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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고재종 시집
고재종
시와시학사 20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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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장엄
2. 능금밭 앞을 서성이다
3. 은어 떼가 돌아올 때
4. 느티나무의 길
5. 방죽가에서 느릿느릿
6.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
7. 나락밭에 純金이 일면
8. 보름밤, 그 어둡고 환한 月光曲
9. 自尊
10. 신생의 노래
11. 소쇄원에서 時琴을 타다
12. 이승꽃의 향기에 저승새가 취해선
13. 교감
14. 달밤에 숨어
15. 상처의 향기
16. 二重舞의 꿈
17. 정자나무 그늘 아래
18. 꽃 터져 물 풀리자
19. 세한도
20. 門 속의 門
21. 묵정지, 이 쓸쓸함의 저편
22. 삭풍
23. 푸른 자전거의 때
24. 초록 聖火의 길
25. 상처에 대하여
26. 유월의 동요
27. 홀로 된 노인
28. 소한
29. 冬安居
30. 古傳

- 이하 생략 -

저자 소개 1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 등 7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독각』과 육필시선집 『방죽가에서 느릿느릿』이 있고, 시론집 『주옥시편』, 『시간의 말』, 『시를 읊자 미소 짓다』와 산문집 『쌀밥의 힘』,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감탄과 연민』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1984년 실천문학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에 「동구밖집 열두 식구」 등 7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바람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 『새벽 들』, 『사람의 등불』, 『날랜 사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쪽빛 문장』, 『꽃의 권력』, 『고요를 시청하다』, 『독각』과 육필시선집 『방죽가에서 느릿느릿』이 있고, 시론집 『주옥시편』, 『시간의 말』, 『시를 읊자 미소 짓다』와 산문집 『쌀밥의 힘』, 『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감탄과 연민』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시와시학상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흙의문예상, 영랑시문학상, 송수권시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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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41쪽 | 224g | 130*204*20mm
ISBN13
9788982121432

책 속으로

저 순백의 치자꽃에로
사방이 함께 몰린다.
그 몰린 중심으로
날개가 햇빛에 반사되어
쪽빛이 된 왕오색나비가 내려앉자
싸하니 이는 향기로
사방이 다시 환히 퍼진다, 퍼지는
그 장엄 속에선
시간의 여울이 서느럽고
그 향기의 무수한 길들은 또
바람의 실크자락조차 보일 듯
청명청명, 하늘로 열려선
난 그만 깜깜 길을 놓친다.
놓친 길 바깥에서
비로소 破精을 하는
이 깊은 죄의 싱그러움이여!

--- p.11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누이야, 네 초롱한 말처럼
네 딛는 발자국마다에
시방 동백꽃 송이송이 벙그는가.
시린 바람에 네 볼은
이미 붉어 있구나.
누이야, 내 죄 깊은 생각으로
내 딛는 발자국마다엔
동백꽃 모감모감 통째로 지는가.
검푸르게 얼어붙은 동백잎은
시방 날 쇠리쇠리 후리는구나.
누이야, 앞바다는 해종일
해조음으로 울어대고
그러나 마음 속 서러운 것을
지상의 어떤 즐거움과도
결코 바꾸지 않겠다는 너인가.
그리하여 동박새는
동박새 소리로 울어대고
그러나 어리석게도 애진 마음을
바람으로든 물결로든
그예 씻어보겠다는 나인가.
이윽고 저렇게 저렇게
절에선 저녁종을 울려대면
너와 나는 쇠든 영혼 일깨워선
서로의 무명을 들여다보고
동백꽃은 피고 지는가.
동백꽃은 여전히 피고지고
누이야, 그러면 너와 나는
수천 수만 동백꽃 등을 밝히고
이 저녁, 이 뜨건 상처의 길을
한번쯤 걸어보긴 걸어볼 참인가.

--- p.78-79

나무 속엔 물관이 있다

잦은 바람 속의 겨울 감나무를 보면, 그 가지들이 가는 것이나 굵은 것이나 아예 실가지거나 우듬지거나, 모두 다 서로를 훼방놓는 법이 없이 제 숨결 닿는 만큼의 찰랑한 허공을 끌어안고, 바르르 떨거나 사운거리거나 건들대거나 휙휙 후리거나, 제 깜냥껏 한세상을 흔들거린다.

그 모든 것이 웬만해선 흔들림이 없는 한 집의 주춧기둥 같은 둥치에서 뻗어나간 게 새삼 신기한 일.

더더욱 그 실가지 하나에 앉은 조막만한 새의 무게가 둥치를 타고 내려가, 칠흑 땅 속의 그 중 깊이 뻗은 실뿌리의 흙샅에까지 미쳐, 그 무게를 견딜 힘을 다시 우듬지에가지 올려보내는 땅심의 배려로, 산 가지는 어느 것 하나라도 어떤 댓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당참을 보여주는가.

아, 우린 너무 감동을 모르고 살아왔느니.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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