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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내는 동안
박관서
b(도서출판비)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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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판시선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메모

저녁에 13
가실 어머니 14
가을로 붕우 15
쓸쓸, 그녀의 사각형 17
尹 兄을 보내며 19
봄비 20
무안일로근방각설이마음정처 21
목포, 오거리식당 23
걷는 길로부터─나무 심기 24
물염사주 26
능파각에 누워 27
달래, 가장 예쁜 이름 29
장수국밥 31
가을의 벗들 32
꿈으로 노는 어머니 33
가을 노래 34

제2부-통문

봄날 이후 39
시인 40
우리들의 소망은 41
1029 만가 43
1894, 무안동학 45
?미안한 밤의 시작법 47
풍뎅이의 노래 49
해방 80년이라니, 검은 눈으로 51
맨손 체조 52
촛불 약사 54
실눈 뜬 남주 형이 56
이봉창, 봄꽃의 경고 58
1주기라네, 이태원 60
굿바이 노동절 62
용서하는 사자의 서 64
밤나무 아래, 오월 65
봄의 내력 66

제3부-일기

지하철반가사유 71
아침에 신발을 신으며 73
서울 75
새벽 서울行 77
서울에서 보내는 편지 79
노량진 컵밥거리 82
서울은 별자리 84
고산 86
홍제천 건너 속풀이 88
X-마스 90
너를 보내는 동안 92
빨간 3월, 이태원으로부터 93
봄까치꽃 94
편의점 불빛 아래 96
2024 일기 엔딩 98
시월 99

제4부-편지

자화상 103
겨울에 쓰는 편지 104
주 시인에게 105
그것을 서정시라고 한다 107
진도, 박남인 109
그 약속, 봄비 110
한보리 111
고은 112
금산으로 보내는 편지 113
채광석 114
벗으로 벗는다 116
종화 兄 117
곤재에서 118
용궁에 들러 120
월선리 산책 121
팔금의 시인에게 123
잉잉 봄날 125

│해설│ 이영숙 127

저자 소개 1

전북 정읍 출생. 목포대대학원 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6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신인추천. 시집 『철도원 일기』, 『기차 아래 사랑법』, 『광주의 푸가』, 현장연구서 『무안 일로지역 주민생애사』, 문학아카이브 『남도문학에 스민 김현』(공저) 외 간행. 제7회 윤상원문학상, 제4회 『시와 문화』 작품상 수상. 목포작가회의 및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광주문학관 건립 콘텐츠소위 연구위원, 김현문학축전 및 김우진초혼예술제 등을 기획 집행했으며, 현재 계간 『시와 사람』 편집위원, 조태일기념사업회 이사,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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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9쪽 | 216g | 125*190*10mm
ISBN13
9791192986531

책 속으로

〈목포, 오거리식당 〉

왕년의 주먹들이 모여서 우는 곳
하릴없는 집에서 빠져나와
날리는 소주잔으로 어둠을 지우는 곳

입술을 타고 오른 물고기가
꼬들꼬들한 속살을 풀고 꼬리 치는 곳
그러하였다 그러하였노라고
서녘을 보는 이들끼리 어깨를 걸친다

사랑은 함부로 하는 것이라고, 노래는
젓가락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그러하다고 그대도 그러할 뿐이라고

암만, 고꾸라져서 통을 파던 바다가
그대의 그릇마다 화사하다

* * * * * *

〈용서하는 사자의 서〉

네가 나를 죽였듯이 나는 너를 용서하겠다. 그냥 바라보겠다. 나의 죽음으로 얻은 너의 생애를 심판하지 않겠다. 국가의 이름으로 명령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살아가는 너의 몸을 살려두겠다. 너의 살결을 타고 깃드는 사랑과 영혼을 그냥 놔두겠다. 네 아내와 네 아이의 맑은 눈동자에 담기는 평화의 그림자를 또렷이 남겨두겠다. 지워지지 않는 것은 지워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너의 맛있는 시간을 빼앗지 않겠다. 너를 용서하겠다. 1980년 5월 18일에, 19일에, 20일에, 21일에, 24일에, 25일에, 26일에, 27일에, 광주 시내에서 시외에서 전라도 곳곳에서 재미로 혈기로, 게임을 하듯이 나를 죽인 너를, 그리고 죽이라고 시킨, 야수의 거죽을 나라의 군복으로 챙겨 입은 너희를, 너희가 나를 죽였듯이 나도 너희들을 용서하겠다.

* * * * * *

〈새벽 서울行〉

증오의 시대를 넘는
노래가 필요하네

오래오래 깊이 미워하였으니
그들의 뒤통수라도 보아야 하네

속곳으로 바라보는 창밖의 을씨년스런
겨울 새벽 풍경에도 새소리는 들려오네

금목서, 육송, 침지향, 광나무, 애기동백,
시금치, 상추에 철없이 웃자란 부추 순까지

세세히 보면 푸름이 가득하여서
한 발 나아가 두 발 무너지는 일이네

그저 바라보며 슬플지라도 너에게
건너가는 두서없는 길이라고

조심스레 연 방문의 낮은 문턱을
적시는 아침 햇살을 함께 맞으러

가야 하네 그의 두 손에 꼭
쥐여주러 가야 하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네 번째 시집을 묶는다. 처음으로 부담 없이 시집을 묶는다. 돌아보면, 다행히 누군가에게 빚을 놓지 않았고 빚을 짓지도 않았다. 누구나 자신만큼의 삶을 살고, 나 역시 그러하였다. 하지만 원래 빚이란 없는 것일 터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든 묶어두고자 애써 마련한 약속일뿐이다. 그리하여 다시 굽어보면 그러하다. 시라는 것 또한 그러한 빚이자 약속일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을 직시하고 사랑을 마주 보며 졸시들을 대하니 편해진다. 이른 겨울에 접어드니 낮은 줄어들고 밤이 길어졌다. 될수록 생각은 낮추고 문밖으로 자주 나서야겠다.

추천평

정읍 사람 박관서 시인에게서는 왠지 무안 개펄이나 갯마을 해조음 냄새가 난다. 물론 그는 목포에서 사십여 년을 살아왔고, 목포 오거리 식당에 가면 아무 때나 탁배기를 들이켜다 금방 튀어나올 것 같은 인성 좋은 사람이다. 그의 하회탈 같은 웃음은 상대를 순간 무장 해제시켜버리는 뭔가 뜨거운 것이 있는데, 그러한 뜨거움은 이번 시집 곳곳에서 가난하고 낮은 곳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나타나고 그것은 또한 ‘형형한 눈빛’과 여러 편의 절창으로 빛이 난다.

이제 그는 ‘기차 아래 사랑법’ 같은 철도원의 애환과 ‘광주의 푸가’를 넘어 호남평야 드넓은 마음으로 동학에서 말한 경천수심(敬天守心)의 경지에 가닿은 듯하다. 말이 온축되고 의미가 깊어진 그의 시가 이제 비로소 시인이 말했듯 세상에 대한 빚과 약속을 지키고 새로운 역사의 숲길로 들어선 것 같아 선명하고, 시를 읽는 이의 마음은 자못 숙연하다. - 나종영 (시인)
박관서 시인은 둥글다. “순두부찌개 한 숟갈을 떠서/흰밥에 비비며 그대를 생각합니다”(?저녁에?)처럼 가식이 없다. 시인은 무안군 월선리에 산다. 지명도 둥글다. 그러나 그는 뜨거운 땅, 정읍 출신이다. 그의 뼈는 동학의 뜨거운 함성에서 왔다. 동학 당시 정읍에는 “파도 파도 피울음”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순을 타고 오르면 결국 동학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정읍 출생의 시인은 뼈로 아는 것이다. 박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시절 민족, 통일, 노동문학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는 그가 동학의 ‘뼈내림’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 김형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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