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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호랑이 한번 만나 볼까요?
눈빛이 숯불 같은 호랑이, 수염이 대바늘 같은 호랑이, 황톳물 빛 몸뚱이에 검은 줄무늬가 산맥처럼 꿈틀대는 조선 호랑이. 풍채가 태산 같은 호랑이, 움직임이 강물 같은 호랑이, 그러나 나서야 할 땐 바람처럼 나타나는 날랜 호랑이. 산 위에 산처럼 점잖게 앉아, 누가 숲을 해치고 어느 놈이 물을 더럽히는지, 누가 누구를 속이고 괴롭히는지 속속들이 지켜보는 호랑이, 그러다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르면 벽력처럼 온 산을 뒤흔드는 산군 호랑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는 호랑이,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는 호랑이, 그 사람을 오래도록 지켜 주다가 그가 세상을 뜨자 밤새도록 무덤가에서 통곡하는 호랑이, 결국은 저승까지 그를 따라가 지켜 준 심지 굳은 호랑이. 이런 사람 한번 만나 볼까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른이 되자 얼굴도 아득한 아버지의 삼년시묘에 나선, 어떻게든 도리를 지키며 살려고 한 사람. 그 도리 끝까지 지키겠노라, 멀고 험한 산길을 날마다 넘나들던, 미련토록 정성이 지극한 사람. 정성으로 뭇짐승의 마음을 움직이고 산군 호랑이의 가슴까지 울려, 평생지기 저승친구로 삼은 대단한 사람. 정성과 도리, 굳은 심지가 간절한 시절에, 그 호랑이와 그 사람이 인연 맺은 이야기 ‘북한산 호랑이와 효자 박태성 전설’이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전통사회에서 으레 '충'과 함께 한 낱말을 이루어 수직적 도덕윤리를 대표하던 ‘효’ 관념은, 이제 수평적 사랑과 배려로 다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든 ‘사랑’이든 그 바탕은 정성스런 마음이며 사람이 영원히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지금은 갈수록 물욕이 득세하는 세상입니다. 부와 성공과 효율만이 최고인 듯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정성과 도리가 더욱 간절한 이 시절, 박태성의 지극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래서 굳은 심지가 더욱 간절한 이 시절, 북한산 호랑이의 우직한 이야기에 마음을 열어 봅니다. 지극한 사람과 심지 굳은 짐승이 서로 통한 이야기를 반세기를 그림으로 살아온 백성민 화백이 그려 냈습니다. 춤추듯 말 달리듯 하는 노화백의 힘찬 붓질이, 태산 같고 강물 같고 바람 같은 조선 호랑이를 코앞에서 만난 듯 생생히 살려 놓았습니다. 정성 지극한 사내를 끝까지 지켜 주고 끝내 따라간 굳은 심지를, 느껴질 듯 간절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노화백의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반한 글쓴이가, 호방한 붓질을 방해하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로 여백을 채우며 산군과 사내의 이야기를 나직나직 들려줍니다. 이야기를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다면, 이제 북한산 자락 효자동 어름 전설의 현장을 나들이 삼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