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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가늘고 긴 땅, 공존의 조건에 대하여
제1장 대륙 속의 섬, 칠레의 탄생 01 미친 지리 02 정복이 어려웠던 땅 제2장 아타카마, 황량한 사막이 품은 풍요의 역설 01 지구의 극한, 아타카마 02 사막의 풍요, 광업의 그림자 03 광산 지대의 노동 운동 제3장 칠레 중부, 변화와 긴장의 무대 01 정치·사회적 실험의 무대 02 아옌데의 사회주의 실험 03 군사 독재와 신자유주의 개혁 04 다시 열린 민주주의의 길 05 수자원의 신자유주의화와 물 위기 06 지중해성 기후와 사람의 손이 빚어낸 칠레 와인 제4장 파타고니아, 야생과 기억의 땅 01 보전과 개발의 균형을 위한 탐색 02 파타고니아의 원주민 03 정착 식민지와 원주민 학살 나가며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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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북부의 사막, 중부의 도시와 농업 지대, 남부의 파타고니아를 따라가며 칠레라는 나라를 이루는 서로 다른 자연과 역사, 산업과 기억의 층위를 함께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독자들은 이 네 개의 장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서로 다른 조건들이 치열하게 공존하는 칠레를 만나게 될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칠레의 주요 지형은 세 축으로 이루어진다. 즉, 서쪽의 해안 산맥, 중앙의 계곡, 동쪽의 안데스산맥이 남북 방향으로 나란히 뻗어 있는 구조다. 칠레 작가 벤하민 수베르카소(Benjamín Subercaseaux)는 이러한 극단적이고 변칙적인 지리 조건을 ‘미친 지리(Geografía loca)’라고 불렀다. 이렇게 독립한 칠레가 처음부터 오늘날 같은 가늘고 긴 국토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독립 직후 19세기 초 칠레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공간은 대체로 중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다. 국가 권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미친 범위는 북쪽으로는 오늘날의 코피아포(Copiapó) 일대에서 남쪽으로는 비오비오강 부근까지였다. 당시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은 페루와 볼리비아의 영향권에 있었고, 볼리비아와 칠레의 경계도 분명하게 확정되지 않았다. 남쪽으로는 300년 넘게 스페인에 맞서 온 마푸체의 독립적인 영토가 있었으며, 그보다 더 남쪽의 파타고니아와 마젤란 해협은 여전히 미지의 공간에 가까웠다. --- 「제1장 대륙 속의 섬, 칠레의 탄생」 중에서 아타카마 사막은 흔히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라고 불린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표현을 절대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른 사막과의 체계적인 비교나 충분한 장기 강수 자료가 항상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Banco Santander y Museo Chileno de Arte Precolombino, 2012). 또한 남극의 맥머도 건조 계곡(McMurdo Dry Valleys)처럼 더 극단적인 건조 환경으로 거론되는 극지 사막도 있다. 그럼에도 아타카마 사막이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리튬 수요의 증가는 세계적 차원의 탄소 배출 저감과 친환경 사업의 확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국가의 정책과 연결되며, 그러한 국가들은 주로 글로벌 노스 즉, 선진국이다. 반면 리튬이 매장되고 실제 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은 글로벌 사우스의 개발도상국이다. 결국 선진국의 탄소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개발도상국에 새로운 환경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전가하는 양상을 띤다. 이런 점에서 일부 연구는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이 수백 년 동안 경험해 온 식민적 지배 구조가 오늘날 녹색 전기 이동성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Jerez et al. 2021). --- 「제2장 아타카마, 황량한 사막이 품은 풍요의 역설」 중에서 칠레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 지역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경제 질서를 유지해 온 국가로 자주 평가된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2024년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칠레는 10점 만점에 7.83점, 세계 29위를 기록해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되었으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우루과이(15위)와 코스타리카(18위)에 이어 높은 순위를 보였다. 같은 지수에서 미국은 28위, 한국은 32위였다(EIU, 2025). 따라서 칠레를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제도적 안정성과 민주주의의 지속성 면에서 상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 「제3장 칠레 중부, 변화와 긴장의 무대」 중에서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최남단에 펼쳐진 광대한 지역으로, 하나의 엄밀한 행정 구역이라기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는 자연·역사 공간에 가깝다. 양국에 걸친 전체 면적은 약 100만 제곱킬로미터 정도로 제시되지만, 어디까지를 파타고니아로 볼 것인지는 완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 아르헨티나 쪽은 콜로라도(Colorado)강 이남을 파타고니아로 보는 견해가 비교적 뚜렷한 반면, 칠레 쪽은 북부 경계가 더 모호하다. 일반적으로는 로스 라고스 지역에서 아이센(Aysén)과 마가야네스(Magallanes)에 이르는 지역을 칠레 파타고니아로 이해한다(Coronato, 2016). 대체로 파타고니아는 남위 40도 부근에서 시작해 남위 56도 안팎의 혼곶까지 이어지는 지역으로 설명되며, 남쪽으로 갈수록 폭이 점차 좁아지다가 혼곶에서 사라진다. 서쪽에는 태평양, 동쪽에는 대서양이 있으며,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드레이크 해협 너머 남극과 마주한다. 이런 위치 때문에 파타고니아는 오래전부터 ‘세상의 끝’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 「제4장 파타고니아, 야생과 기억의 땅」 중에서 이러한 공존의 문제가 과거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칠레는 지금도 여전히 공존의 방식을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지역의 생계를 함께 모색하려는 보전 기반 관광의 확대는 그 한 사례이다. 물론 그것이 언제나 균형 있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긴장과 불평등을 낳기도 한다. 그럼에도 칠레 사회가 개발과 보전의 관계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정하려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 「나가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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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카마 사막에서 파타고니아까지,
극한의 자연이 빚어낸 칠레의 독특한 삶의 궤적 칠레는 남아메리카 대륙 서쪽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뻗은 나라다. 동서로는 놀랄 만큼 좁고 남북으로는 극단적으로 길다. 북쪽에는 사막이, 동쪽에는 안데스산맥이, 서쪽에는 태평양이, 남쪽에는 남극과 가까운 극 남부 해역이 자리한다. 이러한 조건은 칠레를 대륙에 붙어 있으면서도 마치 하나의 섬처럼 보이게 한다. 그리고 바로 이 특이한 지리적 조건이 칠레를 서로 다른 기후와 생태, 산업과 생활 방식, 역사적 경험이 한 나라 안에 병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칠레는 오래 바라볼수록 더 깊이 이끌리고, 오래 간직하고 싶어지는 ‘긴 매혹’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칠레를 ‘공존’이라는 키워드로 읽어 보려는 시도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존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조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재, 보전과 개발, 원주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긴장과 타협, 그리고 생존을 위한 적응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칠레의 여러 지역에서 공존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었다. 때로는 폭력과 배제, 불균형 위에서 가까스로 유지되었고, 또 때로는 저항과 조정을 거치며 새롭게 만들어져 왔다. 그런 점에서 공존은 이미 완성된 질서라기보다 계속 흔들리고 다시 구성되는 과정에 가깝다. 상반된 가치가 겹쳐 존재하는 사회 이 책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축은 칠레 사회가 겪어 온 정치적·경제적 공존의 문제이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비교적 제도 정치가 일찍 자리 잡은 나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20세기 후반에는 극단적인 정치·경제적 실험을 경험하기도 했다. 민주적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부가 출범한 경험,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군사 독재와 신자유주의 개혁은 칠레 사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 결과 칠레에는 민주주의의 전통과 권위주의의 기억, 성장의 성과와 불평등의 심화, 제도적 안정과 사회적 긴장이 오랫동안 겹쳐 존재해 왔다. 이런 점에서도 칠레는 상반된 질서와 가치가 한 사회 안에 오래 공존해 온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지역별로 풀어내는 칠레의 입체적 풍경 이 책은 칠레를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로 소개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부의 아타카마에서 중부의 정치·경제 공간을 지나 남부의 파타고니아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지역에서 공존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또 흔들려 왔는지 따라가 보고자 한다. 제1장에서는 칠레가 어떻게 오늘날 같은 영토와 형태를 갖추게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독특한 지리,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 그리고 그러한 조건에서 이루어진 영토 확장의 과정을 따라가며 칠레라는 국가의 형성과 공간적 특수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특히 북부의 태평양전쟁, 남부의 아라우카니아 점령, 남단과 이슬라 데 파스쿠아의 편입 과정을 통해 칠레의 국토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충돌과 국가 권력의 확장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보여 준다. 제2장에서는 아타카마의 자연환경과 원주민의 삶을 살펴본 뒤, 왜 이 지역에 광물이 풍부한지, 그리고 이 풍요가 어떻게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동시에 물 갈등과 생태적 긴장을 낳아 왔는지 분석한다. 다시 말해 이 장은 메마르고 황량해 보이는 아타카마 사막이 사실은 오랫동안 칠레 경제를 먹여 살려 왔다는 역설을 통해, 칠레식 발전 모델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제3장에서는 칠레의 정치·경제적 중심지인 중부 지역을 배경으로, 20세기 후반 이후 칠레 사회가 겪은 급격한 전환을 살펴본다. 아옌데 정부의 사회주의 실험, 피노체트 군사 독재와 신자유주의 개혁, 그리고 민주주의 회복 이후에도 이어진 제도적·사회 경제적 긴장을 중심으로, 칠레 중부가 어떻게 현대 칠레의 모순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되었는지 분석한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물 관리 체계와 메가 가뭄의 문제, 와인 산업의 발전과 같은 사례를 통해, 중부 지역이 단지 정치의 무대일 뿐 아니라 산업과 환경, 삶의 조건이 복합적으로 재편된 공간임을 보여 주고자 한다. 제4장에서는 압도적인 자연과 보전의 상징으로 알려진 파타고니아가 실제로는 개발과 관광, 원주민의 역사, 지워진 기억과 복원의 서사가 교차하는 공간임을 보여 준다. 먼저 보전 기반 개발과 관광의 확대가 파타고니아를 어떻게 재구성해 왔는지 살펴보고, 이어서 원주민의 삶과 학살, 그리고 기억의 문제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파타고니아를 ‘순수한 자연’이라는 이미지로만 바라보지 않고, 공존의 가능성과 폭력의 흔적이 함께 남아 있는 공간으로 읽고자 한다. 결국 이 책은 북부의 사막, 중부의 도시와 농업 지대, 남부의 파타고니아를 따라가며 칠레라는 나라를 이루는 서로 다른 자연과 역사, 산업과 기억의 층위를 함께 살펴보려는 시도이다. 독자들은 이 네 개의 장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서로 다른 조건들이 치열하게 공존하는 칠레를 만나게 될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상생 연대기’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남미연구소 HK+사업단은 ‘21세기 문명 전환의 플랫폼, 라틴아메리카: 산업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 문명 패러다임을 설정하기 위해 투여하는 다양한 노력을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안적 세계관과 삶의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본 사업단은 연구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생태문명 총서’, ‘생태문명 교양총서’, ‘부엔 비비르 총서’와 ‘라틴아메리카 상생 연대기’ 신서를 기획해 출판하고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국가별 생태 문명에 관해 다루는 ‘라틴아메리카 상생 연대기’ 신서는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생태에 관한 독창적인 도전과 성취,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폭넓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라틴아메리카의 생태적 다양성과 포용적 연대의 정신을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