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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치다 술독에 퐁당
한지혜
톰캣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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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와 지혜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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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아삭아삭, 아직은 설익은 인생
하여튼 간 넌 나중에 크게 될 거야
미안한데, 한계가 보여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 이하였어요
그러게 진작 공무원 시험을 봤어야지

1장. 비틀비틀, 막걸리에게로

막걸리를 빚으며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막걸리라는 세계를 엿보자고
퐁당! 내 입맛에 딱 맞는 막걸리는 어디에?
첫 술이 가르쳐준 숨 쉬기
일단 동아줄을 잡아보자
사실 아무도 나를 믿지 않았다!
양조를 알면 알수록 못 하겠어
퐁당! 쌀·누룩·물이 만드는 무궁무진한 세계
다시 네 번째 인턴 생활
쌀벌레가 생길 줄은 몰랐어
퐁당! 집에서 만드는 막걸리

2장. 우당탕탕, 내가 자영업자라니?

술을 팔지 못한다면 경험부터 팔자!
태초에 보따리장수가 있었다
내향인의 마케팅은 은근하게
홧김에 신림동 매장을 계약하다!
돈이 없다면 인테리어는 셀프지
개업을 회피하고 싶었다고 고백해 본다
그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일을 벌여야지
실패한 팝업 막걸리 칵테일 바
돈 대신 넘치는 시간을 쓰자
퐁당! 1인 자영업자가 해내야 할 멋진 일 목록
잘되는 건 하늘의 뜻이겠거니
무조건 자치구와 친해질 속셈이다
3장. 으랏차차, 양조장을 열자!
나 홀로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받기
내 막걸리니까 내가 좋은 걸로
단 하나는 위험하잖아!
마주치는 손님이 좋아
퐁당!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들
첫 막걸리와 그 뒷이야기
몸과 마음이 튼튼한 양조사만 살아남겠다
퐁당!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조사의 1년
모쪼록 목숨부터 잘 챙겨야지
자꾸만 욕심이 나네
지속 가능한 제조를 위하여
사실은 어둠의 마케팅단이 있어
퐁당! 특별하게 즐겨보는 막걸리

에필로그: 보글보글, 오늘도 익어갑니다
워라밸 대신 워크 이즈 라이프
순환하는 다정에 대하여
막걸리도 나도 여전히 살아있어
작은 꿈도 괜찮잖아

저자 소개 1

2022년 다니던 회사에서 도망치듯 퇴사한 후, 회사 밖에서의 생존을 모색하다 엉겁결에 막걸리 양조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양조장 창업을 결심한 지 1년 만에 맨땅에 헤딩하듯 신림동에 해일막걸리 매장을 열었다. 세상의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맛과 향을 담아 나만의 속도로 술을 빚어가겠다는 신념 아래,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한 수제 막걸리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양조하는 시간 외에는 막걸리 빚기 체험 및 강의,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해일막걸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회사원 시절 그렇게도 원했던 워라밸 대신 ‘워크 이즈 라이프’를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
2022년 다니던 회사에서 도망치듯 퇴사한 후, 회사 밖에서의 생존을 모색하다 엉겁결에 막걸리 양조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양조장 창업을 결심한 지 1년 만에 맨땅에 헤딩하듯 신림동에 해일막걸리 매장을 열었다. 세상의 기준에 따르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맛과 향을 담아 나만의 속도로 술을 빚어가겠다는 신념 아래,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한 수제 막걸리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양조하는 시간 외에는 막걸리 빚기 체험 및 강의,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해일막걸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회사원 시절 그렇게도 원했던 워라밸 대신 ‘워크 이즈 라이프’를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 막걸리를 찾는 이가 있는 곳이라면 보따리장수가 되어 어디든 막걸리를 들고 달려가기도 한다. 변화무쌍한 전통주 시장에서 오래오래 지속 가능한 양조장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인스타그램 @haeilmakgeolli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06g | 128*188*16mm
ISBN13
9791199721890

책 속으로

창업은 내가 단 한 번도 고려해 본 적 없던 영역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학부 생활 동안 내내 취업만 생각했었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일이라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취업을 잘 소화해냈는가? 지금 체해서 나동그라져 있지 않나. 그럼 창업에 한번 도전해 봐도 피차 잃을 건 없지 않을까? 잘 해낼 자신은 없었지만 가만히 말라 죽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실패에 또 하나의 실패를 더 한다고 뭐 그리 달라지겠어.
부모님께 창업을 해볼 거라는 새로운 계획을 알렸다. 엄마는 그래, 쉬엄쉬엄 하고 싶은 건 해보라는 말을 남겼고, 아빠는 여전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그냥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막걸리 양조장 창업기는.
--- 「프롤로그: 아삭아삭, 아직은 설익은 인생」 중에서

하필 막걸리여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는 없었다. 몇 대째 내려오는 가업을 물려받았다든가, 전통문화나 지역을 살리겠다는 엄청난 의지나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막걸리 시장에 대한 분석 같은 건 시도도 하지 않았다. 거창한 고민도, 논리도 없었다. 그냥 막걸리라면 꽤 좋겠지, 아니어도 나쁠 건 없고. 딱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었다. 절박하게 살다 보면 허무하게 죽게 된다고 믿으니까. 어쩌면 언제든지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일이 제일 오래갈지도 몰랐다.
--- p.27 「1장. 비틀비틀, 막걸리에게로」 중에서

‘내가 지금 이렇게 멈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남들은 이미 저만큼 앞서가고 있을 텐데. 이대로라면 너무 뒤처질 거야. 빨리 뭐라도 성취해야 하는데, 왜 나만 안 되는 거야. 왜 자꾸 실패만 하는 거야.’
분명치도 않은 방향으로 조급하게 달려가며, 보이지 않는 먼 훗날을 위해 오늘을 희생했다. 하지만 이 막걸리를 좀 보라. 내가 놀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발효가 되고 있잖은가? 이렇게 가만있어도 제자리에 갇힌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술이 익기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밥알이 삭고, 물이 술로 변하도록. 나의 대기는 낙오가 아니었다. 미생물들의 일은 계속됐고, 나는 이를 분명히 지켜봤다. 그 노동으로 만들어질 막걸리가 일종의 달콤한 불로소득처럼 느껴졌다.
“귀여워! 너 진짜 귀여워!”
--- pp.41-42 「1장. 비틀비틀, 막걸리에게로」 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아니, 그 말은 반만 맞았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동안, 그 전년도에 사뒀던 멥쌀 한 포대가 쌀벌레에게 점령당했다. 어쩐지 어느 순간부터 집 안 바닥에 쌀벌레 한두 마리가 보인다 싶더니, 밤이 되면 어디선가 지글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다가갔다가, 뜯지도 않은 쌀 포대에서 목격한 광경은 더 서술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쌀벌레 사건은 위기감 혹은 긴장감을 불러왔다. 꽤 오랫동안 시간과 돈, 체력을 투자해 마음에 들지도 않을 술을 빚는 건 손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 의미 없는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머리만 굴리다 귀한 쌀을 다 버리게 되었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손해였다.
--- pp.78-79 「1장. 비틀비틀, 막걸리에게로」 중에서

동네의 가장 안쪽 구석으로 걸어갔더니 완만한 오르막길이 나왔다. 그 끄트머리쯤에 빨간 벽돌 건물이 보였는데 첫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내심 상상하던 양조장의 모습이 빨간 벽돌집이라서 그런가. 원래 사무실로 쓰이던 곳이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입장하니 세상에, 지금까지 본 상가 중에 제일 넓었다. 월세는 같은데 크기가 두 배였다! 그리고 그동안 깐깐하게 걸어뒀던 조건에도 딱히 걸리는 게 없었다. 심지어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생각했던 장점까지 갖추고 있었다. (아직 녹색 유리였지만) 건물 전면이 유리 통창이라 내부가 잘 보이고, (지나는 버스 노선은 단 하나지만) 도보 1분 거리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무료 주차장도 있었다. 또 (화장실 청소나 방역 같은 일은 내가 알아서 해야 했지만) 관리비도 없었다!
바로 여기다 싶었다. 둘러볼수록 누가 먼저 채갈까 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 pp.108-109 「2장. 우당탕탕, 내가 자영업자라니?」 중에서

자영업을 하면 과반은 망한다는 흉흉한 풍문이 도시를 떠도는 시대에, 눈과 귀를 막고 저질러버렸다. 이 글이 어느 날에 읽힐지 모르겠으나, 내가 사는 요즘에는 정말 일주일에 하나 꼴로 동네 가게가 문을 닫고, 또 다른 가게가 문을 연다. 마치 파도처럼, 어떤 자영업자는 썰물이 되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다른 이가 새 희망을 품고 들어와 채운다. 매장을 오가며 마주치던 낡은 청과물 가게는 카페로 변했고, 푸짐한 샌드위치를 팔던 가게는 어느새 전자담배 판매점으로 바뀌었다. 같은 건물 지하에서 직조를 하시던 공방 사장님도 설비를 모두 치우고 진작 떠나셨다. 그렇게 모두가 거리에서 떠나는 와중에, 나는 새 가게를 연 거다.
--- pp.122-123 「2장. 우당탕탕, 내가 자영업자라니?」 중에서

손님 한 명 한 명이 귀한 시대에 더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마케팅 일을 좀 해봤다고 말하기 민망할 만큼 나는 개업 이후 점차 하늘의 뜻에 모든 일을 위임했다. 일종의 애니미즘 마케팅이라고 할까? 마케팅 결과가 언제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아 속 태우는 마케터 혹은 자영업자 사이에서,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의미로 ‘기도 마케팅’이라 불리는 유명한(?) 방식이었다.
--- p.146 「2장. 우당탕탕, 내가 자영업자라니?」 중에서

취향의 너비를 경험해 보니, 누구나 좋아하는 술을 내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포기하자! 대신 그냥 내 입맛에 맞는 술을 만들기로 했다. 달달하고 약간의 탄산이 있어 마치 음료수처럼 느껴지는 막걸리, 단독으로 마셔도 맛있고 음식과 같이 먹으면 탄산음료 마냥 속을 시원하게 내려주는 막걸리를 만들자. 다만 너무 묽어서 맛에 빈 공간이 느껴지거나 미숫가루처럼 과하게 눅진한 질감이 나서는 안 된다. 내가 자신 있게 맛있다고 말할 수 있는 술을 팔자.
--- pp.165-166 「3장. 으랏차차, 양조장을 열자」 중에서

나는 몸집도 작고 근력도 약해서 일부러 만만한 크기의 38리터짜리 스테인리스 통으로 양조장을 채웠다. 이 정도 무게면 가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정식 생산에 들어가면서 술을 통에 가득 채우니 한 통이 30킬로그램 정도 나갔다. 나는 20킬로그램짜리 쌀 포대를 들고 몇 걸음을 떼지 못해 일부러 10킬로그램씩 포장된 쌀을 주문하는 사람인데!
특히나 냉장 숙성을 위해 술통을 냉장고에 넣어야 할 때면 매번 위기를 맞았다. 통 세 개를 나란히 쌓아 올려야 하는데, 이렇게 될 줄 모르고 하필 투도어 냉장고를 주문한 거다. 냉장고 가운데 있는 턱을 넘으려면 온전히 내 힘으로만 그 무거운 통을 번쩍 들어 버텨야 한다. 불과 몇 초라고 해도 만만치가 않다. 이거 방심하면 바로 허리디스크가 터지리라는 느낌이 싹 온다.
--- p.189 「3장. 으랏차차, 양조장을 열자」 중에서

매장을 연 첫해에는 앞으로 1년간은 월세만 벌어도 준수하다고 생각했다. 사전 예약이 필수인 막걸리 체험 프로그램 딱 하나만 가지고 이 위치에서 장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그 정도가 내 계산 결과였다. 그리고 계산은 적중했다. 내 노동의 대가를 무료로 치니, 가져가는 돈은 없어도 한동안 정말 정확히 월세만큼 벌 수 있었다. 이만해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월 매출 200만 원을 넘겨보자고 다짐했다. 다음 해에 월 매출이 200만 원을 돌파했다. 그럼 조금만 더 욕심을 내서 이번엔 한 달에 300만 원을 벌어보자. 체험 프로그램만으로는 쉽지 않았지만, 거기에 막걸리 판매 매출이 더해지니 결국 바라던 바를 이뤘다.

--- pp.237-238 「에필로그: 보글보글, 오늘도 익어갑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큼 떨떠름한 맛이 나는 인생?
술독을 덮고 잠시 기다려보면
어느새 새콤 달달한 술이 만들어질 테지

막걸리를 마셔만 보고 만들어본 적은 없는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막걸리가 귀엽다는 사실이다. 물과 쌀, 누룩으로 만든 재료를 버무려 술독에 담아두고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에 놓아두면 누구든 막걸리의 귀여운 면모를 마주할 수 있다. 내가 먹고, 자고, 놀고 있는 동안에 술독 안의 막걸리는 발효라는 아주 기특한 행위를 이어간다. 술독에 조그마한 공기 방울이 톡톡 올라오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보글보글 탄산 끓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직원 여럿을 두고 몸 편히 매장을 굴리는 사장이라도 된 듯, 술통 안은 달콤한 불로소득의 현장이 되어 맛난 술이 만들어진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고 버려지고 도태되는 게 인생이라고? 조급함밖에 모르는 우리에게 막걸리는 새로운 정답을 알려준다. 무엇을 부러 더 하지 않아도 괜찮은 때가 있다고, 작고 귀여운 미생물들에게 그 기다림의 시간은 향과 맛을 더해주는 필수적인 순간이라고. 혹여 술독 뚜껑을 열어 맛본 술맛이 아직 시큼 떨떠름하다고 해서 실망하기는 이르다. 막걸리는 엄연히 살아있는 술이니, 우리가 실망하는 순간에도 더 나은 맛과 향을 위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자본가로 태어나지 못한 이상
노동은 인간의 숙명이라고?
그렇다면 차라리 행복한 일을 할래!

왠지 막걸리라는 건, 가업으로 이어져 내려온 양조장을 물려받는다거나 전통문화나 지역을 살리겠다는 대단한 결심에서 시작되는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울 한구석 빨간 벽돌 건물에 자리 잡은 이 작은 양조장은 둘 다 아니다. 어느 날 또다시 회사에서 튕겨 나온 사회초년생의 머릿속에, 사부작사부작 막걸리를 만들어 파는 삶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그렇게 얼렁뚱땅 막걸리 초짜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술 빚는 법을 배우겠다고 온갖 막걸리 강좌를 찾아다니고, 심지어는 건너 건너 소개받은 양조장에서 제발 일하게 해달라고 읍소해 양조장 인턴이자 객식구가 되기도 했다. 신규 창업자를 지원해 준다는 사업에 몇 번이고 서류를 제출하며 종내에는 법인까지 세우고, 내가 만든 막걸리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목표 하나로 캐리어에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며 보따리장수가 되어 원데이 클래스를 하고 다녔다. 월세라도 벌어보겠다고 수제 막걸리 칵테일을 만들어 팝업 바를 운영했다가 대차게 망한 건 덤이다. 여기서 참 이상한 사실이 하나 있다. 회사원 시절에는 ‘워라밸’을 생활신조로 삼았으나, 지금은 어느새 일과 삶이 하나로 합쳐져 버린 ‘워크 이즈 라이프’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라밸을 지키려 애쓰던 때보다 어째서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것도 미생물이 부린 마법일까?

망한 줄 알았던 내 인생
뒷걸음치다 빠진 술독에서
나란 사람의 진짜 맛과 향의 찾다!

그렇게 막걸리를 팔아 먹고살겠다고 다짐하고 매장을 오픈한 지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게 이름을 내건 수제 막걸리를 출시했다. 누군가는 내게 너무 오래 걸린 것 아니냐고, 그래서 한 달에 얼마나 버느냐고 따져 묻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체 그런 시선들이 무엇이 중요하리오. 내 입맛에 맞춰 최고의 맛과 향을 담은 이 술을 맛보려고 오늘도 조그만 양조장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으니, 나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비틀비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다.

뒷걸음을 치면 물에 빠지거나 벼랑에서 떨어지거나, 적어도 뒤로 넘어져 코가 깨지는 줄 알았던 날들에게 이제는 안녕을 고하자. 어쩌면 삶이 버거워 한 발 물러선 그 자리에, 우연찮게도 당신만의 술독이 얌전히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안으로 퐁당 빠져버린 순간부터 당신의 인생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익어가기 시작하겠지. 당신만의 향과 당신만의 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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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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