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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사랑과 돌봄에 관한 퀴어한 참조
캔디
들녘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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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여는 글: 그녀가 우리의 레퍼런스가 되기 바란다

나와 력사의 이야기

력사와 나, 우리의 열두 해 | 그리고, 암 판정 |그냥, 친구예요 | 가발을 손에 들고서 | 질병과 함께한 시간들 | 력사가 요양병원에 들어갔다 | 우리를 지탱해준 사람들 | 력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커밍아웃 | 마지막을 알리다 | 돌봄의 시간 속에서 생각한 인간의 존엄에 대하여 | 우리, 유언장을 함께 써보자 | 마지막을 함께할 권리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력사가 떠났다 | 상주의 자격 | 너의 장례식에서는 너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까 | 장례식 | 2021년 6월 14일, 력사의 장례식을 찾아주신 분들께

더 많이 잊기 전에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

애도 일기: 2021년 6월 19일, 일주일이 지났다 | 이사를 결심하다 | 애도 일기: 2021년 8월 23일, 난 네가 보고 싶고 그립나 보다 | 네가 없는 너의 생일 | 애도 일기: 2022년 1월 1일, 정말로 와버렸습니다 | 죽음의 의미 | 애도 일기: 2022년 2월 8일,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 력사 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 애도 일기: 2022년 4월 24일, 력사의 역사 | 력사 1주기 | 애도 일기: 2022년 6월 30일, 내가 력사를 사랑한 이유

남겨진 나날, 살아갈 날들

사별 후 나를 도와준 것들, 나의 애도법 | 우리, 같이 죽음을 이야기해요 | 오쓰는 이상하다 | 함께 살아간다는 일 | 안녕, 막둥이 | 사별한 연인의 기념일을 함께 챙긴다는 것 | 우리 결혼할까요 | ‘불수리증명서’라는 영광스러운 전리품 | 가족, 그리고 커밍아웃 | 두 번의 결혼식 | 그리고, 나는 여전히 살아간다

※부록
(1) 건강보험 피부양자 신청하기
(2) 덴마크에서 결혼하기
(3) 유언장 쓰기
(4)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저자 소개 1

윤다림

바이섹슈얼, 성소수자인권활동가, 페미니스트. 나이 든 고양이 두 마리와 와이프와 서울 은평에서 산다. 다정한 오지랖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으며 하루하루 나와 세상을 조금씩 더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퀴어텃밭을 경작한다. 목공, 목욕탕, 보드게임, 핸드폰 게임, 만화책, 땡땡이, 닥터 후, 미스 마플, 본즈, 콜드케이스 등… 여러모로 맥시멀리스트이다. 나다운 삶을 살고, 나이 들고, 죽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위해 서로를 돌보는 삶이 주 관심사다. 2013년부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성소수자의 나이 듦을 함께 만들어가는 큐라이프
바이섹슈얼, 성소수자인권활동가, 페미니스트.
나이 든 고양이 두 마리와 와이프와 서울 은평에서 산다. 다정한 오지랖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으며 하루하루 나와 세상을 조금씩 더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퀴어텃밭을 경작한다. 목공, 목욕탕, 보드게임, 핸드폰 게임, 만화책, 땡땡이, 닥터 후, 미스 마플, 본즈, 콜드케이스 등… 여러모로 맥시멀리스트이다. 나다운 삶을 살고, 나이 들고, 죽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위해 서로를 돌보는 삶이 주 관심사다. 2013년부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성소수자의 나이 듦을 함께 만들어가는 큐라이프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교육상담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30*210*20mm
ISBN13
9791176100175

책 속으로

인간으로서 각자 생각하는 존엄과 품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자기 신체를 통제하는 것, 어떤 이에게는 효능감과 유능감, 어떤 이에게는 또 다른 것이겠지. 이것은 삶의 순간순간마다, 처한 상황마다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명확한 한 가지는, 이 존엄이라고 하는 것을 나 혼자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삶이 존엄할 수 있도록 바라봐주고 말 걸어주는, 기댈 수 있는 옆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 「돌봄의 시간 속에서 생각한 인간의 존엄에 대하여」 중에서

성소수자 중에 파트너 돌봄과 사별을 경험한 사람이 나 하나는 아니겠지만, 그 모든 이야기를 바깥에 터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더욱이 나는 가진 것이 많지 않으니, 내 이야기라도 세상을 위해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의 드러나지 않는, 드러낼 수도 없는 돌봄에 위로를 건넬 수도 있으니까. 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렵고 막막한 상황에서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고 사고를 전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나는 모든 성소수자가 나이 들어가면서 반드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을 남들보다 약간 일찍 겪었다. 남들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든 손을 내밀어줄 수 있고, 꼭 그렇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
--- 「우리, 같이 죽음을 이야기해요」 중에서

우리가 죽음을 위해 준비해볼 수 있는게 얼마나 많은가! “난 죽기 전에 장례식을 미리 할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람들을 만나 그동안 고마웠다, 잘 가라는 인사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어떤 수의를 입고 싶은지 이야기할 수도 있다. 꼭 삼베로 만든 수의만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좋아하던 옷, 나한테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미리 준비해놓을 수도 있겠다. 어떤 친구들은 이야기하기도 한다. “내 장례식장에서는 미러볼을 돌리고 마돈나의 노래를 틀어줘.” 다른 장례식에 폐를 끼칠 수 있으니 마돈나 노래까지는 못 틀어줄 수도 있겠지만, 뭐 언젠가는 방음 장례식장이 문을 열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썼지만, 최근에 지인의 장례식장에 갔더니 신나는 노래를 ‘작게’ 틀어놓았다. 뭐 이것도 이것대로 좋았다!) 말이라도 못 해볼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건 몰라도 연명의료에 대해서는 꼭 이야기해둬야 한다. 나한테 심폐소생술이나 삽관 같은 건 안 해줬으면 좋겠다거나, 그래도 진통제는 꼭 맞게 해달라는.
--- 「우리, 같이 죽음을 이야기해요」 중에서

우리는 큰 이벤트가 없는 삶을, 그냥 함께 아침을 먹고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하고서 잠드는 일상을 원했다. 같이 늘어져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지치면 손 잡고 산책을 나가는, 그냥 그런 삶. 많은 이가 살아가고 있는 그런 삶을 우리도 원했다.
왜냐면 우리 집 바깥에서의 삶은 이미 너무나 다이나믹했으니까. 어떻게 된 게 이 사회는 차별과 혐오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성소수자인 우리는 그 앞에 맨몸으로 노출되어 있다. “아, 이만큼 겪었으면 이젠 익숙하지-” 너스레를 떨지만, 실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매번 함께 상처받고 슬퍼한다. 우리는 그 모든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따뜻하고 평온한 삶의 공간을 원했을 뿐이다. 아마도 다른 많은 성소수자처럼 말이다.
--- 「함께 살아간다는 일」 중에서

력사가 점점 마지막을 향해 가며 마침내 떠났을 때에는 그 모든 것이 정점에 달했다. 유산에 대한 권리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유품을 정리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 싫었다. 집을 정리하면서 우리의 추억을, 퀴어로서의 력사를 보여주는 모든 물건을 몰래 챙기고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내가 비참했다. 력사 옆에서 십수 년을 함께했는데, 나에게 남은 권리는 호의를 기다릴 권리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서러웠다. 그리고 이미 죽은 사람임에도 그의 결심을 지켜주겠다고 여전히 좋은 친구인 척하고 있는 나 자신도 너무 싫었다.
--- 「우리 결혼할까요」 중에서

작년 봄 우연히 영국에 사는 레즈비언(인 스위스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물어본 적 있다.
“동성혼이 허용된 이후 영국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그는 대답했다. “공공기관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동성 파트너의 건을 다루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경우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익숙해졌죠.”
--- 「‘불수리증명서’라는 영광스러운 전리품」 중에서

우리는 커밍아웃이 별것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오쓰는 직접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 이미 오쓰의 성적 지향을 알고 있었고, 나는 가족 외에는 거의 오픈리 퀴어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밍아웃은 생각보다 별것이었다. 커밍아웃한 후 오쓰는 세상에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는 기분이라 했고, 나 또한 비슷했다.
--- 「가족, 그리고 커밍아웃」 중에서

주변에는 끊임없이 장례가 생긴다. 그때마다 슬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슬픔 속에서도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수많은 다행을 발견한다. 그래도 우리가 장례식을 치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함께 논의할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장례식의 다음 단계를 서로 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게 서로를 다독인다.
주변에 결혼식도 계속 있다. 결혼식이란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 누군가에게는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결혼을 축하한다.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축복한다. 슬픈 일이 아니라 기쁜 일로 함께 모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퀴어의 삶에도 희노애락이 존재한다. 퀴어의 삶에도 인생 곡선이라는 것이 있다. 똑같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이유로 그 관계를 잃고, 또 다른 관계를 맺고, 그 관계들과 함께 살아가며, 희노애락을 겪는다. 어떤 이는 태어나고, 어떤 이는 죽는다. 너무나 당연한 삶의 과정들이다.
그럼에도 성소수자의 삶은 늘 어느 한쪽에 치우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많은 퀴어가 언제나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데, 언론은 늘 그 보통 중에서도 극단적인 슬픔이나 남다른 기쁨에만 주목하곤 한다. 나의 삶은 보통의 삶이 맞을까? 우리는 종종 모든 삶은 특별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모든 삶은 또 다 거기서 거기이기도 하다. 비슷하게 기쁘고 비슷하게 슬프다.
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도 내 나이대의 다른 이들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만나고, 헤어지고, 즐겁고, 슬프게. 당신 옆의 성소수자는 사실은 당신과 너무나 닮았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나는 여전히 살아간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를 안정된 삶, 미래를 이야기하는 삶으로 옮겨놓았던 이가
이제는 나를 돌봄을 이야기하는 삶으로 끌어당겨놓았다.”
사별과 애도의 시간을 지나 돌봄을 말하는 삶으로

총 3개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가 힘든 시간 속에서도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들장미 소녀 캔디처럼 씩씩하고 힘차게 살아내려 노력해온 모습들을 읽을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돌봄 경험을 증언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역시 캔디는 캔디다(유여원·추혜인 추천사).” 이 책이 읽는 이들에게 건강한 힘을 전해주기를 바란다.

첫 번째 장 ‘나와 력사의 이야기’는 파트너의 암 선고와 이어진 투병, 돌봄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이 그전까지는 간병과 돌봄에 대하여 완전히 무지했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돌봄은 힘든 일이다.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하기에, 주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퀴어 커플은 제도적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저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전에 자신이 파트너의 장례에 어느 정도까지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했다. 고인이 생전에 작성하려 했던 유언장에 집행인을 저자, 즉 자신의 파트너로 지정하였어도 현행법상 실제 장례 절차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혈연 가족에게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내어놓음으로써 강력한 주장 없이도 우리 사회가 단순히 결혼을 통한 이성 간의 결합을 넘어서는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힘있게 역설한다.

두 번째 장 ‘더 많이 잊기 전에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에서는 파트너를 떠나보낸 이후의 시간들이 이어진다. 저자는 애도의 과정 속에서 자신을 돌보며 다시 계속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친구들과 공동체가 건넨 도움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회복해나간다. 생일 제사, 1주기 등 저자는 세상을 떠난 파트너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방법을 친구들과 꾸준히 모색한다. 결국 상실을 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껏 슬퍼하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장은 당시 저자가 기록했던 일기를 각 편 사이에 엮어 수록했다.

세 번째 장 ‘남겨진 나날, 살아갈 날들’은 사별 이후의 삶이 단절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관계와 돌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퀴어의 돌봄과 장례, 애도 문제에 관해 계속해서 증언해왔다. 언론에서 취재 요청이 오면 피하지 않고 응했고, 연구 활동과 단행본 집필을 위한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 책을 쓰기에까지 이르렀다. 자신이 겪은 아픔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지금도 누군가가 고통받고 있는 문제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저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한 상태다. ‘력사’도 우리의 가족이라고, 우리 모두가 당신의 경험을 통하여 언젠가 겪게 될 문제에 대하여 더 깊이 고민하고 새로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배우자 ‘오쓰’의 관용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아프고 슬픈 과거라 하여 반드시 우리의 현재 및 미래와 단절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우리의 상실이 우리를 더 크고 넓은 삶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저자는 언젠가 자신과 같은 일을 겪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레퍼런스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 그 취지에 맞게 권미의 부록에는 유언장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설명, 덴마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 하는 방법,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취득을 신청하는 법까지 실제 경험에 바탕한 실용적인 조언들을 담았다.

퀴어 커플의 돌봄과 장례, 애도가 우리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
우리에게는 지금 바로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개인의 경험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가 겪은 돌봄과 사별의 과정은 한국 사회의 제도적 공백 또한 드러낸다. 이 공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나는 내 삶의 일부를 력사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지 두려워하며 보냈다. 다행히 력사가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할 수 있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임종할 때 곁을 지키고 장례식 때 그의 원가족과 함께 상복을 입고 장례 절차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모두에게 ‘당연한’ 일은 아니다. 나는 운이 좋았다. 그걸 ‘다행이었다’라고 회상해야 하는 현실은 슬프다.
언젠가 오쓰와 나, 지금의 ‘우리’에게도 마지막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는 아무 걱정도 두려움도 없이 마지막 순간을 당연히 함께 보내고 싶다.” _본문에서

한국 사회에서 퀴어들은 ‘법적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는 관계’라는 이유로 제도와 관습의 벽에 부딪힌다.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병실에서 밀려나거나, 장례를 결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저자는 친구들과 돌봄 공동체를 이루어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 사회의 책임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거창한 선언 없이도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등 관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왜 필요한지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사랑과 돌봄, 애도의 과정이 특정 가족 형태에만 허용될 수는 없다는 것,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삶으로 역설한다. 지금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그 중요한 질문을 독자와 사회에 조용히, 하지만 힘있게 건네는 책이다.

추천평

십여 년을 함께한 동성 연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레퍼런스가 되기를 바란다’며 세상에 내놓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동성 커플의 경조사는 우리가 비전형적인 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종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인 사건이 되곤 한다. 사십 대 초반의 파트너 력사를 떠나보낸 캔디는 장례 후 인사로 통상적인 감사의 말이 아닌 동성 연인인 자신이 “누군가의 배려와 동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취약한 위치”임을 돌아본다. 그리고 그는 이를 개인적 반추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을 사람들을 위해 기록하고 또 나누었다. 캔디의 용기, 력사의 삶, 그리고 캔디의 배우자 오쓰의 관용을 기억하며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를 추천한다. 법으로 정의되지 않는 관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이 수모를 겪지 않는 세상이 되길. - 김규진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결혼하지 않겠다 선언한 이들이 주변인들로부터 꼭 들어본 말이 있다. “그렇게 혼자 살다가 나중에 나이 들고 아프면,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하려고?” 이런 질문에 혼자 주춤하거나 괜스레 마음이 위축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끝까지 나답게 살다가, 아는 얼굴들 사이에서 죽고 싶다.” 좋은 돌봄과 좋은 죽음에 대해 오래 고민한 끝에 우리가 함께 내놓았던 답이다. 이 문장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현실에서 잘 보여줄 수가 있을까.
캔디는 역시 캔디다. 말기 암 파트너 간병이라는 밀도 높은 돌봄의 한중간에서도 씩씩함을 잃지 않고, 같이하고픈 마음은 있지만 뭘 어째야 할지 모르는 여러 친구들까지 돌봄에 엮어주었다. 그렇게 만든 관계망이 죽음에 압도되지 않고 자기다움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이 되어주었다. 우리의 법제도가 그들을 ‘가족’ 이라 부르든 부르지 않든, 결국은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야말로 ‘진짜 가족’이다.
상상만 해오던 돌봄을 생생히 그려볼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캔디의 덕이다. 력사의 마지막 순간들과 화해할 수 있게 된 것도. - 유여원 (『나이 들고 싶은 동네』 저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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