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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목탁 소문 이후 수박 무덤 멸치 우주공 안개 곰탕 술 석 잔 마신 얼굴로 베일수록 바짓가랑이를 접듯 바다 의자 2박 3일 정암靜庵 적려 유허지에서 중도中道 찰나 제2부 벽화 부활절 달걀 이름을 잃다 횡재했다는 말 거미줄의 시간 사막을 건널 때 고전적인 저녁 문득, 식영정息影亭에서 해바라기 효과 저녁 7시 폐타이어 부분월식 씨름판 제3부 파계 백야 변신 사과꽃역驛 가시연 21C 청자매병 망초꽃 번지 탱자나무와 나비 낙타풀꽃 모과나무 보랏빛 비상구1 소리를 찾을 무렵 숲의 주인 제4부 날개의 흔적 대숲 호주머니들이 어디론가 복제놀이 쥬니버지식IN 날아 본 기억이 없다 이가 흔들려요 파시우髮繡 고인돌 위에 누워 터널 시간의 숲 와온臥溫의 노을 부용화 속으로 뿌리 1 해설-존재론적 기원을 찾는 말과 기억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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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물이나 상황과 나눈 경험적 실감을 이지담 시인은 그때그때의 선명한 말과 기억으로 길어 올림으로써, 그리고 그 사물이나 상황과 마주친 순간들을 존재론적 기원과 유추하는 방식을 편재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누구와도 쉽게 닮으려 하지 않는 자신만의 시적 존재론을 펼쳐낸다.
이지담 첫 시집은 다양한 제재와 경험을 근간으로 하되 자신을 형성해온 존재론적 편린들을 고전적으로 상상하고 표현하는 시인이다. 결국 이러한 속성이 그녀 시편으로 하여금 경험적 구체와 구심적 서정으로 감싸이게끔 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시인 스스로도 “내 피를 이루고 있는/들풀과 바람과 노을”을 다해 “조금 더 가벼워져/뿌리에까지 가 볼 작정”(「시인의 말」)이라고 말한 것처럼, 자신의 피를 구성해왔던 사물과 상황을 유추적으로 호출함으로써, 그녀는 ‘시(詩)’를 통해 자신의 존재론적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시집 첫머리에 실려 있는 다음 시편은 이지담 시의 경개(景槪)를 넉넉하게 암시하는 뚜렷한 실례이다. ‘목탁(木鐸)’이라는 친숙한 제재를 택하여 시인은 자신의 시가 ‘말/침묵’ 사이에서 발원하는 것이며, 그 둘 사이의 긴장과 길항의 힘에 의해 오래도록 씌어져갈 것임을 암시한다. 이 시편은 청각적 메타포로서의 ‘소리’와,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기척으로서의 ‘소리’를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근원적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 물론 이지담 시편에는 “흙의 심장을 만지작거리면서 지구를 닮아 둥글어진 수박”(「수박 무덤」) 같은 감각적 신선함도 들어 있다. 그런 감각들이 거의 모든 시편에 저며져 있다. 또한 사회적 타자로 불리는 많은 이들에 대한 가없는 연민과 사랑이 배어 있다. “잡초처럼 번지는 배고픈 아이들/우유 한 팩을 벌며 두 끼를 굶는데/골, 골인을 외치며/지구 밖으로 먹다 남은 음식을”(「우주공」) 버리는 희화적 풍경이나 “온몸을 바쳐 살려낸 인동초 같은 불씨”(「저녁 7시」) 같은 존재에 대한 기억이 그러한 힘의 원천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오랜 시간으로부터 “염전과 책을 물려받은”(「해바라기 효과」) 채 “어둠이고 싶은 밤과/온전히 빛이고 싶은 낮이/상사화처럼 서로 엇갈리면서 한 존재가 되는”(「백야」) 순간을 잡아내는 감각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