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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사람이 없는 곳 01 왜 하필 아이슬란드로 가려고 해? 02 처음 걷는 길은 시간마저 더디게 흘렀다. 03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 04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다 05 얼음의 호수에 버리고 온 것들 06 오로라는 기대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 07 넌 지금 어디에 있는지 08 데티포스, 모든 것이 시작되는 곳 혹은 모든 것의 종착지 09 끓어오르는 땅을 딛고 10 북극의 연인들 11 서쪽의 영원 속에 12 Finally We Are No One PART 2 사람이 있는 곳 01 방랑자 다시 도시의 일부가 되다 02 비운의 블루 라군 03 물새와 함께 핫도그 04 그려진 도시 05 공기가 음악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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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그 폭포가 실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 역시 할리우드의 CG 기술은 대단하군’이라는 감상과 함께. ‘그래 태초의 지구는 저런 모습이었겠지. 기가 막히게 묘사했구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이 정말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 지구에. 내가 발을 디디고 살고 있는 세상의 어딘가에는 정말 저런 곳이 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저렇게 홀로 저 거대한 물줄기가 매일매일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 p.14
완만한 고갯길을 오르다가 내리막이 나타나자 곧바로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아득히 먼 곳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의 눈 덮인 산, 그리고 끝이 가늠되지 않는 거대한 호수, 도시의 바로 근처라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광활한 평원. (……) 시내 밖으로 나온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자동차 안에서만 이런 경치를 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차를 길가에 대고 내렸다. 검은색이 감도는 낯선 색의 땅을, 깎아놓은 듯 정갈한 낯선 형태의 돌을, 낯선 모양의 이끼를, 이 낯선 세상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 p.37-38 싱벨리어의 호수로 가는 길이 보이기에 또 차를 멈추고 호숫가 쪽으로 걸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호수에 손을 담가보았다. 차갑고 맑은 물, 내 손끝이 닿은 곳부터 호수의 반대편 끝까지 내 떨림이 전해질 것만 같다. 왠지 자꾸 웃음이 나왔다. 나 말곤 아무도 없는 이 조용하고 거대한 호수 앞에서 나는 한참을 서서 웃었다. 즐겁지도 웃기지도 않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나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했을까? 아니, 그들도 나와 함께 웃었을 것이다. --- p.39-40 이곳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것을 원해서 왔지만, 이곳에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아니 그전엔 돌아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간 욕심내어 가지려고, 지키려고 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 어쩌면 모두 부질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본질적인 아름다움. 내가 살아온 시간과 공간의 곳곳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것들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온 것은 아니었을까. 차가운 바람이 내 머리를, 가슴속을 비워내고 있었다. 영원히 녹지 않을 것 같은 호수 가득한 얼음들이 되레 나를 녹여내고 있었다. 보트 위에선 차가운 바람 소리만이 들려왔다. 하늘과 날씨와 위도와 영겁의 시간이 만들어낸 슬픈 아름다움 앞에서 나는 모든 언어를 잃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 p.67-68 서울에서 ‘외롭다. 쓸쓸하구나.’ 입버릇처럼 말하던 지난 시절들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상에서의 고독도, 군중 속에서의 고독도 모두 저마다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피부에 맞닿는 절대적인 고독감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드넓고 하얗고 서늘한 눈의 풍경은 물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 혼자 고립된 나는 우주 한가운데 홀로 버려진 듯한 기분이었다. 사람이 있어선 안 되는 신비의 성역에 발을 디딘 죄로 벌이라도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고독감이 때론 공포가 되기도 하는구나. 수많은 상념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 p.87 주변을 한참 배회하며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고는 이내 멍하니 넋을 놓고 한참 동안 폭포에 시선을 빼앗겼다. 다시 눈발이 흩날린다. 이것은 아름다운 풍경인가? 아니 아름답다고만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이를 보고 있는 나는 행복한가. 아니, 행복하다고만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 p.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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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세상을 만들기 전 연습 삼아 만들어본 곳, 아이슬란드
믿을 수 없는 풍광을 지닌 지구의 북쪽 끝 아이슬란드를 가다 ‘아, 떠나고 싶다. 어디로든…….’ 일상에 지쳐 탈출하고 싶을 때,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그러나 꿈을 실행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캐스커의 리더이자 음악감독인 이 책의 저자 이준오 역시 숨 막히는 일상에 치여 사느라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영화 속 한 장면에 매료되었다. 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2012). 영화의 시작 부분에는 외계 생명체가 생명의 씨앗이 되기 위해 뛰어내리는 거대한 폭포가 나온다. 태초의 지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장엄한 장면에, 저자는 당연히 그 폭포가 CG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곳은 이 지구, 바로 아이슬란드에 엄연히 존재하는 데티포스라는 이름의 폭포였다! ‘신이 세상을 만들기 전 연습 삼아 만들어본 곳’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아이슬란드는 비현실적 풍경으로 유명하다. 활발한 지각 활동과 빙하의 작용으로 생긴 거대한 호수와 폭포가 많으며, 화산으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지형과 생태는 마치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때문에 <프로메테우스>뿐 아니라 <인터스텔라>, <토르>, <스타트렉 다크니스> 등 많은 SF 영화의 단골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켜켜이 쌓인 얼음 밑으로 불길이 타오르는 나라, 벨벳 같은 오로라가 하늘에 장막을 치는 나라, 세상의 모든 고독을 품은 그곳에서 영혼을 치유하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나라 아이슬란드로 혼자 떠난다고 했을 때 저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하필 아이슬란드로 가?”였다. 그 자신조차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의 선택에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레이캬비크를 벗어나자마자 나타난 믿을 수 없는 풍경은 그런 의심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거대한 호수와 웅장한 폭포들, 산골짜기 사이로 겹겹이 쌓여 있는 빙하, 땅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다가 이따금씩 하늘 높이 치솟는 간헐천, 빙하가 땅을 U자로 깎아 땅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와 있는 피오르 지대…….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움은 이 섬이 안고 있는 고독 때문에 더욱 증폭된다. 남한만 한 면적에 인구는 35만에 불과한 나라, 그마저도 몇몇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어 길을 한참씩 달려도 사람은커녕 자동차 한 대 만나기 힘든 곳. 지구 북쪽 끝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그 매혹적 자태만큼이나 절대적인 고독을 품고 있었다. 하늘 아래 오로지 나 하나밖에 없다는 절대적 고독과, 그 뒤에 이어지는 따뜻하고 그리운 감정들을 느끼며 그는 오롯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시간들을 통해 위안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