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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잃어버린 애드미럴티 11
2 퀸스 로드를 오가다 17 3 센트럴에서의 만남 24 4 란콰이텅팡 33 5 스타 스트리트의 블랙홀 42 6 플라워 마켓 로드의 린자 52 7 프린스 에드워드 로드의 롄청 60 8 경계를 맴돌며 70 9 하노이 로드에서의 일 78 10 이별의 슬픔과 고립 95 11 전시의 등불 111 12 다시 세상으로 122 13 시위와 탐방 130 14 자유여행과 홍콩 136 15 난 널 보고, 넌 날 보고 147 16 얼마나 많은 꽃잎이 떨어졌을까 156 17 세상으로부터의 도피 168 18 상심 175 19 금이 아니라 녹 덩어리였어 185 20 지구 반대편으로 204 21 나도 내가 누군지 몰라 216 22 새벽 5시 58분 회항 224 23 저쪽에서 이쪽으로 232 24 평행 세계가 아닌 분열 242 25 분열과 시간 251 26 기억은 스스로 자란다 260 27 돌아갈 순 없지만 넘어갈 순 있어 269 28 저쪽과 이쪽 278 29 텅팡의 생환기 284 30 정리와 꿈 296 31 외로운 시위 309 32 잠꼬대 320 33 동기 321 34 죽음 이후의 도시 323 35 다가오는 폭발 336 36 옛사람을 기억해 343 37 돌아와, 린자 349 38 살아 돌아온 것만 같아 356 39 기억나지 않는 시간과 길 367 40 에필로그 374 추천의 말 결국 향기가 남는다 376 |
陳偉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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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아주 오랜 시간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았다. 사랑했고, 또 사랑받았구나. 이 역시 세월이 한참 흐른 뒤, 사랑할 힘을 잃은 다음에야 깨달은 사실이었다. 한 세기가 지나 있었다.
--- p.23 집이 작게 조각나면, 삶의 일부도 잘려 나간다. 시간, 장소, 빛, 소리, 온도, 습도, 그리고 나와 타인이 만들어 내는 호흡. 이 모든 것들이 모여 곧 삶이라는 커다란 무대를 이룬다. 형태가 있든 없든 공간이 곧 관계가 되고, 공간이 있어야 생명이 움직인다. --- p.74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타인의 고통 앞에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조차 덜어 줄 수 없었다. --- p.116 샤오후이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선 이 도시가 이렇게나 깊은 상처를 안고 있을 거라고는. 마음이 아리면서도 묘한 기쁨이 번져 나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막 깨어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존재조차 잊고 있던 마음 조각이었다. 언뜻 보기엔 그 모든 갈망과 희망이 자신과는 무관해 보였지만 이내 그녀는 분별해 냈다. 자신도 그 속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마침내 샤오후이는 세상과 다시 맞닿아 걷기 시작했다. --- p.132~133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산다. 그리고 그 빈틈은 마음을 흔들고 불안하게 만든다. 슬픈 일은 그를 비켜 가지 않았고, 롄청은 그럴수록 물러서지 않았다. 그로서는 포기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나같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에 그럴수록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롄청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평안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 p.186 린자는 망연히 자신의 기억을 이루던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던 파괴음은 점차 간격을 좁히며 그에게 또 한 번의 상실의 순간을 예고했다. 저 기계들은 집을 부수지 않았다. 기억을 파괴하고 있었다. ‘여기 남아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무너져 버릴까.’ 그때 아돤이 그를 따라 올라왔다. 린자는 생각했다. 아돤을 데려갈 수 있을까? --- p.341 “내 뒤에 연꽃이 필지, 잿더미가 남을지는 걸어가 봐야 알겠지.” 스샹이 물었다. “그래도…… 돌아갈 거야?” 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는 것이 고작 잿더미뿐이라고 해도 그것 또한 내가 지나온 길이니까.” --- p.3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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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환 이후의 부서진 시공간, 파괴되는 도시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들
『기억을 태우다』는 1997년 반환 이후,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롄씨 일가와 그 주변 인물들의 후일담을 다루며 전작보다 훨씬 불투명해진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다 타인에게 가짜 이름을 대며 블랙홀 같은 고독에 빠져 살아가던 린자의 서사로 문을 여는 작품은, 도시의 무정한 재개발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상흔을 입은 이들의 현실을 비중 있게 다룬다. 롄청의 외손녀 샤오후이가 겪는 고통스러운 사건들이 남긴 상흔, 그리고 재개발 이권 속에서 형제자매 간에 벌어지는 격렬한 갈등은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홍콩의 공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찬와이는 무정하게 집을 부수는 중장비들을 바라보며 “저 기계들은 집을 부수지 않았다. 기억을 파괴하고 있었다.”라고 날카롭게 진술하며, 공간의 상실이 곧 삶과 관계의 붕괴로 이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서늘하게 묘사한다. · 파괴음 속에서 마주하는 타인의 고통과 삶의 무대를 이루는 공간의 미학 『기억을 태우다』는 공간과 존재, 그리고 기억의 상관관계를 집요하게 해부해 나가는 미학적 성취를 보여 준다. 찬와이는 공간이 곧 관계를 형성하고 생명을 움직이게 만드는 토대임을 강조하며, 도시의 물리적 파괴가 인간의 내면에 미치는 치명적인 충격을 추적한다. “집이 작게 조각나면, 삶의 일부도 잘려 나간다.”라는 통찰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잃어버린 홍콩인들의 실존적 정체성 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러나 소설은 상실의 간격이 좁혀 오는 파괴음 속에서도 인간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응시하고 받아들이는지 주목하며, 현실의 어둠 속에서도 끝내 훼손되지 않는 인간성의 중심을 붙잡아 둔다. · 철의 방 밖으로 울려 퍼지는 선언, 잿더미 속에서 걸어 나오는 생의 찬가 찬와이는 분열되고 환상적인 시공간의 차원을 도입하여 흔들리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세상과 다시 맞닿아 걸을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과거의 아련한 미련 속에서 방황하던 이들이 “남는 것이 고작 잿더미뿐이라고 해도 그것 또한 내가 지나온 길이니까.”라며 마침내 자신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를 얻는 과정은 함께 지나온 독자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세월의 아득함과 무력감 속에서 스스로를 집에 못질하고 ‘철의 방’을 지어 도피했던 아버지 롄청이 마침내 방 밖으로 걸어 나와 현실의 벽을 향해 “난 내 생의 모든 것을 사랑했어!”라고 외치는 격정적인 고백은 이 연작의 찬란한 대미를 장식한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거장의 이 위대한 선언은, 시대적 상실과 삶의 흔들림을 겪는 모든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연대의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 휘발되지 않는 기억의 향기, 그리고 홍콩 『기억을 지키다(拾香紀)』와 『기억을 태우다(焚香紀)』 연작을 하나로 묶어 주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는 두 작품의 원제에 공통으로 쓰인 ‘향(香)’이라는 글자다. 이 향기는 단순한 후각적 자극을 넘어 인류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변화를 겪어 낸 홍콩이라는 공간을 상징하는 지표이자, 세월의 격랑 속에서도 끝내 휘발되지 않는 인간 마음의 깊은 향기를 뜻한다. 찬와이는 고향에서 타향으로 삶의 터전과 궤적을 옮겨 가야만 했던 이들의 서사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은 변할지라도 그들이 공유하는 전통과 기억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증명해 보인다. 어둠과 혼돈의 시기 속에서 이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향기는 마치 희미하게 반짝이는 지시등처럼 기능하며,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을 다시금 영혼의 고향으로 이끄는 따뜻한 이정표가 되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