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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말 *
1. 새벽부터 기다려요! 2. 꼴찌만 하지 말자! 3. 내 진로도 모르는데?? 4. 좋아합니다! 5. PPT 91장 다 넘기고 올게요! 6. 얼어 죽고 말겠어요! 7. 오늘 너와 함께 어두운 복도를 걸어 줄게. 8. 질문 없습니까? 9. 누군가의 아내로만 살 생각은 없어 10. 우리 이제, 마스크 벗자! 11. God Made You Special! 12. 선생님이 좋아서 고민이에요 13. 우리, 사귀자! 14. 내가 너를 살펴보아 줄게 15.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4 - 반짝반짝 작은 별 2024 16.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17. 남들이 모르는 오솔길을 아는 것 18. 아무 생각하지 말고 19. 교회에 다니지 않는 착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20. 지금 청소 시간인데요! 21. Alone! Vision! 20 Minutes! Expert! 22. 미용실 가는데요. 23. 안녕하세요! 하나님! 24. 사랑?? 25. 한 명이 줄었어요 26. 인생 전체가 슬럼프였어요. 27.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 28. 꽃길만 걸으시라고 29. 울 수 있는 곡이 아니던데?? 30.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31.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요. 32. 잊지 않을게요. 33. 가장 하고 싶은 일은 34. 자, 글을 쓰자. 35. 인생이 별거죠! 36. 말은 청산유수던데 37. 귀인이시니까요! 38. Be the Light! 39. 영화는 무슨 영화! 40. 순수한 음악은 언제 가르쳐? 41. 우리의 전부를! 42. 많이 힘들었지 43. 우리는 별이다 44. 인간다워질래? 45. 일단은, 꿈꾸어 보자 46.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47. 기회가 당신을 먼저 48. Let Them! Let Me! 49. 2,000원입니다. 50. 만 명을 먹이는 사람 51. 나를 기억했어야지!!! 52. 범의 눈이 되었구나. 53. 참 고맙습니다. * 작가의 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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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부모들을 만날 때는 학급 운영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종이로 인쇄하는 시대는 이미 옛날 옛적에 지나갔기에, 나는 PPT로 자료를 만들고 QR Code로 링크를 걸어서 학부모들과 자료를 공유했다. 담임교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20분이었는데 내가 만든 PPT 자료는 어찌어찌하다 보니 91장이나 되었다. 시간이 되어 교실로 들어가기 전에 교무실에서 이렇게 외쳤다.
- PPT 91장 다 넘기고 올게요!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과연 될까? 싶었으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적당하게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정말 빠르게 말했으니까. 하하. 하지만 중간중간 농담도 넣고 가끔 헛소리도 하면서 함께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학부모 상담 기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 학부모님과 상담할 일이 생길 때는 학생에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제가 오시라고 할 때입니다. 그러니 학부모 상담은 크게 신경 쓰지 마세요.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 혹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지도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해 주시고 믿어주시고 따라주시기를 바랍니다. 신기하게도 학부모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던 때는 이 말을 했던 때였다. -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pp.34-35 제5화 「PPT 91장 다 넘기고 올게요!」 중에서 수업하다가 내가 예뻐하는 C를 보게 되었는데 눈두덩이가 이상했다. C를 남겨서 물어보았다. - 눈에 무얼 칠한 건가요? - 죄송해요. - 어느 녀석인가요?? - 죄송해요. - 어느 녀석이 흔든 건가요? - 죄송해요. - 데리고 오세요. - 아무도 없어요. 나와 C의 대화를 듣던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고 난리였지만, 멀쩡하게 다니던 C의 달라진 모습에 나는 조금 속상했다. C는 무척 성실하고 순진한 녀석이라고 챙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아니, 이 녀석이! 잘 참고 다닐 것이지! 이러면 안 되는데! 쉬는 시간마다 늘 복도에 나와 있는 D 학급과 수업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 여기서 누굴 사귈 건가요? - (모두) 하하하! - 설마, 여기 아기들하고 사귈 건 아니죠? - (모두) 하하하! - 누군가를 좋아할 수는 있지만, 혹 누군가 사귀자고 하면 이렇게 해 보세요. 턱을 조금 들고 콧대를 올리고, 약간 눈을 내리깔고, 이렇게 말하세요. ‘나랑 사귀려면, 성적표 가져와!’ ‘나랑 대화는 되어야 하잖아?’ 그러면 아이들은 박장대소를 하지만, 한마다 덧붙인다. - 뭐,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 가르치면서까지 사귀려면 그렇게 해도 되고요. ---pp.59-60 제9화 「누군가의 아내로만 살 생각은 없어」 여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 네 돈은 네가 벌어서 써! - 다른 사람에게 받아서 쓰지 마! - 네가 벌어서 누구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쓰라고! - 너도 능력이 있으니까!!! 나를 찾아왔던 아이들은 모두 이 말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즉, 능력 있는 직장 여성의 삶을 표방하며 성장해 가고 있었다. 모두 예쁘고 멋있었다! ---p.64 제9화 「누군가의 아내로만 살 생각은 없어」 지금과는 확연하게 다른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대학원 1학년 때, 신문에 있는 작은 광고를 보았다. 인천에 있는 D 직업전문학교였던 것 같은데, 직업전문학교가 어떤 학교인지도 모른 채 직접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그 광고가 뭐였더라. 아마도 오랜 시간 교사를 모집했지만, 모여지지 않아서 애타는 듯한 그런 문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문구 속에는, 직업전문학교에 모이는 아이들이 얼마나 배움에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말하면서 이 아이들을 살리고자 하는 교사를 모신다는 내용이었고, 나는 ‘배움에 목말라한다’라는 이 문구에 혹했었다. 엄마와 함께 지하철로 한참을 달린 뒤 내려서 또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회색빛 건물이 지금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혀있다. 어두웠던 그 색채. 나는 정말 그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교장선생님이 나를 받아주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교장선생님이 내 이력서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 선생님은 이 학교에 오실 분이 아닙니다. 교사가 오기를 간절하게 원한다면서 왜 나는 안 된다는 것인지, 순진했던 나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따져 물었다.’ - 네? 저는 이 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 안 됩니다. - 네?? 왜요?? - 글쎄, 안 됩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D 학교의 회색빛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너무나도 속상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훌쩍거리며 그 건물을 계속 돌아보고 돌아보며 걸어 내려왔기 때문이다. ---pp.81-82 제12화 「선생님이 좋아서 고민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상담을 하던 C가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 선생님, 우리 학교에 위 클래스가 있나요? - 네, 3층에 있어요. 무슨 일이 있나요? - 제 친구가 다른 학교 다니는데요, 그 친구에 대해서 상담하고 싶어서요. - 무슨 말일까요? - 그 친구 집이 좀 복잡한데, 도와주고 싶어서요. 이 말을 하는 C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되물었다. - 힘들어하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하고 싶다는 말인가요? - 네. ---pp.96-97 제14화 「내가 너를 살펴보아 줄게」 매일 매일의 삶이 귀하고 소중하며 나의 삶을 기록해 놓고 싶은 이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이유를 늘 생각하며 가능하면 성실하게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해 왔다. 글을 써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여러 이유도 생겼고 그 이유로 더 신이 나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글쓰기의 이유는 바로 내 삶의 기록이다. 그런데도 매주 토요일에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매번 확인하며, 그래서 계속 나에게 묻는다. - 왜 글을 쓰고 있는가? -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가끔 생각한다. - 글을 쓰는 이유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 글을 쓰는 이유가 없어지면, 글쓰기를 멈출 것인가. - 글을 쓰는 이유가 없어지면, 글쓰기를 멈추어야 하는가. 요즘 하는 생각은 이것이다. - 계속 쓸 것인가. - 이유와 상관없이, 계속 쓸 것인가. - 글을 쓰는 이유가 없어져도, 계속 쓸 것인가. ---pp.103-104 제15화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4 - 반짝반짝 작은 별 2024」 살아가면서 ‘참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품게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또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행동하는데, 그들은 이런 나를 위해서 본인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수고를 해 준다.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과 말들…. 7시간 중 5시간이나 수업이 있었던 이번 주 화요일에 아주 잠깐 보게 된 K와 별말도 하지 못하고 헤어졌음을 안타까워하며, 내 삶에 찾아와 나를 흔들어 놓았던 그들을 잠시 생각해 본다. 포크와 수저를 찾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가 오는 추운 겨울날을 함께 헤매어 주었던 B, 앉고 싶다는 자리에 나를 앉히게 하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교무실 구조를 바꾸려 했던 E, 비행기 타기 5분 전에 내가 생각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전화하고, 내가 내내 걱정된다며 찾아와 준 K.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지? 나는 해 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때 그 시절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말을 지금이나마 해 본다. - 비 오는 그 추운 겨울날, 너와 함께 걸었던 그 거리를 잊지 못해. 쏟아지는 비의 향내와 들었던 우산과 수많은 사람. 그리고 그 시간. 그 시간이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어. 아무 말 없이 포크와 수저를 찾아다녀 주어서, 정말 감동했던 거, 알고 있지? - 나 때문에 교무실 구조를 바꾸려 하다니. 얼마나 놀랐는지 알고 있어? - 작년에도 그렇게 나를 걱정해 주던 네가, 아직도 나를 걱정해 주다니. 너무 기쁘고 또 슬퍼서 눈물이 나. 기억할게. 그리고 잘살아 볼게. -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고마웠어. 진심으로. ---pp.110-111 제16화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를 찾아온 졸업생 A와 B를 우리 반에 데리고 들어갔다. A가 (다짜고짜)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왜 사는 거죠? A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갑자기 까르르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한다. - ATP를 만들려고요! 뒤에서 듣고 있던 나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듣고 있던 A도 다시 질문했다. - 왜 사는 거라고요?? - ATP를 만들기 위해서 사는 거예요! 그러면서 서로 왁자지껄 웃고 떠든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질문했다. - 그게 무슨 말인가요?? - C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우리는 ATP를 만들기 위해서 살아가는 거고, ATP를 만드는 이유는 살려고 만드는 것이다!’라고 늘 말씀하셔서요. - ATP가 무슨 뜻인가요? -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인데, 어쩌고저쩌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ATP’ ‘ATP’를 외치며 깔깔거렸다. ---pp.112-113 제17화 「남들이 모르는 오솔길을 아는 것」 퇴직하는 선생님들의 한마디 한마디 말이 마음에 꽂혔다. 이런 말씀들을 하셨다. - 30년 동안 단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습니다. 지각한 적도 없어요. 직장 생활 개근입니다. - 가족들과 놀러 다닌 적도 없어요. 주말마다 아이들 성적 분석하고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 학교의 온갖 일들을 해결하느라, 외로웠습니다. - 뜻있는 선생님들과 학교를 변화시켜 보자고 뭉쳤습니다. ---pp.182-183 제27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 K 선생님이 가져오신 것은, 핑크 색상 커버의 사발면과 역시 핑크 색상 커버의 젓가락이었다. 핑크 색상 젓가락 커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어린이가 먹는 진짜 라면!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 와?? 이런 게 있네요?? - 보자마자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 - 와!!! -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이지만, 며칠 지나도 상관없어요. - 네!!! 큰소리로 ‘네!!!’라고 대답은 하였으나, 선생님께서 주신 사발면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하. *^_^*. 커버도 핑크빛이고 모든 것이 핑크 색상이었다. 심지어 면발도 핑크 색상이었다. 이렇게 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 튀기지 않은 핑크색 건면! 아! 그 글자 밑에 있는 사진을 보고 깜. 짝. 놀랐다. 진짜 핑크 색상 면발이었던 것! 유통기한은 상관없었지만, 핑크 색상 면발은 도전하기가 어려웠다. 고민하다가 그다음 날 혹시나 해서 30기 아이들에게 공지했다. - 혹시, 어제까지 유통기간이었던 L 사발면, 먹을 사람 있을까요? 3분 만에 M이 연락해 주었다. - 제가 먹겠습니다! - 지금 교무실로! 교무실로 온 M에게 임무를 주었다. - 시식 사진과 후기를 올려주세요. 새벽 12시에 M이 사진과 후기를 올렸다. - 후기 :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상태는 양호했음. 예상외로 딸기 맛이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제로 N 비빔면보다는 맛있었음. 라면 색이 핑크 색상이지만 수프 덕분에 보기에도 괜찮음. 하지만 스티커가 방글방글 핑이 아닌 점은 아쉬웠음. 이런 제품을 만든 분에게도, 사다 주신 K에게도, 시식해 준 M에게도,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특별함을 원하기는 했지만, 핑크 라면은 좀 힘들었어. 하하! ---pp.212-214 제31화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요.」 좋은 것, 아름다운 것, 또는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말고, 혼자만의 것으로 남겨 놓는 것이 어떨까. 아름답게 포장되어 올라간 사진 한 장이 생각지도 않게 부풀려져서 엉뚱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될 수 있으니까. 어렵겠지만, 오히려 나쁜 것, 아름답지 않은 것, 또는 감추고 싶은 것을 모두에게 꺼내놓는 것이 어떨까. 나로 인해 위로받고 힘을 얻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사이트를 굳이 찾아다니지 말자. 아니면, 다른 사람의 좋은 것을 보았을 때, ‘좋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정말 잘됐다!’라고 마음껏 축복해 주고, 잊어버리자! 행여 마음속에서 무언가 답답하거나 속상한 것이 올라오는 것 같으면, 당장 닫아버리자! 아니면, 보는 것을 멈춰버리자! 혹 (예상대로) 잠깐 보겠다고 들어갔다가 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 아예 계정을 없애버리자! *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쉽게 올려지는 사진이나 이미지나 동영상보다 약간의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것은 어떨까.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글을 써보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행동을 멈추게 되고, 생각하게 되고, 감정이 정리되면서 제대로 분별이 되고, 그 내용을 글로 쓰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놀랍게도 치유가 되기도 한다. 좋을 때 쓰는 글은 이 아름다운 시간을 주셨음에 감사하게 되고, 그러나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으며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다. 나쁘거나 우울할 때 쓰는 글은 한층 더 깊어져서 놀랍게도 좋은 글이 될 수 있는데, 슬프거나 아픈 마음을 글로 토로하면서 마음이 정리되고 더 넓게 생각하게 되며 성숙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좋은 상태일 때 올렸던 사진이나 글보다, 좋지 않은 때의 글이 오히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혼자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시끄럽고 복잡한 현실을 떠나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은 밥을 먹어서 영양을 보충하는 것처럼, 내 영혼을 충전시키는 가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pp.231-232 제34화 「자, 글을 쓰자.」 언젠가 신입생 면접을 하고 온 B 선생님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C 학생의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다가 독서 기록란에 있는 A 작품을 보고 질문을 했단다. - A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읽은 책에 관하여 물어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었는데 학생은 약간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 주인공이 같이 일하던 D와 불륜에 빠졌는데 결국은 이혼하고 D하고도 헤어진 일입니다. 듣고 있던 면접관들도 멋쩍게 웃고 있을 때 타이머에서 끝나는 알람이 울리며 C 학생과의 면접이 끝났다고 한다. 내가 질문했다. - A 작품을 읽었어요? - 아니. - 엥? 그럼? - 책 제목이 특이해서 그냥 질문한 건데, 그런 줄거리였다네. - (모두) 하하하! - 불륜 이야기로 면접이 끝난 거네요. - 그러니깐. - (모두) 하하하! - 핸드폰이 옆에 있었으면 AI에 먼저 질문해 보고 내용을 확인했을 텐데. - (모두) 하하하! ---pp.298-299 제44화 「인간다워질래?」 며칠 전 만난 Q는 ‘글쓰기’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 AI에게 몇 가지 소재를 주고 글을 써보려고 해요. 그 말을 듣고 놀란 내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 그게 무슨 창작인가요!!! 우리는 계속 설전을 벌였다. - 새로운 것을 이용해야죠! - 그건,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 당신이 만든 것을 수정해 달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아예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쓸 필요가 있나요?? - 뭐라고요?? - 저는 한껏 이용하려고 합니다. - 그렇다면 저자는 당신이 아닌 거죠. ---pp.301-302 제44화 「인간다워질래?」 정말 좋아했고 이를 대체할 만한 디자인을 아직은 찾지 못해서 계속 수선해서 신었지만, 이제야말로 수선하지 말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아예 신발장에 넣어놓지 않고 며칠을 보내다가 ‘혹시나’하는 생각에 동네 C 구두 수선점에 가지고 갔더니 맡기고 가라고 하신다. 흠칫 놀라며 언제 와야 하는지 물었더니, 1시간 뒤에 오라고 하셨다. - 좀 더 빨리 안되나요?? - 음, 1시간은 있다가 와야 완성됩니다. - 네. 1시간 뒤, 찾으러 갔더니 역시, 깨끗하게 수선해 놓으셨다. 부끄러워하며 질문했다. - 이제는 버려야겠죠?? - 아뇨. 고쳐서 계속 신을 수 있어요. - 그런가요? - 그럼요. 신을 수 있을 때까지 신어야죠. - 아! 감사합니다. 얼마인가요?? 나는 C 사장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 얼마인가요? - 2,000원입니다. - 네? - 2,000원. - 2,000원이요?? - 네. 아무렇지도 않게 가격을 말씀하시던 C 사장님을 잊을 수가 없다! 그토록 귀한 돈의 가치를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pp.330-331 제49화 「2,000원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선생님’과 같이 주인공의 삶을 꿈꾸고 실제로 주인공이기도 한, 화려한 조명과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속에 황홀하기도 한 삶의 순간을 맞이할 때도 있겠지만, 우리의 인생 대부분의 시간은 어쩌면 노먼과 같이 온몸과 온 마음을 바쳐 헌신하고도 결국은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잉크 자국 하나, 글 한 줄 남기지도 못하고, 그 누구에게 기억조차 되지 못하고 아련하게 끝나게 될 수도 있겠다. 선생님처럼 살아야 할까. 노먼처럼 살아야 할까. 기록되는 것을 위해 달려야 할까. 기억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할까. 기록되지 않을 수도,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몸 던져 도울 수 있을까.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손이 될 수 있을까. 주인공이 되기 위해 몸부림칠 필요도 없고, 기록되기 위해 또는 기억되기 위해 달릴 필요도 없다. 주인공이 되고 기록되고 기억이 된다고 성공이 아니니까. 계산 없이 돕는 손을 내밀던 노먼 같은 사람을 만났던 선생님의 허술한 삶이 부럽고, 부족한 게 많아서 돕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선생님과 같은 사람을 만난 노먼의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이 부럽다. 이런 만남의 역사가 있으면, 그게 성공이지 않을까. 노먼은 기록되지 않아서 선생님이 기억하지 못했다고 절규했지만, 선생님에게 노먼은 물, 공기 같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늘 함께했던 존재이지 않았을까. 굳이 기록하고 기억할 필요가 없었던 거지. 그냥 선생님의 삶과 함께였으니까. 이런 만남이 참 부럽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무대 뒤에 있는 것 같다고,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힘을 쏟았지만, 기록되지 않고 기억도 되지 않으며 심지어 잊혔다고 하더라도 속상해하지 말자. 선생님과 노먼이 연극을 완성하듯 서로의 삶도 완성해 주었던 것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하는 새, 서로의 인생이 완성되어 가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노먼과 같은 사람과의 만남이 한 번쯤은 우리에게도 허락되기를. ---pp.342-343 제51화 「나를 기억했어야지!!!」 2025학년도를 마감하고 2026학년도를 맞이하는 이번 주, 올해의 마지막 글을 쓴다.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면 후회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한가득하다. 왜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랬을까.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본다. 그래도 2025년도에 만났던 31기 아이들과의 생활을 생각하면 감사하게도 웃음이 조금 나온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글에 이렇게 썼었다. - 1년 동안, 정말 감사했고, 좋았어요. 아쉽고 때론 아프고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전혀 의도치 않았던, 저의 미숙함이었을 뿐이니, 부디 용서해 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용서해 준 것으로 믿어 본다. 하하! 그리고 31기 아이들에게, 또 2025학년도에 만났던 모든 이들에게 아일랜드의 축복 기도문을 전해 본다. * May the blessing of light be on you light without and light within. May the road rise up to meet you. May the wind be always at your back. May the sun shine warm upon you, and the rain fall softly on your fields. And until we meet again, may God hold you in the palm of His hand. * 빛의 축복이 당신에게 머물기를, 당신의 밖에도, 당신의 안에도. 인생의 여정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든, 그 길이 당신의 발걸음에 맞춰 이어지기를. 바람이 항상 당신의 등 뒤에서 불어오기를. 햇살이 당신의 얼굴을 따뜻하게 비춰주고, 비가 당신의 들판을 포근하게 적셔주기를.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하나님이 그의 손바닥 안에 당신을 품어 지켜주기를. 올해 만날 32기 아이들과의 생활을 꿈꾸어 보아도 될까. 아직 시작하지 않은 2026학년도를 기대해 보아도 될까. 아니,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꿈꾸어 보고 기대해 보자! 하나님께서 2026년도에도 빛의 축복과 적절한 발걸음과 살랑이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비를 내려주시고, 그의 손바닥 안에 우리를 안전하게 품어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pp.353-354 제53화 「참 고맙습니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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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한 편씩 아이들과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소소한 감정들을 기록하다 보니 어느덧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별생각 없이 글을 쓸 때의 한없이 가벼웠던 마음이, 쌓여가는 책의 권수만큼이나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와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30년 넘게 매주 글을 써오고 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제게 쉽지 않은 숙제입니다. 왜 글 한 편이 '뚝딱'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글쓰기에서만큼은 '만 시간의 법칙'이 비껴가는 듯합니다.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쌓이고 나서야 진정한 글쓰기 '고수(高手)'의 경지에 닿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의 시간을 묶다 보니, 비슷한 소재와 익숙한 이슈들이 반복되곤 합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이라도 마주하는 때마다 느끼는 결이 다르고, 그 안에서 배우는 가르침은 늘 새롭습니다. 그래서 사계절 365일, 매일 반복되는 듯한 이 삶이 제게는 여전히 신기하고 기대되는 여정입니다. 2025년은 53주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 책에는 한 편의 이야기가 더 선물처럼 담겼습니다. 좋았던 일, 행복했던 순간, 그리고 때로는 슬프고 안타까웠던 모든 찰나가 이 53편의 글 속에 녹아 있습니다. 이 아름답고 귀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있었음에 안도하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할 뿐입니다. 이제 아쉬운 마음으로 2025년을 보내고, 이미 현재가 된 2026년을 꿋꿋하게 살아내려 합니다. 아마 올해도 저는 비슷한 일들 사이에서 헤매고 고민하며 갈팡질팡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겠지요. 하지만 부디, 이 추운 겨울을 지나 조금씩 조금씩 봄과 여름으로, 따뜻한 온기 가운데 놓여 있는 우리의 삶이기를 바랍니다.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고맙습니다. 2026.05.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