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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감각
디자인은 어떻게 도시를 움직이는가
김지원
위즈덤하우스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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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나로 살아갈 도시를 찾는 ‘사랑의 기술’

Sense 1. 길 위의 감각

읽기 쉬운 런던, 모두를 위한 노란색 표지판
시대를 소환하는 아이콘, 빨간 우체통
사람을 기록하는 푸른 사전, 블루 플라크
도시는 스케치북이다
국립공원 도시 런던, 모두의 삶을 위한 여분

Sense 2. 손 안의 감각

Cuppa, 차 한잔할까?
식재료부터 조리도구까지, 파머스 마켓과 조셉조셉
속 깊은 곰 인형, 위니 더 푸와 패딩턴
펭귄 북스, 만인을 위한 디자인
비가 올 때 쓰지 않아도 필요한 물건, 우산

Sense 3. 골목과 동네의 감각

런던 동부 모퉁이 여행자의 집, 컬페퍼
호기심 캐비닛과 오래된 골동품 상점
영국 디자인의 에너지, 쇼디치 디자인 트라이앵글
최소와 보편 너머, 재스퍼 모리슨 숍
진화하는 도시의 상점들

Sense 4. 경계 없는 공동의 감각

공생의 미술관, 테이트 모던
감각이 투숙하는 집, 박물관
예술이 일상으로 스며드는 윌리엄 모리스의 집
아놀드 서커스의 친구들
허물지 않기, 지속가능한 창의도시의 조건

Sense 5. 열린 예술의 감각

가을의 디자인 축제, 봄의 공예 축제
창작의 과정을 경험하다, 오픈 스튜디오
일상으로 돌아온 예술, 매리언 듀카스
만들면서 사는 삶을 회복하는 장소, 바느질 리트릿
지속가능한 관계의 모색, 장인과 공예 그리고 상품

저자 소개 1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디자인학 석사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화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 다수의 문화상품을 기획했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개발팀장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오늘의 공예와 디자인이 다음 세대의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과 제작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디자이너-메이커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메타상품으로서 문화상품」으로 2014년 한국디자인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디자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디자인학 석사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화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산업 디자이너로서 다수의 문화상품을 기획했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개발팀장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오늘의 공예와 디자인이 다음 세대의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과 제작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디자이너-메이커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메타상품으로서 문화상품」으로 2014년 한국디자인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디자인을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전하기 위해 글을 쓰고, 교육 현장에서 가르치며,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런던 디자인 산책』, 『행복의 디자인』, 『우리가 사랑한 사물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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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92g | 130*210*21mm
ISBN13
9791175910843

책 속으로

도시는 결코 상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고 거대한 도시에 파묻혀 있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는 계속 찾아야 한다. 도시의 사랑스러운 면모들을.
--- p.6~7

언더그라운드 노선도는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지하철 노선도의 기원이기도 하다. 런던 지하철의 전기 설계사였던 해리 벡이 1931년 처음 디자인한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사용 목적에 따라 디자인 체계를 변경함으로써 사고방식의 전환까지 가져온 혁명으로 현대 노선도의 근간이 되었다.
--- p.15~16

런던 시내를 걷다 보면 종종 만나는 이 노란색 표지판은 지도라기보다는 여행의 길잡이다. 같은 길이라고 해도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길 찾기는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먼 길이라고 해도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길을 찾아가는 행위 자체가 험난할 수도, 반대로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지만, 막상 근처에 와서는 방향 감각을 잃어 눈앞에 목적지를 두고도 헤매는 경우가 있다. ‘레지블 런던’은 보행자만을 위한 길 찾기 안내 표지판으로 보행자의 공간 지각과 방향 감각을 향상시켜 길 찾기 능력을 활성화하고 보행을 촉진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 p.22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거셀수록 도시 안의 오래된 것들은 그 모습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영국의 디지털 환경을 보면 놀랍다는 감탄사가 나오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밖을 보면 이 도시는 작은 레이스 스카프를 걸친 18세기 할머니의 모습으로 온화하게 웃고만 있다. (중략) 런던 거리에 불규칙하게 박혀 있는 빨간 우체통을 볼 때 유독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요즘 누가, 얼마나 많이 이용한다고 사람 덩치만 한 큰 기둥 모양의 우체통이 여기저기 박혀 있을까 싶다. (중략) 거리의 독특한 풍경을 만드는 우체통들은 모두 ‘살아남은 전통’이자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영국의 디자인 아이콘이다.
--- p.27

무쇠 덩어리 빨간 우체통과 함께 떠올리는 기억들이 많아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우체통을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사물이자, 공공 서비스로 당연시한다. 한눈팔다가 걸려 넘어졌다고 투덜대기보다는 거리의 생기를 더하는 사물로 바라보며, 사유지의 경관을 방해한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자랑으로 여긴다. 실제로도 낙서 가득한 거리의 쓰레기통과 달리, 훼손된 우체통은 찾아보기 어렵다.
--- p.33

하얗게 칠한 반 고흐 하우스 전면에는 이곳에 반 고흐가 살았다는 것을 알리는 파란색의 둥근 명판이 붙어있다. 역사적인 인물이 살았던 건물에 부착하는 블루 플라크는 런던이라는 도시를 읽어내는 사전에 달린 주석처럼 집을 둘러싼 사람과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p.44

워털루 이스트 역 6번 출구로 나가 요크 로드를 조금만 걷다 보면 리크 스트리트가 보인다. 이곳에는 예술가들의 그림 동굴이 있다. 일명 ‘뱅크시 터널’이라고 부르는 리크 스트리트 아치는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낙서의 터널이다. 2008년, 영국의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캔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그라피티 아트 축제를 연 이래로 전 세계 거리 예술가들의 무대로 변모한 곳이다.
--- p.60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도시인 런던에는 시민을 위해 열린 공간으로 지정한 공원이 무려 3,000여 개에 이른다. 공용 녹지 면적은 런던 전체 면적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사적 녹지를 포함하면 47% 가량 된다. 공용 녹지만 비교해도 철도와 도로가 덮는 도시 면적보다 크다. 실제로 런던 시민의 44%가 도보 5분 거리 안에 공원을 두고 살아간다.
--- p.69

런던의 동부에는 사적인 정원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개방된 대안적 공간들이 많다. 지역 주민들이 공동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커뮤니티 가든이나 공공 부지의 일정 구획을 할당받아 개인이 경작할 수 있는 공유 정원도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
--- p.74

찻잔은 이야기를 매개한다. 홀로 상념에 잠길 수도 있고, 오래된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놀이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레이킹랜드의 키네틱 오브제 ‘찻잔 속의 폭풍우’는 흔히 쓰이는 영국의 관용구에서 착안하여 ‘별것도 아닌 일을 과장되게 부풀려 괜한 걱정을 한다’는 의미를 유머러스하게 형상화한다. 이 작은 장난감의 찻잔 손잡이를 돌리면 작은 물결이 파도를 일으키고, 구름 아래에서 번개가 번쩍인다. 세상이 무너질 듯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은 찻잔 속의 작은 소동에 불과하다는 영국 특유의 위트가 담겨있다.
--- p.95~96

조셉조셉은 ‘공간은 곧 가치’인 시대에 좁은 주방에서 몇 안 되는 전통적인 조리도구만 반복 사용하는 습관적 패턴을 분석해, 공간 절약형 디자인을 다수 선보였다. 그들의 디자인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기능은 명확하고, 감각은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방 도구들을 모아 놓으면 방금 마켓에서 본 채소들처럼 생기가 넘치고 감각적이지만, 도시인이 처한 공간적 제약과 시간의 밀도를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 p.104

펭귄이 사용한 타임스 로만 서체는 신문지 전용 서체로 비교적 질이 낮은 종이에서도 가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장르를 색채로 구분해 독자들은 수많은 책들 속에서도 원하는 분야를 직관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소설은 주황색, 추리 소설은 녹색, 전기 문학은 짙은 파란색, 희곡은 빨간색, 기행 소설은 분홍색으로 시각적 계층화를 시도한 장르 구분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장르 파악이 가능하도록 했다. 책을 선택하고 읽는 그 모든 독자의 경험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한 초기 펭귄의 디자인 전략은 누구에게나 좋은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이 문화적 책임임을 강조했던 펭귄 북스의 창립자 앨런 레인 경의 브랜드 철학을 보여준다.
--- p.129

런던이라는 현실 세계에서 우산의 상품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어선 이상 세계에서 비를 연상시키는 우산의 문화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런던의 사람들은 날씨야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비가 내려도 야외에서 공연을 보고, 펍 주변에 둘러서서 맥주를 마시며 거리 장터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 그들에게 우산은 자신들의 삶에 최악은 없을 것이며,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울타리와도 같다. 설령 우산 없이 비를 맞는 날이 많다 할지라도 말이다.
--- p.141

킹스 칼리지와 런던정경대 두 학교는 이 거리에 다양성과 역동성이라는 풍요로움을 보탠다. 흥미롭게도 두 학교는 마치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호기심 공간을 하나씩 갖고 있다. 하나는 킹스 칼리지의 킹스 컬처가 운영하는 호기심 캐비닛이고, 다른 하나는 런던정경대가 복원해 재사용 예정인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다. 두 프로젝트는 ‘호기심’이라는 단어만 공유할 뿐 서로 연관성은 없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발견한다.
--- p.160

세계적인 다문화 도시 런던, 그중에서도 다문화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런던의 동부는 독창적인 예술과 창작 에너지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거대한 실험실과 같다. 그러므로 이곳에서의 생산과 소비는 경제적 교환을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가 끊임없이 교환되는 창조적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에너지가 밀도 높게 응축된 곳이 쇼디치이다. (중략) 물론 이 지역은 그 어느 곳보다도 젠트리피케이션의 큰 파고를 겪었지만, 문화적 불안정성을 창의적으로 수용하여 역동적인 지형을 만들고 있다.
--- p.170

상점들은 저마다 오랜 역사를 품은 듯하다. 이 거리의 상점들은 저마다 현재의 상점 이전에 어떤 상점들이 머물다 갔는지 나열한 파란 라벨을 붙여놓았다. 이런 조사를 한 아미르 도탄은 스토크 뉴잉턴에 살고 있는 역사가로, 그는 1840년대 이후의 이 지역 상점들을 조사해 총 1,874개 상점과 291개 주소를 찾아냈다. 그리고 처치 스트리트에 있는 153개 상점의 170년이 넘는 상업적 변천사를 연대기적으로 기록했다.
--- p.187~188

이 주택 단지는 열아홉 채의 5층 높이 아파트 블록들이 있는 일곱 개의 거리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 도넛 형태를 이룬다. 자세히 보면 각각의 건물은 형태와 장식에 미묘한 차이가 난다. 붉은 벽돌 사이에 흰색 또는 크림색 벽돌로 줄무늬를 넣은 것이 기본 외형이지만, 줄의 두께가 굵은 집도 있고 가느다란 집도 있다. 창문의 형태도 조금씩 달라 전체적으로 통일된 구조 안에서 변화의 다양성을 주고 있다. 기계로 찍어낸 것 같은 아파트 단지와 다르다.
--- p.233~235

런던이 해상을 휘젓던 세계 최대의 항구 도시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중략) 템스 강변을 지나는 길에 세워진 낡은 유물들만이 이따금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켜주지만 영화 세트장처럼 시대와 동떨어져 보일 뿐이다. 이처럼 단절된 문화를 이어가려는 희망 떄문인지, 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물길 주변의 잠재 공간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주변 환경과 물이 어우러지며 형성되는 녹지는 친환경적인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원래 하천을 중심으로 시작된 도시, 런던의 역사성을 이어간다.
--- p.255

런던의 30년 도시 계획을 담은 전략 문서인 런던 플랜에서는 도시 설계가 단지 미적인 요소에 그치지 않고, 환경적 지속가능성,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 포용성, 경제적 효율성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략) 과거의 재생 사례를 통해 얻은 특별한 교훈일 것이다. 여기에 영국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 도시의 개념을 연결하면 개인의 창의력은 옛것과 새것의 공존을 이끄는 촉매적 에너지로 작동한다.
--- p.259

데트퍼드 프로젝트는 2008년붙처 런던 루이셤 자치구의 데트퍼드 지역에서 추진된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방치된 철도 부지를 예술가와 상인, 커뮤니티 그룹이 공존하는 지역 공동체 중심의 복합 공간으로 되살린 사례다. 데트퍼드는 런던 내에서도 오래된 항구 지역 중 하나지만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으로 루이셤 전체보다 젊어, 다양한 이주 공동체와 젊은 인구가 어우러지며 활기 있는 지역 분위기를 조성한다.
--- p.261

이 기간에 런던 전 지역은 디자인을 생산하는 이와 소비하는 이들 모두가 함께 디자인을 실천하는 장소가 된다. 축제라고 해서 새로운 이슈를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난 일 년간 이어온 디자인 문화를 축하하고 즐기는 ‘디자인 추수 감사절’인 셈이다. 디자인은 꼭꼭 숨겨 두었다가 세상에 반짝 공개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사에서 지속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 p.268

상품들로 가득 채워진 도시의 상점가를 지나며 떠오르는 생각 하나는, 이 도시의 진정한 힘은 과거를 끊임없이 복기하고 재해석하며 축적해 온 풍부한 감각과 문화적 감수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장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노동의 고통과 즐거움, 세대를 이으며 축적된 제작의 질서가 일상이 경험을 재구성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동의 감각이다.

--- p.331

출판사 리뷰

도시의 매력을 다채롭게 만나고
오래 지속하며 관계 맺는 다섯 가지 감각

도시를 만나는 출발점은 길이다. 길과 도시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정도로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 책 역시 표지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런던의 표지판은 세계 교통 표지판의 표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여 년 전 무질서하고 복잡했던 런던의 교통망에 통합적인 디자인 체계가 도입되었고, 언더그라운드 노선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 지하철 노선도의 기원이 되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세세한 거리나 지형을 덜어내고 이동 경도 중심으로 도식화한 방식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지하철에서 나와 도로로 나오면 빨간 이층 버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교통 시스템에서 잠시 벗어나 거리를 걷다 보면 레지블 런던이라 불리는 런던 특유의 보행자 안내 지도를 만나게 된다.

지형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해 온 기존 지도 표기 방법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근거리 이동 경로에 초점을 맞추고 거리보다는 소요 시간을 알려주어 처음 런던을 찾는 이에게도 도시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길 위의 감각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이동하다 잠시 쉬며 나누는 차 한 잔으로, 그 차에 담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찻잔의 디자인을 음미하고는, 그 도시를 살아가는 생활자의 감각을 만날 시장으로 이어지고, 런더너가 사랑하는 곰 인형 위니 더 푸와 패딩턴을 껴안고는, 손 안에 쏙 들어오는 펭귄 북스의 책 디자인과 런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물건 우산으로 향하며 손 안의 사물로 도시를 감각하는 재미를 전한다.

골목과 동네의 감각부터 열린 예술의 감각까지
산업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연구자가 찾아낸 다섯 가지 감각

도시를 감각하는 데에 정해진 방법은 없겠지만 요즘 도시 계획이나 곳곳에서 만나는 핫플, 힙플레이스는 떠올려 보면 디자인이 감각의 일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산업 디자이너로 다수의 문화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 연구자로 꾸준히 활동하며 수시로 런던을 오간 김지원 저자가 방문과 거주, 이동과 머묾을 넘나들며 찾아낸 도시의 감각을 담아낸다. 잠시 들르는 이들이 마주하는 길 위의 감각과 손 안의 감각에 이어 시간을 쌓으며 익숙해져야 보이는 골목과 동네의 감각,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이 도시와 분리되지 않고 삶과 도시를 연결하도록 기획된 경계 없는 공동의 장소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술가와 창작자를 만나는 방법과 일상에서 작은 예술을 시도하고 경험하도록 제안하는 열린 공간까지, 특히 디자인과 생활이 만나는 ‘공예’에 주목하며 손 안의 감각이 물건을 소비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자생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찾는다.

그는 결국 도시를 감각하려면, ‘나로 살아갈 도시’를 만나려면, 온몸의 감각을 활용하며 도시를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단한 노력이 아니라 종종 버스 대신 도보로 걸으며 밀도 높은 도시의 틈새 풍경을 만나고, 때로는 식재료를 동네 상점이나 재래시장에서 구입하고, 가끔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고 꾸며보려는 마음이라면, 도시에서 나로 향하는 일방향이 아니라 도시와 내가 서로를 살리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도시에서 보내는 당신의 하루가 이 책 못지않게 감각적이길, 그리하여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향한 애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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