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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_ 4
고재종 강의 노래 _ 19 시간에 기대어 _ 21 달밤에 숨어 _ 23 꽃 터져 물 풀리자 _ 25 홀로된 노인 _ 27 앞 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_ 29 은백양 잎새 파닥거릴 때 _ 31 미루나무 연가 _ 33 그 희고 둥근 세계 _ 35 방죽 가에서 느릿느릿 _ 37 김선태 남녘 강 _ 41 봄의 오르가즘 _ 42 남녘에 눈 내린다 _ 43 보리 밥티 _ 44 조금새끼 _ 45 내 속에 파란만장 _ 46 무안 갯벌 _ 48 물방내 _ 49 조도댁 _ 50 고조곤히 서러운 마을 이름들 _ 52 나종영 푸른 자전거 _ 57 맑은 날 _ 59 영산강 _ 60 저 흰 꽃들 _ 63 가끔 흐르는 강물이고 싶을 때 _ 65 호남 들판을 지나며 _ 67 뒤란의 풍경 _ 69 물염의 시 _ 70 꽃의 여행 _ 72 배꽃 핀 날에 _ 74 나해철 영산강 _ 79 영산포1 _ 82 영산포2 _ 85 나, 영산강! 다정하게 흐르리라 _ 87 영산강에서 _ 90 추억 _ 92 달과 아이 _ 93 나달지 가오 _ 94 나주 영산포 홍어 _ 98 나주(羅州) _ 100 박관서 몽탄(夢灘)에서 _ 105 무안일로근방각설이마음정처 _ 106 다경포(多慶浦) _ 108 무안역 _ 110 고산(孤山) _ 111 가거도 산다이 _ 113 볼레로 _ 115 달맞이꽃 _ 117 광주행 _ 118 1894, 무안동학 _ 119 이지담 남도의 허리는 지금 _ 125 트라이애슬론대회 _ 126 연주자가 된 아이 _ 128 어둠의 저울 _ 130 홍수 _ 131 아이의 시간 _ 133 술 석 잔 마신 얼굴로 _ 135 금메달 _ 136 물만 보았다 _ 137 바위 _ 139 최기종 목화 _ 145 명산역 _ 146 영산강 _ 148 느러지 가자 _ 150 주룡포구에서 _ 151 왕천축국 _ 153 홍어1 _ 155 유달산 _ 157 목포사람 _ 159 강물아, 미안하다 _ 161 발문 _ 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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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힐끗 보았네
냇가에서 목욕하는 여자들을 구름 낀 달밤이었지 구름 터진 사이로 언뜻, 달의 얼굴 내민 순간 물푸레나무 잎새가 얼른, 달의 얼굴 가리는 순간 나 힐끗 보았네 그 희고 둥근 여자들의 그 희고 풍성한 모든 목숨과 신출(神出)의 고향을 내 마음의 천둥 번개 쳐서는 세상 일체를 감전시키는 순간 때마침 어디 딴 세상에서인 듯한 풍덩거리는 여자들의 참을 수 없는 키득거림이여 때마침 어디 마을에선 훅, 끼치는 밤꽃 향기가 밀려왔던가 말았던가 --- 「그 희고 둥근 세계, 고재종」 중에서 세발낙지, 짱뚱어, 칠게, 석화, 꼬막, 바지락 같은 명사들과 드넓다, 질펀하다, 거무튀튀하다, 말랑하다, 짭조름하다 같은 형용사들과 기어다니다, 뛰놀다, 헤엄치다, 도망치다, 숨바꼭질하다 같은 동사들과 뽈뽈, 팔딱팔딱, 벌벌, 스멀스멀, 숭숭, 꾸물꾸물 같은 부사들이 함께 어울려 한바탕 걸판진 말들의 잔치를 벌이는 그 잔치판에 사람들을 아낌없이 초대하는 바다 생명들의 자궁 무안갯벌 --- 「무안갯벌, 김선태」 중에서 배꽃 핀 날에 하얀 배꽃 핀 날에 그대를 생각하네 배꽃 핀 날에 하얀 배꽃 핀 날에 그대를 추억하네 사랑은 영원하다는그대 낮은 목소리 가슴에 남아 배꽃은 휘날리고 그대는 어디쯤 오나 영산강 강언덕 배꽃 핀 날에 하얀 배꽃 핀 날에 사랑을 찾아가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다는 그대의 푸른 목소리 가슴에 남아 배꽃은 떨어지고 달빛은 눈부신데 목사골 산언덕 배꽃 핀 날에 하얀 배꽃 핀 날에 그대 향기에 젖네. --- 「배꽃 핀 날에, 나종영」 중에서 염소를 머리에 이고 기울어져 걸어오는 여자가 있다 달포만이다 지난 보름에는 하얀 달항아리 안고 왔다 강가에 오래된 배 있어 누군가 닻을 흔들고 여자는 흰 달 속에 염소를 풀어놓는다 또다시 떠가는 여자 그림자로 강물은 붉어지고 언제 싯푸른 강둑에 나갔는가 한 아이 달항아리 가슴 앞섶에 달고 뒤뚱뒤뚱 염소 뒤따라 온다 강 너머를 바라보는 배는 귀 다 허물어졌다 --- 「추억, 나해철」 중에서 짙푸른 어둠에 물든 밤 초당산 낮은 등허리로 구불구불 이어진 논둑길 따라 호드기 울음소리마저 둠벙 깊이 꼬리를 감춘 밤 노란색 역명등 더듬이로 켜든 산골 깊은 무안역 푸른 메모지 같은 유리창에 이마를 부비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발처럼 몰려드는 하루살이들 치지직 치지직 제 몸을 태워 밤하늘 멀리 별빛으로 흘러가는 아픈 첫사랑의 간이역 --- 「무안역, 박관서」 중에서 먹물 들인 이불을 덮고 강은 별들을 새긴다 수 만 년 기다린 강가 둥근 돌이 나를 받아준다 물고기들이 목욕하는 소리 적요에 금을 내고 칼로도 베일 수 없는 저 강물 흐르면서 정신을 가다듬는 영산강 엉덩이 무게를 받쳐든 돌덩이 여름밤의 무게보다 가볍다는 듯 꿈쩍도 않는다 강물은 말의 깊이를 어둠의 저울 위에 올려놓고 응시한다 돌덩이는 삶의 무게를 --- 「어둠의 저울, 이지담」 중에서 네가 있어서 목원동 골목길이 환해지는구나 행복동 옛 노래도 다시 뜨는구나 목포 바다 거친 파도도 잔잔해지는구나 아리랑 고개 고개 쉬엄쉬엄 잘도 넘어가는구나 유달산도 고하도도 목포대교도 손을 맞잡았구나 흰옷 입은 사람들 꼬투리 열고 무럭무럭 피어나는구나 --- 「목화, 최기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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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화제 모아온 영산강 유역 7인 시인의 대표 시 선집
영산강 상류인 담양에 거주하는 고재종 시인의 시(詩)는 강을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맥박으로 불러낸다. 강에 비치는 햇빛과 바람, 나무와 물새, 스스로 빛을 내며 사라지는 것들의 잔향으로 한데 엮여 오늘의 우리를 부른다. 김선태 시인은 ‘조금새끼’ 등의 시를 통해 인간의 노동과 사랑은 물론 빈곤과 상실의 기억 등이 서로 혼융되어 숨을 쉬는 ‘영산강 물길이 만든 생활권’의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나종영 시인은 ‘영산강’에서 기억의 물결 속에서 일렁이는 그리움이자 공동의 생활사로 우리를 안내한다. “햇볕 쟁쟁한 날 강가에 홑청을 빨아 널던 젊은 어머니”, “탁배기 몇 잔에 오래된 옛친구 불러내어 꿈을 꾸던 서른 살 청춘”의 그림자는 아련하고 깊다. 나해철 시인은 ‘영산포 1’ 등에서 강변의 가난과 견딤을 소리, 냄새, 빛의 감각으로 되살려서 영산강을 배경이 아니라 삶의 주인으로 바로 세운다. 강변에서 치환된 언어는 개개인 일상의 사소한 상처로부터 시작하여 공동의 기억으로 번져간다. 박관서 시인은 ‘몽탄에서’를 통해 영산강 중류인 몽탄의 파군교 등에서 펼쳐진 역사와 전설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현실과 초월이 교차하는 신화적 풍경으로 짚어보고 영산강 유역에 퇴적된 집단기억을 환히 비춘다. 이지담 시인의 시 ‘홍수’에서는 영산강 유역의 재난을 풍경이 아니라 사건의 시간으로 다시 쓴다. 일상적인 흐름이 격류로 경계가 문턱에서 단절로 바뀌는 순간, “또 이렇게 우리는 속수무책인가?”라는 물음이 모두의 목소리로 솟는다.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 빚어낸 음식인 홍어는 온 동네의 입맛과 생기 그리고 서로 나누는 말과 온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잔칫상의 중심이었다. 최기종 시인은 홍어를 통해 지역의 삶과 기억은 물론 여기에 적층(積層)되어 있는 시간의 층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산강 시인들의 말 젊어서는 강의 면면한 역사성에 주목했는데 요즘 나는 강 앞에서 할 말이 없다. …내년 고희를 앞둔 나는 그간 무엇을 했던가? 강에게 다 물을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고재종 우리 집 유리창 너머로 영산강이 액자 속 그림처럼 걸려 있다. 영산강과 함께 하루해가 뜨고 저문다. …영산강의 낯빛은 어둡다. …어찌하면 푸르게 꿈틀대던 저 강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김선태 처음 본 영산강은 신세계였고 함께 일하고 놀고 더불어 밥도 나누어 먹는 대동 세상 같은 곳이었다. …영산강은 언제나 내 마음 심연에 고향의 강(江)이자 어머니의 강(江)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나종영 강(江)에서 나고 자란 시인은 실은 이미 강이다. 강이 되어 시공(時空)을 넘나들며 흐른다. …강이 되었다는 것은 대자연으로서 하늘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늘의 소리를 외친다는 것이다. -나해철 가까이서 풍기는 짠 내와 멀리서 들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살았습니다. 돌아보면 내 몸이지만 속을 보면 산천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 산천의 몸 줄기가 영산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박관서 웅덩이에서 허우적거리던 어린 꿀벌을 건져 마른 모래 위에 올려주었다. 꿀벌은 날개의 물기를 털어내고는 뒷발을 비벼 대다가 젖은 날개를 끌고 어디론가 걸어갔다. 나의 뒷모습 같았다. -이지담 목포에 거주한 지 벌써 40년이 넘었다. 직장을 따라 얼마간 살다가 고향으로 가려던 것이 이렇게 오래 목포 사람이 되었다. 목포 물이 배고 배어서 목포의 거리거리 사람 사람이 나의 서정이고 서사가 되었다. -최기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