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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읽기 전에

1부 나의 색깔을 찾아서

논바이너리, 벽장 밖으로 나가다 [꼬꼬]
‘퀴어’라는 새로운 세상 | 자유로운 학교의 자유롭지 않은 생각들 | 짱똘의 탄생 | 전교생 앞에서 한 커밍아웃 | 더 많은 퀴어들이 벽장 밖으로 나오려면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도 하나의 정체성 [구구]
네가 아직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래 | 아직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 문득 커밍아웃 | 나는 퀘스처너리입니다

퀴어 교사, 퀴어 청소년을 만나다 [유랑]
쌤, 저 커밍아웃하고 싶어요 | 짱똘의 시작, 그리고 하얀 마티즈 | 우리의 이유 있는 놀이를 후원해 주세요 | 혐오에 사랑으로 대응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기 [풀]
특별한 룸메이트 | 사랑일까? 우정일까? | 좋아하지만 사귀는 건 아니야 | 나를 퀴어라고 해도 괜찮을까? | 나의 정체성을 직면하다 | 퀴어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연애 이야기 [풀, 꼬꼬]
차별의 틈을 파고들다 | 비밀의 방은 출입 금지 | 퀴어로 산다는 것 | 퀴어 커플의 이야기가 아닌 꼬꼬와 풀의 이야기

퀴어 청소년이 바라는 세상 1 - 관계와 문화

2부 짱똘을 던졌더니 학교에도 무지개가

학교에 성 중립 화장실 만들기 [꼬꼬]
나의 젠더 디스포리아 | 성 중립 시설이 필요해 | 모두를 위한 화장실 |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는 거야

교사와 학생은 어디까지 연대할 수 있을까 [유랑]
퀴어 청소년이 교사가 되었을 때 | 나의 첫 퀴어 수업 | 새로운 성교육 만들기 | 교실 안팎을 오가는 배움 | 내 자리, 내 공간이 없는 삶 | 퀴어 당사자와 교사 사이에서 | 공간과 제도가 바뀌어도

우리가 직접 만드는 퀴어문화축제 ‘무아지경’ [꼬꼬]
나의 첫 퀴어문화축제 | 우리가 만들어 볼까? | 청소년이 만드는 청소년을 위한 퀴어문화축제 | 전염병 뒤에 숨은 차별 | 무아지경, 마침내 열리다! | 두 번째 무아지경 | 축제가 끝나고 난 뒤 |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는 퀴어문화축제를 꿈꾸며

퀴어 청소년이 바라는 세상 2 - 공간과 제도

3부 우리가 상상하는 퀴어한 학교

우리는 지금 여기서 잘 살 것이다 [소망]
재미없는 사람의 이야기 | 혼자만 불편할 수는 없다 | 동료 만들기 | 지금 여기서 잘 살고 싶다 | 사명감이 아니라 애정으로 | 다시 태어난다면

더 나은 대안을 찾아서 [풀]
대안학교라는 세계 | 이미 충분하다는 안일함 | 학교의 가능성

더 많은 학교에 더 많은 짱똘이 나타나기를 [유랑]
대안학교는 되지만 퀴어는 안 돼 | 다시금 나를 지우는 학교에서 | 여전히 당사자의 몫이 큰 운동 | 퀴어한 삶이 준 선물

퀴어 청소년이 바라는 세상 3 - 우리가 상상하는 무지갯빛 학교

나오며

저자 소개 1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관심작가 알림신청
 
『모여라! 퀴어 청소년』 의 저자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58g | 140*200*15mm
ISBN13
9791169814294

책 속으로

전교생 앞에서 한 커밍아웃
나의 커밍아웃 이후 학교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학교 구성원들이 우리 학교에도 퀴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그동안은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난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남녀’로만 구분하던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몇몇 학생들은 퀴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돌리던 설문에서 성별 선택 칸이 빠지거나 제3의 선택지가 생겨났다. 편의를 위해 성별을 구분하던 것도 조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적어도 내 앞에서는 이성애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들이 있음을 인식한 채 대화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용기 내어 드러낸 나의 존재가 나뿐만 아니라, 학교에 존재하는 모든 퀴어들에게 좋은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뿌듯했다. 학교의 변화는 내 눈에도 보일 만큼 빨랐다.
--- pp.36-37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도 하나의 정체성
더 이상은 ‘불완전한’ 정체성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체성을 확실히 하지 않는다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며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내리는 결론이 정답이든 아니든, 혹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든 중요한 건 내가 고민했다는 사실과 고민했던 시간들이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동안에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나’가 정체성이며, 이 역시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정체성이다. ‘한참 고민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불완전함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고민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면 좋겠다.
--- p.52

짱똘의 시작, 그리고 하얀 마티즈
짱똘의 시작을 떠올리면 하얀 마티즈가 생각난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서 있던 하얀 마티즈, 갑자기 어딘가에서 나타난 학생들로 좌석이 채워지던 하얀 마티즈, 운동장에 깔깔대는 웃음소리만 남긴 채 쌩하니 사라지던 하얀 마티즈……. 우리는 옆 마을로, 마을의 관광지로, 학교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떠났다. 그때마다 하얀 마티즈는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졌다. 학교에서는 자기 색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던 이들이 마티즈에만 오르면 거침없이 다양한 색을 뽐냈다. -
--- p.55

나를 퀴어라고 해도 괜찮을까?
나는 퀴어인가? 단지 연애 상대가 이성이 아니라고 해서 퀴어라고 할 수 있나? 어떻게 연애 한 번으로 성적 지향을 확신할 수 있지? 한꺼번에 수많은 질문이 떠올라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나에게는 ‘퀴어다운’ 사람의 고정된 이미지가 있었다. 미디어와 책을 통해 접한 퀴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퀴어라고 인식하게 되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예를 들어 ‘젠더 디스포리아’를 느끼거나, 동성을 짝사랑하는 등 어떤 확실한 계기를 통해 자신이 남들과 다름을 인지했다. 그런 기준에서 생각하면, 시스젠더 이성애자라고 전제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는 나는 ‘퀴어다운’ 사람이 아니었다. ‘퀴어다움’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라는 건 뒤늦게야 깨달았다.
--- pp.75-76

퀴어 커플의 교내 연애
우리는 ‘퀴어 커플’이라는 것을 십분 활용해 교내 연애를 즐겼다. 가장 좋은 점은 기숙사를 함께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소년은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데이트하기도 어려운 사회에서 매일 같은 기숙사에서 산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먼저, 함께 밤을 새거나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자 기숙사에서는 취침 당번에게만 말해 두면 기숙사 안에 있는 공용 공간에서 친구들끼리 늦게까지 수다를 떨거나 낮에 다 마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시간을 활용해 밤늦게까지 일상을 공유했다. 해야 할 일을 하거나 간식을 나눠 먹으며 밤새 대화를 나눴다. 한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가 밤을 꼴딱 새 버려서 창문 밖으로 떠오르는 해를 함께 본 적도 있다.
--- pp.85-86

나의 젠더 디스포리아
젠더 디스포리아는 자신의 젠더가 지정 성별과 일치하지 않을 때 겪는 성별이나 성 역할에 대한 불쾌감, 불일치 감정을 말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전에도 일상에서 디스포리아를 느끼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를 나누어 줄을 세울 때, ‘여성스러운’ 옷을 입으면 예쁘다는 칭찬을 들을 때, 체육 시간에 남자들은 축구를 하고 여자들은 피구를 할 때(이건 성별 이분법적일 뿐 아니라 성차별적이기까지 하다)처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 사람들이 나를 당연하다는 듯 여성으로 인식하는 것, 그래서 여자 화장실이나 여자 기숙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젠더를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 밖의 다른 젠더가 존재할 가능성은 떠올리지 못했다.
--- pp.106-107

학교에 성 중립 화장실 만들기
구성원들이 최대한 안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이 필요했다. 모든 화장실을 성 중립 공간으로 만들지, 성별 구분 화장실을 일부 설치할지부터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성 중립 화장실만 만들면 이를 낯설어하고 불안해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웠고, 여성·남성·성 중립 공간으로 나눌 경우 성 중립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우팅될 위험이 있었다. 나는 이런 고민을 동료 교사와 나누었고, 우리는 퀴어가 특정되지 않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성 중립 화장실을 사용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여성·남성·성 중립 공간으로 나누어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 시간이 지나면서 성 중립 화장실은 대부분의 구성원에게 편한 공간이 되었다. 화장실 사용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취합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바꿔 나가며 퀴어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도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 pp.142-145

청소년이 만드는 청소년을 위한 퀴어문화축제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청소년이 만드는 청소년을 위한 퀴어문화축제’였다.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존재가 없는 축제를 열고 싶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동아리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담당 교사’도 없었다. 부스에서 판매하는 음식은 모두 비건vegan(완전 채식)으로 하고, 공연에서 사용하는 음악은 차별적인 가사가 없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을 축제의 약속으로 정했다. 부스를 여는 참가자들에게는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축제 현장에서는 모두가 별명을 사용하기로 했다. 나이, 성별이 특정되지 않는 호칭과 평등한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완벽히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 보고 싶었다. 축제의 철학, 가치관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축제를 만드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 p.155

크고 단단한 무언가를 바꾸는 일은 함께하는 편이 낫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인 것이 대체로 좋았지만, 세상에는 분명 ‘함께’가 필요한 일도 있었다. 망망대해 같던 학교에서 내가 유일한 퀴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때가 바로 ‘함께’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걸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크고 단단한 무언가를 바꾸는 일은 함께하는 편이 낫다. 많은 절망과 가끔의 희망을 여럿이 함께 하나하나 밟고 지나가야 한다. 너무 사소하고 당연해서 지나쳤지만, 한 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 무렵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내게 정말 필요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 p.186

학교의 가능성
우리는 여기에 학교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청소년을 교육하고 보호하고 관리하는 기관을 넘어, 청소년이 인생의 긴 시간을 보내며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발견해 가는 중요한 생활 공간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곳이다. 단순히 입시나 취업을 준비하는 곳, 성장의 ‘과정’을 담당하는 곳만이 아니라 한 사람이 고유한 개인으로서 온전히 존중받으며 타인과 협력과 연대를 도모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가정에서 물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에게 학교가 그런 공간이 되어 준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과는 꽤 다른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학교에서 존중과 연대의 기억을 쌓은 사람이라면, 청소년기에 퀴어한 학교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후 인생을 살아가며 얼마든지 퀴어한 사회, 더 평등한 세상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 pp.201-202

대안학교는 되지만 퀴어는 안 돼
“퀴어는 존중하지만 우리 아이는 퀴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퀴어는 존중하지만 내 가족 중에는 퀴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이런 마음은 대개 나의 소중한 존재가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맞닿아 있다. 퀴어를 비롯해 대부분의 소수자는 불행하고 쉽지 않은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육자들이 자신의 자녀만큼은 ‘정상성 트랙’을 벗어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물론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날 큰 모순을 느꼈다. 자녀가 ‘정상성 트랙’을 벗어나 대안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며 대안학교에 보낸 사람들이 왜 또 다른 종류의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건 두려워하는 것일까?

--- p.206

출판사 리뷰

처음 읽는 퀴어 청소년 당사자들의 이야기

퀴어 청소년은 소수자 중에서도 더욱 눈에 띄지 않고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자신에 대해 느끼는 고유한 감각이나 일상에서 겪는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제대로 알고 싶어도 마땅한 기회가 없고, 고민을 나눌 동료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학교와 가족이라는 한정된 관계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래서 그간 출간되었던 퀴어 청소년의 이야기는 모두 그들을 지원하고 상담하는 어른들, 전문가나 활동가들의 입장에서 쓴 책이었다. 『모여라! 퀴어 청소년』은 대안학교라는 특수한 환경 덕분에 청소년 시기에 퀴어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던 퀴어 청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쓴 첫 번째 책이다.

‘퀴어 청소년’에 대한 책은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책은 거의 없지요. 그래서 퀴어라는 정체성을 한껏 크게 느끼며 청소년기를 보냈던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퀴어’라는 정체성과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두 가지가 연결되었을 때 겪는 일들도 무척 다양하거든요. 이러한 우리의 경험을 이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청소년기에 퀴어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커밍아웃하고, 동료를 만나고, 차별에 맞섰던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나누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니까요.
--- p.6

이 책을 함께 쓴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은 2017년 한 대안학교에서 논바이너리 정체성을 가진 꼬꼬가 전교생 앞에서 커밍아웃한 일을 계기로 결성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왜 항상 무언가 어렵고 불편한지 홀로 고민하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던 청소년들이 ‘짱똘’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비로소 스스로를 ‘퀴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짱똘 구성원들은 그동안 숨겨 왔던 경험과 감정을 나누며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 배우고, 그 넓은 스펙트럼의 어디쯤에 자신의 자리가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퀴어로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 꼬꼬, 풀, 구구, 소망, 유랑 다섯 사람의 글을 통해 청소년기에 퀴어 정체성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인지, 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종류나 정도 또한 얼마나 다른지 폭넓게 보여 준다.

한편 이 책은 학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퀴어 청소년의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 얼핏 보면 학교는 성별과 무관하게 교과 과정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곳 같지만, 교복 디자인부터 화장실이나 기숙사 등의 시설, 각종 서류 속 성별 기입란, 성별에 따라 분리 혹은 선호되는 체육 활동 등 뚜렷한 성별 구분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다. 이는 퀴어 청소년들에게 어디에도 나의 자리가 없다는 소외의 경험을 안긴다. 짱똘 구성원들은 ‘남성성’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를 전제로 “너 게이냐?”라는 말을 농담처럼 건네는 문화, ‘언니, 오빠, 형, 누나’ 등 성별을 확인해야 사용 가능한 호칭, 성별에 따라 요구되는 외모나 복장, “남자(여자) 친구 있어?”라는 물음 등 학교생활 중에 겪었던 어려움을 예로 들며, 누구나 편안하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제안한다. 이들의 구체적인 경험과 주장은 오늘의 학교 문화, 청소년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공간과 제도가 모든 사람을 권리와 자유, 인격을 가진 존재로 온전히 품고 있는지, 무심코 배제하는 존재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퀴어라는 정체성과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이 만났을 때

이 책은 퀴어라서뿐만 아니라 독립적이고 온전한 개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청소년이라는 위치에서 겪는 어려움까지, ‘퀴어’와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차별과 소외의 경험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짱똘 구성원들은 퀴어 정체성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과정에서도, 퀴어의 존재를 지우는 학교 문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도 ‘아직 어려서 그렇다’, ‘일시적인 혼란이다’, ‘학교 말고 사회에 나가서 싸워라’라는 말로 제지당하기 일쑤였다. 청소년을 위한 퀴어문화축제를 청소년의 힘으로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으나, 청소년끼리는 통장 하나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사람을 초대하고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른’의 허락이 필요했지만, 교사들은 내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성별 이분법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던 학생이 제안했을 때는 비현실적이라며 거부당한 성 중립 화장실이 교사회의 제안에는 순조롭게 설치되었다. 어디까지가 어른의 보호이고 책임인지, 어디서부터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인지 짱똘 구성원들은 매번 묻고 싸우고 제안하며 실천 가능한 일들을 찾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왜 굳이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기로 한 것일까. 몇 년 지나 성인이 되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을 해도 간섭할 사람이 없을 텐데 왜 굳이 10대 시절 학교에서 이런 활동을 벌인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청소년기 역시 그 자체로 온전한 인생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기 위해 지나가는 시기,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과도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이자 개인으로서 충분한 권리를 누려야 할 오롯한 삶이기에 짱똘은 “부모님은 네가 이러고 다니는 거 아시냐?”라는 말에 굴하지 않고 부당한 일들에 꿋꿋하게 목소리를 냈다.

투표 같은 사회적 제도에 진입할 때는 ‘예비’ 단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하나의 존재로서도 ‘예비’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경험도 ‘예비 경험’은 아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온전한 존재로서 진짜 경험을 했다. 우리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잘 살고 싶다. (…) 학교에서 싸우지 말라는 말은 사실 어디에서도 싸우지 말고 그저 복종하고 순응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 우리는 지금 여기, 학교와 공동체라는 작은 사회에서 잘 살고 싶었다. 나를 위한 일이 학교와 공동체를 위한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짱똘과 무아로 활동하며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학교가 만든 울타리를 적극적으로 깨부수고 그 밖으로 나왔다. 아니, 사실 울타리 같은 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예비 존재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살아가고 있는 진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 pp.190-192

‘어린이, 청소년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어 유해하다’는 퀴어를 공격하는 가장 대표적인 말이다. 그러나 짱똘 구성원들은 “무조건 안 된다는 말, 어린 것들이라는 무시가 더 큰 혼란과 좌절을 준다”(153쪽)라며 어린이, 청소년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대면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퀴어이자 청소년으로서 겪은 이중의 어려움과 그것을 돌파해 나가는 경쾌하고 대담한 실천을 담은 이 책은 정체성을 숨긴 채 홀로 고민하고 있을 퀴어 청소년들에게 “모여라!” 하고 힘찬 인사를 건넨다. “혐오와 차별을 혼자 마주할 때는 두려움과 불안한 감정이 크지만, 함께 마주할 때는 그에 대응하는 힘이 만들어진다”(63쪽)라는 짱똘의 경험담이 퀴어는 물론 그 밖에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들이 모여서 힘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평등한 학교를 우리가 직접 만들자”
지금 여기서, 나 자신으로 잘 살고 싶은 청소년들의 눈부신 활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이 책의 무대가 된 대안학교 입학을 전후하여 자신의 성 정체성 혹은 성적 지향을 인지하게 된 10대 초중반 청소년들의 다채로운 일화가 펼쳐진다.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꼬꼬, 아직 정체성을 확신할 수 없는 ‘퀘스처너리’ 상태인 구구, 꼬꼬와 연애를 하며 자신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풀의 이야기가 보여 주듯이 퀴어 청소년 내부에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학교 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고 있다는 감각을 공유하던 이들은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을 만들어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지켜 나간다. 이들의 모임에 퀴어 당사자이자 교사인 유랑이 합류하면서 이들의 활동 범위는 소규모 당사자 모임에서 학교로, 마을로, 먼 곳의 동료들에게로 넓어진다.

2부에서는 ‘짱똘’의 본격적인 활약이 펼쳐진다. 여자 화장실, 여자 기숙사를 이용하고 성별 기입란에 ‘여성’이라고 적는 것이 늘 힘들었던 꼬꼬가 제안한 성 중립 화장실이 우여곡절 끝에 3년여 만에 설치되기까지,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청소년을 위한 퀴어문화축제 ‘무아지경’을 개최하기까지, 유랑을 중심으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새로운 성교육을 시도하기까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변화를 이끌어 낸 ‘짱똘’의 힘찬 발걸음을 담았다. 청소년 몇몇이 모여 공고한 학교 문화와 제도를 바꾸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짱똘의 활약은 동료를 만들어 힘을 모으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낸다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3부에서는 ‘짱똘’이 상상하는 퀴어한 학교, 모두가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무지갯빛 학교의 모습이 그려진다. ‘짱똘’은 학교를 가능성의 공간으로 본다. 같은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며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곳, 교사와 양육자와 학생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곳인 학교야말로 서로 다른 정체성을 존중하고, 협력과 연대를 도모해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부 마지막에는 ‘짱똘’이 그리는 무지갯빛 학교의 모습을 최진영 작가의 그림으로 실었다. 다양한 신체, 정체성, 가치관, 사회 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오늘을 살고, 미래를 꿈꾸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먼 훗날 미래에 어른이 되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나 자신으로 잘 살고 싶었던 청소년들의 사회 운동 이야기이자 설렘 가득한 연애, 진지한 자아 탐구 이야기이기도 한 이 책은 학교 현장을 비롯해 청소년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평등, 다양성, 차별금지법 등에 관한 논의를 열어 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추천평

‘굳이’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학교에서 ‘굳이’ 커밍아웃을 하고,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을 만들고, 퀴어문화축제 ‘무아지경’을 개최하고서, 이제 그 경험을 학교 밖으로 드러낸다. “굳이 왜?”라고 물으면 말이 턱 막히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한다. 그 ‘굳이’가 세상을 바꾸니까.
어쩌면 익숙한 청소년 시절 이야기다. 나는 누구인가 탐색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설레고, 나를 품지 못하는 세상 앞에서 고민하는, 너무 일상적이라 더 중요한 이 대화에 퀴어 청소년이 배제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끼어든다, 아니 동참한다. 대화를 잠시 멈춰 세우고 새로운 대화로 이끈다. 그렇게 던져진 ‘짱똘’이 꽤 큰 물결을 만든다.
학교의 존재 가치가 여기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마치 정해진 미래가 이미 있는 듯 달려가는 게 아니라, 모르면 묻고 길을 찾아 헤맬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만드는 경험과 감각을 갖는 것. 이것이 모든 학교, 모든 청소년에게 가능한 일이 되도록, ‘굳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강원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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