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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 유령의 집(19쪽) | 인류를 사랑한 남자(25쪽) | 견고한 것(39쪽)
에세이 || 여성의 직업(53쪽) | 어째서(67쪽) | 런던 모험, 거리 유랑하기(81쪽) 단편소설 || 벽에 난 자국(105쪽) | 유산(121쪽) | 거울 속의 여인(139쪽) | 초상(151쪽) 편집여담(167쪽) |
Adeline Virginia Wo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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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고 거기서 얻은 수입으로 덜컷 페르시안 고양이를 사다니 그것만큼 세상 쉬운 일이 뭐가 있을까요? 아, 여기서 기사는 뭔가 제대로 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겠지요. 제 기억으론 제가 쓴 기사는 어느 유명한 남자의 소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소설의 비평 기사를 쓰는 동안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서평을 쓰려면 어떤 환영과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겁니다.
--- p.56 그 천사는 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뭐가 남았냐고요? 수수하고 평범한 어떤 대상이 남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잉크병이 놓인 침실에 있는 젊은 여자였죠. 허위에서 벗어난 그 여자는 오롯이 그녀 자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 p.59 인생은 한정돼 있는데 시간 한 뭉텅이를 어째서 강의 듣는 데 허비해야 하나요? 활자 매체가 발명된 지 수 세기가 지났건만 왜 그는 강의 내용을 출판하지 않았을까요? 그랬더라면 겨울날 불 가에서, 아니면 여름날 사과나무 아래에서 그 책을 읽고 곱씹으면서 토론할 수도 있었을 텐데. --- p.73 아내는 자신이 너무 나태하고 너무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뭔가 자기만의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뭔가를 하고자 했다. 그녀가 바로 저 의자에 앉아서 그 얘기를 할 때 너무나 곱게 얼굴이 발그레해졌던 기억이 났다. 그가 아내를 살짝 놀리기도 했었다. 남편과 집을 건사하는 일로는 만족하지 못했던 걸까? --- p.130 똑같이 인간을 사랑하는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환멸을 느끼는 고통서로운 저녁 시간, 그 시간을 선사한 저 집안의 모든 사람에게 증오가 일었다. 그렇게 인류를 사랑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마디 말도 없이, 영원히 헤어졌다. --- p.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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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이름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정작 작품 한 편을 온전히 읽어 본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여성의 직업』은 그런 독자들을 위해 준비한, 작고 단단한 입문서이자 선집이다.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잘 알려진 실험적인 소설가이자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 어떤 문장으로, 어떤 생각으로 세계를 바라보았는지 이 한 권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울프의 “생각”과 “서사”를 함께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1·3부에 배치된 일곱 편의 단편소설은 서늘함, 유머, 내면의 독백이 서로 다른 결로 배치된 작품들로, 많은 번역본에서 부분적으로만 소개되던 텍스트를 한데 모았다. 한편 소설들 사이에 놓인 세 편의 에세이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여성의 삶과 직업, 지식과 권력, 도시와 걷기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특히 표제작 「여성의 직업」은 울프가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보여 주는 중요한 텍스트이다. 번역과 문장은 이 책의 중요한 차별점인데, 인문고전 번역에서 번역자가 가진 믿음은 과도한 한자어와 낯선 외래어를 피하고, 평범한 한국어로도 충분히 깊이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여성의 직업』 역시 학술 논문처럼 무겁게 읽히기보다, 에세이와 소설을 오가며 “술술 읽히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책이 되도록 번역과 편집을 다듬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직업』은 내용뿐 아니라 책의 형태 자체도 하나의 질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했다. 표지에는 상업적인 홍보 문구 대신,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 대해 현대 미술가 이완이 갖는 이미지를 전면에 배치했다. 북디자이너는 또한 색채와 여백,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버지니아 울프를 지금 여기의 독자에게 어떻게 건넬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울프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독자, 기존 번역에 아쉬움을 느꼈던 독자, 그리고 여성의 삶과 글쓰기, 페미니즘의 뿌리를 차분히 짚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