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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수선이라는 세계 5
1장 고요한 실천의 시작 세상 모든 물건을 사랑할 수 없는 우리는 18 빠르게 대체되는 이상형과의 만남 25 대체 불가능한 옷과의 만남 31 ‘수선’이라는 낯선 단어 35 직물과 사용자의 공생 44 수선 가이드: 모든 수선의 시작 52 2장 우연한 자연스러움으로부터 낙서 56 해진 것 65 얼룩과 구멍 71 수선 가이드: 처음 도전해 볼 만한 수선 77 3장 친애의 아름다움으로부터 표식과 표현 82 몸에 가까워진다는 것 91 내 곁에서 떠나지 않는 것 96 내면으로 향하는 것 101 4장 앎의 광활함으로부터 해체할 용기 112 실수는 없다 119 나다움은 있다 125 5장 환경과 수선 친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130 실천은 상상할 때 존재한다 145 친환경 소재라 불리는 원단들 149 6장 일상 속 수선 무턱대고 시작하는 수선 162 모든 수선의 기본, 패턴 스티치 사용하기 163 스티치로 시작하는 수선/작업 첫걸음 168 헌 옷에서 수선 아이디어 얻기 177 옷을 뜯지 않고 할 수 있는 간단한 옷 수선 200 에필로그 나의 필요에 의한 삶을 알아 가는 것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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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장한 옷들과 어울릴지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린 끝에 골랐던 그 신발은 나의 어떤 옷과도 잘 어울렸고 내 발에 맞게 늘린 발볼과 닳을 만하면 보강되는 새 굽 덕에 신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츠는 수선집에서 싸구려 취급당했으나 역설적이게도 수선을 통해 싸구려가 아니게 되었다.
--- p.20, 「세상 모든 물건을 사랑할 수 없는 우리는」 우리는 아무나 사랑하지 않는다. 본능에 끌리더라도 내 시간과 사랑을 쏟을 만한 사람인지 숙고와 관찰의 시간을 둔다. 사랑하지 않더라도 아무나 곁에 두지 않는다. 다가오는 이를 경계하기도 하고 선의를 의심하기도 하며 나와 맞는 사람을 끊임없이 가려낸다.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없는 우리는 이윽고 몸뚱이 하나만이 남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을 골라야 하는 운명인 것이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로. --- p.24, 「세상 모든 물건을 사랑할 수 없는 우리는」 자기를 표현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옷을 사지 않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괜히 맞지도 않는 미니멀리즘을 따라 하여 가지고 있는 것들을 버렸다가 결국 또다시 구매하게 될 바에야 취향을 만족시키는 소유는 이따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옷을 구매함에 있어 신중함이 희박해지고 있다. 쉽게 휩쓸리고 쉽게 버린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옷을 구매하겠지만, 휩쓸려서 사지 않는 연습도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곧 대체될 이상형을 언제까지 따라다닐 순 없는 노릇이다. 길게 함께할 옷을 찾아 그 녀석들을 차곡차곡 쌓아 가야지. --- p.32~33, 「대체 불가능한 옷과의 만남」 가령 사용하던 침대보가 해져 여기에 스티치로 자수를 넣었다. 나는 이 녀석을 소파 커버로 사용했는데, 이것은 수선일까 리폼일까? 입던 와이셔츠에 아무리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생겨 여기에 프릴을 달아 줬더니 느낌이 완전히 다른 옷이 되었다. 이것은 수선일까 리폼일까? 사용하던 에코백 밑단이 터져 이 부분을 잘라 낸 짜리몽땅한 에코백으로 만들었다. 이 또한 수선일까 리폼일까? --- p.36~37, 「‘수선’이라는 낯선 단어」 바지의 천을 뜯어 새롭게 박는 이 단순한 행위. 바지는 자주 해체되었고, 해체된 것은 다시 만들어졌다. 그게 무엇으로 만들어질지는 나의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졌다. 옷이 될까? 가방이 될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될까? 나의 옷 이야기, 나아가 우리의 옷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 p.43, ‘수선’이라는 낯선 단어」 해체를 할 때면 가위로 북북 잘라 댔고 재조직을 하다가도 실패하면 어쩔 수 없지 뭐, 하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것들은 비정형적이었고 조잡했으며 어색했다. 어색한 것들은 반복되어 익숙해졌고, 그 반복된 것으로부터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들이 하나씩 탄생했다. 제거되지 않은 실밥들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이 표현되었고, 실수로 낸 구멍을 가리려던 지그재그 스티치에서 실의 얕고도 깊은 존재감은 드러났다. --- p.59, 「낙서」 나는 수선을 하며 비로소 무작위한 것을 받아들였다. 삐끗한 바늘 몇 땀에 분개하던 것을 더욱 탐스러운 것으로 소생시킬 수 있게 되었고, 깜빡하고 다듬지 않은 실밥들에 대해 그 거친 털털함으로 존재를 둘러 감을 수 있게 되었으며, 지워지지 않는 커피 자국을 레이스로 감추다가 뜻밖의 어울리는 옷이 나타나 버리는 경험을 했다. 우연은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신호다. 옷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이 마냥 달가울 순 없지만, 내가 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버려 버리는 것만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은 아닐 테다. 우연을 수습하는 연습은 직물 위에서 시작될 수 있다. --- p.75~76, 「얼룩과 구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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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대로 직물을 자르고, 잇고, 붙이는 취향의 세계
나를 위한, 나로 인한, 나만의 ‘수선’ ‘캔버스가든’은 친환경 소재 활용과 제로웨이스트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브랜드다. “수선의 시작은 표면적으로는 남는 (비싼) 재료가 아까워서”였다는 저자는, 실은 수선을 통해 내면적으로 취향을 찾는 여정을 걸었다고 한다. 사람에 둘러싸여 살아도 사람과 만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듯이 수선의 세계도 그렇다고 말한다. 물건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물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므로, 그로 인해야만 아는 것들이 있다. 덧붙여 저자는 “수선을 알면 알수록, 내가 알던 것은 매우 정형적인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고 말한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직물을 자르고, 실을 이어 나가고, 조각을 잘라도 보고 붙여도 본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 보이던 무언가가 내 손에 의해 쓸모가 탄생한다. 이 책으로 물건의 쓸모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그리하여 내 세계를 확장해 가는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 소재 활용, 제로웨이스트, 리폼, 업사이클링… 물건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기 유행을 따르지 않고 만들어 가는 지극히 사적인 고요한 창작 수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해 보는 것, 그리고 내 마음 가는 대로 나아가 보는 것. 누구나 실수 앞에 겁먹을 수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수선의 세계에 ‘실수’라는 것은 없다. 《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수선을 접하는 방식을 안내하고 있다. 수선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수선 가이드, 헌 옷에서 얻는 수선 아이디어, 옷을 뜯지 않고 할 수 있는 간단한 옷 수선 등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실습 내용도 담겨 있다. 옷을 수선하는 방법뿐 아니라, 기본적인 패턴 스티치 활용법부터 차근히 설명한다. 저자가 실제 워크숍에서 진행하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어 누구라도 손쉽게 수선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 이러한 실천은 취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소비 생활, 또는 삶의 태도가 된다. 유행을 따라 새로운 소비를 반복하는 대신 있는 것을 다듬어 새로운 무언가를 직접 탄생시켜 보자. 그렇게 버릴 것을 버리지 않을 것으로 만들며 지극히 사적인, 나만의 물건 세상을 넓힐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