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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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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
창비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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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이름 없는 마음
랫풀다운
너 하는 그 일
으름 씨 뱉기
부부생활
물이 가는 곳
내가 그 밤에 대해 말하자면

해설 | 한영인

저자 소개1

2020년 「이름 없는 마음」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내일의 엔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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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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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88.4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9.6만자, 약 3.1만 단어, A4 약 61쪽 ?
ISBN13
9788936428822

출판사 리뷰

거짓으로 점철된 삶의 진창을 건너
가장 솔직한 나에게로 내딛는 걸음

열심히 살아도 누추해지는 게 인생일까. 김유나의 소설 속 인물들은 이 질문 앞에서 늘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다.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속고 속이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그러나 거짓의 안전한 껍질 안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꾸며낸 말과 선택들이 오히려 진실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순간, 그들은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각한다. 표제작 「내가 그 밤에 대해 말하자면」은 도박에 빠진 엄마와 단둘이 시골 산자락의 외딴집에 이사 온 열살 아이의 이야기다. 소설은 배신과 기만, 탐욕과 무절제로 가득한 어른의 세계를 아이의 시선으로 밀도있게 포착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사랑스러운 한편 그와 대비되는 어른들의 추한 비밀이 넘실거리고, 마침내 아이가 ‘배신’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게 되었을 때,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아이가 필사적인 몸짓으로써 폭로를 감행할 때 내뱉는 말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에는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나는 욕망과 진실, 그리고 그것을 각자의 조건만큼 감당해야 하는 삶의 한계와 가능성이 응축되어 있다.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 「이름 없는 마음」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오래, 가장 깊게 서로를 버텨온 남매의 이야기다. 세살 터울의 동생 현권은 누나인 ‘나’에게 항상 짐이었다. 심한 약시와 학습 부진, 틱과 사회성 결여까지, 약점투성이인 동생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가 보살펴야 했다. 결혼 이후 동생을 떼어내려 했으나 차마 그러지 못하며 ‘남편’으로 상징되는 외부세계의 압력을 감당하는 ‘나’의 분투는, 결국 남매 모두 ‘미안함’과 ‘지겨움’ 사이를 오가며 “알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살아왔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폭발하는 갈등 끝에 화해도 재회도 남지 않는 결말부에서 어렴풋이 드러나는 진심은 도저히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서글픈 세계를 애틋하게 그려낸다.

「랫풀다운」과 「물이 가는 곳」은 비슷한 위기에 처했지만 각각 “물렁한” 사람과 독한 사람이 된 두 인물의 모습을 그린다.「랫풀다운」의 석용은 역도 선수로 활동하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후 헬스 트레이너가 되었다.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듯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온 석용은 친한 형이자 헬스장 대표인 승우형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투자 명목으로 석용이 빌려준 돈과 헬스장 고객들 선납금까지 들고 잠적해버린 승우형을 찾기 위해 그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추적에 나선다. 마침내 승우형의 본가인 제주도까지 찾아가지만, 석용은 홀로 초라하게 지내는 승우형의 노모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되레 친절을 베풀어주고 뒤돌아선다. 끝내 모질지 못한 자신의 물렁함을 받아들이고 비로소 삶의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한편 「물이 가는 곳」의 주인공 김기왕은 지독한 보험왕이다. 법인 보험을 팔기 위해 기업 대표들을 상대하는 그에게 특별한 필승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탐정사무소와 연계해 불륜을 저지르는 대표를 알아내고, 그들에게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보험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김기왕은 한때 잘못된 투자로 막대한 빚을 졌고, 운영하던 유도장을 비롯한 전재산을 날려 아내와 이혼하고 자식들과도 떨어져 산다. 아이들 앞에서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재기를 꿈꾸며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데,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난입해 없다시피 하던 김기왕의 양심을 찌른다. 기상이변 탓에 녹아내리는 빙하와 기이할 정도로 땀을 흘려대는 김기왕의 모습이 복선처럼 포개지며 작품은 시종 위태롭게 출렁인다. 숱한 위기와 경고에도 어긋난 행동을 반성하기는커녕 더욱 강한 자기확신으로 밀고 나가는 김기왕이 져야 할 책임은, 최악의 방향으로 튀어 딸 하윤이의 탈선으로 불붙는다.

고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냉혹한 진심 앞에서 곤두박질하는 인물들이 선뜩한 실감을 주는 작품도 있다. 「너 하는 그 일」의 태은은 회계사 시험 2년, 세무사 시험 5년, 도합 7년이 넘도록 수험생활 중이다. 엄마의 용돈과 고된 물류센터 알바로 생활하며 악착같이 공부했으나 아슬아슬한 가채점 결과에 머리만 쥐어뜯던 중 새아버지와 싸우고 쫓겨난 엄마가 찾아와 갑작스런 동거생활이 이어진다. 아빠에게 평생 매 맞고 살더니 또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와 재혼한 엄마를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엄마와의 따뜻한 일상이 태은은 내심 좋다. 어느 날 엄마가 “너 하는 그 일” 해보겠다며 물류창고 알바에 동행하는데 둘은 하필 지옥 같은 중량품 층으로 배정되고, 아등바등하다 결국 개구멍으로 도망치기에 이른다. 작품은 꿈과 현실, 가족과 폭력, 모녀 관계가 얽힌 복잡한 양상을 물류센터의 압도적인 풍경 속에 촘촘하게 새기며 상승 욕구과 추락하는 현실 사이에서 반복되는 삶의 궤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탈출이 곧바로 또 다른 추락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망은 도망일 뿐이란 것을 알면서도, 인물들은 다시 도망치듯 움직일 수밖에 없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는 명분이 변주되고 왜곡된 끝에 숨겨둔 진실을 비추는 작품들도 흥미롭다. 「으름 씨 뱉기」에서 채림과 현우 부부는 영재인 딸 지수를 위해 투자이민을 결심한다. 자금 확보를 위해 채림의 엄마에게 돈을 빌리러 찾아가고, 채림의 외조부모 성묘를 다녀오라는 특명이 떨어진다. 7억 3천짜리 벌초에 나선 셋은 심경이 복잡해진다. 조상님 돈으로 지수를 방주에 태워 미래 없는 한국 땅을 떠나려는 채림과 현우에게 지수는 돌직구를 던진다. 과연 방주에 탈 자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지, 이 가족에게 지금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일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자 은행털이를 시도하는 학원원장 구영수와 요양보호사 오진희 커플 이야기인 「부부생활」은 그 누구보다 딴판인 두 인물이 한마음 한뜻이 되기까지, 알쏭달쏭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김유나는 이 충동적인 서사 속에서 누구도 도덕적 우위에 서지 못하도록 만든다. 질문은 남는다. 강도행각에 앞서 출사표처럼 내민 혼인신고서와 가짜 칼을 든 그들의 복수의 끝엔 뭐가 있을지, 대체 사랑이란 무엇인지, 애초에 지키려 했던 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변명인지.

이름 붙여주고 싶은 무수한 다정과 웃음의 이야기

“개인에게 패배를 강요하는 세계를 힘겹게 버티는 주체의 운명을 유머로 감싸”(해설, 한영인)는 김유나의 이야기는 두말할 것 없이 재밌다. 그것도 건강하게 재밌다. 자극적인 소재나 빼어난 인물 같은 첨가제 없이 다채로운 웃음을 선사한다. 만담하듯 주고받는 인물들의 대화는 생동감 넘치게 웃기고, 심각한 상황에서 허를 찌르듯 태평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고, 인물의 과장된 자의식은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며, 아이의 시야로 천박한 어른의 세계를 엿보며 씁쓸한 미소까지 새어나온다. 온갖 종류의 웃음을 선사할 뿐 아니라 김유나는 이 웃음을 쉽게 휘발시키지 않는다. 장면과 장면을 거쳐 웃음은 폭소가 되고 분노나 슬픔으로 변주되며 더 서글퍼지기도, 스릴과 반전으로 몰아치며 충격이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김유나는 ‘재미’라는 소설의 본원에서 출발해 ‘감동’이라는 본명으로 그 누구보다 매끄럽게 독자를 모시는 뱃사공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이 내게 늘 웃어주지만은 않는다는 자명한 진실. 소설 속 인물의 얼굴에 인생의 다양한 표정을 꾹꾹 눌러 담아 보여주는 이 다정한 작가에게 독자들은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책 한권을 맛있게 읽고 난 뒤에 떠오른 만족스러운 웃음을.

작가의 말

여기 실린 소설들을 쓸 때 저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도대체 인간은 강인한 거야 나약한 거야……’

자주 떠올린 공간도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2호선 환승역 계단입니다. 저는 인파에 밀려 딱 한 계단씩 규칙적인 리듬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정수리를 보며 아주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이란 매번 변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을 이들 중 하나로 그리자는 마음은 늘 새깁니다. 가령 주말에 들키고 싶지 않은 진실 하나가 생겨버린 사람. 그럼에도 월요일 출근길에 오른 사람. 인파에 밀려 세상의 속도로 계단을 내려가야만 하는 사람. 쓰다보니 저에게 소설을 쓰는 일은 사람을 대하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뜨끈한 불 앞에 사람이 모이듯이 이야기 근처에 사람이 모이고, 저는 그게 늘 그립고 좋아서 계속 소설을 쓰는 것 같습니다.

2026년 1월
김유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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