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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역사, 이야기꽃을 피우다
황인희윤상구 사진
양문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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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교양서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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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01 트로이 전쟁 중에 피어난 히아신스
02 1848년, 혁명의 시대를 연상케 하는 동백꽃
03 “여기 개나리가 만발하였구나!”
04 천덕꾸러기이던 수선화, 신선이 되다
05 ‘화왕계’에 충신으로 등장한 할미꽃
06 ‘남명매’를 통해 대학자 조식을 기억하다
07 목련꽃 그늘 아래서 읽는 베르테르의 편지
08 “워싱턴의 벚나무들은 한국 벚나무임을 선포한다”
09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해진 에델바이스
10 나라가 망해도 꽃은 피어난다
11 “제비꽃이 만발할 때 나는 돌아올 것이다”
12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 민들레꽃
13 ‘산을 비추는 붉은 꽃’ 영산홍
14 고향 혹은 이상향을 표상하는 복숭아꽃
15 하늘하늘 꽃잎이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아네모네
16 수로부인이 탐낸 절벽 위의 철쭉꽃
17 생명과 죽음, 부활까지 모두 장식하는 백합
18 ‘나를 잊지 마세요’ 호소하는 물망초
19 베르사유 프티 트리아농에 가득한 라일락 향기
20 ‘감사’의 뜻이 담긴 죽미령 달리아 조형물
21 ‘신의 선물’이라는 뜻을 지닌 재스민
22 꽃은 화려하지만 연약한 풀의 운명, 작약
23 비참한 전쟁의 상징 ‘검은 튤립’
24 춘궁기에 피어나 허기 달래주었던 찔레꽃
25 데이지는 햇빛 아래서만 꽃 피우는 ‘태양의 눈’
26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온 꽃 중의 꽃 장미
27 “꽃이 되려거든 난초가 되려무나”
28 힘든 시절을 우리 국민과 함께 극복한 아까시
29 모래땅에서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의 해당화
30 위로를 건네는 프러시안 블루빛 수레국화
31 장마철에 만나는 탐스러운 꽃, 수국
32 꼿꼿이 선 줄기에서 태양같이 밝게 웃는 접시꽃
33 접근을 경계하듯 가시 돋힌 엉겅퀴
34 참 고마운 구황 식물이었던 메꽃
35 카네이션은 혁명과 저항의 상징
36 평민에게는 금지되었던 양반꽃, 능소화
37 폼페이의 ‘그 날’에도 활짝 피었을 협죽도
38 처량하게 살아온 우리 민족을 연상케 하는 봉숭아꽃
39 저녁밥 지을 시간 알려준 ‘오후 네 시의 꽃’
40 충절의 대상으로 선비들에게 사랑받은 배롱나무
41 소박하면서도 청초한 고향의 꽃, 도라지
42 연못을 장식하는 ‘잠자는 연꽃’ 수련
43 분카 대화재 이후 일본에 찾아온 나팔꽃 붐
44 백성들을 따뜻하게 해준 고마운 목화
45 ‘꽃 피는 대나무’라 불린 닭의장풀
46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같은 메밀꽃밭
47 양귀비꽃은 호국 영령 추모의 상징
48 메마르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패랭이꽃
49 메리골드 꽃은 순수함과 경건함의 상징
50 겹꽃 피튜니아의 새로운 종자 개발한 우장춘
51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사랑받은 라벤더
52 더러운 진흙에서 깨끗한 꽃 피우는 연꽃
53 밤에 피어나 달을 맞이하는 가녀린 꽃
54 정화의 원정대가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군자란
55 고흐와 헤세에게 사랑받은 붓꽃
56 일본 덴메이 대기근을 떠올리게 하는 석산
57 핵 반대 운동의 상징이 된 해바라기
58 치자는 황금처럼 귀한 식물
59 단풍꽃과 단풍잎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가?
60 가을을 장식하는 절개의 꽃 국화

저자 소개 2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과교육과를 졸업하고 20여 년 동안 출판계에서 일했다. 월간 『샘터』 편집장을 끝으로 출판계를 떠나 논술학원과 평생교육원에서 국어와 논술 교육을 담당하였다. 이후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들을 집필하고 있는데, 저서로는 『역사가 보이는 조선 왕릉 기행』, 『고시조 우리 역사의 돋보기』, 『잘! 생겼다 대한민국』, 『궁궐, 그날의 역사』, 『우리 역사 속 망국 이야기』, 『펭귄쌤과 함께 떠나는 우리 근현대사 여행』, 『대한제국 실록』, 『나는야 코리안』, 『6?25가 뭐예요?』 『하루를 살아도 당당하게』 『하라쇼! 러시아!』 『101가지 쿨하고 재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과교육과를 졸업하고 20여 년 동안 출판계에서 일했다. 월간 『샘터』 편집장을 끝으로 출판계를 떠나 논술학원과 평생교육원에서 국어와 논술 교육을 담당하였다. 이후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들을 집필하고 있는데, 저서로는 『역사가 보이는 조선 왕릉 기행』, 『고시조 우리 역사의 돋보기』, 『잘! 생겼다 대한민국』, 『궁궐, 그날의 역사』, 『우리 역사 속 망국 이야기』, 『펭귄쌤과 함께 떠나는 우리 근현대사 여행』, 『대한제국 실록』, 『나는야 코리안』, 『6?25가 뭐예요?』 『하루를 살아도 당당하게』 『하라쇼! 러시아!』 『101가지 쿨하고 재미있는 한국사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는 역사칼럼니스트?인문여행작가로서 집필과 강의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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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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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주)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 (주)LG화학 고분자연구소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아내 황인희와 함께 여러 권의 책을 공동 작업하였고, 2009년에는 조선 왕릉 사진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관광 사진 콘테스트에 입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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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152*225*30mm
ISBN13
9791199570535

책 속으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사람이 죽으면 그를 따르던 짐승은 대개 주인을 따라 죽는다. 그런데 꽃은 그와 다르다. 꽃 이야기는, 누군가가 죽은 자리에, 그가 흘린 피에서, 그의 무덤 옆에서 꽃이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마치 어떤 일이 일어나도 시계 바늘은 돌아가고 역사는 끊이지 않는다는 진리를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어처구니없는 상황 가운데 피어났지만 그래도 히아신스는 희망을 일깨워준다. 더구나 참혹한 전쟁 중에 피어난 꽃 아닌가. 역시 꽃은 희망의 다른 말임에 분명하다.
--- p.15

동백꽃은 매서운 찬 바람을 뚫고 다른 꽃에 뒤질세라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트려 봄을 알린다. 추위에 저항하듯 서둘러 피어나는 동백꽃은, 엄혹한 시대에 자유와 인권을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수했던 1848년의 시대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화류계 여성이지만 자기 주장이 확실한 근대인으로 살다 동백꽃처럼 송이째 져버린 여인들의 삶도 이 시대 역사와 무관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 p.21

조식의 이름은 ‘남명매’에서 빛을 발한다. 해마다 봄바람이 설핏 불어오면 조식이 산천재 뜰에 심었다는 한 그루 남명매와 함께 그의 존재가 떠오른다. 삼라만상이 죽은 것 같던 겨울을 헤치고 봄이 소생하듯, 사라져버린 듯했던 대학자 조식의 이름은 지리산 천왕봉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남명매를 통해 우리에게 기억된다. 애써 기른 제자들보다 손수 심은 매화나무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500년 넘게 기억될 것을 조식은 상상이나 했을까?
--- p.41

한창 때 목련이 워낙 우아하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서일까, 땅에 떨어져 갈색으로 변해버린 꽃잎은 유난히 더 처연해 보인다. 누군가는 목련이 꽃 중에서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진다고도 한다. 아직은 싱싱해 보이는데 땅에 떨어져버린 목련 꽃잎을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수많은 ‘베르테르’가 연상된다. 그래서 목련의 낙화가 더욱 안타깝다. 생명의 가지를 붙잡고 버티기 위해 조금 더 안간힘을 쓸 수는 없었던 걸까?
--- p.46

1814년 3월, 동맹군이 파리에 들어왔고 나폴레옹은 퇴위했다. 엘바섬으로 유배를 떠나던 날, 그는 퐁텐블로성 뜰에서 수비대와 작별하며 말했다.
“나는 제비꽃이 만발할 때 돌아올 것이다.”
나폴레옹의 빈 자리를 두고 유럽 제국들은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고 그 틈을 타 나폴레옹은 엘바섬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떠날 때의 약속대로 이듬해 봄, 제비꽃이 필 무렵 파리로 돌아왔다. 이때 가슴에 제비꽃을 단 환영 인파가 거리를 메웠다.
--- p.65

‘일편단심 민들레야’ 노래 중 ‘그 여름의 광풍’은 부부의 평화로웠던 일상을 할퀸 전쟁을, ‘낙엽 지듯 가시었나’는 그해 가을 남편이 납북된 상황을 가리킨다. ‘하늘만 바라보는 것’은 생사를 모르지만 이미 천국에 갔을 남편을 그리워하는 것이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그 목소리’는 남편이 떠나면서 “걱정하지 말아요, 잘 다녀올게!”라고 했던 그 목소리를 말한다. 그 자서전을 읽고 감동한 조용필은 이주현에게 연락하여 노래를 만들겠다는 뜻을 전했고 그렇게 ‘일편단심 민들레야’ 노래가 탄생했다.
--- p.70

다음날,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밭에서 검은 소와 흰 말 등을 제물로 준비하고 세 사람은 두 번 절하며 맹세했다. “유비, 관우, 장비는 비록 성씨는 다르더라도 의형제를 맺은즉, 같은 마음으로 힘을 합쳐서 어려운 이를 구하고 위급한 이를 도우며, 위로는 국가에 갚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평안케 하겠습니다.” 이들은 여기서 “한 날 한 시에 죽길 원한다”라는 소망을 나누었다. 20대 혈기방장한 청년 세 사람은 나라와 백성을 구하자는 큰 뜻 아래 하나로 뭉쳤다. 이른바 ‘도원결의’이다.
--- p.80

프랑스 왕실에서는 이 모든 불미스러운 일은 필리프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악마의 돼지’ 탓이라 여겼다. 왕실에서는 그 불명예스러운 죽음의 흔적을 지우고 왕조의 명예와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했다. 루이 7세와 왕실 관계자들은 성모 마리아를 왕국의 수호자이며 ‘프랑스의 여왕’으로 삼았고 이전부터 마리아의 꽃으로 여겨졌던 백합, 천상의 색 파란색을 왕국 문장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 p.97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전기소설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에서 “착한 뜻을 가지지 않은 것도, 악한 의도를 품은 것도 아니었다”라고 마리 앙투아네트의 성품을 표현했다. “명랑하고 구김살 없던 그녀의 세계 안에 혁명이 들이닥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수많은 다른 왕녀처럼 평범하게 인류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을 것”이라는 츠바이크의 말대로 예기치 못한 혁명의 세찬 소용돌이 속에서 안타깝게 희생된 마리 앙투아네트. 매년 봄 프티 트리아농 정원을 가득 채우는 라일락꽃 향기도 그녀의 영혼을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 p.107

제국대장공주는 황제의 딸임을 과시하며 남편 충렬왕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권세를 떨친 황제의 딸이라 해도 머나먼 타국으로 시집와 외롭게 살아야 했던, 정략 결혼의 희생자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작약꽃에 얽힌 기록은 그녀를 향수병을 못 이겨 죽어간, 가련한 여인으로 그리고 있는 것 아닐까. 꽃은 화려하지만 연약한 풀에 지나지 않는 작약의 운명이 역사 흐름에 휩쓸려 희생된 세도가 여인들의 모습과 어쩐지 닮은 듯하다.
--- p.123

광고는 세 살 정도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꽃잎을 따며 숫자를 세는 앙증맞고 평화로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곱, 여섯, 여섯, 여덟, 아홉” 아이가 서툴게 꽃잎 개수 아홉을 세는 순간, 10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윽고 소녀의 까만 눈동자가 클로즈업되고 그 안에서 핵 폭탄 터지는 장면이 나온다. 불기둥과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무서운 화염이 제법 길게 화면을 메운다. 그 영상을 배경으로 존슨 후보의 음성이 나온다.
--- p.136

500여 년 전에 일어난 장미전쟁의 흔적은 아직도 영국 문화 곳곳에 남아 있다. 승리한 랭커스터 가문의 공작 칭호는 영국 국왕의 비공식 칭호 중 하나이다. 반면 요크 공작은 국왕의 차남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되었다. 영국 국왕 찰스 3세는 랭커스터 공작, 그의 아우인 앤드루 왕자는 요크 공작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랭카스터대학교와 요크대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스포츠 경기의 명칭은 ‘장미들(Roses)’이다. 이들은 ‘전쟁’보다는 그 결과인 ‘화합’으로 장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례들이다.
--- p.143

술에 취했든 비틀거리든 현종의 눈에는 예쁘게만 보이던 ‘해당화’는 그토록 허망하게 지고 말았다. 바닷가 소금기를 머금은 모래땅에서 피어나는 해당화. 꽃은 아름답지만 척박한 땅에서 가시 돋힌 몸으로 살아야 하는 해당화의 운명은 참 기구해 보인다.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부귀영화를 누린 것 같지만 권력의 소용돌이 가운데 이리저리 휩쓸리다 맥없이 스러져간 양귀비의 인생도 해당화 못지않게 팍팍하지 않았을까?
--- p.158

수국은 장마철을 기다려 아름답고 활기차게 피어난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수국은, 거의 모든 세상일이 무조건 나쁘기만 하거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수국에 ‘자양화’라는 당당한 이름을 붙여준 백거이도 그런 생각을 위안 삼아 험난한 세상을 헤치며 그 평탄치 않은 삶을 극복했을 것 같다.
--- p.168

실제로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세, 스코틀랜드를 밤에 기습하려던 노르웨이 군사가 엉겅퀴에 찔려 비명을 지른 통에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잠에서 깨어 노르웨이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일화가 언제 일어난 어떤 전쟁의 상황인지는 분명치 않다. 심지어 적으로 노르웨이는 물론, 덴마크, 색슨족, 잉글랜드까지 거론된다. 비교적 믿을 만한 스코틀랜드 관광청 자료에는 ‘북유럽 군대’라고 얼버무려져 있다. 아마도 지금의 국경선이 만들어지기 전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바이킹의 침략을 일컫는 것이 아닐까?
--- p.176

카네이션은 사회주의나 노동운동의 상징, 혁명과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1917년 러시아혁명 때 러시아의 한 작가는 “붉은 깃발, 붉은 나비넥타이와 리본, 붉은 카네이션은 페트로그라드와 모스크바 거리에 모인 사람들의 특징”이었다고 말했다. 전쟁터에서 목숨 잃은 병사들의 피를 상징하기도 하는 붉은 카네이션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역사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 최근까지도 승전 기념식이나 전사자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손에 어김없이 붉은 카네이션이 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p.186

서산에서 강릉까지 먼 길을 찾아온 충직한 하인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산 넘고 물 건너 강릉으로 오는 몇 날 며칠 동안 행여 능소화 뿌리가 마를까 봐 낮에는 개울가에서 이끼로 뿌리를 덮어놓고 쉬었고 햇빛이 없는 야간에만 이동했다. 이런 세심한 배려마저 선비가 생전에 남긴 당부였다고 했다. 이근우는 그 두 사람의 신의와 정성을 기리는 의미에서 기념비처럼 마당 한가운데 능소화를 심었다고 한다.
--- p.193

화산이 폭발했다는 8월 24일, 협죽도 꽃이 한창 만발했을 시기이다. 아름다운 지중해의 태양이 찬란하게 빛났을 8월의 그 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비극이 덮치던 그 날에도 폼페이에는 활짝 핀 협죽도 꽃과 더불어 평온한 일상이 영위되고 있었으리라. 도시를 아름답게 물들였을 협죽도 꽃은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화산재로 뒤덮여 그 색을 잃게 되었다.
--- p.199

모네는 프랑스 지베르니에 농가와 작은 습지를 사들여 연못이 있는 일본식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 정원은 만년의 그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모네는 20여 년 동안 이 정원에서 수련을 그리는 데 몰두했다. 1909년에 열린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 중 절반은 수련이 핀 연못 그림이었는데 이 작품들은 큰 호평을 받았다. 1914년, 모네는 친구 조르주 클레망소의 권유로 대형 수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작품들을 그릴 수 있는 넓은 작업실을 손수 지었고 그곳에 틀어박혀 수련을 그리는 데 다시 10년을 보냈다.
--- p.222

닭의장풀의 꽃말은 ‘짧았던 즐거움’이다. ‘짧은’이 아니라 ‘짧았던’이라 과거 시제를 꽃말에 사용한 것이 왠지 예사롭지 않다. 일생 전란과 재해에 휩쓸려 살았던 두보의 삶에서 편안하고 즐거웠던 시절은 얼마나 될까? 유난히 굴곡진 두보의 삶이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인생은 ‘하루살이 꽃’처럼 짧고 허망하다. 힘든 세월을 정신없이 지내고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 어느새 ‘꽃 지는’ 때가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대부분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
--- p.239

영국과 캐나다 사람들이 매년 11월 개양귀비꽃 모양의 배지를 달기 시작한 것은 1921년부터이다. 그런데 이 양귀비꽃 배지는 영국과 중국 사이의 외교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10년 11월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때 총리를 비롯한 영국인들이 양귀비꽃 배지를 달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양귀비꽃 배지가 아편전쟁을 연상시킨다며 불편함을 드러냈지만 영국은 100년 가까이 내려온 자국의 전통이라며 이에 맞섰다.
--- p.247

라벤더와 로즈마리 등을 섞어 만든 식초는 ‘4인의 도둑 식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여기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1630년경 남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페스트로 죽은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 네 명이 있었다. 관청에 붙들려온 이들에게 페스트에 전염되지 않는 비결을 묻자 라벤더 등으로 만든 허브 식초를 몸에 발랐다고 했다. 이 소문이 돌면서 ‘4인의 도둑 식초’라는 별명을 얻었고 페스트 퇴치약으로 한동안 인기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 p.266

세포이항쟁 당시 한 영국군 장교는 “빵과 연꽃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다. 거리에서 호신용 부적이 불티나게 팔린다. 인도 사람들은 ‘모든 것이 붉어졌다’라는 불길한 말을 속삭이고 있다”라며 인도인들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에 두려움을 나타냈다. 꽃은 연약하지만 그 꽃에 특정한 의미가 담길 때 상대를 두려움에 떨게 할 만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더러운 연못에서 깨끗한 꽃을 피울 정도의 결기가 있는 연꽃은 더욱 그럴 것이다.
--- p.274

붓꽃을 ‘불멸의 꽃’으로 만든 또 한 명의 거장은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이다. 그는 1889년 5월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부터 이듬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수많은 붓꽃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면 자신이 미쳐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흐는 그림을 ‘내 병의 피뢰침’이라고 불렀는데 마침 지천에 널린 붓꽃이 만만한 대상물이었다. 붓꽃 그림들은 고흐가 온전한 정신을 붙들어 매려는 필사적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 p.287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24일, 항구 도시 헤니체스크에서 한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을 향해 호통치는 영상이 전 세계로 퍼져 화제가 되었다. “러시아 놈이 왜 여기 있어? 너희는 파시스트 점령군이야!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나 넣어둬라. 네가 이 땅에 쓰러지면 해바라기가 자랄 테니.” 이 할머니의 절규는 승패와 상관없는 전쟁의 참혹함 그 자체를 통렬하게 꼬집은 듯하다.
--- p.299

국화는 평화를 상징하고 칼은 전쟁과 폭력을 상징하는데 일본인은 두 가지 측면을 다 가지고 있다는 뜻에서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화는 예술성, 예절, 충효 등 일본인이 가진 아름다운 면을, 칼은 ‘무(武)’를 중심으로 한 야심과 야욕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국화’는 일본식 정원으로 나타나는 ‘질서’를 의미하고 ‘칼’은 항상 반짝이게 갈고 닦여 있는 일본인의 내면을 상징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화와 칼’이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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