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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5
1장 일본에 있다 이름 긴리카 16 귀화를 시도하다 28 2장 한국으로 가다 처음 배운 한국어 45 오사카의 자이니치 61 “한국 사람이네” 71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92 3장 이방인의 텃밭 어머니와 마주하다 105 함메의 고향 127 할아버지가 없는 땅 136 다음 리카에게 147 참고 문헌 151 대담-이전 세대의 시간으로 들어가기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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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在日).
‘일본에 있다’라는 뜻의 이 두 한자는 일본에서 일반적으로 재일 동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더 길게는 재일 코리안(在日コリアン)이라고도 한다. 1910~1945년 일본의 한반도 식민 통치 시절 일본으로 이주해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정착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을 뜻한다. 1945년 해방 직후 일본에는 약 230만 명의 한반도 출신자들이 있었고, 그중 약 60만 명이 일본에 남았다.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고 기른 조부모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 p.16 “네가 자이니치라는 게 뭐가 문제야? 너는 너지.” 그는 그렇게 즉답했다.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물론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한 민족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 나를 대해 주기를 바랐으니까. 하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는 나는 기쁘지 않았다. 나를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든 자이니치라는 정체성에 대해 상관없다라는 말로 덮어 두는 태도가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이 한국 사람으로 당당하게 살기 위해 나에게 한국식 성을 지어 준 어머니도, 한국 사람인 것은 상관없고 너는 너라고 말한 남자도 나에게는 같아 보였다. 모두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나를 규정하는데, 거기에는 내 정체성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정하고자 하는 내심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 p.51~52 자이니치 1세로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경험한 일본 사회는 한국인으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차별과 배제의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일상의 문화나 언어로 자연스럽게 수행되는 것이라기보다, 상실과 억압에 맞서는 마지막 보루이자 갈망의 대상 이었다. --- p.117 어머니는 영화 속에서 자신과 같은 존재로 묘사된 나의 모습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머니가 영화를 보고 반복적으로 한 말은 “영화로 보니까 역시 내 인생은 정말 불쌍해.”였다. 나는 어머니가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 어머니가 왜 귀화에 반대했는지를 내 나름대로 이해했듯이, 내가 왜 귀화를 원했는지 어린 시절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했다. 그리고 아직 어머니를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다는, 직접 말로 꺼내지 못하고 스크린 위에서 대신한 고백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랐다. --- p.124 할머니는 한국 이름을 자식에게 줌으로써, 어머니는 한국 국적을 고집함으로써 그 흔적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 가려 했다. 그러나 그 흔적은 다음 세대에게 곧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딘가 구시대적인 기운을 품고, 그 세대의 언어와 리듬에 완전히 맞물리지 못한 채 기묘하고 부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하지만 땅에는 선구자의 흔적만 남아 있지 않다. 그 위에는 다음 세대가 만들어 낸 산물도 함께 뿌리를 내리고, 서로를 밀어내지 않은 채 공존할 수 있다. 나는 영화라는 수단을 통해 어머니와 마주하고자 했다. 어머니를 이해하고 우리가 상호작용했다는 사실이 나에게도 작지 않은 안도감을 주었다. --- p.148~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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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조국, 할머니의 고향,
그리움과 갈망의 땅 한국에서 어느 한곳에 소속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든 ‘다음 리카에게’ 보내는 편지 김이향은 와세다대와 서울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했고 재한 자이니치 2세 여성의 결혼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오사카의 자이니치 집단 거주지를 찾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살아 보기로 했다. 어머니가 가고자 하는 조국이자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고향에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붙들고 살아가는 어머니와 할머니는 언뜻 구시대적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윗 세대를 나와 이질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거리 두고는 정작 나 자신을 설명할 수가 없다. 어린 나의 마음을 몰라준 어머니를 원망하면서도 사랑하고, 만들기 어려운 한식을 차려 주는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낯설어하며 저자는 자신을 돌아본다. 그럼 나는 “리카, 너 완전히 한국 사람이구나!”라는 한국인의 말을 듣고 왜 기쁠까? 21세기 탈근대주의의 흐름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국가 중심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온 윗 세대를 민족주의적이라고 쉽게 비판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는 사람들의 자기 인식에 영향을 미치며, 민족주의는 타자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의 형태로 남아 있다. 『다음 리카에게』는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 속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조금 다른 얼굴과 말투의 한국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에 살아가는 이방인의 삶을 보여 준다. 저자는 “단순하게 공감하거나 빠르게 단절해 버리지 않는, 자신과 주변을 향해 끊임없이 물으면서 이해하려는” 태도를 차분하고 단호하게 제시한다. 나와 복잡하게 얽혀 나를 구성하는 관계들을 이해하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권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민음사의 인류학 시리즈 ‘땅’ 소설보다 생생하고 철학보다 현실적인 내 땅에서 쓰는 인류학 민음사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 ‘땅’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땅을 새롭게 발견한다. 젊은 인류학 연구자들이 구체적인 장소, 살아 있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현장에 찾아가 참여 관찰하고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하며 쓰는 민족지(ethnography)는 거대 담론이 포착하지 못하는 현상을 기술하고, 새로운 이론을 이야기로 제시한다. 연구자들은 나와 다른 합리성을 갖고 살아가는 낯선 사람들을 끈질기게 관찰하고 얽혀 들면서 이들 삶의 논리와 의미를 점차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이들과 나의 닮은 점을 찾아내면 내 삶의 문제도 달리 볼 수 있다. 이렇게 글쓴이가 몸으로 겪은 깨달음은 독자들에게도 생생한 지식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