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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가의‘노는 마당’, 가족 1. 어머니의 자리_〈환각의 나비〉 1995 엄마도 되고,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도 되고 모성을 수행하고 자주 길을 잃다 모성 노동의 수혜자 가출 2. 아버지, 있어야 하되 없는 거나 마찬가지_〈너무도 쓸쓸한 당신〉 1997 가부장 사회의 이방인 기러기 가족으로 위장된 별거 남편의 가부장 노릇 연민의 쓸모 3. 노인의 연애_〈마른 꽃〉 1995 로맨스의 디테일 연애와 결혼 연애는 끝나고 연애의 기회 4. 아들의 죽음_〈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1993 공기처럼 당연한 것들 그것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 철저한 개별성 오로지 자신의 것이다 5. 이혼 이야기_《살아 있는 날의 시작》 1980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하는 이야기인가 단단할수록 좋다 신념이 분명해진다 6. 결혼 말고 사랑_《그 남자네 집》 2004 결혼은 일, 그래서 사랑이 필요해 결혼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 연애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 그 남자와 한번 자보고 싶다는 욕망 내 마음의 밑바닥 7. 한 남자, 두 여자_〈저물녘의 황홀〉 1985 인류애 한 남자의 두 여자 생존을 위하여 경쟁인가 동맹인가 8. 소박한 자유_〈조그만 체험기〉 1976 억울함 모두가 억울해서 죽을 지경 간장 종지만 한 자유 쪼그라든 마음에 다가가는 목소리 9. 나, 진실을 깨닫는 순간_〈거저나 마찬가지〉 2005 섹스를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거저나 마찬가지’의 금액 일류가 아닌 이류 글은 요구한다, 진실할 것을 에필로그 글쓰기의 욕망과 글쓰기의 품 인용한 작품 및 단행본 목록 |
양혜원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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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모성의 일을 출산이라는 생물학적인 면과 먹이고 길러내는 노동의 차원에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을 넘어, 그 일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주목하게 한다.
--- p.29 억지로 눈물을 짜낼 수 있고 억지웃음은 웃을 수 있어도, 연민은 억지로 느껴지지 않는다. 예고도 없이 순간적으로 툭 치고 올라오는 것이 연민이다. 공감의 태도와는 다른 감정의 영역이다. --- p.56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자유였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우려되는 점이 발견된다면, 자식들은 효도의 이름으로 그 자유를 금세 빼앗으려 들것이다. --- p.69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만족하느냐 하는 것은 이 전체 방정식의 어딘가에 숨어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 p.71 늘 나에게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런저런 일들을 계획하고 해내며 살아갈 수 있다. 그것들을 디폴트값으로 가지고 있기에 우리 삶은 기본적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안정성은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고 눈에 띄지않게 우리 삶을 지탱해주기에 어느 순간 그것을 잃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상실감은 상당히 크다. --- p.78 이 개별성이 아무리 괴롭고, 끝내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통곡의 벽을 붙들고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흘릴지라도, 이 명료한 개별성을 잃지 말라는 뜻 아닐까. --- p.91 개별성은 사실 두려운 것이다. 혼자서 그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도 두렵고, 끝내 의미가 찾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도 두렵다. --- p.92 이혼을 하는 사람은 한 가지 버전이든 그 이상이든 자신의 이혼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혼은 자기 자신과 상대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 p.97 다시 싱글이 되겠다는 결심을 할 때, 그가 마주해야 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외로움이 아니라 주류의 세계로부터 탈락하게 되는 현실이다. --- p.99 이혼을 인생의 실패로 보게 되는 이유는 단지 개인이 관계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노는 물을 갈아타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연락처를 정리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 처음부터 다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원점이다. --- p.99 이혼 이야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서사가 탄탄할수록 좋다. 뿌리를 깊게 내리고 차근차근 빌드 업을 해서, 누가 어느 쪽에서 공격해와도 유연하게 받아칠 수 있을 정도로 잘 다져진 이야기가 필요하다. --- p.106 그러므로 글은 요구한다. 진실할 것을. 적어도 자기 자신만큼은 속이지 말 것을. --- p.184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해보겠다는 욕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누구라도 그러한 해석과 이해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들다.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인생관이 있고, 그것은 자신이 이해한 세상 안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 p.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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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간극을 메우는 작업
박완서의 매력과 그의 통찰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 책은 박완서의 작품 중 총 열 개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과 연애, 결혼과 이혼, 가족의 죽음, 진실된 나 바라보기를 거쳐 진실된 글쓰기에 대한 자세를 다룬다. 이 속에서 우리는 사뭇 신선하면서도 집요한 박완서를 만나게 된다. 헌신적인 모성을 바라보는 자녀들의 입장 차이, 젊은이의 연애는 이해해도 노인의 연애에 대해서는 편견으로 가득한 우리의 한계, 이혼에 이르기까지는 왜 그토록 탄탄한 서사가 필요한지 등등 사고의 빈틈을 파고드는 박완서의 가족 읽기가 그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박완서의 시대로부터 한참 시간이 흐른 오늘의 독자들에게 박완서의 매력과 그의 통찰을 소개하고 싶다는 저자 양혜원의 ‘간극을 메워주기 위한 작업’이다. 이야기는 살아 있어도 시대감각은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카페’와 ‘다방’의 차이라 표현하는 저자는 다방도 알고 카페도 아는 본인의 시대감각으로 다리 놓기를 자처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짓는 작업은 작가 박완서가 이미 스스로 해왔다. 마흔에 작가가 되어 근 여든까지 활동한 박완서가 자신의 나이대에 국한되지 않는 폭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방증해준다. 오늘날 우리의 가족 형태나 위상은 박완서의 활동 시기와 비교했을 때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란 언제나 그 사람의 뿌리와 같기에 박완서가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언급한 “가족은 힘이 될까, 굴레가 될까”라는 질문에 누구라도 여전히 꿈틀거린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AI시대 글쓰기의 원동력, 나만의 ‘노는 마당’ 누구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이 있다. 동시에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암묵적인 생각도 있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이다. 그렇다면 AI시대의 글쓰기는 어떨까? 혹자는 글쓰기에 AI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기도 하고, 이 시스템이 가져올 지식의 평등을 찬양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좋아진 세상에도 여전히 글쓰기가 특별한 일이 될 수 있을지, 감히 욕망해도 될까 하고 망설이는 그런 특별한 일이 될 수 있을지 묻는다. 양혜원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해보겠다는 욕망이라고 밝힌다. 덧붙여 이러한 자신만의 이야기가 AI라는 공식에 따라 썼을 때 다른 글과 차별성이 없어서 도리어 아무도 읽지 않는 지루한 글이 될 가능성을 염려한다. 박완서는 〈나의 웬수덩어리〉에서 “글쓰기의 원동력은 심장의 더운 피, 고결한 양심이라고 외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구시대의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표현했다. AI시대에 박완서가 말하는 피와 땀은 시대의 혜택을 따라가지 못하는 변명으로 보일 수 있다. 노력은 누구나 하지만 결과로 평가받는 세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AI시대 글쓰기의 해법으로 박완서와 마찬가지로 “결국 피와 땀”이라 말한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수하는 것에 방점을 찍으며, 박완서가 자신의 ‘노는 마당’이었던 ‘가족’을 써내려간 역사를 공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