 이해해주었고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이라 부모님의 걱정도 덜 수 있었다. 이렇듯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편은 바로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동생인 외젠 마네Eugene Manet, 1833~1892였다.
---p.84 「3장 [부서진 역할들 사이에서]」 중에서

어찌 보면 엄청난 성공 뒤에 지옥으로 추락한 실패자의 모습이지만, 그림자 속에 얼굴을 가린 청년기와는 달리 빛 속에서 슬며시 웃는 미소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 정체성은 부자도 상류층도 아니고, 오로지 화가라는 것이다.
---p.100 「4장 [끝까지 남는 것]」 중에서

어쩌면 인생의 물결이 우연히 나를 여기로 데려온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내가 스스로 이 방향으로 노를 저어왔는지도 모른다. 주류 미술계의 인정을 갈망하면서도 끝내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네처럼 말이다.
---p.115 「4장 [속도가 아니라 방향]」 중에서

적어도 칼로에게 고통은 예술의 원천이었다. 그는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림으로 풀어내고 자신의 소망을 표현했다. 그녀의 그림을 묵묵히 바라보면서 나 역시 글을 통해 마음에 묵은 감정을 해소하기로 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쓰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묘한 위로를 받는다.
---p.143 「5장 [몸보다 아픈 마음]」 중에서

아르테미시아의 그림 속 여성은 다르다. 그는 대의를 위해서 용기를 낸 유디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죄인을 단죄하는 주체로 서 있다. 그래서 일부 이론가들은 이 작품 속 홀로페르네스를 타시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죽일 수 없었던 가해자를 그림 속에서라도 단죄하면서 자신의 울분을 표출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p.152 「6장 [단죄하는 두 손]」 중에서

모든 트라우마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흐려지거나 무뎌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샤갈의 그림 속 태양처럼 언젠가 나의 삶에도 밝은 빛이 비추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렇게 작은 새싹 하나, 불씨 하나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아픈 기억들 또한 지나간 이야기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어쩌면 따듯한 아궁이의 불이 오래도록 필요할지도 모른다.
---p.181 「7장 [고통을 덮지 않고 바라보기]」 중에서

루소는 다소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화풍을 구축했다. 그는 특정 유파에 속하지 않고 동료들과 단체를 결성하지도 않았다. 마지막 직업이 세관원이라 ‘두아니에Le Douanier, 세관원’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평일에는 본업을 하느라 주말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탓에 ‘일요화가’로 지칭되기도 했다. 루소는 40세에 미술관에서 작품을 모사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받았고, 49세에 은퇴를 하고서야 비로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세관원으로 일을 하면서도 계속 그림을 그린 것을 보면, 루소에게 그림은 생계와 별개로 인생의 기쁨이었을 것이다.
---p.209 「8장 [나다운 삶을 연습하기]」 중에서

조선 왕실에서 사용하던 [십장생도 병풍〉에도 이러한 상징들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있다. 여기에 더해서 바위 위에 대나무와 복숭아까지 그렸다. 대나무 역시 소나무처럼 변하지 않는 나무로 장수를 상징하며, 복숭아는 신화 속 서왕모가 키우는 천도복숭아를 의미한다. 이렇듯 병풍 전체에 왕실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pp.238~239 「9장 [복을 그리는 마음]」 중에서

출판사 리뷰

친구의 죽음, 사회의 멸시와 짓밟힌 영광…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예술가와 작품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마음을 묻는다. 괜찮은지, 이 정도면 잘 버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미 한참 흔들리고 있는 건지. 하지만 정작 이 모호한 감정을 설명할 말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의 감정 상태를 ‘감정’ 대신 ‘날씨’로 치환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은 안개 낀 아침으로, 스며드는 우울은 바람 부는 날로, 깊은 슬픔과 상실은 비와 폭풍으로, 그리고 긴 시간을 지나 다시 찾아오는 회복은 눈 내린 뒤의 고요와 별이 빛나는 밤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이러한 마음의 날씨와 맞닿은 예술가들을 호출하여 그들이 작품을 남긴 시기의 감정을 자신의 경험과 포개어 공감의 결로 풀어나간다.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적인 화면은 불안과 무의식이 교차하던 시기의 내면 풍경으로 읽히고, 에드워드 호퍼의 고요한 도시 풍경은 고독과 단절의 감정을 품은 채 멈춰 있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파블로 피카소의 청색 시기 작품들은 친구의 죽음 이후 깊은 슬픔을 담은 애도로 소개되며, 이중섭의 그림들은 전쟁과 생계의 압박 속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던 마음과 겹쳐진다. 그밖에 프리다 칼로, 베르트 모리조, 클로드 모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도 각자의 삶에서 상처와 흔들림을 겪던 시기의 작품을 통해 등장한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누구나 불안하고 흔들리는 날씨를 통과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은 숨겨야 할 약점이 아니라 결국 품어야 할 삶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평가와 성취의 언어 대신, 멈춤과 수용의 태도를 제안하며,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비춘다. 마음이 소란한 날, 이 책이 그림이라는 창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한 뼘의 여유를 건네줄 것이다.

그림을 본다는 것, 한 사람의 생을 함께 건너는 일
흔들리던 시간 속에서 탄생한 작품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미술 에세이

이 책에서 저자의 경험은 개인적 고백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통과한 불안과 흔들림의 시간을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새롭게 읽어내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는 감정을 직접 설명하거나 해석하는 대신, 예술가들이 어떤 시기를 지나며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에 주목한다. 예컨대 사고 후유증에 더불어 남편의 반복된 배신으로 깊은 정서적 고통을 겪어야 했던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따라가며, 사랑과 상처가 뒤섞인 내면의 시간을 읽어낸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끊임없는 사회적 편견과 맞서야 했던 베르트 모리조의 삶을 통해, 예술가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긴장과 의지를 살핀다. 그리고 극단적인 폭력의 기억을 화폭에 옮긴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을 통해 고통이 어떻게 서사의 힘으로 전환되는지를 짚어낸다. 저자는 작품을 결과물이 아닌 ‘그려질 수밖에 없었던 시간의 기록’으로 바라보면서, 이를 통해 예술가의 내면과 작업은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특히 이 책은 미술사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어온 성공담이나 화풍의 변화보다 예술가의 세계를 이루는 보다 근본적인 삶의 이야기에 시선을 둔다. 널리 알려진 걸작의 탄생 배경은 물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시기와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예술가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상실, 부서진 관계, 시대가 남긴 폭력, 생계 압박, 신체적 고통 같은 개인적 사건들이 거장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고, 그것이 작품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따라간다.

이러한 접근은 여느 미술 에세이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다. 특정 작품의 색채나 형식적 특징을 설명하는 데 머물기보다, 작품이 그려지고 만들어지던 시간의 마음까지 함께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술을 단순히 치유나 위로의 언어로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예술가들이 실제로 견뎌야 했던 삶의 시간과 감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한 사람의 삶을 함께 건너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과 감정 또한 겹쳐 보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예술을 ‘보는 대상’이 아니라, 잠시 곁에 두고 머무는 시간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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