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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꾸민 것 같지만 진실인 이야기 공동 저자 대니와의 만남 | 대니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책 출간 | 마음의 기원과 현실 부정

1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인류의 기원에 대한 고찰 | 우리는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가 | 생존과 번식 적응도 | 두뇌 이야기

2 어떻게 인간은 똑똑해졌는가?
인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똑똑해졌나 | 지능 향상을 위한 조건들 | 복잡한 언어의 발달과 도구의 사용 | 유전자 연구와 인간의 고유성 | 협동 양육 | 똑똑해지기의 심리적 진화 장벽

3 공짜 점심이나 공짜로 얻는 똑똑함은 없다
왜 인간은 인지 능력이 향상되었음에도 여러 면에서 열등해졌을까 | 서번트 증후군에 담긴 의미 | 똑똑한 것은 유용할 수 있지만 비용이 뒤따른다

4 인식의 여러 수준
‘마음의 이론’의 네 단계 | 개와 인간의 상호주관성 | 완전한 마음의 이론과 인간의 고유한 특징들 | 거울 뉴런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

5 벽
인류가 처음으로 넘었을 루비콘 강 | 필멸성의 두려움이 심각하지 않다는 증언들 | 아이의 성장 과정과 필멸성의 이해 | 젊은 수컷 사자의 딜레마

6 벽을 돌파하기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죽음에 대한 이해 | 내세에 대한 믿음과 무신론자의 현실 부정 | 과학과 종교의 화해 | 바티칸에 모인 열두 명의 현자들 | 우울증과 현실 부정 | 자살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

7 현실 부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성선택과 짝 고르기 | 거짓말 경쟁

8 현실 부정이 만연하다는 증거
‘나 외에는 모두 위선자다’ | 진보와 보수, 모두 현실 부정의 사례 | 위험, 그 자체의 스릴을 만끽하는 이유 |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현실을 부정하는 놀라운 능력 | 현실을 부정하고 쓸데없이 위험을 자초하는 사람들

9 너무 똑똑해도 탈
월리스의 난제 | 만약 숫자 0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 볼드윈 효과 | ‘너무나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변화가’ | 똑똑하다면서 왜 우리는 파멸의 씨앗을 계속 뿌릴까?

10 두 가지 미래 이야기: 당신은 비관주의자인가, 낙관주의자인가?
‘바보야, 문제는 지역적인 기후 불안정이야!’ | 지구라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격 |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불안정 문제 | ‘전화기가 울리면 받지 마세요!’ | 사람들이 반과학적 교리에 끌리는 이유

11 현실 부정의 긍정적 측면
마하트마 간디의 극단적 현실 부정 | 육상 영웅 자토페크의 현실 부정 | 열반은 완벽한 현실 부정 |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

12 불가사의한 인류의 기원 설명하기
현생 인류는 언제 어디서 출현했는가 | 아프리카를 떠난 현생 인류 |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한 이유

13 앞으로의 방향

에필로그 / 핵심 요약 / 감사의 말 / 주 / 찾아보기

저자 소개 3

아지트 바르키

관심작가 알림신청
 

Ajit Varki

인도 출신의 의사이자 과학자로 젊었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의과대학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인류 기원론에 관한 학문적 연구 및 교육 센터CARTA의 공동 소장을 맡고 있다. 의학 연구자로서 당생물학glycobiology이라는 신흥 분야를 선도했으며, 인간과 유인원의 유전적 차이를 최초로 발견한 연구팀을 이끌었다.

대니 브라워

관심작가 알림신청
 

Danny Brower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유전학자로 애리조나 대학교 분자세포생물학과의 학과장을 역임했다. 인테그린이라는 단백질 세포에 관한 선구적인 연구로 널리 알려졌으며 2007년 병으로 타계했다.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환경과 생명운동 관련 시민 단체에서 해외교류 업무를 하던 중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과학과 인문의 경계에서 즐겁게 노니는 책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일깨우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생태학 개념어 사전』, 『생각하는 기계』, 『진화의 무지개』, 『19번째 아내』, 『우주, 진화하는 미술관』,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수학의 쓸모』,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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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94g | 153*224*23mm
ISBN13
9788960514829

책 속으로

동아프리카의 세렝게티 고원에 사는 영양을 상상해 보자. 근처 키 높은 덤불에서 툭 소리가 들린다. 영양은 모든 가능성을 주의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나무에서 가지가 부러져 떨어지는 소리일 것이다. 소리가 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나무는 어디쯤 있을까? 무엇 때문에 가지가 부러졌을까? 죽은 가지라서 저절로 떨어진 건지 아니면 바람이 불어서? 지금도 바람이 불고 있나? 모든 가능성을 확인해서 그 확률을 일일이 판단하고 잠재적인 결과까지 분석했을 때쯤이면, 영양은 덤불에서 나온 사자의 턱에 물려 있을지 모른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이는 적응도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된다. --- p.87

우리는 건강에 이롭지 않은 선천적인 성향과도 줄곧 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급자족하는 수렵 채취인으로서는 영양가(당분이나 지방)가 풍부한 음식을 찾아냈을 때 가급적 몽땅 먹는 것이 나쁜 전략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그런 음식을 아주 좋아하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단 음식과 기름진 튀김 음식이 흘러넘치는 이 시대에는 먹는 것을 계속 탐닉하면 분명 건강에 해롭다. 지난 수천 년 동안에는 우리에게 이로웠던 행동도 오늘날의 풍족한 대도시 사회의 시민에게는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 p.88

ASD 증상의 두 번째 핵심 기준은 반복적인 행동이다. 이것은 특이한 재능의 형태로 발현된다. 이렇게 행동하는 이들 중 소수는 앞서 논의했던 서번트 증후군 ?놀라운 능력이 몇 가지 협소한 인식 분야에 집중되는 상태 ?을 겪는다. 물론 특이한 재능의 독립적인 존재를 ‘스펙트럼 상에’ 속한다는 것으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급기야 뉴턴과 아인슈타인처럼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도 사실은 자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p.119

분명 아이들은 어렸을 때는 죽음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만 한두 살 무렵에) 자기 인식 능력이 발달하여 (만 서너 살 무렵에) ToM의 첫 조짐이 나타날 때도 그렇다. 그리고 다섯에서 일곱 살 사이일 때조차 아이들은 죽음을 일종의 잠자는 상태로 여기며,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죽으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를 제대로 모른다.(종교적인 가정에서는 교리에서 죽음에 대해 말하는 내용을 믿으라고 교육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아이들은 죽음이 무얼까 묻기 시작한다. 때로는 죽음 그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는 시기도 있는데, 이런 단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아이들은 곧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필멸성의 부정한다. 이후로는 ‘아무도 못 말리는 십 대’ 단계로 접어드는데, 이때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시기이다.(십 대들이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장난이나 놀이를 많이 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 p.141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코끼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지만 그 때문에 지역 마사이 부족들의 생활 방식이 타격을 받았다. 코끼리들은 이전부터 마사이 부족의 곡물을 습격하는 바람에 줄곧 골칫거리였다. 일부 마사이족들은 보복 차원에서 코끼리들을 죽이기도 했다.(젊은 마사이 남자들은 코끼리를 창으로 잡아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곤 했다.) 그다음에는 살아남은 코끼리들이 마사이족의 소들을 습격해 죽이는 특이한 사건들이 뒤따랐다. 마사이족의 생활 방식에서 소는 자기 친족 다음으로 소중한 것이다. --- p.152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음이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살아가는 듯하다. 우리는 궁극적인 필멸성의 의미를 부정하고 있다. 공공연하게 종교적인 태도를 보이든 아니든 간에 사실상 모든 사람들은 기꺼이 죽을 위험을 무릅쓴다. 설령 그 위험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이는 완전히 합리적인 세계에 사는 인간들로서는 이치에 맞지 않다. 우리는 담배를 피운다. 이 행동이 죽음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안전띠를 매길 거부한다. 안전띠를 매면 사고가 났을 때 생존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위험천만한 행동 방식에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무분별한 섹스를 함으로써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을 감수한다. --- p.162

고고학 데이터에 의하면 호주에 있는 태즈메이니아 원주민들의 조상들이 5만-6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를 떠났을 때, 그들은 불을 피우는 방법을 포함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발명품들을 몽땅 가지고 갔다. 하지만 캐나다의 심리학자 조지프 헨리히가 요약하고 있듯이, 누적된 증거에 의하면 유럽 탐험가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태즈메이니아 원주민들은 수많은 소중한 기술을 점차 잃어 가고 있었다. 뼈 도구, 방한복, 작살 도구, 그물, 다양한 형태의 창 및 부메랑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이 그런 예이다.
이런 퇴보가 일어난 까닭은 아마도 인구 감소로 인해 배움을 전해 줄 사람의 수가 감소한 것과 더불어 마지막 빙하기 말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고립된 (수천 년 전에 태즈메이니아가 호주의 나머지 부분과 단절된) 때문인 듯하다. 이는 인간의 문화적 능력이 비록 고유해 보이지만 주로 모방과 학습에 의존할 뿐 DNA 속에 유전적으로 배선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 p.228

자토페크는 처음에 5000미터와 1만 미터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이 두 종목은 그가 실제로 훈련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생애 최초로 (훨씬 더 장거리 경기인) 마라톤에 출전하기로 막바지에 결심했다. 그의 전략은 영국의 세계기록 보유자인 짐 피터스 옆에서 함께 달리면서 자신이 보통 달리던 종목에 맞추어 혹독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한껏 피터스를 혹사시키고 난 다음에 자토페크는 그 영국인에게 자신이 평생 처음 마라톤을 뛰어 본다면서 이 페이스가 충분히 빠른 거냐고 넌지시 물었다. 그 직후 피터스는 뒤처지고 말았으며 뒤따라오던 다른 모든 선수들도 또한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자토페크는 마라톤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 p.275

출판사 리뷰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혁신 이론
현실 부정으로 인류 진화의 불가사의를 탐험한다


우리 인간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흡연을 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동차를 타면서 안전띠를 매지 않기도 한다.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이러한 행동은 단지 하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깜빡 잊어버린 것일까. 신간 『부정 본능』(원서 명 Denial)에 따르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선택된 것으로 이제는 인간의 본성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인간의 ‘현실 부정’ 성향은 우리가 지구상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인간 사냥꾼 이론, 인간 도구 제작자 이론, 요리 가설, 협동 양육 가설, 수생 유인원 가설 등 많은 이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현실 부정’이라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혁신적 이론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초기 인류는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다가 죽을 운명(필멸성)이라는 무시무시한 현실을 알아차리면서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고자 인류는 현실을 부정하는 고유한 능력을 진화시키면서 마침내 고차원적인 마음을 얻을 수 있었고 다른 동물보다 더욱더 뛰어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약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던 현생 인류가 다른 종들의 것과는 구별되는 표현 예술과 매장 풍습을 보여 주고 장신구를 만들었던 점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현실 부정 성향을 통해 수수께끼와도 같은 인류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찾아 떠나는 탐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대신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현상이나 이론을 하나씩 따져 보는데,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들려주고 있다. 예컨대 개와 인간의 관계(102쪽), 자폐 스펙트럼 장애(118쪽), 코끼리가 소와 코뿔소를 죽이는 이유(152쪽), 네안데르탈인의 매장 풍습(158쪽), 우울증(171쪽), 자살과 순교(173쪽), 거짓말의 출현과 죄책감의 기원(187쪽), 스카이다이빙 사고(203쪽), 뉴마드리드 단층선(210쪽), 월리스의 난제(217쪽), 암 환자의 낙관주의(270쪽), 간디의 비폭력 원칙(273쪽) 등이다.

현실 부정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자기 인식 검사: 다른 동물들도 초보적인 마음이 있다

거울 자기 인식 검사라는 것이 있다. 자기 인식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실험 대상 동물에게 거울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준 후 거울에 반사된 모습에 보여 주면 어떤 동물은 반사된 자기 모습과 친해지려고 하는데, 이는 자기 종의 다른 개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상 동물을 재운 후 평소에는 스스로 볼 수 없는 이마 같은 곳에다 해롭지 않은 점을 그려 두면 대다수 동물들은 깨어나 거울을 보아도 반응이 없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 동물들은 반사된 모습에 훨씬 더 관심을 보이고 그 점을 만지려고 한다. 이처럼 자기 몸이 비친 영상을 이해하는 듯한 동물들이 보이는 행동을 통해 해당 동물이 자신을 알아차리는지 즉 자기 인식이 가능한지를 알 수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일부 침팬지, 오랑우탄, 돌고래, 범고래, 코끼리 및 제비는 거울 자기 인식 검사를 통과한 듯 보인다. 동물들도 자기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침팬지 등 일부 고등 동물들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자기 인식을 넘어서 자기 외에 다른 개체도 의도적 행위자, 즉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 인간이 성공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면, 왜 자기 인식이 가능한 다른 지적인 동물들은 그런 능력을 얻지 못했을까? 단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매우 특별한 두뇌 진화 과정이 인간에게만 일어났을까? 그도 아니면 다른 종들의 진화를 가로막았던 ‘벽’이 있었던 것일까?

- 아프리카 코끼리의 딜레마: 생존이냐 번식이냐

아프리카에 사는 한 코끼리를 상상해 보자. 그 코끼리는 어떤 신경 변화를 통해 다른 코끼리의 마음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 언뜻 보기에 코끼리는 새로운 재능 덕분에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통제하고 심지어 속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코끼리는 자기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친구들이 없어서 당장은 불편하게 여길지 모른다. 이런 불편한 느낌은 친구 코끼리가 죽으면서 더 심해졌는데,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필멸성에 대한 이런 인식은 내재된 두려움 반응을 촉발시켜,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심리적 공포를 일으켰을 것이다.

이 코끼리는 죽을 운명이라는 혼란스러운 두려움 때문에 번식할 기회를 얻는 짝짓기 경쟁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 위험한 몸싸움으로 상처를 입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기가 어려울 것이며, 이는 진화상 막다른 골목을 의미한다.

이 코끼리의 경우처럼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종들이 필멸성에 대한 인식을 통해 생존이냐 번식이냐의 문제에 맞닥뜨렸고, 어렵게 얻은 능력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데 실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단 하나의 종만이 이러한 진화 장벽을 극복하고 지적 능력을 놀라울 정도로 발달시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 진화 장벽의 돌파: 필멸성의 부정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인도의 베다 문학인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다섯 명의 판다바 형제들이 사냥을 떠나는데, 목이 마른 탓에 물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때 만나게 된 야차(정령)는 그 형제들에게 몇 가지 질문에 답하기 전에는 물을 마시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형제들은 이를 무시하였다가 차례로 죽고 만다. 마침내 홀로 남은 맏형 유디슈티라가 야차에게 자기 형제들을 살려 달라고 청한다. 야차는 이번에도 질문을 던질 테니 답을 모두 맞히면 그 요청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야차가 무엇이 가장 놀라운 일이냐고 물었고 유디슈티라가 이렇게 대답했다.

“매일 사람들이 죽는데, 이로써 우리는 사람이란 죽을 운명임을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고 일하고 놀고 앞날을 계획하는 등 마치 우리가 불멸의 존재인 것처럼 여깁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135쪽)

앞서 지적인 다른 동물들이 진화 장벽을 넘지 못한 까닭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고대 힌두의 서사시에서처럼 4000년도 더 이전부터 죽음의 현실을 부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인류는 필멸성을 부정하는 메커니즘을 발달시켜 생존이냐 번식이냐의 딜레마를 극복했다. 일단 그렇게 진화 장벽을 돌파하고 나자 거대한 기회의 문이 열렸다. 인간이 필멸성을 부정한다는 가장 두드러진 증거는 분명 종교에서 찾을 수 있다.

현실 부정은 모든 곳에서 다양하게 드러난다: 현실 부정의 사례

- 우울증은 현실 부정의 결여, 공황장애는 현실 부정 시스템이 붕괴된 것

저자들에 따르면 우울증은 현실 부정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사실 자기가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마주치는 부정적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진정한 현실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자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우울증 치료제 중 하나인 케타민을 복용하면 환각에 빠질 수 있고 몸과 정신이 분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 약이 현실을 왜곡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실 부정이 심화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은 때때로 조증 단계에 빠질 수 있는데, 이것은 현실 부정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으며, 이전에 겪었던 우울증적 현실주의에 대한 정신적 반발 작용이다.

그렇다면 공황 장애는 또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라면 겪지 않을 불안이 엄습해 공포감과 불안감을 급작스레 느끼며 심지어는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고 여기는 증상이 이 병의 특징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불안이 몰려오는 일은 인간의 현실 부정 시스템이 갑자기 붕괴되어 일시적으로 죽음의 공포가 전면적으로 몰아닥치는 상태를 말한다. 한편 자살은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적절한 현실 부정 없이 마음의 진화가 도달된 결과이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고여덟 살 미만의 어린이들에게는 그런 현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짓말도 계속하면 진실이 된다’

영국 총리를 지낸 네빌 체임벌린. 그는 히틀러의 침략 행위에 대한 명백한 증거들을 모조리 무시한 채 유화적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히틀러가 마침내 폴란드를 침략하자 그제야 영국은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그 무렵 히틀러는 이미 전쟁 준비를 착착 진행해 영국을 거의 압도할 지경에 이르렀다. 국가 차원에서 지도자에 의한 현실 부정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 사례로서 저자들이 지적한 것이다. 나치의 선동 대장인 요제프 괴벨스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도 계속 말하면 진실이 된다.”

필멸성을 포함한 현실 부정 능력은 진화를 거치면서 우리 인간의 본성이 되고 삶의 각 영역에서 폭넓게 자리 잡았다. 저자들에 따르면 미국 정치에서 진보든 보수든 어느 쪽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둘다 현실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실 부정(denial of reality)이라는 용어로 웹 검색을 해 보면 미국의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의 글이 다수 나오는데, 서로 상대방이 현실을 부정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현실을 부정하는 인간의 성향은 스카이다이빙처럼 호기심에 이끌려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 현실 부정 능력의 두 얼굴: 독이 될 수도 있고 기쁨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는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부분도 폭넓게 담고 있다. 우리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었던 현실 부정 능력은 오늘날 어쩌면 두 얼굴의 괴물로 바뀌었는지 모른다.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독이 될 수도 있고 기쁨의 원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2001년 9월 11일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하고 나서야 사람들이 테러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처럼 아마도 조류 독감 같은 병이 인류를 휩쓸어 전대미문의 참사가 벌어진 후에야 우리는 거기에 합당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간의 현실 부정 성향은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그 같은 재앙이 실제로 일어나거나 명백하게 임박하지 않는 한 우리의 현실 부정 메커니즘은 그런 사안을 완전히 무시해 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지역적 기후 불안정 문제이다. 우리의 관심은 주로 지구 온난화에 쏠려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기후를 망치고 있는 게 더 문제라는 것이다. 기후 불안정 문제는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데, “우리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으며, 다만 너무 큰 고통을 겪지 않고 도망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저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한편 현실 부정 능력은 긍정적 측면도 많다. 한 연구에서 유방암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은 카운슬링과 정서적 지원이 포함된 특별 프로그램을 받게 하고 다른 쪽은 그냥 통상적인 치료를 받게 했더니 실제로 특별 프로그램을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평균 열여덟 달을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낙천적인 현실 부정의 위력을 보여 주는 사례이다. 이 책에서는 마하트마 간디에게서 볼 수 있는 극단적 낙관주의의 사례와 체코의 육상 영웅 자토페크가 자기 확신으로 현실을 부정하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사례도 들려준다. 아울러 스티브 잡스의 현실 왜곡 그리고 영화 [버킷 리스트]와 데스 카페의 개념 등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최근의 사례도 살펴본다.

저자들은 현실 부정이 인간성의 근본적 요소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미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타고난 파괴적 행동 성향을 의식적으로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자 비유를 계속하자면, 우리는 근본적인 품성을 바꿀 수 없듯이 현실 부정 성향을 완전히 버릴 수 없다. 다만 이런 성향을 인식하고 그것의 해로운 효과들을 관리할 수는 있다. 알코올 중독자가 자기 병을 꾸준히 관리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부정 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원하지 않으며, 설령 그럴 수 있더라도 죽음이 예정된 운명 앞에서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그 성향 덕분이다.”(265쪽)

현실 부정 성향으로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다

저자들은 이 책의 12장에서 현실 부정 메커니즘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출현하여 각 대륙으로 이동하게 되었는지 새롭게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생 인류와 구별되는 해부학적으로 현대적인 인간들은 20만 년 전에 출현하여 적어도 10만 년 동안 아프리카 및 주변 지역에서 살아왔으며, 유럽에서 진화한 네안데르탈인과 그보다 훨씬 더 동쪽으로 이주했던 데니소바인과 공통 조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 종들은 비록 상당한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아직 다른 개체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인지 능력의 발달이 가로막혀 있었다. 그래서 한 개인이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려고 할 때마다 필멸성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심리적 진화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0만 년쯤에 출현한 현생 인류가 오랜 기간의 현실 부정을 통해 이 진화 장벽을 용케 돌파했다. 그들은 해부학적으로 현대적인 인간들의 한 하위 종일 것이다. 현생 인류는 정신적 행동들(가령 매장 풍습, 개인적 장신구 만들기, 그리고 표현 예술 행위)을 일상적으로 행할 수 있던 종이었다.

이후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 전역에 퍼지거나 타 대륙으로 이주하면서 해부학적으로 현대적인 인간들,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데니소바인 등의 친척 종들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 하위 종들 사이에서 짝짓기를 통해 후손이 생겨났지만, 이 잡종들은 우월한 인지 능력과 현실 부정 능력을 모두 물려받을 확률이 매우 낮았고 집단에 동화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후 수만 년 동안 인지 능력이 우월한 현생 인류들이 다른 모든 하위 종들을 서서히 대체해 나가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추천사

“혁신적인 발상은 종종 가장 뜻밖의 곳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 책이 그런 경우이다. 인간의 기원과는 무관한 서로 다른 분야의 두 학자가 전혀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가 하는 인간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려는 이론이다. 인간이 오랫동안 궁리해온 이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피터 아그리, 노벨 화학상 수상자,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공보건대학교

“인류 기원론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 이 책은 생생하고도 열정적인 문체로 다음과 같은 중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인간은 다른 종들과 어떻게 다른가? 왜 다른 종들은 인간이 누린 것과 같은 광범위한 혜택을 안겨준 완전한 마음의 이론을 진화시키지 못했는가? 도발적인 과제를 던지는 그의 학문적 여정은 필멸성에 대한 인식과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성향이 지닌 의미에 대해 깊은 사색으로 이어진다.”
- 사이먼 배런-코헨,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자폐 연구 센터 소장

“이 책은 무엇이 인간을 독보적인 종으로 만들었는가라는 불가사의를 파헤치면서 놀라운 가설을 제시한다. 두 저자에 의하면, 인간이 그렇게 된 까닭은 필멸성의 인식이라기보다는 그런 인식을 마음의 가장 구석자리로 치워버릴 수 있는 우리의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실 부정 능력에 관한 한, 인간을 당해낼 상대가 없다.”
- 프란스 드발, 에모리 대학교 심리학부, 『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저자

“인간이 어떻게 다른 동물들과 차원이 다른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지에 대한 참신한 설명. (…)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지적한 책.”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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