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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당에 깃들인 황룡
2. 과거를 포기하고 3. 산악처럼 우뚝하게 연못처럼 깊게 4. 경상감사의 내방을 거절하다 5. 계부당과 뇌룡사를 짓고 6. 명종 임금의 부름을 거듭 사양하다 7. 벼슬하러 나오라는 퇴계의 구너유 8. 온 나라를 진동시킨 '단성소' 9. 어릴 적 친구 대곡을 찾아 10. 지리산에서 놀다 11. 해인사에서 이룬 1년 전의 약속 12. 만년의 보금자리 지리산 덕산동으로 13. 포의의 몸으로 임금을 독대하다 14. 선조 임금에게 '구급' 두 글자를 올리다 15. 백성들의 마음이 위험한가 16. 고을의 문란한 풍기에 응징을 가하다 17. 서리들이 나라를 망치는데도 18. 남명을 연모한 처녀 19. 왜적을 막아낼 방책이 없겠는가 20. 고희(古稀)의 문턱을 넘어서 21. 자미성이 빛을 잃다 22. 선생을 사모하는 마음 더욱 간절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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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은 "백성들의 실상이 그렇게도 처참한가?"라고 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남명은 계속해서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거울처럼 밝게 신하들이 어진가 어지지 못한가를 살펴 그 인재의 특징을 잘 파악하셔야 합니다. 이 사람은 행실이 조심성이 있고 중후하니 뒷날 어떤 사람이 되겠다. 이 사람은 재주가 민첩하니 반드시 어떤 사람이 되겠다, 이 사람은 강직하니 귀에 거스리는 말을 건의할 사람이다, 이 사람은 부드러운 사람이니 아첨하는 무리가 되겠다, 이렇게 모든 신하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정치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신하들도 임금님의 마음을 잘 알아서 이런 생각은 좋은 것이니 마땅히 계도하여 확대해 나가도록 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좋지 못한 것이니 마땅히 막아 더 확대되지 못하게 해야겠다 등등 임금과 신하가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이 정치를 잘할 수 있는 근본입니다. 저는 먼 시골에 엎드려 있어 세상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모릅니다만, 수십 년 이래로 우리 나라에서는 백성들의 마음은 조정에서 떠나 있고, 군사들은 지휘를 따르지 않아 마치 물이 제 갈 길로 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마을마다 텅텅 비어 폐허가 되어 있으니, 마치 집에 난 불을 끄듯 백성들을 구제해야 할 터인데도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늘 백성들을 걱정하시지만 폐단은 옛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신하들이 임금님의 뜻을 받들어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신하들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p. 2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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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의 생애와 사상, 학문을 포괄적으로 서술해낸 첫 평전
올해로 탄생 500주년을 맞이하는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은 퇴계 이황과 함께 16세기 조선 성리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대학자이자 민본주의의 뿌리를 다진 실학의 비조이며 조선 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친 수많은 제자를 육성해낸 탁월한 교육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해 태어나 경상좌도를 중심으로 기호학파를 이끈 퇴계 이황과 비교할 때 오늘날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이렇게 일반에서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첫째 그는 평소 실천을 중시한 나머지 저술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 정인홍을 비롯하여 그의 제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던 북인파가 인조반정 이후 정치적으로 몰락하여 학맥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부터 연구자들 사이에서 남명의 학문과 사상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해 연구 성과가 현재 상당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남명은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인물로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남명의 생애와 사상, 학문을 포괄적으로 정리 서술한『절망의 시대 선비는 무엇을 하는가 : 실천의 사상가 남명 조식과의 만남』은 남명의 첫 평전이며 아울러 남명학 연구성과를 쉽게 풀어 대중과 만나는 첫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 배경과 풍속, 제도를 비롯하여 점차 잊혀져 가는 우리 전통문화까지 구수한 옛 맛을 살려 특유의 문체로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16세기 유림사회의 복원도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남명의 생애와 사상, 학문을 연대순으로 풀어 정리하는 가운데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모는 실로 다채롭다. 남명과 같은 해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조선 성리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 퇴계 이황. 남명과 퇴계는 몇 차례 편지를 주고받았으나 한 번도 함께 자리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주고 받은 편지의 내용과 서로에 대한 평가에서 한 시대 학풍을 주도한 두 대학자의 깊이 있는 교유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남명과는 어린 때부터 절친한 벗이었으며 훗날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손꼽히는 동고 이준경이 산림에 숨어 독실히 학문을 닦는 남명에게 책『심경』(心經)과 함께 동봉한 "내가 비록 착하지는 못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 착한 일을 하고자 하는 뜻이 적지 않다" 라는 서신, 그리고 그 책 뒤에 "내가 이 책의 가르침을 따라 내 마음을 단속하지 못한다면 이 책을 선물한 내 친구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저버리는 것이 되고, 이 책만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이 책은 마음을 죽지 않게 하는 약이다..."라고 쓴 발문을 통해 선비들의 돈독한 우정과 학문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명기로 손꼽히는 황진이가 지리산 유람을 왔다가 남명을 찾는 대목도 있다. 남명은 평소 제자들에게 "천하에 제일 통과하기 어려운 관문이 화류관문(花柳關門)이다. 너희들은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겠느냐? 이 관문은 쇠나 돌도 다 녹여 없앤다'라고 하여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경계하였다고 한다. 『토정비결』로 유명한 토정 이지함도 지리산으로 남명을 찾아온다. 기질이 비슷한 두 사람이 밤새도록 마주 앉아 농담을 건네고 학문을 토론하며 정치를 논하는 장면 또한 정겹다. 이 밖에도 윤원형과 정난정, 문정왕후와 승려 보우, 김효원과 심의겸, 정철, 정인홍, 임꺽정 등 16세기 한 시대를 풍미한 인간 군상이 그려지고 사람 됨됨이까지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