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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쁜 비치
오영미
타이피스트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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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연인들

침착한 매시트포테이토/ 바몬드 카레는 의외로 바몬트주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카렐 차펙 스트로베리 티/ 메데타시 메데타시/ 아무것도 모르는 위스키 봉봉/ 메리배드엔딩/ 그리고 내일의 연애/ 펑펑펑펑/ 2020 원더키디 이후의 사랑/ 사각사각/ 영혼을 위한 굴라쉬 수프/ [playlist] 세일러복과 문학소녀

2부 너는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쓰지?


고란노 스폰사노 테-쿄-데 오오쿠리시마스/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5/ 블루라이트 요코하마/ 플래쉬 앤 본/ 절대로 죽을 수 없고 죽어서도 안 되는/ 관능 소설가로 성공하는 방법/ 변기에 이물질을 버리지 마십시오/ 흐르는 맥주처럼 콸콸콸/ 젠틀한 질 드 레 씨의 바로크풍 최후/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리추얼

3부 이런 이야기 하지 말까


그런데 내게는 딸이 있다/ 자두 정말 맛있다/ 라이크 어 프릭쇼/ 사바 소바/ 명랑 마법 소녀/ 괴산/ 어른의 소꿉놀이/ 놀러 와! 미미 이층집/ 21세기의 포크로어/ 한겨울의 수박/ 순간의 맛/ 빵과 햇살, 하이볼과 함께하기 좋은 날

4부 모두가 다 예쁜 B**ch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찌그러진 맥주 캔/ 알코올 홀릭 원더랜드/ 너는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지?/ 지구와 혜성이 충돌해서 우리를 제외하고 다 죽었어/ 죽고 싶으니까 떡볶이 먹자/ #여름이었다/ 아내가 쏟아졌으면 좋겠다/ 육즙이 사방으로 터지는 낭독회/ 유통기한 지난 괴담/ 헬로키티 6공 다이어리/ 놀라울 만큼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산문_이 이야기는 명백히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사건 모두 가공된 것입니다

저자 소개 1

1987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시와 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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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78g | 120*190*10mm
ISBN13
9791198917362

책 속으로

그렇게 스스로를 저주한 지 어느덧 하루 혹은 나흘, 아니면 천삼백이십칠 일인지 모를 시간이 흘러 있었고, 더는 나 자신을 저주할 기운도, 아녜스 소렐을 원망할 기운도 없어 눈을 감으려는데, 어떤 생각이 나를 쿡 찌르고는 무덤에서 사흘 만에 눈 뜬 사람처럼 히죽였다.
“최근 미국 달러 환율이 어떻게 되지?”
--- 「바몬드 카레는 의외로 바몬트주와는 관련이 없다」 중에서

여기는 방이다. 식탁에는 아주 매운 국물 닭발과 소주병, 맥주병이 굴러다니고, 문이란 문은 죄다 닫혀 있으며, 환풍구를 통해 들어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자꾸만 구역질이 나는, 그런 방이다. 나와 모모는 이 방에 갇혀 버렸고, 이 방을 나가려면 나와 모모는 반드시 ??를 해야 한다.
---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중에서

“마냐, 그년만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내가 최고가 될 수 있는데!” 물론 마냐가 사라진 자리는 바냐가 아닌 사샤가 차지할 테고 사샤가 사라진 자리는 다름 아닌 리타가 차지할 테지만 좁고 꽉 막힌 바냐에게는 소용없는 말이란 걸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 「메데타시 메데타시」 중에서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애처롭게 짓무른 애인의 눈동자는 인공적인 포도 맛 젤리 같은 주제에 “그럼에도사랑은지속되어야해요영원토로로로록” 피에 젖은 애인의 발목은 징그럽도록 사실적이어서, 서둘러 고객센터를 찾았다
★☆☆☆☆
“최악입니다 솔직히 별점 1점도 아깝습니다
양심껏 장사하십시오”
--- 「2020 원더키디 이후의 사랑」 중에서

들으면 들을수록 눈물이 나네요 저는 이 시절을 살아 보지도, 겪어 보지도 못했는데...... 근데 댓글 상태 왜 이럼? 님 뭐 시인......그런 거임?
--- 「[playlist] 세일러복과 문학소녀」 중에서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세상에 딸이라니, 그토록 완벽하고 끔찍한 존재가 나에게 있을 리 없잖아!
--- 「그런데 내게는 딸이 있다」 중에서

뭐야, 이 모든 사태가 전부 내 탓이야? 이 모든 사태의 결과를 전부 내가 책임져야 해? 응, 이라 대답해 주길 모두가 간절히 원하니 기꺼이 응, 이라 대답은 해줄게 하지만 오드라덱인지 뭔지 때문에 평생토록 배고프고 피곤하고 슬프고 괴롭고 우울하고...... 그럴 순 없는 거잖아, 그런 거잖아
--- 「자두 정말 맛있다」 중에서

마을 어르신들의 논쟁이 비엔나소시지처럼 통통하게 익어 가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내가 쏟아 내는 색깔도 선생님이 쏟아 내는 콧바람처럼 찐득찐득한 빨강이에요! 물론 나는 선생님처럼 위가 아닌 아래에서 쏟아지지만!”
--- 「21세기의 포크로어」 중에서

근처 편의점에서 완벽하게 짭짤하고 딱딱한 크래커랑 네 개에 만 원 하는 세계맥주 열두 캔만 사다 줘 뭐라고? 내 말을 꾸역꾸역 들어 주느라 모든 기운을 소진한 나머지 만성 치질이 재발했다고? 그래서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구멍에서 철철 피가 흐르니까 이제 제발 내 집에서 꺼져 달라고? 그토록 쓸모없고 나약한 구멍 따위, 천 원짜리 지폐 다발로 단단하게 막아 줄 테니 어서 편의점이나 다녀오세요
---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찌그러진 맥주 캔」 중에서

“너 여자애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그래서 학교 그만두는 거라며?” “여자는 달린 것도 없는데 어떻게 섹스해?” 응 그래, 네들 인생 망가지는 꼴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결코 죽을 수 없다, 중얼거리며 우유니 소금사막 같은 그 계집애가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주길 바랐다
--- 「헬로키티 6공 다이어리」 중에서

내가 팅커벨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우유니 소금사막 같았던 그 계집애는 훌쩍 자라 남자 친구와 함께 롱 베케이션을 떠나 버렸다 나는 길가에 흩뿌려진 전단지처럼 나를 방치했고 저명하신 의사 선생님은 오이 알레르기가 있는 내게 자꾸만 오이를 먹이며 “누구나 한 번쯤 앓는 병으로 엄살 떨기는!”

--- 「헬로키티 6공 다이어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아무 데도 가지 마, 곁에 있어
그리고 견뎌
이런 우리를 끝끝내 견디란 말이야”

사랑의 기표 뒤에 숨은
사납게 포효하는 가학과 피학의 세계

오영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모두가 예쁜 비치』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10번으로 출간되었다. 2017년 『시와사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첫 시집 『닳지 않는 사탕을 주세요』에서 세계의 불의와 폭력성을 고발하고, 새로운 여성적 발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호명되는 순간 사라지는 존재들”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론을 “날것의 물질성”으로 보여 주며, 세계의 기표 뒤에 감춰진 가학과 피학을 직면한다.

“너 여자애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그래서 학교 그만두는 거라며?” “여자는 달린 것도 없는데 어떻게 섹스해?” 응 그래, 네들 인생 망가지는 꼴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결코 죽을 수 없다 - 「헬로키티 6공 다이어리」 중에서

이 세계에 적응할 수 없는 존재들의 리허설
혹은 살아 있는 시체들의 독백

"마냐, 그년만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내가 최고가 될 수 있는데!" 물론 마냐가 사라진 자리는 바냐가 아닌 사샤가 차지할 테고 사샤가 사라진 자리는 다름 아닌 리타가 차지할 테지만 좁고 꽉 막힌 바냐에게는 소용없는 말이란 걸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 「메데타시 메데타시」 중에서

『모두가 예쁜 비치』는 연극적인 구성, 혹은 몽타주처럼 흩어진 단면들을 통해 전체를 구성한다. 정해진 서사 없이, 각 시는 마치 짧은 무언극처럼 감정의 순간을 고스란히 펼쳐 보인다. “레아와 크리스틴”, “마냐와 바냐”, “프란체스카와 시씨” 등, 이 시집의 인물들은 일종의 서사적 장치이자 감정의 상징이다. 이들은 특정한 상황 속에서 사랑하거나, 상처 입히거나, 폭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 서사에는 언제나 비틀림이 존재한다. 사랑은 늘 어긋나 있고, 관계는 언제나 균열을 전제로 한다. 이 모든 문장들은 자기파괴와 혐오, 생존과 기만의 경계에서 말하는 ‘여성 화자’들의 독백이다. 살아 있으나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있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이 끝내 페이지마다 쌓인다.

비명이 되지 못한 고통의 파편들

여하튼 최고급 설탕과 향신료, 그 외에 깨끗하고 연약한 것들로 이루어진 퇴레게네는 이토록 지리멸렬하고 폭력적인 세계에서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 「카렐 차펙 스트로베리 티」 중에서

내가 팅커벨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우유니 소금사막 같았던 그 계집애는 훌쩍 자라 남자 친구와 함께 롱 베케이션을 떠나 버렸다 나는 길가에 흩뿌려진 전단지처럼 나를 방치했고 저명하신 의사 선생님은 오이 알레르기가 있는 내게 자꾸만 오이를 먹이며 “누구나 한 번쯤 앓는 병으로 엄살 떨기는!” - 「헬로키티 6공 다이어리 」 중에서

욕설과 선언 사이, 그 어딘가에서 “모두가 예쁜 비치”라는 제목은 이중적으로 읽힌다. ‘비치(beach)’라는 말이 담고 있는 청량한 감각과, ‘bitch’라는 욕설의 어감이 겹쳐지며 이 시집의 세계관은 시작된다. 오영미는 “예쁨”이라는 사회적 수사를 해체한다. 여성의 몸, 여성의 관계, 여성의 감정에 붙여지는 단정적인 언어를 그녀는 끝까지 밀고 나가,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폭로한다. 예쁨이라는 말은 이 시집에서 가장 불온한 말이다. 시인은 그 불온함으로부터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시집은 ‘여성됨’을 사유하는 하나의 선언으로 다가온다.

이 세계에 남겨진 가장 치열한 언어 “비치”

그 자리에서 뒈져 버려라, 중얼거리고 싶은데 이미 뒈져 버렸으니 그럴 수도 없군요. -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중에서

『모두가 예쁜 비치』는 고통의 서정이 아니다. 이 시집은 고통의 실체와 감정의 붕괴, 언어의 소멸 직전에서 살아남은 감각들이 어떻게 다시 ‘시’라는 형식을 얻을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감정을 노래하지 않고, 감정을 견디지 않고, 감정 자체를 직면하며 무화되는 언어. 난무하는 가학과 피학의 언어, 그것은 저항의 기표이며, 무너진 세계에서 여성 화자들이 끝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마지막 발성이다. 이 시집은 애도와 사랑, 욕망과 공포, 혐오와 자기 파괴 사이에 있는 감정의 국경을 넘나들며, 말이 가닿을 수 없는 곳에서 비명을 남긴다. 그 비명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을 넘어선 본능의 문장이다. 이 언어의 끝에서 시인은 새로운 생존의 형식을 발견한다.

시인의 말

아무 데도 가지 마, 곁에 있어
그리고 견뎌
이런 우리를 끝끝내 견디란 말이야

2025년 7월
오영미

추천평

익명의 인물을 빌려 쓴 시집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기억의 파편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일에 가깝다. 『모두가 예쁜 비치』는 호명되는 순간 사라지는 존재들, 감정의 진술을 넘어선 행위로서의 문장들, 그리고 끝내 역설적으로 빛나는 어떤 아름다움으로 직조된다. 이 시집 속 인물들은 현실 너머, 장면 속에 존재하는 이름들이다. 언제든 부서질 듯 연약하지만, 오영미의 펜 끝에서 종이 위에 꿋꿋이 제자리를 지킨다. 그 버팀은 이 시집이 끝까지 놓지 않는 숨겨진 서정의 방식이다. 고백은 더없이 부드럽고, 전언은 조롱처럼 날카롭다. 그러나 그 강렬한 균열 사이에서 조용한 빛이 문득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예쁜 비치』를 거닐다 돌아온 이는, 불완전한 감정의 언어로 엮인 한 폭의 조각보를 품고 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감히 그 조각보 위에 잠시 누워도 괜찮을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때론 휩쓸려 죽어도 좋다고 이 시집은 아주 조용히 속삭여준다. - 이소호 (시인)
극한의 고통이 엄습할 때 생은 종종 관념으로 치장된 마네킹처럼 느껴진다. 사랑과 혐오, 애증과 연민 따위의 단어가 몸뚱어리를 집어삼키면 인생은 도무지 손 쓸 도리가 없는 난해한 오드라덱이 되고 만다. 오영미의 시는 정확히 이 지점을 겨냥하며 날 것의 물질성으로 대항한다. ‘예쁘다’라는 말에 속지 말자. 여기에 담긴 물질의 야생은 사납게 포효하는 가학과 피학의 세계다. 점점 과잉되는 심리적 욕망은 생물학적 욕구로 거듭나고 넘실대는 광기는 누구의 것인지 더욱 모호해진다.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이(異)세계의 기표들은 사도마조히즘에 걸맞게 화려하다. 도착적 열정으로서의 사랑은 자기 소멸과 살해의 충동으로 드러난다. 고통에 반항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보다 더 큰 고통을 자처하는 것, 당신의 손에 들린 이것은 그 방법론을 깨달은 동물이 쓴 시다. - 전승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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