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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를 특유의 공간감으로 펼쳐내는 박현민 작가의 신작 『엄청난 막대기』가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선보인 압도적인 스케일과 입체감, 과감한 시점의 변화, 여백의 활용과 유머를 밀도 있게 담아내며 그림책이 전할 수 있는 경험의 경계를 다시 한 번 확장한다.
선과 면을 넘어 확장되는 그림 작가가 선을 그어 그림책 속 세계를 만들어내듯, 신비한 노트 위에 무심코 그은 한 줄의 선은 현실로 튀어나와 막대기가 된다. 그렇게 등장한 막대기들은 서로 쌓이고 얽히며 하나의 세상을 꾸린다. 막대기의 등장이라는 단순한 시작과 달리 ‘선’이라는 제한된 모티프는 곧 장난감이 되고, 놀이터가 되며 페이지를 넘길수록 끝없이 확장된다. 단면으로 이어지던 화면은 어느 순간 세로의 펼침면 전체로 확장되며, 두 페이지 사이의 경계를 수직으로 넘어서는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곧게 뻗은 선들이 모여 면을 이루고, 그 면은 다시 곡면이 되어 미끄럼틀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시점의 전환과 점처럼 작아진 인물들은 독자를 책 바깥의 더 큰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글과 말 없이 확장되는 경험 『엄청난 막대기』는 글 없는 그림책으로, 표지를 제외하면 텍스트가 등장하지 않는다. 얼굴이 생략된 인물들 역시 표정이라는 단서 없이 몸으로만 움직인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림 속에는 적혀있지 않은 소리들이 생생하게 들려온다. 노트가 툭 떨어지는 소리, 막대기 사이를 구르며 부딪히는 소리, 더 튼튼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나누는 웅성거림, 그리고 마침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터져 나오는 함성까지.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책 매체 고유의 물성과 시각적 경험에 집중하게 하며, 독자의 해석과 상상으로 이야기를 완성하게 한다. 『엄청난 막대기』는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상상과 독창적인 해석을 통해 그림책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감각적 경험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장면 사이의 이야기를 스스로 채워 넣으며, 제목 그대로 ‘엄청난’ 경험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