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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세계를 밤과 너, 둘로 나누고
순찰 기록/ 쇠막대의 규격/ 기초공사/ Night Island ― 해상 매립/ Night Shift ― 야간 근무/ Night Airport ― 밤의 공항/ Night Flight ― 야간 비행/ Night Shift ― 밤의 공항/ Nightmare ― 밤의 환영/ Night Train ― 공항 철도/ Night Drift ― 밤의 혼란/ Night Eye ― 공항 경계등/ 교차 시각/ 곧 공항이 폐쇄됩니다/ Night Bus ― 심야 버스/ Night Sleep ― 밤잠/ Night Drive ― 야간 운전/ Night Call ― 심야 통화 2부 고장 나기 직전인 나를 붙들고 나, 맥도날드맨/ 업무 외 일지/ 업무 외 일지/ 꿈의 기록장/ 물의 도시/ 우리들의 리스트/ 드리운 이야기/ 이고 있는 이야기/ 자소서/ 누구에게나 각자의 이야기 3부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약속/ 로우랜드/ 마법 소년/ 썬더 A/ I’m you/ 사건의 지평선/ 휴양지/ 벨크로/ 남은 아이/ 플레이리스트 4부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해서 4년 3개월 21일/ 여름 불시착/ 스파링/ 블라인딩/ 잡아 두다/ 불꽃놀이/ 늦여름에 도착한 편지/ 가져가지 않은 날/ 해에게/ 성간매질/ 머무네/ 겨울 편지 산문_럼주 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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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 나는 것은 내가 걷고 있기 때문이다
걷는다는 것은 삶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을 두 다리로 천천히 되밟는 것이다 --- 「순찰 기록」 중에서 승객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도 오래 함께 간다 각자의 꿈이 각자의 것이듯 각자의 고통 또한 골고루 나누어 가졌을 뿐 함께 할 수도 덜어 줄 수도 없다 각자의 발밑과 각자의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다 혹은 각자의 지옥 그러다 고개를 들어 보면 모두 사라져 있다 --- 「Night Train(공항 철도)」 중에서 세계를 밤과 너, 둘로 나누고 한쪽으로 침잠하는 방법을 고안했어 너를 찾을 수 없는 세계에 너를 만들고 흘러 다니는 삶을 찾아냈어 --- 「Night Train(공항 철도)」 중에서 함께 경주를 마치지 못해 미안합니다 밤의 눈은 아침에도 경계등처럼 떠 있습니다 감을 수 없어 잠들지 않는 마음입니다 사랑이랑 분간이 어려울 땐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이랑 구별할 수 없는 삶이 죽음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누구의 부하도 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습니까 --- 「Night Drift(밤의 혼란)」 중에서 거의 다 빠져나왔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여전히 관으로 된 긴 유리 터널 속을 질주한다 결국엔 몇 바퀴 만에 제자리로 돌아올 걸 알면서도 잘못된 희망을 바라고 출발선에 웅크리는 게 내가 버리지 못한 결함 --- 「Night Drive(야간 운전)」 중에서 먹는다는 것은 정치적 행위다 내가 무엇을 먹느냐는 곧 내가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 「나, 맥도날드맨」 중에서 고장 나기 직전까지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사람과 고장 나기 직전인 나를 붙들고 놓지 않아 준 사람 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 날에는 아무에게도 감사하지 않았다 --- 「업무 외 일지」 중에서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 애착을 가진 물건에도 이름을 붙이지만 우리에겐 번호를 매기거나 “그것들”이라고 부릅니다 나를 로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나를 때렸습니다 --- 「꿈의 기록장」 중에서 나는 추방도 당했고 추락도 했다 빛을 쬐다 떨어지면 나락에서도 희망의 부산물들은 오래도록 옷에서 묻어 나왔다 --- ?여름 불시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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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밤과 너, 둘로 나누고
너를 찾을 수 없는 세계에 너를 만들고” 폐쇄된 공항을 순찰하는 존재의 방식 파국의 잔해를 사랑으로 돌아보는 야간 일지 타이피스트 시인선 013번으로 이원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밤의 공항』이 출간되었다. 첫 시집 『엔딩과 랜딩』(문학동네)이 끝과 도착 사이의 가능성을 더듬어 갔다면, 이번 시집은 그 이후의 자리에 가깝다. 더 이상 도착이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자리, 이미 무너진 세계 안에서 남겨진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유지하는지를 묻는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이동을 전제하고 있지만, 이 시집 안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상태를 오래 붙들고 있는 장소로 바뀐다. 이런 생각이 나는 것은 내가 걷고 있기 때문이다 걷는다는 것은 삶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시간을 두 다리로 천천히 되밟는 것이다 ―「순찰 기록」 중에서 “걷는다는 것은 삶을 진행시키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이 시집의 움직임을 잘 보여 준다. 이원석의 시에서 이동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이미 지나간 것을 다시 밟고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공항은 떠나기 위한 곳이 아니라, 떠나지 못한 감각들이 머무는 자리로 남고, 시인은 순찰이라는 반복을 통해 무너진 세계를 붙잡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와 문, 인식 장치와 폐쇄 구역, 기록과 점검의 형식은 이 공간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만든다. 이 세계에 무거운 것은 두 가지 죽음과 사랑뿐이다 출렁이는 정의도 일어서는 함성도 때 없이 변하는 물 위의 깃털처럼 떠돈다 사랑 가까이에 죽음 가까이에 갈수록 둘은 구분할 수 없이 엉겨 붙는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무게를 얻고 죽음은 이루어짐으로 무게를 얻는다 ―「쇠막대의 규격」 중에서 이원석의 시에서 사랑과 죽음은 서로 다른 감정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가라앉는 두 개의 힘이다. 그는 감정을 직접 말하기보다, 그것을 사물의 질감으로 바꾼다. 선반의 재질, 쇠막대의 규격, 철제 강관과 유리병 같은 물질의 언어를 통해 감정의 무게를 구성한다. 「쇠막대의 규격」에서 그 무게는 “철괴의 손가락”과 “닻의 손”으로 감각화된다. 침몰을 정서가 아니라 물리 법칙처럼 진술하는 이 방식에서, 사물은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된다. 그렇다고 이 시집이 구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인의 말에서 “내 모가지를 꺾어 너에게 달아 주고 싶던 / 봄”이라고 쓰는 순간, 이 모든 구조는 결국 한 사람을 살리고 싶었던 절박함의 우회적 표현이었음을 드러낸다. 1부의 공항은 사랑을 잃은 뒤의 폐허이면서, 타인의 파괴를 대신 견디려는 마음의 방주이기도 하다. 고장 나기 직전까지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사람과 고장 나기 직전인 나를 붙들고 놓지 않아 준 사람 감사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 날에는 아무에게도 감사하지 않았다 ―「업무 외 일지」 중에서 2부에 이르면 시집은 노동과 비인간화의 장면으로 옮겨 간다. 컨테이너, 회로, 톱니, 부품, 산성비, 녹아내리는 동료들. 이원석은 사회적 파손을 신체의 결함으로, 노동의 착취를 감정의 작동 불량으로 번역한다. 그럼에도 그는 구호를 반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시스템의 언어로 바꾸며, 인간과 기계, 관계와 기능이 뒤섞인 상태를 드러낸다. 3부와 4부로 갈수록 시집은 대중문화와 사랑의 장면으로 이동하지만, 그 바닥은 여전히 동일하다. 이 사랑은 성취되거나 화해에 이르는 감정이 아니라, 착각과 미련, 잔존의 형태로만 남는다. 사랑이랑 분간이 어려울 땐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이랑 구별할 수 없는 삶이 죽음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Night eye-공항 경계등」 중에서 사랑과 죽음이 서로를 닮아 가는 이 문장은 이 시집의 핵심 사유로 읽힌다. 사랑은 삶을 구원하는 힘이 아니라, 삶을 끝없이 순찰하게 만드는 힘이다. 떠나지 못한 자가 폐허를 관리하는 마음, 떠난 사람보다 남은 사람의 시간이 더 길다는 것, 사랑이 끝난 뒤 오히려 세계의 유지가 시작된다는 것. 『밤의 공항』은 그 시간을 끝까지 버티는 사람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버리지 못함이야말로, 오늘 이원석의 시가 끝내 남겨 둔 하나의 형식일 것이다. 시인의 말 — J에게 벚꽃이 지는 거리를 차로 달리며 꽃 봐 저기 저기 햇빛에 모가지가 떨어지는 죽음을 뿌리치며 꽃 좀 봐 나는 안타까워서 여러 번 소리쳤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팠는지 마음이 부서졌는지 그렇게 아파서 스러지고야 마는지 뒷좌석에서 힘없이 눈을 감고 기울어져 있던 네가 잠시 고개를 들어 꽃을 보아 줄 때 얼마나 안심했는지 얼마나 두려웠는지 내 모가지를 꺾어 너에게 달아 주고 싶던 봄 2026년 3월 이원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