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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9
제1부 지나가는 바람들 사이에서 17·직무 유기 19·너의 바람 20·마른 꽃 22·넥타이 24·밥해놓고 나온 여자 26·두루마리 화장지 27·손톱 29·도착 지점 31·갱년기 33·달력 35·이사 37·지워져 가는 여자 38·기차표 40·잠 41·강된장 제2부 가끔 꺼내 불러보는 이름 45·이름 47·그 집 49·헛일 51·노가리 53·아버지의 브레이크 55·곤계란 57·배꼽시계 59·아들 61·36번 국도 63·발바닥 65·쌈짓노래 66·국수앓이 68·단축번호 69·뒤탈 70·백숙 제3부 흘러간 것들을 다시 꿰매는 동안 75·리폼 77·신호등 78·멸치 80·그런 날 82·글쓰기 시간 84·한 남자 86·반바지 88·연기가 새겨놓은 말 90·못 92·검은 입술 94·공평하게 내린 눈 96·종점 98·스노보드를 탄다 100·모과 제4부 등불처럼 매달려 서로 지키듯 105·순천만의 갈대 106·곶 찻집 108·상화원 바다 109·간월도 110·구절초 111·오배송 112·무켈레의 눈 114·반가사유상 115·만화방창 117·봄비 119·네버랜드에서 가져온 시간 120·다시, 봄 121·귤나무 |작품해설| 비움에서 연대로, 존재를 꿰매는 서정의 여정 _ 송재일·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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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가 직무라면 아침은 유기하기로 해요
매 끼니 다 챙기면 生이 빨리 끝날 것 같아서예요 될 수 있으면 속 비우고 절망은 아사하지 않을 만큼만 날마다 죽기 살기로 살았지만 죽기 살기보다 살기 위해 죽기가 조금 더 쉬웠어요 보세요 엄마, 언니, 딸 불리는 이름이 많잖아요 나 너 우리에서 또 다른 내가 죽순처럼 생겨나요 테레자*처럼 존재의 무거움을 택한 거죠 이건 비밀인데요 나에게 말할 수 없는 이름 하나가 생기고 있어요 아직은 설레고 낯선 이름이에요 뭐냐고요? 시 밥하는 시보다 혼자 노는 시가 좋아 어느새 아침밥을 유기해서 생긴 시간에 시가 되려 해요 날강도 같은 맘이지만 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되려 해요 지금도 나는 자발적 직무 유기로 인해 시로 태어나는 중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나오는 인물. -「직무 유기」 전문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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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수 시인의 시집 『가끔 꺼내 불러보는 이름』의 ‘맛깔’은 ‘짭조름・새콤・달콤・쌉싸름’이 버무려 있으면서도 시마다 제 맛을 낸다. 이 시집은 이 ‘맛깔’로 비움에서 시작해 호명으로, 다시 수선과 연대로 나아가는 하나의 유기적 흐름을 형성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덜어내며 살아남으려던 시적 화자가 점차 떠나간 존재들의 이름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 기억의 파편들을 꿰매며 마침내 서로를 지탱하는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은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방식의 탐색이다. 특히 이 시편들이 도달하는 지점은 불완전한 채로 이어지는 삶의 지속성이다. 흔들리는 갈대, 떨어지지 않고 매달린 열매, 다시 피어나는 꽃과 같은 이미지들은 모두 그 지속의 은유들이다. 결국, 이 시집이 보여주는 것은 거창한 구원이나 결말이 아니다. 서로를 비추며 꺼지지 않으려는 작은 등불들의 연대다. 그 미약한 빛이 모여 삶을 견디게 하고 다시 살아가게 한다. 그 사실에 대한 조용한 확신이야말로 이 시집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울림’일 것이다. 앞으로도 신종수 시인이 이 ‘울림’으로 독자의 마음을 흔들기를 기대한다. - 송재일 (공주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