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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 대로 도쿄 카페
낯설고 익숙하게, 여행자의 리듬으로
손정승
시간의흐름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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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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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발길 닿는 대로, 나만의 리듬으로

1장 낯설지만 익숙한

잠시, 완벽에 가까운 단절 | 카페를 고르는 기준 | 멧챠 타노시이! | 맥주와 스시 말고 디저트 | 모닝구 셋토 | 꽃을 사는 기분 | 카페보다 화장실 | 분단 카페 | 봄 이야기 | 일본의 카페 문화 | 850엔의 행복 | 편의점 커피 | 나의 동네, 나의 응접실 | 미술관 옆 카페 | 디스크 유니온과 CCC 카페 | 아침, 점심, 저녁의 카페 | 여행 가서 목욕탕 가기 | 누군가의 일상에 들어가는 방식 | 도쿄 날씨는 | 진보초의 비엔나 커피 | 구루리 책방

2장 익숙하지만 낯선

여행의 필수품: 책과 연필에 관하여 | 커피보다 커피잔 | 겨울비 | 호감과 비호감 사이 | 우표 박물관과 스타바 | 어느 날의 스즈메처럼 | 도쿄의 계절 | 간판이 없는 카페 | 소라네 집 | 아르바이트 | 낯선 리듬 믿어보기 | 도쿄 타워 | 1인분의 생활 방식 | 벚꽃과 파란 돗자리 | 도쿄의 전철 시스템 | 마타아시타

저자 소개 1

오랫동안 서점에서 일했다. 몇 권의 책을 썼고, 지금은 일본 회사에서 텍스트를 다루는 일을 한다. 도쿄를 오가며 여행자와 정주자 사이 어딘가에서 낯선 우연과 머무는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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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98g | 128*188*11mm
ISBN13
9791190999250

책 속으로

여행지에서의 카페는 쉬는 것이 목적이다. 약간의 돈만 내면 맛있는 커피까지 내어주니 더없이 편안한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잔이 놓인 테이블과 나 사이의 거리만큼, 한 발짝 물러나 나를 되돌아본다. 그 순간 카페는 안락한 소파가 있는 집이,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쓸 수 있는 나만의 자리로 바뀐다.
--- p.5

도쿄 카페가 서울과 다른 점은 대부분이 건물의 공용 화장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카페 내부에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즉 개인 카페에서 갑자기 화장실을 가기 위해 벽에 적힌 비밀번호를 외우거나, 키를 들고 건물 오른쪽으로 꺾어 2층에 갔는데 휴지가 없어 가게로 돌아왔다가 다시 가는 일 같은 걸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 p.33

분단은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메뉴를 당장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구현해놓은 곳이었다. 커피도 그냥 커피가 아니었다. 책 속의 내용이 인용되고 ‘주인공처럼 마셔보세요’라는 권유도 잊지 않고 쓰여 있었다. 나는 오늘 여기서 한 끼만 먹을 수 있는데,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궁금한 메뉴들이었다.
--- p.37

평일 낮인데도 두 번째 카페까지 만석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대표님은 “진보초는 카레 격전지니까, 우리 카레 먹으러 가요!”라고 힘차게 말씀하셨다. 이제 가려는 카페는 카레도 유명하지만 일본에 비엔나 커피를 처음 들여온 곳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했다. 카페 이름은 ‘라드리오’(ラドリオ)인데 스페인어 로 ‘벽돌’이라는 뜻이었다. 그 이름에 걸맞게 붉은 벽돌로 된 외관과 카페에 들어갔을 때 펼쳐진 벽돌 바닥의 첫인상은 낯설면서도 꽤 편안했다.
--- p.74

일상에서 읽는 책의 여백은 특별한 내용보다는 웃음이나 밑줄, 별표 정도가 그곳을 채운다. 하지만 여행에서 읽는 책에는 때로는 여백이 모자랄 정도로 가득 글을 써 내려간다. 같은 책을 일상에서 처음 펼쳤다면 ‘어 그래, 응 그렇지. 그럴 수 있겠다’ 정도의 대화였을 텐데, 여행지에서 읽게 되면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입 한 번 뻥긋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느라 손놀림이 빨라진다. 대부분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덕분에 혼자가 아닌 것이다.
--- p.88

‘내 마음의 리듬을 믿고 우리는 걷는다. 단지 그뿐.’ 한동안 쥐고 있던 문장이다.(……) ‘걷는 속도를 늦추고 몇 가지 소원을 믿으며 차가운 이 길을 노래하듯 걷고 싶어.’ 늘 바라 마지않는 이상적인 걷기다. 시간이 지나 나는 또 어떤 리듬에 맞춰 길을 걷고 있을까. 모를 일이지만 두렵지는 않다. 오늘도 나는 나만의 리듬으로 걷는다. 단지 그뿐이다.
--- pp.125-128

여행에서의 내일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래서 평소처럼 내일 봐, 하고 약속할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한정된 시간이기에 쪼개 써가며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라지만, 막상 내일을 약속할 수 없어 답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면 괜히 쓸쓸해지기도 한다. 음반을 사러 갔는데 재고가 없어 며칠 뒤에 다시 와줄 수 있냐는 물음에 그럴 수 없다고 답할 때, 나는 쌓을 기회가 없는 쿠폰을 받을 때, 다음 주에 시작하는 흥미로운 전시 포스터를 볼 때. 단순히 내가 갖지 못해서는 아닌데,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 pp.139-140

출판사 리뷰

나만의 리듬으로 걷는 도쿄,
커피 한 잔에 담긴 우연의 기록

촘촘한 계획을 세우는 대신 발길 닿는 대로 훌쩍 떠나는 여행이 있다. 떠나기 전날 겨우 짐을 꾸리고, 바디용품은 여행지에 도착해서야 구입하고, 걷다가 피곤하면 구글맵에 ‘コーヒー(커피)’를 검색해 리뷰만 살펴 카페 문을 여는 것. 저자 손정승의 도쿄 여행은 그런 식이다. 그에게 도쿄는 여느 유명 관광지처럼 소화하기 버겁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흥미를 끄는 도시다. 현실에서 버려지지 않는 마음이 있을 때, 물리적 거리를 두면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비행기표를 끊게 만드는 곳. 그렇기에 저자에게 도쿄는 탈출지가 아니라 회복지다.

그런 도쿄에서의 카페는, 여행이라는 ‘쉼’ 속에 다시 한번 숨을 돌릴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한다. 굳이 유명 가게를 찾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저자는 아침 카페에서는 ‘모닝구 셋토’를 먹으며 전날의 일기를 마무리하고 하루 예산을 점검한다. 오후 카페에서는 발의 피로를 녹이며 주변 사람들을 관망한다. 밤의 카페에서는 하루를 무사히 보낸 안도감을 타인과 조용히 나눈다. 마스터가 내려주는 드립 커피를 마실 때도 있지만 체인 커피의 익숙함에 편안해지기도 하고, 돈이 떨어지는 여행 끝 무렵에는 편의점 커피도 충분한 낭만이 된다. 그때의 카페는 도쿄를 통째로 들여다보는 창이다.

카페 밖에서도 여행은 계속된다. 음반 가게를 순회하며 좋아하는 밴드의 음반을 찾고, 작은 잡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빈티지 찻잔을 고른다. 꽃집에서 미모사 한 단을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는 잠시 정주자가 된 기분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도쿄의 복잡한 전철 환승에 진땀을 빼고, 카페에서 빈 잔을 치워가는 직원의 의도를 오해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여행자로 돌아온다. 저자의 도쿄는 그 두 곳 사이 어딘가에 있다.

저자가 도쿄에서 모아 온 기억들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평범한 장면들 안에 도쿄라는 도시의 결이, 그리고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려는 한 사람의 태도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카페도 도쿄도 아닌, 발걸음을 조금 늦추고 걷는 한 사람의 뒷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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