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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 7
배달원 - 83 아바타 - 151 렌탈인간 - 230 인간상실 - 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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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은 인간에게만 너그럽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꾸만 인간의 영역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 p.10 “난 좋던데. 직관적이잖아. 구차한 설명 필요 없이 딱 이름만 들어도 느낌 오지 않아? 렌터카, 렌탈 정수기도 있는데, 렌탈 인간이 없을 게 뭐야.” --- p.25 솔직히 난 이해가 안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니. 하지만 유미 씨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서로에게 적당히 친절하고, 소소하며, 무엇보다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한다. 내키지 않을 땐 ‘나가기 버튼’을 누르면 정리될 관계. 자신의 주변에 그려진 동그란 원 안으로 아무도 들어오려 하지 않는, 그 정도의 관계가 좋다고 했다. --- p.105 “자기의 욕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있을 거야. 꼭 대단한 게 필요한 건 아니거든. 렌탈인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글 좀 봐. 누군가를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다 자기를 위한 사람을 빌리는 거야. 소소한 일상을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거든.” --- p.106 추억에 젖어 스마트폰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여전히 어린 건우의 모습이 가득했다.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건우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졌다. 손가락을 밑으로 내릴수록 아기가 되었고, 다시 위로 올리니 조금씩 자랐다. 하지만 아무리 손가락을 움직인다 한들 어느 순간부터 건우는 자라지 않았다. 여전히 손바닥 안 세상에는 초등학생이었던 어느 날에서 멈춰 있었다. --- p.125 렌탈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종류만큼이나 렌탈하려는 사람의 종류 역시 다양했다. 베이비시터를 구한 부부는 무사히 회사 생활을 하게 돼서 기쁜가 보다. 하지만, 아이는? 시터의 손에 자라게 될 아이가 얼마나 외로울지 생각은 안 하나? 남이 키우게 할 거면 대체 애는 왜 낳는 거냐고.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라 화가 났다. 효자 코스프레 하는 자식의 글은 또 어떻고. 걱정되는 척하지만 결국엔 자기가 책임지기는 싫다는 거잖아. 효도는 셀프라는 말도 모르나? 아버지에게 친구를 구해줬으니 이제 마음 편히 놀러 다닐 생각이나 하겠지? 소원해진 아들을 그리워할 아버지는 더 큰 외로움에 잠식될지도 모르는데. --- pp.162~163 나를 대신해 주는 게 생기면 모든 게 좋은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라. 이젠 겁이 나. 그게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아.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어. --- p.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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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누군가 살아줬으면 좋겠다”
가장 사소한 욕망이 부른 가장 기괴한 파국! 우리는 매일, 산더미 같은 집안일과 숨 막히는 직장, 가기 싫은 학교와 지긋지긋한 인간관계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다. “나 대신 누군가 이 삶을 살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은영 장편소설 《렌탈인간》은 이처럼 사소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욕망에서 출발한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빌려드립니다’ 결핍을 채워주는 가장 위험한 서비스! 렌탈인간! 소설은 ‘필요한 단 한 사람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수상한 사이트 렌탈인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서비스를 통해 한 가족은 각자의 결핍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워킹맘 주하는 집안일과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내’를 빌리고, 상민은 가게를 책임질 ‘배달원’을, 건우와 태영은 자신을 대신해 살아갈 ‘아바타’를 선택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척하지만, 결국 다 자기를 위한 사람을 빌리는 거야.” 결핍을 채워주는 이 매혹적인 서비스 ‘렌탈인간’을 이용한 이후, 처음에는 모든 것이 더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삶은 훨씬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각자의 자리에서 벗어난 이들은 비로소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곧 균열로 이어진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존재가 너무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순간, 그들은 깨닫기 시작한다. 내가 사라져도 아무 문제 없는 삶, 아니 오히려 내가 없기에 더욱 완벽하게 돌아가는 일상.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설 자리를 잃고 서서히 흐릿해져 간다. 현대인의 뒤틀린 욕망과 실존의 상실을 해부하다! 《렌탈인간》은 ‘노동’을 넘어, ‘관계’마저 쇼핑의 영역으로 들여놓은 현대인의 뒤틀린 욕망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작가는 클릭 한 번으로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이 편리한 서비스가 어떻게 인간의 실존을 갉아먹는지 5장(아내-배달원-아바다-렌탈인간-인간상실)의 옴니버스 구성을 통해 치밀하게 추적한다. 이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결핍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자신의 의무를 대행시킨 순간,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삶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다. 딸기를 혐오하던 아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그것을 권하고, 자신의 옷을 입은 렌탈인간이 아내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있는 풍경은 이 소설이 지향하는 심리 스릴러의 정점을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균열, 그리고 편리함과 해방감 뒤에 숨겨진 불안과 공허. 누군가가 나를 대신 살아줄 수 있다면, 나는 더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 순간부터 이 세상에서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일까. 《렌탈인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욕망을 비추며, 결국 인간이 끝까지 붙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는 소설이다. 도로 위에서, 식탁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 속 ‘까만 세상’에 잠식된 우리. 작가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고립을 거울처럼 비춘다. 또, 일과 가정,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는 현대인, 그리고 자신의 삶이 점점 소모되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건넨다. 편리함의 대가로 자신의 실존을 내어준 우리에게, 소설 《렌탈인간》은 묻는다. “과연 지금, 당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는 정말 당신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