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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5
제1부 엄마 생각 13 피란길 14 바보 16 엄마 투정 18 아명 19 외딴 오두막집 20 엄마의 눈길 22 숙모님 말씀 24 참외 배꼽 26 산지기 집 28 지동댁 29 엄마의 맨발 30 어머니 임종 날 광경 32 출상 날 34 태어나서 죄송해요 36 죄밑 38 엄마 무덤 앞에서 39 합장 40 제2부 스무 달 43 고작 열 달 44 어머니 품 46 연분홍 편지 48 어인 까닭입니까 50 할미꽃 51 엄마의 얼굴 52 나정지라는 곳 53 연두색 엄마 54 큰 쉴 곳 56 어머니의 부채 58 민들레꽃 60 외갓집 62 속썩은풀 64 기봉이 처녀 65 옷골 이모 66 양자 들이는 날 68 제3부 낙타 73 망아지 74 두더지 75 별의 생애 76 덕이 형아 77 늘 가슴이 저린다 78 상사화 80 형님 계신 곳 82 달개비꽃 83 덕이 형 87 철순 형님 88 아버지의 노래 90 고쿠라역을 지나며 92 나귀 한 마리 94 아버님의 일기장 95 새벽별을 보다 96 지게 98 내 속의 아버지 100 제4부 봄날 105 소낙비 106 잃는다는 것 108 장날 110 瑞興 金氏 內簡 112 애장터 114 앵두밥 116 올챙이 118 4월 120 우리 가는 길 달라도 122 새해 아침 124 시작 노트 127 |
李東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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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는
어떤 인연으로 났기에 이토록 일찍 헤어지고 말았나요 나 태어나고 불과 열 달 만에 서둘러 가셨지요 그때 심정이 어떠셨을까 난 조금이라도 당신과의 시간 늘려보려고 배 속의 열 달 배 밖에서 열 달 사람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답니다 열 달이나 스무 달이나 그게 그거지만 나에겐 대단하지요 내가 엄마랑 함께 지냈던 시간이니까 엄마 떠나신 지 수십 년 나는 지금도 엄마 생각만 합니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습니다 --- 「바보」 중에서 얼마나 기다림에 속이 썩어 이름조차 속썩은풀이 되었습니까 북한 야생 식물 사진전에서 만난 당신은 영락없는 우리나라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보랏빛 고개를 떨구고 가녀린 잎을 차분히 접고 있는 자태에선 땅 꺼지는 한숨도 들려올 듯합니다 이 나라가 원수로 갈라서던 전쟁 끝에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지금도 기다리시는 당신 나는 당신 앞에 발길 멈추고 서서 이날까지 모든 것 참고 삭이며 살아오신 그 세월의 내력을 생각합니다 말로는 차마 풀어내지 못할 슬픔이지만 이젠 눈물 좀 거두셔요 속썩은풀이시여 --- 「속썩은풀」 중에서 나에게 두 형이 있었다 그들은 일찍 죽어 얼굴도 모른다 맏형은 문둥이로 스물셋에 셋째는 아기 때 홍역으로 떠나갔다 출생신고도 하지 않아 호적에도 없다 전쟁이 끝나자 아버지는 앓는 맏아들 혼자 버려둔 채 남은 가족 데리고 먼 도시로 떠났다 남겨둔 양식 자루 바닥나자 그냥 굶다가 죽었다 고독이 그의 목을 졸랐으리라 일가 한 분이 와서 거적때기로 둘둘 만 주검을 지게에 얹어 어느 산골짜기에 묻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찾아본다고 했는데 그때 분들 다 돌아가서 나는 거기가 어디인지 모른다 --- 「늘 가슴이 저린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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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세상에서 가장 결핍을 느낀 것은 ‘어머니’란 세 글자였다. 어머니 돌아가실 때 나는 불과 10개월이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유언에서 윗목의 저 어린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곧 당신을 따라올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한 아기가 자라서 한세상을 살았다. 지난 세월 가만히 돌이켜 보노라니 어머니 안 계신 삶은 텅 빈 공황이었다. 먹어도 허기는 여전하고, 그 어떤 것에도 언제나 궁핍과 결손이었다. 그 가혹한 고통 속에서 나는 시인이 되었다. 어쩌면 어머니가 나를 시인의 길로 이끌어주셨으리라. 어머니는 내 평생의 화두요 천형天刑이었다. 청소년 시절엔 일찍 떠난 당신을 원망도 했지만 자라면서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깨달았다. 어머니는 그렇게 홀연히 떠나셨지만 아주 떠나시지 않고 내내 아들 곁에 머물러 계신다. 내가 쓴 시 작품의 그 어디에도 어머니가 묻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오래전부터 어머니 테마로만 썼던 시 작품을 따로 모아서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보려는 생각을 품었다. 그 결행을 오늘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