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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의 성격
『산해경』은 크게 ‘산경’과 ‘해경’으로 나뉜다. ‘산경’은 어느 산에서 동방 몇 백 리에 어느 산이 있다는 식으로 산들의 위치 관계를 보이고, 어느 강은 어느 산에서 나온다고 강의 수원을 명기하는 등 상당 부분이 산천에 관한 것이며, 거기에서 나는 동식물, 광물 자원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인문지리서적인 성격이 강하다. 반면 ‘해경’에는 먼 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형상, 풍속과 사물, 영웅과 신들의 행적, 갖가지 괴물에 대한 묘사 등이 다양하여 신화서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아직도 『산해경』은 단정지어 어느 한두 가지 성격으로 규정할 수 없다. 그만큼 그것이 담은 내용은 사람들의 한정적인 언어로 규정지을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도 기묘하다. 『산해경』의 서술 방식 『산해경』은 담고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한데 비해 그 서술 방식은 아주 단순한다. 이를테면, “서쪽으로 350리를 가면 영제산이 있다. 산 위에는 옻나무가 많고 산 기슭에는 금과 옥이 많다. 여기에서 사는 짐승과 새는 모두 희다. 완수가 이 산에서 나와 북쪽의 능양택으로 흘러든다. 여기에는 염유어가 많은데, 물고기의 몸에 뱀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발이 여섯에다 눈은 말의 귀처럼 생겼다. 사람이 이것을 먹으면 가위눌리지 않고 흉재를 막을 수 있다.” 하는 식의 서술 방식을 반복한다. 그렇지만 틀 안에 담기는 내용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리적인 설명이 나오는가 하면 그 안에서 나는 갖은 광물과 보물들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고 신기하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 한 동식물, 인간과 신들을 포함하여 그것들이 가진 특이한 능력까지 쉴새없이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산해경』에 나오는 신비한 능력의 동물들 『산해경』에는 사람들이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신비한 능력을 가진 동물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머리 하나에 몸은 열 개가 달린 자어는 사람이 먹으면 방귀를 뀌지 않게 되고, 잠어라는 것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게 하고, 제어를 먹으면 교만하지 않게 된다. 어떤 열매는 피로해지지 않게 해주고, 또 어떤 고기는 먹으면 질투를 하지 않게 되고, 잠이 오지 않게 해 주는 짐승도 있다. 가슮앓이를 고쳐주는 것, 미친 병을 고쳐주는 것, 역병을 물리치는 것, 어지럼증을 해소하는 것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독자들은 이런 내용을 읽으며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에 대한 대리만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산해경』의 사람들 가슴이 툭 뛰어나온 사람, 가슴에 구멍이 뚤린 사람, 사지가 잘린 채 있는 사람, 장단지가 거꾸로 붙은 사람, 팔이 하나에 눈이 셋 달린 사람, 얼굴은 분명 사람인데 몸뚱아리는 물고기인 사람, 한몸 안에 남녀의 성징을 모두 가진 사람, 얼굴 중앙에 눈이 붙은 사람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특이한 형상의 사람이 나온다. 때로는 그려지는 형상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낭만적인 이야기도 있다. 『산해경』에 나타난 다양한 군상들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은 독자의 숨은 감성과 상상력을 일깨우고 좀더 주변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산해경』의 신들 신들의 면모 또한 상상을 넘어선다. 이를테면 촉음이라는 신은, 그가 눈을 뜨면 낮이 되고 눈을 감으면 밤이 된다. 입김을 토하면 겨울이 되고 입김을 내쉬면 여름이 된다. 또 절단이라는 신은 바람을 조절하고, 구봉이라는 신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머리가 아홉이고 몸은 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촉룡이라는 신은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인데 눈이 세로로 붙어 있고,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며 숨도 쉬지 않은 채 산다. 이 외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면모의 신들이 등장한다. 이런 신들은 인간과 동물과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산해경』의 세계를 이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