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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언론 자랑 (큰글자도서)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 이야기
윤유경
사계절 202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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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지역 신문,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가 실리는 곳

진안신문 - 80대 어르신도, 발달장애 청소년도 기자가 될 수 있다
경남신문 - 심부름 값은 이야기로 받아요
부산일보 - 산복빨래방, 빨래보다 높이 쌓인 이야기들
태안신문 - 끝까지 추적해 보도하는 지역 문제의 전문가들
[특집] 〈진안신문〉과 함께한 5박 6일 자전거 여행

2부 가까이 더 가까이, 지역 신문의 생존법

옥천신문 - 풀뿌리 지역 언론의 인큐베이터
주간함양 - 함양에서 인턴 기자로 한 달 살기
뉴스민 - 주민이 지키는 독립 언론
당진시대 - 유료 구독자 수 전국 3위의 비결
경인 지역 신문 - 수도권 언론의 생존 대작전
[특집] 풀뿌리 지역 언론의 대명사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

3부 세상에 이런 신문이!

어쩌다 특종! - 괴산 송면초등학교 어린이 신문
중도일보 - 지역 문화 발굴을 위해 수중 다이빙까지?
거제신문 - 지역사의 초고를 쓰다
원주투데이 - 신문사 일의 30퍼센트는 공익사업에 할애한다
달그리안 - 섬 속의 섬에도 신문이 온다
[특집] 지역 신문 창간하는 방법

저자 소개1

2021년부터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대 첫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서울 중심의 언론 지형 속에서 건강한 지역 저널리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 언론인들을 알게 되었다. 2022년 7월부터 전국 곳곳의 지역 언론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 기획 ‘전국 언론 자랑’을 시작해 약 2년간 보도했다. 지역 언론을 취재하면서 언론이 공론장으로 기능하려면 언론사의 문턱이 낮아야 하고, ‘사건·사고’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독자가 지면의 주인공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널리즘의 원형을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미
2021년부터 미디어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대 첫 기자 생활을 시작하며 서울 중심의 언론 지형 속에서 건강한 지역 저널리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역 언론인들을 알게 되었다. 2022년 7월부터 전국 곳곳의 지역 언론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는 기획 ‘전국 언론 자랑’을 시작해 약 2년간 보도했다. 지역 언론을 취재하면서 언론이 공론장으로 기능하려면 언론사의 문턱이 낮아야 하고, ‘사건·사고’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독자가 지면의 주인공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널리즘의 원형을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미디어오늘〉의 역할임을 되새긴다. 다양한 언론계 이슈를 취재하면서도 지역 언론 취재를 기자 생활의 가장 큰 동력이자 ‘낙’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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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75*265*30mm
ISBN13
9791169814553

책 속으로

지역의 변화를 이끈 〈진안신문〉의 할머니 기자들
류 국장은 지역에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말로부터도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글을 모르는 할머니나 어린이들은 공론장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할머니, 청소년, 결혼 이주 여성 등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평생 글을 익힐 기회가 없었던 노년 여성들이 한글을 배우고, 〈진안신문〉은 이들이 쓴 글을 그대로 신문에 싣는다. 글을 몰라 신문을 읽을 수조차 없었던 노인들이 지역 신문의 기자가 된 것이다. (…) 동향면에는 오전 9시 반과 오후 4시 반 두 번밖에 버스가 오지 않았는데, 할머니들이 오후 2시 버스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기사를 썼더니 버스가 생겼다. 이들의 기사 덕분에 동향면 전체 주민이 반나절을 아끼게 된 것이다. 변화가 생기면서 할머니들은 글의 힘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역에서도 이들의 목소리를 더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 p.25~31

단 20가구가 사는 입사마을에서 목격한 지역 위기의 현실
“〈경남신문〉 심부름센터가 오지 마을을 찾아갑니다.”
경남 지역의 일간지 〈경남신문〉은 지역 주민의 심부름을 해주고 그 삯으로 주민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기획을 내걸었다. (…) 입사마을로 가는 길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간간이 차만 몇 대 지나갈 뿐이었다. 수도권에만 살았던 나에게 이런 풍경은 생경했다. 양옆으로 쭉 이어진 논밭을 지나자 폐가가 즐비했다. 그곳에 살던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고, 자녀들은 서울로 가면서 미처 처분하지 못한 집들이다. 입사마을에는 그나마 버스가 하루 두 번 다니지만, 면 전체를 통틀어 편의점은 한 곳도 없다. 과거 50가구가 넘게 살았던 마을을 지금은 절반도 남지 않은 20가구가 지키고 있다. 이마 저도 절반가량은 도시와 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의 집이다. 도 기자는 입사마을로 가다 보면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식당도 슈퍼마켓도 없어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실감이 된다고 했다.
--- p.53~56

〈부산일보〉의 새로운 시도, 산복빨래방
산복빨래방의 이용료는 무료다. 고객들은 돈이 아닌 이야기로 세탁비를 지불한다. 한 명의 손님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며 빨래가 마르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자와 PD들은 2022년 5월부터 매주 호천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24편의 기사로 공개했다. 어르신들과 함께한 야외 에어로빅, 봄소풍과 고둥 캐기, 영화 관람기부터 50년 전 부산 삼화고무 공장에서 일한 어르신에게 들은 당시 여공들 이야기, 가족이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산길 수 킬로미터를 오르내렸던 시절의 고생담까지 모두 기사에 담았다. (…) 여전히 지역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지역민들의 삶을 듣고 기록하는 것, 그들의 삶을 지역의 역사로서 보존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단독이나 속보 경쟁, 조회 수 올리기에서 벗어나 지역 언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 p.81~87

언론이 사라진 자리에 오로지 〈태안신문〉만 남아
언론은 사건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모여들였다가 사라진다. 삼성중공업 태안 바다 기름 유출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의 정치인과 봉사 단체, 시민들이 와서 기름을 닦는 모습이 수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기름이 얼추 닦이고 나서부터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기금을 내놓은 후로는 마치 기름 유출 사고가 마무리되기라도 한 듯이 언론은 일제히 보도를 멈췄다. 그 뒤로 이어진 지역 주민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 공동체의 붕괴, 가해 기업의 무책임한 대응, 허베이조합의 만행을 계속해 취재하는 건 오로지 〈태안신문〉뿐이었다. 언론이 다 빠진 자리에 그곳의 지역 언론만이 혼자 남아 ‘현재 진행형’인 사건을 파헤쳐나갔다.
--- p.110

〈옥천신문〉의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2023년부터는 〈옥천신문〉과 옥천FM이 함께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주의 〈옥천신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옥천고, 충북산업과학고 방송부 학생들이 매주 〈옥천신문〉을 읽고 ‘이주의 〈옥천신문〉’을 선정하고, 한 달에 한 번 옥천FM에 모여서 선정 기사를 토대로 라디오 방송을 한다. (…) 이현경 기자는 “(지역 청소년들은) 농촌에서 태어나 서울을 바라보며 큽니다. 나고 자란 곳에 대한 열등감을 내면화하며 자라는 것이죠. 청소년들은 비판적인 기사라도 그걸 계기로 지역에 대해 알게 되면 애정이 생긴다고 말합니다”라고 했다. 이해수 옥천FM 편성국장도 “청소년들이 원래는 옥천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활동을 하며 옥천에서 살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라는 말을 전했다.
--- p.157~159

독자 1000명을 한자리에 모은 〈뉴스민〉의 힘
후원의 밤 현장에서 나는 ‘독자’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하루에 수많은 기사를 생산해내는 기자들은 정신없이 기사를 써서 포털에 던진다. 내 기사를 읽는 독자가 누구일 거라는 상상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내가 취재하는 당사자, 즉 취재원에 대해서만 잠시 고려할 뿐이다. 역시 포털의 구조에 속해 있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뉴스민〉 후원 호프에서 직접 본 독자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날 후원 호프를 찾아온 독자는 1000명이 넘었다. (…) 경영 자체가 독자 기반, 후원과 구독료 기반으로 이뤄지는 지역 언론을 취재하면서야 비로소 독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독자는 기사에 댓글을 다는 한 명의 ‘누리꾼’, 혹은 조회 수를 올려주는 ‘이용자’가 아닌 매일같이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생동감 있는 존재였다.
--- p.193~194

뿔뿔이 흩어진 행담도 원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한 〈당진시대〉
결국 서해대교는 행담도를 관통하며 건설되었다. 주민들은 ‘과격한 섬사람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행담도를 떠나야 했다. 중앙 언론이 ‘전국 유일의 섬 휴게소’라며 행담도를 홍보하고 서해대교를 띄우는 사이 행담도의 주인인 주민들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잊혔다. 이에 〈당진시대〉의 기자와 PD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행담도 원주민을 찾기 위해 2년간 여러 경로로 수소문을 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도 원주민들은 행담도를 떠나온 과정에서 생긴 경계심을 쉽사리 풀지 못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찾아가 수차례 설득하여 원주민 10명의 구술을 받았다. 여기에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사진 자료까지 더해 마침내 잊힌 행담도의 역사를 복원했다. (…) 처음에는 주민 대부분이 행담도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하지 않았고 행담도와 당진시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렇게 함께 모여 영상을 보며 그간의 생채기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었다. 지역 언론이 치유와 화해의 기회를 만든 좋은 사례라 하겠다.
--- p.221~222

“교직원분들은 참여 불가능합니다” 어린이가 주인인 신문 〈어쩌다 특종!〉
〈어쩌다 특종!〉은 송면초등학교 전교생 51명 가운데 5학년 학생 한 명과 6학년 학생 세 명이 함께 만드는 어린이 신문이다. 이들은 자람터의 신문반 동아리 학생들로 어린이들이 점점 글쓰기를 어려워해 초등학교에 신문반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어린이의 목소리를 기록하고자 신문 만들기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발행되는 어린이 신문은 ‘어른들이 원하는 어린이 이야기’로 채워지거나 학교 홍보용인 경우가 많지만, 〈어쩌다 특종!〉은 어린이가 직접 어린이의 이야기로 지면을 채우며 신문의 주인이 된다. 섭외할 때 내 이목을 잡아끌었던 〈어쩌다 특종!〉이라는 톡톡 튀는 이름도 어린이들이 직접 지었다. 1호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름이 〈송면초 신문〉이었는데, 1호에 바로 “교직원분들은 참여 불가능합니다”라는 엄중한 공지와 함께 신문 이름 공모를 실어 지금의 이름을 정했다.
--- p.258~259

국악 단체 청풍승평계의 흔적을 찾아 수중 다이빙을 시도한 기자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고, 긴 호흡으로 기사를 풀어냈다. 시멘트의 도시라는 딱딱한 이미지가 강한 제천에서 1893년 한국 최고最古의 국악 단체가 창단되었다는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충청도 국악계 명인의 후손을 단독 인터뷰하는 등 국악계나 역사학계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인물을 인터뷰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해냈다. 이후 계속된 보도로 제천에서는 처음으로 ‘제천 청풍승평계 학술 세미나’도 열렸다. 100편을 채우겠다는 욕심보다는 한 편 한 편 정성을 들여 기록으로 남기자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갔다. “물 안에 들어가면 악기라도 좀 있지 않을까, 흔적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꼭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2022년 5~6월에 옆에서 수중 다이버들의 도움을 받아 청풍호에 들어가려고 시도를 했었지요. 보트를 띄워서 내가 수중 장비를 입은 채로 물속에 들어가려고 날짜도 잡고 준비를 다 했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들어갔어요. 부유물 때문에 시야 확보가 안 되더라고요.”
--- p.284~289

1500명이 사는 섬마을 우도의 자부심, 마을 신문 〈달그리안〉
마을에 신문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김혜숙 씨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우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에게 마을 신문 〈달그리안〉은 처음으로 접한 ‘우리 동네’ 신문이다. 우리 동네 이야기를 기록하는 언론이 있다는 사실은 주민들에게 그 자체로 큰 자부심이 되고 있다. 나의 목소리가 신문에 기록되고, 그 기록은 사라지지 않고 역사에 남는다. 고성종 씨도 “신문이 있는 마을이 몇이나 되겠어요. 나는 타 지역에 가서 우리 마을에 〈달그리안〉이라는 신문이 있다는 걸 제일 먼저 자랑합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밖에 없는 우도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타지로 가야 한다. 출향한 이들에게 〈달그리안〉은 우도 소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주민 윤찬국 씨는 “우리같이 밖에 나간 사람은 고향에 대해 들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신문이 도착하면 ‘오늘은 무슨 소식이 들었을까’ 설레는 가슴으로 봅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달그리안〉 부스에 놓인 신문과 사진들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 p.341~342

출판사 리뷰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 우리 마을 역사의 충실한 기록자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지키는 문턱 낮은 공론장
풀뿌리 지역 주간지부터 섬마을 신문까지, 전국 방방곡곡 지역 언론 이야기


2025년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 회견에는 처음으로 풀뿌리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초청받아 화상으로 참여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소위 중앙 언론사 이외에 이들을 별도로 초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 지역의 구체적인 현안, 지역민들이 바라는 바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의 언론사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음을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의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부처나 검찰, 정당, 기업 등으로 출입처를 나누어 취재하는 중앙 언론사들은 서울의 아파트값이나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 대치동 학원가의 새로운 유행 같은 서울 중심의 뉴스를 주로 보도한다. 경남 함양이나 충남 태안, 전북 진안 주민들의 문제는 취재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지역은 커다란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수도권 주민들의 여행지 정도로만 언론에 등장할 뿐이다.

이런 기울어진 구조 속에서 ‘지역 언론’을 출입처로 배정받은 〈미디어오늘〉의 윤유경 기자는 3년여에 걸친 취재 과정에서 지역 언론이 지역의 삶을 돌보고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전국 언론 자랑』은 윤유경 기자가 전국 각지의 지역 언론사 19곳을 직접 찾아가 기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취재에 동행하며, 지역 언론사가 주민들 곁에서 지역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기록한 책이다. 풀뿌리 지역 언론의 대명사로 불리는 〈옥천신문〉을 비롯해 ‘심부름센터’라는 독특한 기획으로 오지 마을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실은 〈경남신문〉, 독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대구?경북 지역의 독립 언론 〈뉴스민〉, 유료 구독자 수 전국 3위를 자랑하는 〈당진시대〉 등 한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뿐만 아니라, 1500여 명이 사는 작은 섬 우도에서 계절마다 발행되는 〈달그리안〉과 충북 괴산 송면초등학교의 어린이 신문 〈어쩌다특종!〉 등 작지만 개성 있는 마을 신문까지 두루 취재하여 한 권에 담았다.

종이 신문의 위기와 지역 경제의 침체라는 이중의 어려움 속에서 지역 언론사들이 생존을 도모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커뮤니티 저널리즘’과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즉 지역 공동체 안에서 언론사와 주민이 연대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지역의 의제로 끌어올려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태안신문〉은 2007년에 발생한 ‘삼성중공업 태안 바다 기름 유출 사고’를 18년 동안 추적 보도하며 가해 기업의 무책임한 대응과 태안 주민들의 고통, 피해 배보상 문제로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는 과정을 낱낱이 밝혀왔다. 〈주간함양〉은 인구 감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지역에서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주간함양〉 인턴 기자 3주 코스’를 결합해 타 지역 청년들에게 함양에서의 삶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옥천신문〉은 지역에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문화 공간, 풀뿌리 지역 언론인을 양성하는 교육 기관 등을 만들어 옥천의 어린이,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언론을 접하고 이용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우리 신문은 문턱이 낮아요. 신문은 멀고 높은 자리에서 고상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지역 사람들의 필요가 되어야 합니다. (…) 주민들이 억울하거나 힘들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신문사를 찾아와요. 35년 동안 우리는 다 밑에서 발굴해서 기사를 썼어요. 주민들은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왜 필요한지 몸으로 알고 있지요.” - 146~148쪽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의 말처럼 지역 언론은 중앙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고, 지자체마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역의 문제들을 꾸준히 의제화하며 지역민의 삶이 더 나아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나아가 주민들을 언론사의 여러 활동에 폭넓게 참여시키며 지역 전체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책은 지방 자치,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강한 지역 언론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조회 수 올리기, 단독이나 속보 경쟁에 휩쓸리기 쉬운 환경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할 역할,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역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보는 서울 바깥의 삶
결코 소멸되지 않을, 우리 지역의 고유한 이야기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및 문화 시설 등 사회의 제반 인프라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서울공화국’답게 한국의 언론이 주로 비추는 것은 서울의 삶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로컬이 뜬다’며 지역을 언급하는 보도가 적지 않았지만, ‘로컬’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것은 지역 전반의 현실이라기보다는 청년층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유행하는 상품, 취향 등에 가깝다. 지역의 삶은 여전히 ‘소멸’, ‘위기’, ‘고령화’, ‘낙후’ 같은 말과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지역 신문 기자들을 만나며, 또 그들의 독자인 지역민들과 대화하며 어떤 지역을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해 지도에 빨갛게 표시하는 것이 얼마나 무심하고 폭력적인 일인지 깨닫게 된다. 그곳에는 수십 년간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어르신들이 있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초등학생도 살고 있다. 슈퍼마켓도 없고 버스도 잘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지만, 그곳 역시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다.

서울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런 곳들을 ‘빨간 지역’으로 규정해버리면 그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보이지 않게 된다. (…) 소멸되어가는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 ‘지역 소멸’이라는 알맹이 없는 말 대신 우리는 ‘서울중심주의’, ‘실패한 지방 분권’,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불균형’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수도권을 중심에 둔 우리의 시선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 72~73쪽

수도권 사람들이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든 지역의 사람들은 오늘도 각자의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고, 지역 언론은 그 고유한 삶의 이야기를 길어 올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일보〉는 과거 피란민과 노동자들의 보금자리였다가 이제는 노인들만 남은 산복도로에 빨래방을 열어 어르신들의 빨래를 해드리고 세탁비 대신 이야기를 받아 기사를 쓰는 ‘산복빨래방’이라는 기획을 선보였다. 부산의 현대사와 다름없는 어르신들의 귀한 이야기는 24편의 기사와 38편의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되며 큰 호평을 받았다. 〈거제신문〉은 시립박물관 하나 없고 지역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주체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거제의 역사, 문화, 음식, 관광지 등을 소개하는 책을 다섯 권 이상 펴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거제 역사 강의를 수년째 계속하며 역사 교재와 연표까지 만들고 있다. 또한 ‘거제 사투리 늬우스’라는 기획을 통해 거제 사투리로 기사 쓰기를 시도하며 지역의 언어를 지키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매주 1면에 주민 인터뷰를 싣는 〈주간함양〉의 김경민 편집국장은 “인구 감소 추세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함양에 사람이 있다고 기록하는 게 지역 신문 기자로서의 직업윤리”(173쪽)라고 말했다.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비중 있게 담는 것도 언론이 해야 할 공적 역할이라고 믿는 지역 신문 기자들의 노력 덕분에 지역의 삶은 ‘소멸’이나 ‘위기’를 넘어 더 풍부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되고 있다.

“모두가 서울을 바라볼 때 우리는 지역으로 들어간다”
글쓰기 수업부터 수중 다이빙까지, 지역 언론 기자들의 열정과 헌신


이 책은 마치 지역 신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유별난 열정과 헌신으로 일하는 열혈 기자들의 열전으로도 읽을 수 있다. 〈진안신문〉의 류영우 국장은 20년 가까이 매주 지역의 노년 여성들과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한글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글을 몰라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온 이들이 류 국장의 수업을 통해 세상을 읽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류 국장은 이들이 쓴 글을 매주 〈진안신문〉 지면에 싣는데, ‘할머니 기자들’이 쓴 글이 실제로 지역 사회에 변화를 가져온 일도 많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주민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린 버스 회사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하고, 하루에 두 번 들어오던 버스를 세 번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 밖에도 류 국장은 진안의 발달장애 학생의 숫자를 늘 파악하고 있으며, 글쓰기 수업뿐만 아니라 여름방학마다 장애/비장애 청소년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진안을 한 바퀴 도는 캠프를 13년째 열고 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느냐는 저자의 물음에 류 국장은 “변화가 보이니까요”(35쪽)라고 답했다. 여유롭지 않은 환경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역 신문의 뒤에는 이처럼 사람이, 지역이 변화하는 것에서 힘을 얻는 기자들의 헌신이 자리하고 있다.

〈중도일보〉의 손도언 기자는 국악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관심을 안타까워하며 10년간 혼자서 충청도 국악에 관한 취재를 이어오다 2021년 3월의 첫 기사를 시작으로 총 70편의 기사를 썼다. 그의 끈질긴 취재로 1893년 한국 최고最古의 국악 단체 ‘청풍승평계’가 제천에서 창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제천시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학술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손 기자는 기사를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국악계의 명인이나 국악학자, 지역 주민 등의 구술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충주댐 건설로 물에 잠긴 청풍승평계의 연습 장소를 찾기 위해 청풍호에 직접 들어가는 수중 다이빙을 시도하기도 했다.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 기자들이 제일 잘 압니다. 이런 풀뿌리 기사를 모으는 게 지역 신문이 살아갈 방향이에요. 지역의 숨겨진 보물들, 무형의 자산들을 제일 잘 취재할 수 있는 사람도 지역 기자들이고요. 그들이 열심히 움직이면 지역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보니 그래요. 나도 맨땅에 헤딩한 거 아닙니까. 지역 기자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손도언 기자) - 291쪽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창간 멤버이자 12년간 대표였던 자신의 권력을 인식하고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뉴스민〉의 천용길 대표, 옥천읍-청산면-영동군 사이를 하루 세 번씩 왕복하며 수십 명의 주민을 취재하고 어린이,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지역 주민 전반의 생활과 여가, 건강과 안전을 두루 살피는 〈옥천신문〉의 황민호 대표, 신문사 일의 30퍼센트는 늘 공익사업에 할애하는 〈원주투데이〉의 오원집 대표 등 보통의 직장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열정과 헌신을 보여주는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신문은 신문사 바깥의 더 넓은 세상에서 만드는 것임을 지역 신문 기자들에게서 배운다”(120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지역 신문 기자들은 지역의 슈퍼맨, 마을의 해결사로서 지역 사회 곳곳을 밤낮없이 누비고 있다. 이들의 활약을 보며 기자의 역할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 놀라움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론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지금, 그 개혁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지를 이 열혈 기자들의 모습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이 책은 지역 언론을 다루고 있지만, 실은 언론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대다수 한국 언론이 사주社主와 임직원, 광고주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현실에서, 힘없고 돈 없는 시민의 편에 선, 천연기념물 같은 지역 언론과 기자들이 있다. 나쁜 언론을 고쳐 쓰겠다는 언론개혁운동은 실패했다. 작지만 좋은 언론을 키워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 책에 그 생생한 답이 있다. -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줬으면 그만이지』 저자)
이것은 내가 쓴 글인가 아니면 윤유경 기자가 내 뇌를 해킹한 것인가. 약 20년간 지역 언론사 PD로 일하며 늘 뱉어온 문장이 챕터마다 콕콕 박혀 있다. 그래, 내 말이! 그만큼 많은 지역 언론인들이 비슷한 고민 속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든든했다. 지역은 서울을 위한 전국 특산물 매대가 아니고 지역민은 거주지만으로 정체화된 존재가 아니다. ‘지역에 거주하며 세계와 연결된 동시대인’으로서 우리는 보편이며 독창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지역은 소멸하지 않으며 만약 그렇대도 결코 혼자 소멸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늘 그랬듯이. 지역 언론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세상 어디에도 낭만만 가득한 삶은 없다. 지역도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에 변화는 변방에서 시작되고 이 책엔 그 길을 먼저 오래 걸어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 김현지 (MBC경남 PD,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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