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가격
12,000
12,000
YES포인트?
0원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내배송만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황금알 시인선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1부

달밤의 행군·12
어머니 이별·13
후치령厚峙嶺·14
아가야 울지 마라·16
자장가·17
골목대장·18
범 범 무슨 범·19
팽이·20
호박 대가리·21
홍범도 군가·22
의병대 습격·24
홍대장 오시는 날·26
홍대장 수염·27
마을 잔치·28

2부

범·32
진흙 투사들·33
나, 홍범도·34
정신 똑바로 차리라·36
장군의 초상·37
서울에 오신 홍범도·38
맹호도猛虎圖·40
내일을 위해 쏴라·42
영웅의 눈물·43
별들의 소환·44
손자를 안은 홍범도·46
색안경에 비친 홍범도·48
촛불 홍범도·50
아, 어찌 나에게·52

3부

불꽃·56
땅으로부터·57
눈보라 헤치고·58
홍범도가 오셨다·59
홍장군이 외친다·60
백두산의 아침·62
산포수 홍범도·64
보초 홍범도·66
욱일기旭日旗를 향해 쏘다·68
홍범도 판화·70
빼앗긴 홍범도·72
홍범도가 사라졌다·74
슬픈 디아스포라·76
홍범도 유고문·78

4부

총기 압수·80
유격전·82
격문檄文·84
베르됭 소총·85
밀정·86
사슴사냥·88
혜산 가는 길·90
배신자·91
장씨 마을·92
감격의 도가니·94
홍범도 엽전골·96
홍범도 장군골·98
벙어리툰·100
펄펄 나는 홍범도·102

5부

철병撤兵·106
연해주 동포·108
피눈물·110
육성촌에 오신 홍범도·112
범도 아바이·114
청산리에서·116
홍범도 흉상·118
의병대원·120
북만주 밀산의 홍범도·122
반역자·124
노두구 전투·126
사랑이 지극한 홍범도·128
장군의 귀환·130
마지막 대접·132

산문 | 이동순_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134

저자 소개 1

李東洵

시인. 문학평론가. 경북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었다.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봄의 설법』 『꿈에 오신 그대』 『가시연꽃』 『아름다운 순간』 『그대가 별이라면』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발견의 기쁨』 『묵호』 『멍게 먹는 법』 『마을 올레』 『강제이주열차』 『독도의 푸른 밤』 『고요의 이유』 『어머니』 등과 평론집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우리 시의 얼굴 찾기』 『달고 맛있는 비평
시인. 문학평론가. 경북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었다.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봄의 설법』 『꿈에 오신 그대』 『가시연꽃』 『아름다운 순간』 『그대가 별이라면』 『마음의 사막』 『미스 사이공』 『발견의 기쁨』 『묵호』 『멍게 먹는 법』 『마을 올레』 『강제이주열차』 『독도의 푸른 밤』 『고요의 이유』 『어머니』 등과 평론집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우리 시의 얼굴 찾기』 『달고 맛있는 비평』 등이 있다. 『번지없는 주막』 『마음의 자유 천지』 『한국 근대가수 열전』 『가요황제 남인수 평전』 등과 민족서사시 『홍범도』(전10권), 산문집 『나에게 보내는 격려』 『나직이 불러보는 이름들』, 인물사를 다룬 『나는 백석이다』 『나는 홍범도다』 『나는 왕평이다』 『나는 김자야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또한 분단시대 매몰시인들의 작품을 수집·정리하여 『백석 시전집』 『권환 시전집』 『조명암 시전집』 『이찬 시전집』 『조벽암 시전집』 『박세영 시전집』 등을 엮었다.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동순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28*210*20mm
ISBN13
9791168150942

책 속으로

달빛이 빛나네
대낮같이 빛나네
환한 보름달 밑에 서서
우리의 홍대장
작전지도 펼쳐놓고 뭘 궁리하시나

어디로 어떻게
왜적들 유인해 낼까
어느 벼랑 어느 골짜기가
우리 의병대 싸우기에 가장 유리할까
어디서 어떤 작전 펼칠까

홍대장 머릿속으로
환한 달빛이 스며드네
깊은 밤 산악행군도 달빛 있으니 거뜬
의병대 이끌고 성큼성큼 가시는
홍대장 앞길이 눈부시네
---「달밤의 행군」중에서

어머니
제발 울지 마셔요
이 아들은 그렇게도 바라던
홍범도의병대로 드디어 들어갑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제 가슴은 마치
장가드는 새신랑처럼
그저 즐겁고 가슴이 두근거린답니다
어머니 너무 걱정 마셔요
산속에선 범처럼 날쌘
홍대장께서 저를 지켜주실 테니까요

가서 왜적부대
마음껏 쳐부수고 돌아올게요
언제나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럽고 용맹한 아들이 될게요
이기고 돌아오는 그날까지
어머니 부디 잘 계셔요
---「어머니 이별」중에서

깎아지른 벼랑
바위틈 오솔길로
누가 저리도 쏜살같이 달려가나
말로는 무적황군
알고 보니 일본군 토벌대였네

홍범도 잡아 오라는
높은 놈의 명령 받들고
어쩔 수 없이 후치령 숲속을 헤매는
잔뜩 겁먹은 왜적군대
싯누런 군복의 저 졸개들

몹시 불안한 걸음걸이로
이리 두리번 저리 휘둥글
잔뜩 움츠린 자세로 갈팡질팡
그때 어디선가
홍범도 나타났다 고함 소리 들리네

놈들은 들었던 총 팽개치고
마구 비명 지르며 도망치기 바쁘네
일단 살고 봐야 하니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
이게 그 시절 풍경

* 후치령 : 함경남도 북청군 이곡면과 풍산군 안산면 사이에 있는 해발 1,335m의 높은 고개.
---「후치령厚峙嶺」중에서

아가야
울지 마라
아가야 울지 말아라
네 아버지는 함경도 땅
울창한 개마고원 수림 속으로
삼천만 우리 동포 행복 찾으러
홍범도의병대에 가시었단다
홍대장 부하 되어 떠나셨단다

오늘은 이 마을
내일은 저 골짜기
뒤쫓는 왜적 군대 때려 부수고
아무도 모르는 수림 속으로
바람처럼 살그머니 떠나셨단다
네 아버지 지금쯤 산중에서
저 달 보며 네 생각 하고 계시리
내일도 힘차게 싸우시리
---「아가야 울지 마라」중에서

자장 자장 우리 아기
눈이 커서 잘도 찾고
코가 커서 잘도 맡고
귀가 커서 잘도 듣고
입이 커서 잘도 먹고
손이 커서 통도 크고
발이 커서 잘도 걷고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은자 동아 금자동
어서 어서 크거라
빨리 빨리 자라라
쑥대같이 솟아서
범도 대장 뒤따라
잃은 나라 찾지야
왜적 놈들 몰아내
우리 조선 세우자

* 1910년대 중반 함경도 지역 민간에서 많이 불렸다는 자장가 사설의 형식을 활용하였다.
---「자장가」중에서

어머니 어머니
날 꾸중하지 마셔요
장난질 유별나게 심하다고
너무 꾸중하지 마셔요
남의 집 장독 깨고
야단법석 말썽꾸러기지만
이래 봐도 힘센 골목대장이지요

오늘은 비록
우리 동네 골목대장이지만
내일은 홍범도의병대 소대장 할 거예요
개마고원 홍범도의병대 찾아가
내일은 진짜 의병
홍대장 부하 의병 되어
왜적 놈들 혼내고 공 세울 테요
---「골목대장」중에서

범 범 무슨 범
쪽발이 잡는 무서운 범
침략자 쪽발이 왜놈만 찾아
족집게처럼 쏙쏙 골라서 잡는 범

이리 피하면 저리 따라잡고
저리 달아나면 삽시에 휘돌아 막으니
아이 무서워 무서워
천지간 그 어디건 숨을 곳 없네

세상에 그 어디건
네놈들 도망칠 길 없으리
아예 달아날 생각 포기하고
그 자리에 눈 감고서 기다리거라

천하무적 장군 범
왜적만 쏙쏙 찾아서 때려잡는
범 범 장군 범
홍범도 장군 범 납시오
---「범 범 무슨 범」중에서

팽이야 팽이야
돌아라 자꾸 돌아라
윙 윙 소리 내며 잘도 돌아라
너는 말벌처럼 붕붕
나래 치며 잘도 도는 구나

팽이야 팽이야
내가 깎아 만든 박달팽이야
우리 땅에 기어든 섬나라 도적 떼
승냥이무리 몰아내라며
오늘도 우는 구나

쌩쌩 소리치며
잘도 도는 팽이야 팽이야
치면 칠수록 잘 도는 박달팽이야
너는 지금 홍대장 따라서
빼앗긴 나라 찾으라고 우는구나
---「팽이」중에서

왜놈의 대가리는
호박 대가리
홍 대장 불벼락에
여기저기서 떽떼구르르
어제는 갑산에서 떽떼구르르
오늘은 동산리에서 떽떼구르르

응구텍이에서 떽떼구르
봉오동 청산리에서 떽떼구르르
싸우는 족족 어김없이 떽떼구르르
홍 대장 불벼락은 과연 무섭소
이러니 왜적 놈들 홍범도 이름만 듣고도
바로 꼬랑지 내리오

---「호박 대가리」중에서

출판사 리뷰

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
이동순

세월이 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 바람이 불어가듯 스쳐지나간다는 뜻이다. 그 과정 속에 시간은 어떤 흔적의 발자국을 남긴다. 때로는 흔적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또 미련으로 머물러 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일일이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풍파나 시달림 속에서 힘들게 보냈던 시간이었다면 더욱 자신을 잘 버텨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앞에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의 분량을 또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나간 세월의 상처에 연연하며 거기 묶여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의 표본이다.

우리는 한 세기 전 격동의 삶을 골고다의 십자가처럼 어깨에 짊어지고 혼자서 외롭게 힘들게 이끌고 가셨던 한 분을 생각해본다. 누구냐 하면 바로 홍범도 장군이다. 그의 삶은 시대도 그러했지만 타고난 배경이 오로지 숨 가쁜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느 한 순간도 안정과 평화의 세월이 없었다.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일컫는다. 성장기와 청년기, 산포수가 되어 의병장으로 종횡무진 달리던 시기, 크고 작은 독립전쟁에서 항일유격대장으로 빛나는 성과를 이룩하던 시기, 비극적인 몰락과 침체로 상심에 빠지던 시기, 기어이 운명의 폭풍에 떠밀려 가련한 쪽배처럼 지향 없이 방황하던 강제이주 시기 등등.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고난의 갑절도 넘는 생애를 그는 살아갔다. 아내와 두 아들마저도 아비보다 먼저 떠나갔다. 옛 부하들도 다 사라지고 홀로 바람찬 이국의 거리에 외롭게 혈혈단신으로 남았다. 아주 초라하고 볼품없는 늙은이로 가난한 집에서 병고에 시달리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차라리 격전지에서 전사했거나 안중근처럼 거사 후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더라면 민족영웅의 삶으로서 완결성과 그 미학을 보다 그럴 듯하게 갖추었으리라. 그런데 장군은 일흔이 넘고 팔순 가깝도록 살았다. 말하자면 너무 오래 사신 것이다. 그러니 그 모질고 흉한 온갖 오욕을 모조리 견디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인간의 수명을 어찌 스스로 조절할 수가 있으리오.

홍범도 장군은 혼자 이국에서의 고독한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 전체 고려인들의 정신적 중추가 되었다. 그곳 고려인들은 참으로 천애고아(天涯孤兒)와 같은 힘든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들은 홍범도 장군을 부모처럼 기둥처럼 믿고 의지하면서 간고한 삶을 버티어 갔다. 우리는 그런 그분의 무덤을 둘러 파서 유골을 뜬금없이 국내로 모셔왔다. 당시로서는 일견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고국 땅에 돌아온 지 불과 두 해만에 홍범도 장군이 겪은 온갖 시련과 모욕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찌 귀하디귀한 민족적 상징을 어렵게 모셔다 놓고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어떤 모멸과 상처를 공격적으로 퍼부었던가. 그토록 귀환을 반대하던 고려인들과 북한당국의 불만을 이겨가며 힘들게 모셔온 홍 장군이 아니던가.

그런데 우리는 지난 1년을 온통 홍범도 장군을 짓이기고 그 존귀한 위상과 체신을 손상시키는데 온힘을 다하였다. 이런 흉포한 짓을 주도했던 뉴라이트 무리들과 그 동조자들은 단언하건대 분명 우리 겨레가 아니다. 그들은 토착왜구였거나 근원적 반역자임에 분명하다. 일생을 고난 속에 살다간 민족영웅을 모셔다놓고 이게 무슨 해괴한 망동이었던가. 엄정하게 말해서 우리는 그분을 국내로 모실 자격을 갖추지 못했던 부끄러운 후손들이다. 너무도 창피하고 수치가 느껴져서 고개조차 들 수가 없다. 고약한 무리들이 주도하는 이런 둔주(遁走)와 역린(逆鱗)의 세월은 해가 바뀌어도 당분간 계속될 분위기다. 이 시점에서 그간의 흥분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금 마음을 차분히 정돈시켜본다.

우리는 다섯 가지 측면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을 간추려본다.
첫째 홍범도 장군은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삶에 뿌리박혀 있는 무지와 둔감, 맹종의식을 걷어내라는 지엄한 명령을 주셨다. 우리는 그간 너무도 시대변화에 눈을 감고 몰지각하게 살아왔다. 얼마나 격동의 세월이었던가. 그러한 격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저 소극적으로 움츠리며 자신의 신변보호와 개인안보에만 철저한 이기적 기회주의적 시간을 살았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라고 홍 장군은 우리에게 당부한다. 이런 홍 장군의 상징적 표상은 먹구름을 걷어내고 쏟아지는 눈부신 아침햇살이다.

둘째 홍범도 장군은 이 땅에 오셔서 우리에게 사람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주신다. 장군의 일생은 춥고 힘들고 가난한 겨레를 위해 온몸을 바치셨다. 장군의 행적을 낱낱이 따라서 더듬어가노라면 어찌 그리도 겨레사랑으로 철저히 무장된 분이었을까 새삼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반역자를 미워하고 응징하며,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온힘과 정성을 쏟은 장군의 사랑과 피땀 어린 노력을 생각한다. 그 일관된 삶의 표상을 우리는 산골짜기와 강물 위의 걸쳐 있는 아침안개, 해맑은 바람 향기에 비견할 수 있다.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홍 장군이 보내오는 메시지를 가만히 음미하고 성찰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셋째로 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은 야만과 맹목성을 깨어 부수라는 단호한 분부이다. 오랜 식민지와 분단의 후유증에 시달려온 우리는 표독한 분단모순이 빚어낸 가장 전형적인 야만과 맹목성에 터무니없이 길들여져 있다. 그 야만과 맹목성을 마치 우리가 예로부터 몸에 지녀온 용감성인 것처럼 여기며 비겁한 착각 속에서 우쭐거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주 쉽게 갈라치기로 분리하며 너와 나를 갈등과 대립으로 휘몰아가고 자신과 뜻이 다르면 무조건 ‘빨갱이’라는 이름의 소름끼치는 적으로 규정하는 폭력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이런 우리의 꼴을 홍 장군은 탄식과 분노의 눈으로 노려보시며 지금도 일어나서 우리에게 돌주먹, 무쇠주먹을 굳게 쥐고 흔든다. 그 뜻이 무엇인지 눈치라도 채겠는가.

넷째로 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은 너무도 게으르게 살아온 우리의 무계획, 무책임, 무정견, 무분별을 엄중하게 나무라고 질책하며 속히 그것을 깨어 부수라고 요청과 이어져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얼마나 우리가 대책 없는 삶을 살아왔던가. 식민지와 분단의 세월을 살아가며 그저 눈치나 살피고 자신에게 이로운 기회만 포착하며 거기에 냉큼 휩쓸려버리는 우매한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행태가 지금 우리에게는 천연덕스레 체질화되어 있다. 장군은 우리의 이런 꼴을 진작 눈치 채고 계신 것이다. 그러면서 홍 장군이 우리에게 넘겨주는 것은 뜻밖에도 오래전부터 당신께서 품속에 지녀온 활과 화살촉이다. 그 우둔한 중심을 스스로 파쇄(破碎)하여 새롭게 일신된 삶을 살아가라는 당부를 하신다. 이 뜻을 우리가 절대로 외면해선 안 된다.

다섯째로 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은 아무런 반성과 변혁이 없는 우리의 한심하고 둔감한 꼬락서니에 줄곧 매서운 질타를 보내주신다. 이런 홍 장군의 모습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국토의 세 군데 둘레에서 철썩이는 밀물과 썰물의 상징으로 기운차게 다가온다. 우리는 그간 얼마나 반성 없는 시간을 살아왔던가. 매국노를 애국자로 둔갑시키고, 매국노가 언제나 득세하며 모든 기회를 독점하는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정의가 불의로 둔갑되며 불의가 마치 정의처럼 의기양양하게 행세하니 이런 역천(逆天)의 시간을 하늘은 과연 용납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국토의 대자연은 우리에게 귀한 메시지를 줄곧 끊임없이 보내오건만 우리는 그것을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눈과 귀와 코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차단한 채 아예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지 않고 있다. 제발 정신을 차리라.

이렇듯 개결한 당부와 시대적 역사적 요청을 날마다 일깨워주시건만 우리는 홍 장군의 피 끓는 말씀에 냉담하다. 이를 먼저 눈치 채고 불안을 느낀 반역의 무리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표적 삼아 함부로 뭉개고 지우려 했다. 그 가운데서 유독 홍범도 장군에 대한 모멸과 핍박이 가장 심했다. 이에 대한 저항의 기세가 세차게 일어나자 반역의 무리들은 잠시 주춤거리긴 했지만 그들은 또 밀어붙일 것이다. 산업쓰레기나 폐기물을 버리듯 반역자들은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철거’하려고 한다. 어찌 ‘철거’라는 무지막지한 말을 어디다가 함부로 쓰는가. 저 반역의 무리들이 섣부른 불장난을 저지르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각성하고 깨어나 그들의 폭거를 막아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 땅에 오신 뜻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이 아침 우리 삶을 음미하고 성찰해가야만 하리라.

내가 지난 해 삼일절을 앞두고 『민족의 장군 홍범도』 평전을 발간했고, 또 장군이 서거하신 시기에 맞춰 시집 『내가 홍범도다』를 펴낸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내 나름대로 나에게 주어진 항쟁(抗爭)의 방식이다. 홍범도 장군은 조용한 시간이면 늘 나에게 오셔서 조곤조곤 말씀을 들려주신다. 주로 새벽시간이다. 어조는 낮지만 거기엔 힘찬 메시지가 들어있다. 나는 마치 왕조실록을 기록하던 사관처럼 그 말씀을 낱낱이 받아 적는다. 한 대목 한 대목이 모두 우리 가슴에서 성찰하고 되새길 귀한 말씀들이다. 앞으로도 홍범도 장군과 관련된 몇 권의 저서를 새로 발간하게 된다. 이것은 ‘의병시인’인 나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하다.

시인의 말

교양과 상식으로 이미 확정된 내용을 우리는 지식이라 부른다. 홍범도 장군은 전체 한국인의 자랑스런 지식이다. 어떤 힘으로도 그것을 일부러 왜곡시키거나 변조할 수 없다. 그런데 그 확정된 지식을 바꾸려 드는 무모하고 불순한 세력들이 있다. 이는 민족사의 흐름 속에서 참 불경不敬한 교란이며 그 의도가 자못 의심스럽다. 그들은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 ‘철거’라는 용어를 써서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상처를 남겼다. 그 저의에 ‘뉴라이트’라는 막된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날 식민통치가 결코 침탈이 아니라 한국근대화의 은혜로운 경험이자 기반이었다고 그들은 거침없이 밝힌다. 더 나아가 독립투쟁사는 건국에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고까지 뇌까린다. 참으로 억장이 막히고 가슴 속에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 위험한 세력들은 야만적 폭력성의 실현을 위해 홍범도 장군을 볼모로 삼았다. 왜 하필 홍범도 장군인가.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온통 어수선한 소란 속에서 시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홍범도 장군이 나를 통해 온갖 말씀을 전해주셨다. 나는 홍범도 장군의 신령이 ‘공수貢壽’로 보내주시는 말씀의 대리인이다. 홍장군의 답답한 가슴이 쏟아내는 말씀을 이 시집 한 권에 옮겨 담았다.

시집의 제1부는 홍범도의병대 시절, 함경도 주민들이 즐겨 불렀던 동요형식을 적극 활용하였다. 2부와 3부는 국내의 화가, 조각가들이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무아트에서 열었던 ‘홍범도 초상전’의 출품작에 가서 받은 영감을 시작품으로 다듬었다. 4부와 5부는 홍범도 장군의 삶에 나타난 인간적 풍모를 세밀히 살려내려고 했다. 홍범도 장군을 속히 제 자리로 모시고 술 한 잔 올려야겠다.

2024년 9월
이동순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2,000
1 1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