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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 오늘도 나를 일으키는 것들 궁금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닐 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도 수고한 나를 칭찬해 수리하는 마음 청소는 나의 힘 낭랑글로스 꽃집 ‘하이디’의 자랑, 애플수박 어쩌면 시작은 책 침묵의 친구와 힐마 아프 클린트 2 사소하고 고귀한 감사 감사의 미학 눈을 들어 구름을 보라 꽃의 리추얼 패션과 정원 꽃전을 부치며 집을 비추는 기도 가드너 친구의 좋은 점 그렇게 식구가 된다 3 나를 돌보는 시간 나만의 식물도감 슬플 때는 동백 립스틱을 바르겠어요 두 번째 계절 타샤 튜더의 정원 너를 응원해 오, 시클라멘 별의 향기와 흑자작나무 기다리며 바라보다 안녕, 내 나무 4 낯선 도시의 초록 시칠리아 오렌지나무 숲을 되살리는 은빛 야루모 행복의 조건 나의 아이슬란드 스웨터 초록빛 싱가포르 홋카이도 정원 여행 ‘바람의정원’의 꽃말 분수와 세잔의 시간 5 삶이라는 여행 내 사랑 남산 동굴에서 나온 날 ‘강남 홍매화’와 움벨트 과학자의 산책길 서울숲 의자에 앉으면 서울의 통나무집 어른이 된다는 것 4월, 어머니의 목련 정원으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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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누군가의 결핍을 감지하는 감각일지 모른다. 잎끝에 맺힌 물방울처럼, 뙤약볕에 시든 잎처럼, 사라지기 전의 기척을 알아차리는 마음……. 식물을 곁에 두고 나서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랑이란 사소한 궁금함을 멈추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제대로 헤어지자면서도 이어폰을 건넸던 옛 연인의 마음처럼, 우리 삶에는 끝내 여운으로 남는 기억들이 있다. 그리움을 억지로 도려 내기보다 오랜 시간 끓여 낸 수프의 깊은 맛처럼 삶의 밑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지나간 계절을 후회하지 않고, 제철이 아니라고 해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마음.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향기로움을 길어 내는 천리향처럼, 나의 두 번째 계절도 그렇게 조용하고 단단하면 좋겠다. 정원이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듯 가족도 그렇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 가꿀 때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가족이 이제 세상에 없거나,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지나간 시간은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오늘의 식탁을 내일로 미루어 둘 수 없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거창한 건축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날마다 같은 자리를 지키는 나무 한 그루가 도시의 기억을 만들고 사람의 마음에 들어선다. 그렇기에 가끔 무자비하게 참수된 가로수를 마주칠 때면 속상하다. 가로수는 말이 없지만 묵묵하게 우리의 일상을 받쳐 주는 존재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를 평소 좋아한다. 도시의 가로수를 향해 그런 다정한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이끼를 땅의 ‘살아 있는 피부’라고 부른다. 화산이 남긴 상처를 천천히 덮고 그 위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 수 있는 바탕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하늘이 땅에 입혀 준 이끼라는 ‘아이슬란드 스웨터’를 통해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생명에 관심을 품게 되었다. 섬세하게 관찰해야만 드러나는 미적 세계에 눈을 떴다. 아이슬란드는 빙하와 화산, 이끼라는 시간의 실로 짜인 한 벌의 스웨터 같았다. 서울숲 의자에 앉으면 내 마음도 보인다. 바쁘게 달리고 잘 해내는 일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사람에게도 그늘과 바람, 의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화지 같던 여백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들어선 정원들이 도시인의 지친 마음을 씻어 주는 ‘용서의 의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서울숲이 커다란 ‘마음 정원’으로 깊어지기를 바란다. 누구나 초록에 기대어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우리 집 인동덩굴을 볼 때마다 ‘버티는 것도 하다 보면 는다’고 생각한다. 인동덩굴은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우아한 향기를 피운다. 그래, 화려하지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 괜히 멋진 어른인 척 굴지 말고 그저 나다운 어른이 되자. 오늘도 나는 몸과 마음의 근력을 키우고 배움의 물길을 잡는다. 토닥토닥, 마이 라이프.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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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에세이인데요.
식물이 있는 일상의 기록이라고 할까요. 마음이 어두울 때 제 곁의 식물에서 살아갈 힘을 얻더라고요.” 기자는 세상을 향한 안테나를 높이 올리고 사는 사람입니다. 한 줄 기사를 쓰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이지요. 이 책은 30년째 신문사의 거의 모든 부서를 두루 거치며 일해 온 김선미 기자의 산문집입니다. 그가 지금까지 써 온 글과는 조금 다른 결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써 내려간 글이지만 30년 신문기자로 살면서 쌓아 온 ‘쓰는 사람’의 내공이 고스란히 문장 속에 녹아 반짝이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 책에는 여행 중에 일어났던 일, 그날의 날씨, 철 따라 변하는 정원의 모습, 집에 찾아온 손님 같은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담겨 있습니다. ‘내면의 일기’가 아닌 ‘외면일기’인 것이지요. 일하면서 늘 기록과 공부가 일상이었던 저자는 “나는 꽤 오랫동안 외면일기 성격의 글을 써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식물로부터 위로받고 정원을 공부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 외면일기가 ‘식물 외면일기’가 되어 갔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식물 일기’가 ‘마음 읽기’로 이어졌다고요. “식물에서 시작했는데 구름과 새 소리, 내 마음이 보이고 들렸다. 복잡한 나뭇가지를 잘라 주듯 마음의 잡초를 정리한 자리에는 시원한 바람이 통했다. 내가 식물을 돌본 줄 알았는데 실은 식물이 나를 돌본 것이 아닐지.” 저자는 “초록에 기대어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이 책이 지친 이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내 안을 들여다보기 위한 산보 같은 산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정원은, 수영과 닮았다. 시련도 배꼽에 힘주고 즐겨 볼 것! 그러다 보면 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세상 그 누구보다 숨 가쁘게 살아온 30년 차 기자가 식물 곁에서 배운 ‘나를 지키는 힘’을 이야기합니다. 또 하루하루 치열한 삶 속에서도 일상의 사소한 반짝임을 알아보는 감각을 잃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요가, 일상적인 청소, ‘소확행’을 즐기게 하는 동네 꽃집, 어머니가 뜰에서 키우는 소박하고 귀한 먹을거리와 식물, 정원만큼이나 위로가 되는 수많은 책, 슬플 때 바르는 동백꽃 색깔 립스틱, 아침 해를 기운차게 맞이하게 해 주는 자전거 길,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천 가지 모습의 구름, ‘식구’라 불리는 베란다의 각종 화분, 그리고 곁에서 따뜻한 말을 건네며 응원해 주는 사람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나를 일으키는 것들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식물과 정원은 물론 여행과 예술 곁에서 자신을 보듬고 일으켜 세운 기록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패션과 미술 담당 기자이기도 했던 저자는 글에서 지금까지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여러 예술 작품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 〈침묵의 친구〉 속에 등장하는 힐마 아프 클린트 이야기처럼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을 법한 ‘디테일’을 끄집어내며 생각을 말하는 글에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개인적인 여행 이야기와 함께 지금까지 취재 여행에서 만났던 세계의 정원, 도시 조경, 공원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도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 글은 ‘정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정을 쏟았던 신문사에서 “나의 쓸모가 어디까지일까 고민하던 중 만난” 정원. 저자는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마르지 않는 호기심과 배움의 열망으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서 있게 된 ‘정원으로 가는 길’에서 여러 따뜻한 마음들을 만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합니다. 기쁜 날도 슬픈 날도 곁에 있었던 ‘초록’은 어쩌면 이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만드는 색일지도 모릅니다. 저자가 그 초록에 기대어 숨을 쉬었던 순간들을 독자들도 이 책과 함께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