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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우리가 놓쳐버리는 한 컷에 대하여
Chapter 1 공간 이면에 숨어 있는 현대사 1. 〈아비정전〉과 공포의 검은 성 2. 시간에 지지 않을 자신감 3. 영도다리 이야기 4. 가우디의 꿈, 사그라다 파밀리아 5. 디테일의 힘 6. 미국 최초 판상형 아파트의 탄생과 몰락 Chapter 2 시간이 흘러도 지켜야 할 것들 1. 올바름은 느리게 온다 2.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 3. 곰을 위한 쓰레기통 4. 누런 종잇조각 하나: 제헌헌법 이야기 5. 한힌샘 주시경의 하얀 꿈 Chapter 3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진실일까? 1. 이상한 가족사진: 네 개의 지층 2. 진실의 층위 3. 슬픈 아이들의 초상 4.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 종일까? 5. 〈목포의 눈물〉에 담긴 목포 이야기 6. 게티즈버그연설이 신화가 되기까지 7. ‘발데리’를 아시나요. Chapter 4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1. 우리에게 ‘버킷 리스트’가 필요한 이유 2. 진짜 부산 사람, 최동원 3. 요즘 젊은것들은 4. 유목, 길들임 5. 그렇게 어른이 된다 |도판 출처 및 참고 문헌| |
郭漢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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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에 대한 책이 아니라 그 찰나의 한 컷에 담겨 있는 삶과 시간에 대한 책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겠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을 것입니다. 〈목포의 눈물〉이 왜 그런 가사를 갖게 되었는지, 링컨의 ‘게티즈버그연설’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연설이 되었는지, 우리 한글맞춤법이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부산의 ‘영도다리’는 왜 도개교가 되었는지 등의 신기한 이야기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캐나다에서 곰을 위한 쓰레기통을 만들게 된 이유, 한국은행 건물의 육중한 쇠창살에 담긴 사연, 케이블카를 지키기 위한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노력 등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평범하지만 성실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사연도 있습니다.
--- p.7~8 양조위가 등장하는 〈아비정전〉의 마지막 시퀀스 장면을 자세히 보면 공간 내부에 페인트칠이나 도배가 되어 있지 않은 채 온통 검정 얼룩과 곰팡이가 피어 있습니다. 양조위가 허리를 굽혀야 할 만큼 천장이 낮은 이유는 이 방이 정상적인 방을 아래위 절반으로 나누어 만든, 일본식 표현으로 ‘하꼬방’, 홍콩식 표현으로는 ‘케이지룸’, 즉 ‘닭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 안의 창문이 바닥 아래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사나 싶겠지만 홍콩의 빈민들에게는 아주 나쁜 형편은 아닙니다. 합판으로 관처럼 짠 박스를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사람이 그 안에 기어 들어가서 잠만 잘 수 있게 한 방도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런 방은 1993년 구룡채성이 철거된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홍콩 하층민들의 거주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p.28 요란스러운 개통식 이후 영도다리는 부산을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습니다. 서울 사람은 ‘창경원’(현 창경궁)에 코끼리를 보러 가고, 경상도 사람은 영도다리를 보러 부산에 간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으니까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영도다리 구경을 오는 가족도 있었고, 심지어 영도다리를 보고 싶어서 가출한 타지의 아이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영도에 처음 이사 온 한 새댁이 아이들을 집에 두고 자갈치 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다리가 들려 길이 끊기자 이제 다신 아이들을 못 보게 되었구나 싶어 하염없이 울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금만 기다리면 다리가 내려올 테니 울지 마시오” 하고 달래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 p.59~60 오늘날 미국 도심에 고층 빌딩은 있지만 대단지 아파트는 여전히 일반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는 몇 차례 시도된 대단지 아파트 건축의 실패가 큰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재앙에 가까운 실패로 기록된 ‘프루이트-아이고(Pruitt-Igoe)’의 사례가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이 기획 전시에서도 ‘실패로 끝난 미국의 아파트 단지 건설’이라는 제목 아래 프루이트-아이고의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지만, 이 아파트가 어떤 곳이고 왜 실패했는지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는 않더군요. 멀쩡한 아파트 건물을 폭약으로 폭파하는 충격적인 사진을 보면서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장면 이면에는 수십 년간의 지난한 실패의 역사와 복잡하게 뒤엉킨 사람들의 욕망, 그리고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언젠가 마주할지도 모를 여러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 p.105~106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가 1845년에 출판된 소설이라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연도가 왜 중요하냐면 영국 최초의 대규모 성냥 제조업체라고 할 수 있는 ‘브라이언트 앤 메이(Bryant & May)’가 설립된 게 1843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공장이 대규모로 노동자를 고용하기 시작한 게 1850년대, 경쟁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 본격적인 제조업의 영역으로 편입된 게 180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즉, 시기상으로만 보자면 안데르센의 소설에 등장하는 소녀가 공장에서 일했을 리도 없고, 퇴직금으로 성냥을 받아 나왔을 리도 없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언급된 ‘백린’은 성냥의 인화 물질로 사용되는 화학 원료인 ‘인’ 중에서도 하얀색을 띠는 것인데, 장기간 노출될 경우 기형을 유발하는 유독성 물질입니다. 백린에 의한 기형의 특징이 턱뼈의 변형이었는데, ‘인’을 지칭하는 ‘phosphorus’와 ‘턱’을 지칭하는 ‘jaw’를 사용해 턱이 뒤틀리는 기형을 ‘phossy jaw’(인산 괴사)라고 불렀습니다. --- p.235~236 인터넷에서 서핑을 하다가 ‘버킷 리스트(Bucket List)’의 어원에 대해 설명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알고 있다시피 ‘버킷 리스트’는 우리가 죽기 전에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소원들의 목록을 의미합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서는 이 단어의 뜻을 ‘어떤 사람이 아직 이루지 못했으나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단어를 가만히 뜯어 보면 이 용어가 왜 ‘소원 목록’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의아해집니다. ‘버킷(bucket)’은 양동이라는 뜻이니 버킷 리스트는 ‘양동이에 담은 리스트’ 정도의 의미가 아닌가요. ‘원하는 일의 목록’이라면 좀 더 일반적인 표현인 ‘희망 목록’(wish list)이라고 말했어야 할 것 같은데 왜 뜬금없이 양동이가 등장한 것일까요? 인터넷에서 접한 글에서는 그 연원을 미국의 서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 p.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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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영도다리’와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링컨의 ‘게티즈버그연설’과 영화 속 ‘버킷 리스트’까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가는 교양 수업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메시지가 더 클 때가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것을 남긴 이유가 무엇인지, 그 속에 담겨 있는 특별한 이야기는 무엇인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우리가 놓친 위대한 한 컷』은 곽한영 저자가 가려 뽑은 사진과 그것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밝혀내는 인문 교양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시간대를 기록한 사진과 그것이 내포한 에피소드와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와 배울 점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한 장의 사진에 얽힌 저자의 재미있고 인상적인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자신이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를 담고 있다 과거와 소통하면서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와 가치 곽한영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입고 있는 옷과 신발, 심지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자국이나 흔적도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즉,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없듯이 우리를 비롯해 주변의 모든 것은 저마다 존재의 이유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뛰어넘으며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소통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한 컷’은 우리가 한 번쯤 봤지만 무심하게 지나친, 또는 미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옛 한국은행 건물의 육중한 쇠창살,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노래비, 캐나다 길거리의 독특한 쓰레기통, 부산 최초의 도개교인 ‘영도다리’ 사진, 미국 최초의 판상형 아파트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가 지나친 한 컷의 장면들 속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그것의 가치, 우리에게 남긴 생각할 거리 등을 끄집어낸다. 그 한 컷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뒷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 장면 속으로 걸어 들어가 함께 호흡하는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컷으로 남은 장면이라도 그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현실 속에서 재구성하고 살펴봄으로써 시대적, 공간적 간극을 초월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의 삶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다. 우리의 삶은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주어진 게 아니다. 과거가 층층이 쌓인 현재 속에서 다양한 시간대와 공간, 주변의 모든 것과의 조응을 통해 우리의 삶이 형성된다. 『우리가 놓친 위대한 한 컷』을 통해 자신의 삶이 어떤 의미 있는 것들과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