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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물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Ivan Sergeevich Turgenev,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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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디어 그도 얼어붙은 듯이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자기 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장면에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장미가 녹색 컵에 꽂혀 여기저기 붉게 빛나고 있는 침침한 방, 두 손을 점잖게 깍지 낀 채 눈처럼 흰 베개에 호인다운 지친 얼굴을 파묻고 잠이 든 부인, 그늘지긴 했지만 빛나는 눈동자를 한, 약간 긴장한 듯 보이지만 역시 호인답고 총명하고 청순하며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그 앞에 펼쳐진 그림이었다. 이게 뭘까? 꿈일까? 동화일까? 그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2. 그때 갑자기 옆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검은 레이스로 가장자리를 두른 흰 비단옷을 입고 손이나 목에 보석을 주렁주렁 매단 젊고 아름다운 부인이 나타났다. 마리야 니콜라예브나 폴로조바였다. 그녀의 짙은 아마색 머리카락은 땋아져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아직 묶지 않고 머리 좌우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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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물결(Вешние воды)≫(1872)은 투르게네프의 문학 세계와 상상력의 특징인 ‘바다 콤플렉스’가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실제로 이 소설은 바다, 심연, 수영, 잠수, 익사 등과 같은 물의 모티프를 다수 가지고 있고, 사랑과 죽음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바다 콤플렉스’를 보여 주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봄 물결≫에서 물의 모티프나 이미지는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이는 “즐거운 세월, 행복한 나날이 봄 물결처럼 흘러가 버렸다”는 독일 낭만주의 시인 울란트의 옛 로망스에서 인용한 소설의 제사(題辭)를 통해 표면으로 부상한다. 곧이어 나오는 액자소설의 외부 이야기에서 나이 든 주인공이 인생의 무상함과 허무함을 탄식하면서, 마음의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세월을 지긋이 관조할 때 물의 모티프는 다양한 형식의 은유로 변주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는 작품의 내부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기능적 의미를 갖고 다채로운 형태로 일관되게 등장한다. 이 점은 특히 ≪봄 물결≫의 내부 이야기의 전반부에 펼쳐지는 사닌과 젬마의 사랑 이야기와 후반부에 전개되는 사닌과 폴로조바의 불륜 이야기가 ‘서사의 물길’을 따라 반전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폭넓게 발견된다. 즉 물의 이미지는 젬마에 대한 사닌의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뿐만 아니라 외적인 풍경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미학적 요소로써 기능한다. 특히 공원에서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통해 사닌이 젬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화자는 “만약 그 순간 젬마가 그에게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면, 그녀가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벌써 그는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라고 사닌의 사랑을 물의 모티프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봄 물결≫ 내부 이야기의 후반부에 이르러서 사닌과 폴로조바의 불륜 이야기로 반전되는데, 여기서도 물의 모티프는 중요하다. 내부 이야기의 전반부에서 소덴으로 간 소풍이 사닌과 젬마가 사랑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후반부에서 비스바덴으로 떠나는 사닌의 여행은 사닌이 폴로조바의 사악한 유혹에 넘어가 그녀의 노예로 전락하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두 여행은 모두 물의 고장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여행의 결과는 정반대다. 요컨대 ≪봄 물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의 모티프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곳곳에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서사의 물길’을 통과해야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