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을 내면서
절제의 문법 새앙시 불투명의 신비 여백 느낌의 예술 언어 생명체 언어 요리사 언어의 팔레트 색채 언어 은유의 유혹 불안의 형상화 묘사, 상상력의 활주로 이미지와 병치 시각 이미지 청각 이미지 후각 이미지 미각 이미지 촉각 이미지 어조 감정의 농도 메아리로 빚은 항아리 반복과 변주 첫문장과 빠른 리듬 타악기와 시 현악기와 시 관악기와 시 대담한 진술 가면의 화자 고백체 대화체 잠언체 대조법 넙치눈이 기법 연극적인 시 그로테스크 초현실적인 환상 표현의 열정 새로운 발상 수록 작품 목록 |
崔勝鎬
최승호의 다른 상품
|
젊은 날 시인을 꿈꾸면서 내가 마음 깊이 간직했던 시들, 그리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문장, 그것은 나에게 분실되지 않은 추억의 선물 같은 것이다. 그동안 시를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오며 했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밝히고, 과거부터 현대까지 훌륭한 선배 시인들의 빼어난 작품을 수록한 이 책이 모쪼록 시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작품을 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pp.8-9 시인은 불투명의 신비로 독자를 유혹한다. 단순히 하나의 의미로 귀결되지 않을 때 시는 애매하고 암시적인 것이 된다. 애매성은 시적 언어의 특성이고 함축은 시의 본질이다. 함축성으로 인해 시는 불확정적이면서 다채로운 해석의 문을 열어 놓게 된다. --- p.12 정현종의 「섬」은 애매성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섬은 혼자 있고 싶은 충만의 공간일까. 아니면 불화하던 사람들이 만나는 화해의 장소일까. 그도 아니면 욕망의 피안에 있는 그 무엇일까. 섬은 불투명의 신비로 둘러싸여 있을 뿐, 섬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인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섬은 눈 밝은 독자를 만나면 태양광이 통과하는 프리즘처럼 분광分光을 시작하며 다채로운 의미의 스펙트럼을 내뿜을 것이다. --- p.22 곤충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귀뚜라미의 청각 기관인 고막은 앞다리 무릎 부근에 있다고 한다. 앞다리가 떨어지면 귀뚜라미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가을이다. 귀뚜라미가 운다. 올해가 몇 번째 가을인가. 우리 은하계에 태어나서 아흔아홉 번째 가을을 맞이하는 사람은 태양의 주위를 아흔아홉 바퀴째 돌고 있는 지구인이다. --- p.87 이 시는 사막의 마을을 지나가다 물수레 끄는 낙타를 보고 쓴 것이다. 노인과 낙타의 걸음걸이가 얼마나 비슷한지 여섯 개의 발이 속도를 맞추면서 걸어가는 것 같았다. ‘터벅터벅’은 느릿느릿 힘없이 걸어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부사다. 그래서 이렇게 써야 했다. 터어벅 터어벅 터어벅 터어벅. --- p.119 첫 문장은 간결할수록 힘이 있다. “눈은 살아 있다”, 증기를 힘차게 내뿜는 증기 기관차처럼 이 첫 문장이 뒤의 행들을 이끌면서 질주한다. 첫 문장을 쓰면 소설의 반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작가가 있다. 소설뿐만 아니라 시도 그렇다. 증기 기관차처럼 힘찬 첫 문장을 쓰면 뒤에서 행과 연들이 힘들지 않게 따라온다. --- p.127 “시인들은 평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인용되어야만 한다.” 미셸 투르니에의 말에 대해 나는 이런 댓글을 남기고 싶다. “시에는 인용해 두고 기억해 둘 만한 문장이 있어야 한다.” --- p.144 미국 소설가 헨리 밀러는 대도시의 즐거움이 익명과 미로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가면무도회의 즐거움도 익명의 즐거움이 아닐까. 얼굴과 이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무아無我의 즐거움을 누리는 가면무도회, 춤을 추지만 나는 없다. 가짜 얼굴은 있어도 나는 없다. --- p.150 물보다 더 보드라운 것, 얼마나 보드라운지 달빛처럼 만져지지 않는 것, 그것이 허공이다. 허공 한 송이, 허공 한 그루, 허공 한 그릇, 나는 허공 한 편을 만들어 보려고 이렇게 시를 짓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밥을 짓고 있는 새벽에. --- p.205 |
|
시적 화자, 수사법, 함축, 묘사, 문체,
이미지, 감각, 리듬, 의미, 여백… 한국 현대 시문학의 거장 최승호가 꼽은 가장 ‘시적인 시’들 인간 중심성을 해체하고 북어처럼 건조한 문체로 세계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한국 현대시의 거목으로 자리한 시인 최승호가 시를 시이게 만드는 요소 혹은 시의 특징이라고 부를 수 있는 38가지를 제시했다. 흔히 ‘소설의 3요소’라고 말하는 서사 문학의 구성 요소는 인물·사건·배경으로, 비교적 손쉽게 꼽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의 구성 요소는 무엇인지 선뜻 꼽기 어렵다. 리듬과 비유, 함축과 상징 등을 떠올려 볼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시를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시란 무엇인지 답하기는 힘들다. “불투명의 신비, 감정의 농도, 가면의 화자, 새로운 발상, 불안의 형상화” 등 알쏭달쏭하지만 궁금한 각 장의 제목은 시인이 체에 거르고 또 거른 뒤에 남은 시의 요소다. 시인이 시인으로 살아온 생애에 걸쳐 쌓아 온 101편의 시는 각 요소를 가장 잘 나타내기에, 시를 공부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해당 시를 읽는 것만으로 시의 정수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된다. 독자는 접할 기회가 적은 게오르크 트라클이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같은 이국 시인의 시를 만나고, 우리가 익히 아는 김소월, 윤동주, 김수영 같은 시인의 시는 ‘새앙노트’를 통해 새롭게, ‘시인처럼’ 읽으며 시 감상의 지평을 넓히고 좋은 시를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새앙노트: 시의 본질에 관한 자그만 대답 모퉁이 뒤 새앙쥐가 미처 숨기지 못한 꼬리처럼 한 편 한 편의 시가 남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최승호가 조용히 쌓아 온 작은 노트 새앙토끼는 작은 토끼, 고원의 향기로운 꽃들을 입에 물고 뛰어다닌다. 새앙뿔은 작은 뿔, 송아지나 망아지 머리에 돋아나는 작은 뿔이다. ‘새앙쥐’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이 버려지고 지금은 생쥐가 표준어다. ‘새앙시’는 짧은 시, 내가 만들어 본 말이다. ‘새앙노트’도 그렇다. _16쪽 시인이 엄선한 세계의 시와 자작시에 붙인 ‘새앙노트’에는 시에 대한 시인의 감상과 해설, 자작시일 때에는 창작 경험까지 두루 녹여 내, 선물 같은 시들이 남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준다. 책의 구성은 인용, 본문, 다른 시인의 시와 ‘새앙노트’ 자작시와 ‘새앙노트’로 이어지며, 장마다 이 구성이 반복된다. 각 장에서 다루는 시의 요소에 관해 먼저 사유했던 시인, 화가, 철학자 등 예술가와 문학가의 생각을 집약한 작품과 문장이 풍부하게 인용되어 머리를 깨우고, 본문에서 최승호 시인이 해석하는 시의 요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시작법을 익힌 뒤, 문장 수업을 위한 시와 ‘새앙노트’를 차례로 읽으며 시인처럼 시를 읽고, 시인처럼 시를 쓰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창작을 꿈꾸는 독자에게는 영감이 되고 감상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단서가 되는 본문과 ‘새앙노트’는, 시에 관한 사유의 결과물이지만 문학과 나아가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해 성찰하도록 이끄는 빛나는 통찰이기도 하다. 『새앙노트』를 통해 시와 세상을 읽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
|
이토록 기다렸던 책이 있을까? 부제가 ‘작곡법과 음악 수업을 위한 시’여도 좋겠다. 타 분야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은 드물다. 내가 그간 읽은 수많은 음악 이론서와 바꾼대도 아깝지 않다.
- 최우정 (작곡가, 서울대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
|
|
『새앙노트』를 한 쪽씩 넘기다 보면, 새앙쥐처럼 작지만 그 심장은 뜨겁고 여운은 꼬리처럼 긴 시를 낳고 싶어진다. 시와 노트의 이 ‘이중주’는 곧 당신의 시로 ‘삼중주’가 되리라. 찍찍찍! - 황유원 (시인, 번역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