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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걀 껍데기 붙었어 7
2.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교실 43 3. 죽고 싶은 노트 83 4. 플리츠 계급 129 5. 방과 후 초점 맞추기 165 6. 비 오는 날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209 |
Sako Aizawa,あいざわ さこ,相澤 沙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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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리는 말없이 달걀 껍데기를 벗겼다. 점심시간에 보건실에서 나란히 앉아 묵묵히 달걀을 까는 중학생이라니. 참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내가 읽은 그 어떤 순정만화에도 이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우리는 순정만화 세계와는 거리가 먼 곳으로 밀려나 있었다.
--- pp.22-23 그 아이들은 반짝이는 사랑을 찾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여전히 메워지지 않는 지루함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들과는 조금 다른 부류인 나를 끌어내어 구경거리로 삼는 것이다. 아마 저희들끼리는 견고한 유대가 있어 서로를 공격하지 않겠지. 내가 츠카모토 무리와 좀 더 비굴하게라도 친해졌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까. --- p.63 우리 부모님은 한숨이 나올 만큼 평범하고 다정하다. 가정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아니다. 실연의 상처 같은 건 더더군다나 없다. 그런데도 난 왜 이토록 죽고 싶은 걸까. 왜 이토록 견딜 수 없이 괴롭고 슬플까. 나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매일 유서처럼 글을 썼다. 죽음을 창작하고 상상하며 그 기분에 깊게 빠져 들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교실,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은 고요 속에서 수첩을 펼치고 이제 곧 죽는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내가 조금씩 죽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97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아즈사도, 가나코도, 마키도 모두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그래서 나도 즐거운 척을 했다.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뼉까지 치면서. 그런 상황에서 그만하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 내가 시작했으니까. 내가 자진해서 마유를 ‘오타후쿠’라고 명명해놓고 이제 와서 모범생 같은 얼굴로 입바른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친구를 배신하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들켜버릴 테니까. 그러면 내 등급은 추락할 것이고, 공들여 잡아놓은 치마 주름은 빗물에 젖은 것처럼 힘없이 무너져 내릴 터였다. 그 추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싫었다. --- pp.152-153 나는 다시 댓글을 달고, 아슬아슬한 치마 밑으로 드러난 다리 사진을 올렸다.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환호, 박수갈채. [여신님] 이 세계에서 나는 여신이 될 수 있다. --- pp.169-170 우유 냄새가 밴 더러운 걸레를 내 얼굴에 툭 던졌다. 걸레가 얼굴에 닿는 순간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머리카락과 먼지가 뒤섞인, 오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왜,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걸까. --- p.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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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하는 것은 도망이 아니라 ‘숨 고르기’를 하는 시간
이 소설은 단순히 교내 폭력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를 지워야 했던 다섯 아이가 어떻게 타인이 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에 스스로 초점을 맞춰가는지 그 과정을 따라간다. ·스스로를 불량품이라 여기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츠 ·교실 중심부와 다르다는 이유로 조롱받는 모리카와 ·인터넷 속 가짜 찬사로 존재를 확인하려는 시오리 ·매일 아침 ‘죽고 싶은 마음’을 써내려가는 후지사키 ·플리츠 계급에서 밀려나 괴롭힘을 당하는 사에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교실에서 버텨내거나 끝내 튕겨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필름 카메라로 발견한 일상, 보건실 화단에 핀 꽃과 무지개 등 사소하지만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대상을 통해 학교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며, 남들과 조금 맞물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인의 렌즈를 벗어나 나만의 ‘초점’을 맞추는 법 저자는 ‘초점’이라는 상징적인 키워드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한다. 타인의 렌즈에 맞춰진 풍경은 늘 흐릿하고 왜곡되어 있지만, 스스로 렌즈를 돌려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진짜 세상이 보이듯, 비 오는 날 자기만의 공간에서 숨을 고르는 시간은 인생의 멈춤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과정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오늘도 ‘평범’을 연기하며 교실 문을 여는 청소년들, 그리고 그 시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이 책은 ‘잠시 쉬어도 괜찮다’는 허락이자 ‘결국 너는 다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 비 오는 날은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그 비는 다시 시작할 우리를 위한 숨 고르기 시간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