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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읽는 법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는 내가 앉은 방향이 결정해” 앞뒤로 흔들리며 균형을 찾는 삶 그네를 처음 탈 때를 떠올려 보면 무섭고, 떨리고, 어색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 주거나 밀어줘야, 혹은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야 차츰 발 구르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네뿐만 아니라 모든 경험에는 ‘처음’이 있다. 그 처음이 누군가는 힘든 기억일 수 있고, 누군가는 설레는 기억일 수 있다. 제목이 『그네 타는 법』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그네는 직장 생활이 되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되기도 한다.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으로 바꿔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삶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이 책의 메시지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양면성’ 혹은 ‘다양성’이다. 맞닿아 있는 면에는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두 개의 문장이 실려 있다. 앞면 텍스트(흰색 면)가 삶의 원칙이나 지향점이라면, 뒷면 텍스트(회색 면)는 그 이면의 고민과 자유로운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그네 타는 법』은 독자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가도록 설계된 그림책이다. 독자는 이 책을 하나의 방식으로만 읽지 않아도 된다. 앞면과 뒷면을 번갈아 읽어도, 앞면을 먼저 죽 읽고 나서 책을 돌려 뒷면을 죽 읽어도 모든 이야기는 연결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이 책의 형식을 관통하는 문장이 나온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는 내가 앉은 방향이 결정해.” 그 순간, 놀랍게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첫 페이지가 되며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물리적 구조와 철학적 메시지의 유기적 연결로 풀어낸 인생의 은유는 흔들리는 그네 위에서 자신만의 균형을 찾으려 애쓰는 이들에게 건네는 세련된 위로다. 그네 보는 법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떤 페이지인가요?” 당신의 책상 위에서 매일 다른 말을 건네는 오브제 책의 물성을 적극 활용해 독자들을 그림책 너머의 공간으로 이끌어내는 작가 박현민이 이번에는 공간을 넘어 방향을 설계하는 새로운 시도로 놀라운 그림책 『그네 타는 법』을 완성했다. 이 책은 물리적 구조부터 압도적이다. 그네의 수직적 움직임을 시각화하기 위해 길게 제작된 판형과 탁상 달력 방식의 상철 스프링 제본을 채택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는 행위 자체가 그네가 앞뒤로 오가는 리듬감을 재현하며, 책의 형식과 내용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오브제’로서의 가치를 증명한다. 또한 형태의 기초인 도형과 색의 근원인 CMYK로 인생의 복잡한 면면을 압축해 표현했다. 중첩될 뿐 섞이지 않은 색과 명료한 도형이 만나 탄생한 독보적인 그림은 텍스트 이상의 사유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발상의 경계를 허무는 즐거운 실험으로 가장 ‘박현민답게’ 형태가 곧 메시지가 되는 그네를 닮은 책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네를 닮은 길쭉한 판형에, 탁상 달력형 상철 제본으로 완성한 『그네 타는 법』은 읽고 나서 책장에 꽂아 두는 책이 아니다. 탁상 달력처럼 세워 둘 수 있는 구조 덕분에 언제든 마음에 드는 장면을 펼쳐 나만의 공간에 전시할 수 있다. 책상 위나 테이블 위에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나 문구가 담긴 장면을 포스터나 액자처럼 전시해 보자. 『그네 타는 법』은 매일 펼쳐 두는 장면에 따라 다른 말을 건네는,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림책이다. 그네 만드는 법 “당신의 그네는 어떤 궤적을 그리나요?” ‘나만의 그네책’ 만들기 『그네 타는 법』이 특별한 이유는 독자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창작자가 되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책을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나만의 그네책’을 만들어 보자. 박현민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한 두 개의 도형자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 후 링으로 엮으면 된다. 내 손끝에서 완성된 ‘그네’ 속에서 삶의 궤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형 독서 프로그램으로 ‘나만의 그네책’ 만들기를 추천한다. 다양한 도형과 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를 넣어 책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읽기, 생각하기, 표현하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나만의 그네책’ 만들기 활동을 위한 키트는 출판사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작가의 말 요즘 사람들은 ‘그네 타는 법’조차 AI에게 물어보지 않을까요? 그네는 동전 같은 양면이 있지만,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는 우리가 앉은 방향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어딘가에 닿으려고 발을 구를 때마다 그네는 반대편으로도 세차게 왔다 갔다 하죠. 그러니 어떤 면이 정답인지 물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양 끝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머물게 될 테니까요. 누가 알려준다고 해서 그네를 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당장 놀이터로 달려가 직접 타면서, 이 불확실한 흔들림 자체를 즐기면 됩니다. 이 책의 그림은 시중에 판매하는 도형자 2개를 그대로 사용해 그렸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직접 만든 그네 타는 법을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