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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살갗의 시선 - 11 멀리서 보면 폭죽, 가까이서 보면 폭탄 반려불안 - 17 반려권태 - 21 내가 나를 따돌릴 때 - 25 유카, 실유카 - 28 새로 쓰는 미덕 - 30 행복하중 - 35 채근 - 39 아무리 시가 귀해도 - 43 부들부들, 삶은 리버시블 시늉론자 - 49 싸잡아 말하는 버릇 - 53 유머 있다는 착각 - 57 기가 찬 기싸움 - 61 있어빌리티의 세계 - 65 시절 일침 - 70 후렴의 일부 - 73 펍 선데이 - 77 미안해요 - 79 괜찮아요 - 83 고마워요 - 87 축하해요 - 91 행복하세요 공은 아직 있어 - 95 그 말을 듣기 위해 여기까지 - 100 그래 들어가 쉬어 - 105 빈손과 맨손 사이 손의 산식 - 111 죽는 꿈 - 114 여기 쓰기 - 117 유효한 시 - 120 흰나비과 인간 - 124 내향인의 정 - 128 그저 이렇게 사는 한 사람 - 131 오래 쓴 사람의 시집 - 136 책으로 묶이지 않는 마음 - 138 그런 일들 - 139 어둠의 독학 살아 도움닫기 - 143 홀연히 - 150 계속 시작하며 표면 없는 이면은 없어서 - 155 추천의 글 - 신미나(시인) 도약보다 긴 몇 걸음 -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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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도약하는 기쁨에 빠져 있었다. 성취하면 그 인생은 좋은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번듯한 도움닫기가 놓여 있어도 마음이 무거우니 몸도 무거워졌다. 무거운 마음과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뒹굴며 으스러지기 딱 좋았다.
나만 아는 내상으로 높이뛰기를 관둬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 날. 세상 모든 게 시시해지기 시작했다. 삶이란 게 이토록 거대하고 거창한데 모든 게 한없이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다니. 뜀뛰기 없이 인생이라니. 이제 끝인가. 설레지 않는 인생. 살아도 괜찮은 걸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맥빠진 질문이라도 붙잡고 있었다. --- 「유머 있다는 착각」 중에서 내가 나를 따돌릴 때. 나는 나를 무시하는 방향을 택할 때가 많다. 애초에 모든 것을 성에 차게 잘할 것 같지 않은 나와 어떤 것도 도모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종종 선택하는 생존 방식이다. 어떻게 자신을 따돌리는 것이 생존을 위한 처신인가. 가망이 없다기보다 욕심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의 삶이 여기에 기초하지 않고 저 멀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기 있는 나는 나로 받아들이지 않는 거다. 그런데도 그걸 산다고 말할 수 있냐고 한다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산다는 게 언제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 「내가 나를 따돌릴 때」 중에서 괜찮다는 보통 때 어떤 의미를 지니나. 엄청 좋지도 않고 엄청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싫지는 않다. 그런 뜻으로 쓸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혹은 괜찮지 않을 때 나와 주변을 안심시키려 그 말을 쓸 때도 있었다. 정말로 괜찮아서 하는 말이 아닐 때가 많았다. 정말로 괜찮을 때 괜찮다는 말은 어떻게 나왔더라. 곰곰 생각해보니 다른 말로 나왔던 것 같다. 좋아. 그런 말들. 주로 담백한 식빵처럼 기분 좋게 포개지는 말들. 자르지 않은 통식빵을 뜯어본 적 있다. 그런 느낌으로 괜찮다 괜찮다 안심할 수 있는 표정을 나눈 적이 있다. 조금 더 부풀어 오른 볼로 서로 웃던 날들. 그런 날들에 나눴던 대화는 사실 정말로 괜찮지 않았던 날들이 지나야 가능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꺼냈던 이야기. --- 「괜찮아요」 중에서 살아 도움닫기. 오래도록 내가 바라던 삶은 그 자체로 발판이 된 시간. 기다렸던 곳에 갔다가 불 꺼진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하루에 깨달았다. 어둠의 독학으로 터득할 수 있다. 내 그림자를. 그저 존재하는 지금을. 적어도 이 세상엔 낮과 밤이 있다. 그것들이 반복되고 내 식대로 숨죽여 기다린 것이 하나 있다면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갈 자신이 숨에 붙어 있다는 것을 안다. --- 「살아 도움닫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