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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鉉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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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어둡고 추운 밤을 가르고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이 끝없이 펼쳐진 빙원 위를 따사로이 비추면, 빙원 위에 옹기종기 모여 꿈쩍도 않고 있던 하얀 털모자 같기도 하고 호빵 같기도 한 물체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 부스럭거리며 움직임을 보인다. 스스로의 체온에 기대, 서로의 체온에 기대, 또 한번의 추운 겨울밤을 무사히 났다.
“우리에게도 따뜻한 날이 올까” 햇살에 반짝이는 빙원 위에 부리를 제 날개 깃 아래에 감추고 잔뜩 웅크려 있는 백조들을 보자마자 시인 신현림은 이렇게 말했다. 영하의 칼바람이 살을 에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야생의 겨울은 매정하다. 좀 더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고자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남쪽의 겨울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얼음 바닥에 털이 붙은 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거나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기도 하고 하늘의 제왕 독수리나 매의 사냥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과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한 그 어떤 어려움과 냉혹한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그리고 성공적으로 겨울을 날 수 있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현실과 치열하게 싸우며 그 과정들을 여러 편의 시와 에세이에 담아 온 작가 신현림이 야생의 백조들의 모습에 우리네 세상사를 비춘 『우리에게도 따뜻한 날이 올까』가 이번에 세미콜론에서 출간되었다. 몇 년 전부터 재미난 동물들의 모습에서 감동과 교훈을 이끌어 내는 에세이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나와 있는 책들은 외국 서적을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며 거기에 담겨 있는 동물 사진들 또한 자연적인 상태가 아닌 인위적인 상태에서 찍은 것이다. 『우리에게도 따뜻한 날이 올까』는 45년간 생태 사진을 찍어 온 전문 생태 사진작가 유범주가 전국 철새 도래지와 일본 홋카이도를 돌아다니며 찍은 순수 야생의 백조 사진에다 시인 신현림이 유머가 넘치면서도 정감 어린 글귀를 덧붙였다. 백조들이 사랑하고 다투며 함께 사는 모습을 담은 이 책은 현실은 춥고 배고프고 외롭지만, 그래서 어디론가 숨고 싶고 당장 죽을 것만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곁에서 항상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이 세상은 살 만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백조들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비단 겨울뿐만 아니라 일 년 내내 마음이 춥고 외로운, 매일을 전쟁을 치르듯이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 책은 속을 시원하게 해 줄 청량음료가, 마음 한구석을 훈훈하게 데워 줄 마음의 난로, 희망의 내복이 되어 줄 것이다. 또한 거친 인생의 바다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매력적인 조언자가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