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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욕망의 유전자
직립에서 정장까지, 건축으로 읽은 문화의 계보
서현
효형출판 2026.03.30.
베스트
예술 45위 예술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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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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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질문
지도 009·자유 013·분배 017·신념 020

2 계급
직립 028·이동 036·잉여 040·계급 048·청동 054

3 문자
권력 070·피라미드 080·도시 095·빛 104·문자 114·노예 122·귀족 130·세습 137

4 소명
부활 146·칙령 156·바실리카 163·황금 170·인쇄 179·논제 186·성서 192·예정 200·프로테스탄트 205·대립 211

5 문화
계급 222·문화·232·예술 240·자유 246·대학 253·학교 264·직업 269·음악 274·발레 279·피아노 286·정장 296·경찰 305·유니폼 312·해방 318

6 건축
지붕 324·열망 330·건축 338·공장 351·오페라하우스 358·콘서트홀 366·미술관 373·도서관 381·공원 390·파리 402·도시 408·미국 414·장식 421·모더니즘 427·좌표 437

7 한국
신화 446·물길 456·노비 463·아침 470·번역 476·공원 485·성탄 493·대학 501·교육 508·교회 514·문화 521·왕조 529·봉황 536·자동차 542·주택 550·아파트 556·예식 563·장례 571

8 신념
자유 579·문자 584

미주 588
참고문헌 600

저자 소개 1

徐顯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교수이자 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건축을 이루는 공간 조직은 사회 조직의 물리적 구현이라 생각하며, 그 사회를 알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과 독서가 최선이라 믿고 있다. 인문학적 건축을 알린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시작으로 『건축을 묻다』, 『배흘림기둥의 고백』 등을 펴내며 건축과 대중 사이에 놓인 담을 부지런히 허물고 있다. 집요한 질문과 촘촘한 논리로 쌓아 올린 그의 글은 탄탄하게 지어진 건축물을 거니는 듯한 입체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김천상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교수이자 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건축을 이루는 공간 조직은 사회 조직의 물리적 구현이라 생각하며, 그 사회를 알기 위한 방편으로 여행과 독서가 최선이라 믿고 있다.
인문학적 건축을 알린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를 시작으로 『건축을 묻다』, 『배흘림기둥의 고백』 등을 펴내며 건축과 대중 사이에 놓인 담을 부지런히 허물고 있다. 집요한 질문과 촘촘한 논리로 쌓아 올린 그의 글은 탄탄하게 지어진 건축물을 거니는 듯한 입체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김천상공회의소」, 「해심헌」, 「효형출판 사옥」, 「문추헌」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는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건축을 묻다』, 『빨간 도시 』, 『배흘림기둥의 고백』, 『또 한 권의 벽돌』, 『세모난 집 짓기』, 『상상의 책꽂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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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10쪽 | 860g | 145*225*37mm
ISBN13
9788958722496

책 속으로

현상은 복잡해도 답은 간단할 것이다. 간단할수록 그것이 답일 가능성은 크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대해 내가 내린 가장 간단한 답이다.
--- p.11, ‘질문/지도’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다는 것은 정량적 개념이니 비교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유는 증감과 분배를 추정할 수 있다. 인간의 역사가 진보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한다. 자유를 증가시키는 것은 테크놀로지였고 자유를 분배하는 능력을 권력이라고 불렀다.
--- p.25, ‘질문/신념’에서

집단이 커지면 의사 전달의 시간적, 공간적 확장이 필요해진다. 비대면 언어 전달, 기록 매체가 필요해지니 과연 문자가 등장했다. 최초의 문자는 교환의 증거며 기억이었다. 문자는 경험 전승에도 가장 좋은 도구다.
--- p.52, ‘계급/청동’에서

그런데 모세는 어쩌다 홍해를 갈라내며 탈출했을까. 이 홍해의 히브리 원문 단어는 ‘염숩yam sup’이다. 이걸 직역하면 붉은 바다가 아니라 갈대 바다다. 이 단어가 이상해진 것은 [70인역LXX, Septuagint]에서 ‘홍해’로 번역해 버렸기 때문이다. 성서에는 몇 곳에서 더 ‘숩’이 나온다. 이들을 홍해라고 하면 문장들이 다 이상한데 갈대밭이라고 하면 훨씬 명료해진다.
--- p.112, ‘문자/빛’에서

고해성사는 특별히 은밀한 공간을 요구했다. 이미 돌로 완성된 바실리카에 공간을 추가해야 했다. 고해소는 목조 구조물로 만들어 적당히 배치했다. 그래서 지금도 고해소는 바실리카와 탄생 시기가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양식을 통해 설명한다.
--- p.168, ‘소명/바실리카’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괴상한 호기심의 주인공을 한 명 꼽으라고 하면 갈릴레이를 내세워야 할 것이다. 그가 본 먼 세계에는 신이 없었다. 대신 그간 모르던 목성의 위성이 넷이나 움직이고 있었고 달은 곰보처럼 울퉁불퉁했다. 하늘에서 움직이는 천체는 성서의 숫자처럼 멋지게 일곱 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 p.226, ‘문화/계급’에서

밀의 [On Liberty]가 1872년 나카무라 마사나오에 의해 [자유지리]로 번역되면서 굳건한 위치를 확보하였다. 존재하지 않던 개념인 권리의 번역에 골머리를 앓던 메이지시대에 자유에 대한 더 이상의 정교한 개념 구분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이 단어가 우리에게 수입되었다.
--- p.252, ‘문화/자유’에서

사관학교 졸업생은 임관부터 고참 병사들보다 높은 계급으로 출발한다. 말하자면 출생이 다른 것이다. 군대는 이렇게 운영 체제도 엉뚱하게 이전 시대 귀족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들은 세습을 하지 않으므로 계급이라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직분 명칭은 그걸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계급.
--- p.308, ‘문화/경찰’에서

이 르네상스 시기가 독특한 것은 건물을 통한 계급욕망이 노골화되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 장식은 돌을 가공해 만드는 것이었다. 밋밋한 벽에는 모자이크를 가공해서 붙였다. 그런데 이 르네상스 시기에 훨씬 적은 자본으로 계급욕망을 표현하는 얇은 표피의 건물들이 등장했다. 뻔뻔하다고 해도 좋을 일이었다.
--- p.345, ‘건축/건축’에서

이런 도시가 바뀌기 위해서는 도시의 핵심인 바실리카가 사라져야 했다. 좀 신기한 실험들이 있기는 했다. 박해받은 프로테스탄트들, 즉 위그노들의 정착촌들이다. 이들은 당시에 희귀하게 장방형 격자구조에 가까운 도시를 만들었다. 당연히 바실리카라는 구심점이 없었다. 프랑스 외곽의 스위스 국경도시 라쇼드퐁이나 르 로끌 같은 소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흔적이다.
--- p.411, ‘건축/도시’에서

그런데 도대체 왜 선교사들은 아무 정보도 없는 조선에 왔을까. 이유는 당연히 선교다. 그들은 과연 조선에서 뼈를 묻었다. 이런 상상 초월의 결심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들이 남긴 이야기는 다 똑같다. 하나님의 뜻이었다. 하나님이 부르셨다. 소명 의식이었다.
--- p.472, ‘한국/아침’에서

종교가 무엇이든 기독교의 신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놀랍게 세속국가인 대한민국의 제헌의회는 특정 종교의 기립 기도로 시작했다. 기록을 보면, 이 신실한 기도는 결국 ‘아멘’으로 마무리되었다.
군정은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이 대거 필요했고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가치가 부각되었다.
--- p.496, ‘한국/성탄’에서

그런데 왜 대통령은 봉황으로 상징되어야 할까. 이 질문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어떤 가치의 존재냐고 묻는 것이다. 이 봉황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엉뚱하게 왕조 국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증언이다.
--- p.537, ‘한국/봉황’에서

장례식장은 결혼식장과 달리 비교, 경쟁할 가문이 없다. 그래서 상주 가족의 긴장도가 훨씬 낮다. 그럼에도 가문의 사회적 관계와 영향력을 증명하는 댕기 달린 조화가 빼곡해야 한다. 보낸 이들의 사회적 직함이 고인과 그 가족의 계급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이다.

--- p.573, ‘한국/장례’에서

출판사 리뷰

치밀하고 논리적인
건축가의 시선으로 읽은
공간과 문헌에 숨은 계급욕망의 메시지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확장해 온 과정일까. 『계급욕망의 유전자』의 키워드 중 하나인 ‘신념’은 이 질문을 정면에서 다룬다. 저자는 인간 사회에서 자유의 증감은 단순히 기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밑바탕에 놓인 신념 체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프로테스탄티즘이다. 수많은 종교적 사상 가운데서도 이 신념은 인간 사회의 구조를 독특한 방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던 매개자, 즉 성직자 중심의 위계적 구조를 약화시키며 기존의 계급 질서에 균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은 곧 인간 사이의 위계를 다시 생각하게 했고, 그 결과 사회 속 여러 계급을 줄이거나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종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었다. 신념의 변화는 교육, 정치, 경제, 도시와 건축의 질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넓혀 왔다. 저자가 말하는 자유란 선택 가능성의 양이며, 사회는 그 선택지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조직된다. 프로테스탄티즘은 바로 그 분배 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온 역사적 계기였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모든 신념 체계가 그렇듯 프로테스탄티즘 역시 시간 속에서 계속 변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모습을 인류의 진화에 비유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출발한 초기 호미니드가 세계 각지로 퍼져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다양하게 갈라졌듯, 하나의 신념 역시 다양한 지역과 문화 속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분화해 간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종교를 단순한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구조를 형성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바라본다. 계급, 자유, 권력의 배경에 자리한 신념의 작동 방식을 추적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질서가 어떤 사상적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계급욕망의 유전자』는 문명과 건축, 제도와 문화의 긴 흐름을 따라가며 인간 사회를 움직여 온 보이지 않는 동력을 탐색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하나의 통찰에 도달한다. 인간의 자유를 변화시킨 가장 깊은 원인 중 하나는, 결국 인간이 믿어 온 신념이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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