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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7제2부 ★ 71제3부 ★ 93제4부 ★ 135제5부 ★ 147제6부 ★ 181제7부 ★ 213제8부 ★ 355작가의 말 ★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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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은 담배 연기가 야청빛 하늘로 피어오르다가 사라졌다. 가로등은 밤사이 맛이라도 간 건지 까막거리고 있었다. 우연은 흩어지는 뿌연 연기도, 깜빡거리는 불빛도, 꼭 자신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 p.13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스르르 풀어버리는 그런 사람. 크고 길게 뻗은 눈매와 살짝 내려앉은 눈꼬리 때문이었을까. 선애는 늘 차분하고 정제된 인상을 풍겼다." --- pp.23-24 "창밖으론 눈발이 사선으로 날렸고, 차창에는 성에가 허옇게 달라붙어 있었다. 축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오직 라디오의 새해 인사 소리만이 고요한 버스 안을 채우고 있었다." --- p.74 "새파란 하늘 위에 물결 같은 구름이 곳곳에 번져 있으니, 마치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도연이 있었더라면 목적지는 오타루가 아니라 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이었을 텐데." --- p.186 "덜컹거리는 전철 안에서 포근한 겨울 냄새가 났다. 눈과 바다. 우주 자신과 도연의 자리도 눈과 바다처럼 나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바다에 눈이 녹듯이, 비록 서로 닿을 수는 없더라도." --- p.186 "눈이 비교적 야트막하게 쌓인 공터 위를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가 났다. 하얀 눈 위로 선애와 우주, 그리고 비둘기의 발자국이 찍혔다. 다시 눈이 내리면 흔적 없이 사라질 것들이었다." --- p.188 "어느새 눈발이 잦아들고 바람의 결이 부드러워졌다. 모두 따뜻한 집으로 돌아갔는지 유난히 거리가 텅 비어 보였다. 바다는 멀리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고, 선애의 숨결도 그에 맞춰 잔잔하게 들려왔다." --- p.191 "운하 한쪽에는 붉은 벽돌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고, 청록색 지붕에는 흰 눈이 이불처럼 두껍게 덮고 있었다. 해거름이 되자마자 건물과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운하 위로는 불빛이 윤슬처럼 비치고 있었다." --- p.196 "사소한 것 하나하나 평가받고 규율 속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고독한 솔리스트에게, 우주와 도연은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순수한 존재들이었다. 화려한 솔리스트로 칭송받던 무대 위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우주와 도연을 통해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 p.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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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성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두 번째 우주》는 ‘정상가족’의 바깥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이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학대와 가난 속에서 탈출했지만 끝내 도연의 유가족이 되고 만 우연. 발레리나로서의 전성기를 잃고 미혼모가 된 현선과 그의 딸 수아. 화목하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선애까지. 경제적 조건도, 살아온 환경도 제각기 다르지만, 다섯 사람 모두 ‘정상가족’만을 고집하는 이 사회 속에서 언제든 미끄러지고 밀려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다섯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책임감과 사랑을 나누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피로 맺어진 혈연만이 가족의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2026년 5월, 윤우진정상가족이라는 첫 번째 우주가 무너진 자리에서누군가에게 가족은 돌아갈 곳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가족은 가장 먼저 도망쳐야 했던 곳이다. 《두 번째 우주》의 인물들은 모두 ‘가족’이라는 이름이 가진 이 양면성을 통과한 사람들이다.우연에게 가족은 안전한 울타리가 아니었다. 학대와 가난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의 지독한 공허다. 카센터에 딸린 작은 방, 편의점 도시락, 담배 연기, 깜빡이는 가로등. 우연의 일상은 자주 거칠고 남루하지만, 그 안에는 무너진 삶을 어떻게든 버텨내는 사람의 체온이 있다.현선은 또 다른 방식으로 밀려난다. 발레리나로서 빛났던 시절을 지나, 미혼모가 된 그는 사회가 여성의 몸과 삶을 얼마나 쉽게 평가하고 분류하는지 온몸으로 겪는다. 선애는 겉보기에 가장 안정된 세계에 속해 있지만, 바로 그 안정된 가족 안에서 자신을 숨겨야 한다. 완벽한 가족이라는 말은 때로 가장 세련된 폭력이 된다.이 소설이 날카로운 이유는 ‘정상가족’을 비판하면서도, 단순히 그 반대편에 이상화된 공동체를 세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인물들은 서로를 구원하지만, 그 구원은 깨끗하고 숭고한 방식으로만 오지 않는다. 잔소리하고, 삐지고, 도망치고, 다시 찾아가고, 밥을 차리고, 울음을 삼키고, 엉망인 채로 곁에 남는다. 바로 그 지저분하고 생활적인 지속성이 이 소설의 가장 큰 힘이다.《두 번째 우주》에서 사랑은 선언보다 먼저 행동으로 나타난다. 누군가의 방 커튼을 걷어주고, 밥을 먹었는지 묻고, 여행지에서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함께 바라보고, 아이가 꾸민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나란히 앉는 일. 이 사소한 장면들이 모여 법적 이름도, 혈연의 보증도 없는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윤우진은 퀴어 서사를 ‘특별한 사랑’의 이야기로만 다루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퀴어함은 제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서로를 다시 배치하는 방식이며, 실패한 세계 이후에도 삶을 계속하게 만드는 상상력이다. 첫 번째 우주가 폭력과 상실로 무너졌다면, 두 번째 우주는 선택과 돌봄과 책임으로 만들어진다.그래서 《두 번째 우주》는 다정하지만 결코 순하지 않다. 따뜻하지만 결코 무르지 않다. 이 소설은 묻는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우리가 누군가를 “내 사람”이라고 부를 때, 그 말은 얼마나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약속인가.정상가족의 문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랑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절실하고 더 안전한 관계들. 《두 번째 우주》는 그 관계들이 어떻게 한 사람의 폐허를 다시 살 만한 세계로 바꾸는지 보여주는, 올해 가장 뜨겁고 다정한 한국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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